영화 <수라>를 보면 4인의 성직자가 삼보일배를 하며 새만금에서 서울을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 걸음 걷고 한번 길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새만금의 생명들을 위한 기도를 하는 성직자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지쳐서 길바닥에 쓰러져서 울기도 하고, 오랜 삼보일배로 인해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휠체어에서 타인에 손에 이끌려 끝까지 순례를 이어갔다. 새만금 방조제는 건설되었으나 수많은 뭇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걷는다는 삼보일배는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수많은 사람이 그들의 걸음에 동참했고, 그들의 걸음을 보고 생태 문제에 관심 두기 시작한 이들도 많았다. 걸음은 그간 수많은 이들을 흔들어 깨웠고, 세상을 바꾸기도 했다. 2017년 1월 21일 제13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서 황분희 ‘월성원전 인접 지역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이후 무작정 나아리로 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일곱째별’이다. 저자는 황분희 부위원장의 발언을 가슴 속에 담아두었다가 그해 8월 무작정 핵발전소를 향했다고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를 방문한 그 이후 저자가 겪은 것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발간한 르포르타주다. ‘나아리에서 나아리로 걸어간 5년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이 책은 많은 장을 여정, 즉 길 위에서 경험한 것들로 채웠다. 나아리에서 황분희 부위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후 각종 토론회와 기자회견, 행사 등에 동참하던 저자는 이후 성원기 교수를 만나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에 참여하게 된다. 저자는 매일의 여정과 그 길 위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에 덧붙여 수많은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한 흔적이 책 곳곳에서 보인다. 저자는 신문 기사를 찾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이트를 찾아 정보를 수집했다. 걸음과 공부의 시간은 아마도 무작정 나섰던 걸음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었을 것이다. 2018년 영광에서 서울까지의 여정은 저자가 새로운 이정표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이 순간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성원기 교수)와 함께한 2018년 뜨거운 여름, 길 위에 나선 내 인생이 어느 한 방향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에 동참하고, 그사이 수많은 탈핵운동의 사건들을 찍고 기록으로 남겼다. 후쿠시마 인근지역을 방문하기도 하고, 상경 투쟁에 나선 지역주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몇 차례 소송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고, 주민들의 곁에 머물며 그들과 함께하기도 했다. 관찰자와 기록자의 자리에 머무를 수도 있었지만...
2023.12.11
그린 엑소더스 : 미래를 향한 교회의 도전 최근 체제전환연구소(System Change Lab)는 기후행동추적, 세계자원연구소 등의 연구단체와 함께 ‘2023년 기후행동보고서’(State of Climate Action 2023)를 발표했습니다. ‘2023년 기후행동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계의 기후행동이 적절한 방향과 속도로 가고 있는지를 전력, 건물, 산업, 운송, 산림 및 토지, 음식 및 농업, 금융, 탄소제거기술의 8가지 분야의 42개 지표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분석 결과는 평가된 42개 지표 가운데 ‘신규 자동차의 전기자동차 보급률’의 단 1개 지표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과 속도에 올라있고, ‘석탄발전 비중 감소, 건물운영 탄소집약도 감소,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 삼림 벌채율 감소’ 등의 30개의 지표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속도가 느리고, ‘화석연료 보조금, 개인 자동차 이용율 등’ 6개의 지표는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탄지대 복구 등’의 나머지 5개의 지표는 평가 데이터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볼 때,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열펌프, 전기 자동차 등 저탄소기술을 채택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목표이행의 올바른 방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속도가 ‘비참할 정도’로 부족한 비상 상황이라 엄청난 노력의 가속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2023년 기후행동보고서는 지난 10월은 ‘역사상 가장 더운 10월’이었고, 2023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발표와 함께, 1.5도 목표를 점검하는 '전 지구적 이행 점검'(Global Stocktake, GST)의 결론을 발표하게 될 11월 30일 두바이 유엔기후변화협약 제 28차 당사국총회(COP28)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사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모든 분야에서 파리협정의 1.5도 목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전 지구적 이행 점검의 과학적 결론을 이미 발표한 상태입니다. COP28에서는 이 과학적 결론을 토대로 '정치적 메시지'를 발표하게 될 텐데, 그동안 온실가스를 주로 배출한 쪽은 선진국이고 개도국이 기후위기에 입은 피해에 대한 지원은 적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개도국과, 과거부터 미래까지 배출량을 모두 고려해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도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이 메시지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의 선진국의 치열한 의견대립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개도국과 선진국 의견대립의 가장 첨예한 지점은 '손실과 피해 기금'의 조성과 운용 방법의 논의가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손실과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의 조성은 지난...
2023.11.24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는 김종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이 쓴 책이다. 무려 430쪽에 달하는 책인데다 저자인 김종철 선생이 평소 다양한 분야의 여러 책을 읽고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이쪽과 저쪽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사상가인 터라 읽기 만만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녹색평론과 수많은 강연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해온 작가인지라 낯설거나 난해하지는 않다. 저자는 현상을 다룰 때 본질에까지 파고들기 위해 역사를 이야기하고, 정치와 경제를 넘나들며, 외국의 다양한 자료를 찾아 읽고 인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저자가 인용하고 설명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의 강연을 들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김종철 선생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 흔한 프리젠테이션 자료 없이도 한두 시간 쭉 이야기를 이어가고,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화두로 던져 지겨울 틈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근대문명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고찰하고, 그가 꿈꾼 생태적인 문명이 어떤 것인지를 소개한 책이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다. 그간 편집인으로서 써왔던 녹색평론의 권두 에세이와 강연원고에서 발췌하여 묶어놓았다. 그리고 책이 다루고 있는 강연과 글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하여 2017년까지의 것으로 시대적 상황이 녹아있기도 하다. 이 책은 인간 공동체의 본래 모습을 유지하고 생태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특히나 농업과 협동조합의 이야기를 강조하는데 폭력적 자본주의로 인해 망가져버린 세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농촌과 농업, 그리고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리고 저자는 문명을 구분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이 문명과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대안적 문명으로 말이다. 책은 끊임없이 인간다움을 찾고, 물질의 순환을 통해 유지되던 본래의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큰 부와 권력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삶을 추구하라고 권한다. 착취나 폭력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적 성장이 아닌 자연이 주는 것에 만족한 삶을 꿈꾸라고 말이다. 그가 말하는 소박한 삶은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세상이다. 이 책의 마지막 단락인 ‘탈핵의 논리와 윤리’는 후쿠시마 핵사고가 터진 2011년에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당시 상황을 고민하고 문제의 본질을 지적하기 위해 애썼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핵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일본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고, 일이 이 지경이 된...
2023.07.17
기후위기 대응,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 나는 청년인 내 삶의 자리가 기후 위기 문제를 절박하게 받아들이게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들이 많은데, 어떤 미래를 상상하던 “기후위기”가 그 미래를 가로막았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다고 할 때도, 아이를 낳는다고 할 때도,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는 낭떠러지같이 느껴졌다. ‘기후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를 바라보면서 겪는 무력감, 죄책감, 불안, 우울 등의 감정과 마음의 상태를 ‘기후우울’이라 부른다. 지난해 6월 세계보건기구는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후위기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료 시민들의 안부를 묻고 싶다. 내가 환경단체에서 일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한데 이미 늦은 것 아니냐고 말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슬프다. 그 말 그대로 현실은 너무도 암울하기에. 환경운동단체에서 일하기를 선택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보았다. 티핑포인트 1.5℃를 막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할지라도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맞이하게 될 달라지는 지구환경과 그에 따른 고통과 아픔 혹은 죽음이 조금이나마 평등하고, 존엄해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다다랐다.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께 나는 대답하고 싶다. 늦었다고. 늦었지만 우리가 변화를 위한 노력을 멈춰야 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고. 그리스도인이라면 더더욱. 이미 우리 곁에 찾아온 기후위기 전 세계적으로 폭우와 폭염, 가뭄, 산불 등 기후재난이 나날이 더욱 빈번하게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단지 미래의 일이 아닌 바로 오늘날의 문제로 닥쳐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이 수백만 명에 이르고 있다. 국제 NGO 자국내난민감시센터(IDMC)에서 올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난민 수가 6090만 명에 이른다. 전년에 비해 6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작년 한 해 발생한 전체 난민 중 기후난민이 3260만명으로 전쟁 난민 2830만명 보다 많은 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계자연기금에서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50년이 채 안 되는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이 69%가량 감소했으며, 전 세계에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동식물이 약 100만 종에 이른다. 그리고 지구 온도가 상승할 때마다 그 위험성은 높아질 거라 경고한다. 지구에는 무려...
2023.07.12
2023년 7월 2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기도회> 설교문 바다도 그의 것이라 1오라 우리가 여호와께 노래하며 우리의 구원의 반석을 향하여 즐거이 외치자 2우리가 감사함으로 그 앞에 나아가며 시를 지어 즐거이 그를 노래하자 3여호와는 크신 하나님이시요 모든 신들보다 크신 왕이시기 때문이로다 4땅의 깊은 곳이 그의 손 안에 있으며 산들의 높은 곳도 그의 것이로다 5바다도 그의 것이라 그가 만드셨고 육지도 그의 손이 지으셨도다 (시 95:1-5) 기도회 개최 과정 및 현황 안녕하십니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기도회」에 참석하신 여러분 모두를 ‘생명’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오늘 이 기도회를 처음으로 제안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목사입니다. 지금 일본 대사관 앞에서 드리는 이 기도회에 여러 교회에서 많은 분이 참석하셨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같은 시간에 여러 지방에서 몇몇 교회가 연합으로, 또는 교회별로 주일 오후 예배 시간을 이용해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기도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기도회는 서울제일교회의 ‘루터회’라는 남신도회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하려고 하는데, 교회가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우리 교회가 구글 설문지를 만들어 돌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까지 총 140여 개의 교회와 단체가 동참해 주셨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다양한 교파에서 동참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들만이 아니라, 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 속한 예장(통합), 기감, 성공회, 복음교회만이 아니라,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합신), 예장(호헌), 기하성, 독립교단, 무소속 교회들까지도 참여했습니다. 또 설문지를 돌리면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진작에 반대 현수막을 교회밖에 내건 교회가 있었습니다. 한빛교회가 바로 그 교회입니다. 또 한빛교회를 따라서 한 교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단별로, 지역별로, 단체별로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인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무엇을 뜻합니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그 국민이 다니는 한국교회라면 어떤 교회든지 다 반대하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한국갤럽...
2023.07.01
기후위기, 우리에게는 희망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 기후위기 시대의 농촌교회의 준비와 대책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들어가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간, 기후시계 홈페이지(https://climateclock.world)는 지구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6년 64일 11시간 7분 57초’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6년 2개월 뒤, 그러니까 2029년 7월 중순 무렵이면 지구 표면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기후시계는 현재와 같이 인류가 연평균 420억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상황을 가정해서 지구평균기온의 상승이 1.5도에 이를 때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후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지구평균기온과의 상관관계를 정량화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2018년에 인천에서 개최된 IPCC 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고려할 때 지구평균기온의 상승을 1.5도 이하로 유지해야한다는 인천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고, 이후 과학자들은 지구평균기온의 상승을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20년부터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이 최대 4,000억 톤이라는 탄소예산(carbon budget)을 책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후시계는 현재 인류의 탄소예산이 고갈되는 시점을 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계기상기구(WMO)는 5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5년 뒤인 2027년까지 지구평균기온상승이 1.5도에 도달할 확률이 66%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기후위기의 현실은 기후시계가 보여주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에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 참담하고 아득한 현실을 우리가 인정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직도 기후위기가 좌파 환경단체가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만든 가짜뉴스라고, 혹은 시한부종말론의 임박한 종말의 징조로 믿고 있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이 글에서 나누려는 이야기는 농촌교회, 도시교회를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가 긴박한 위기상황에 처해있으니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야한다는 전제가 없이는 무척 현실성이 없는 꿈같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더 좋겠네요. 이 글은 기후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농촌교회와 도시교회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새로운 교회를 만들기 위한 전환의 여정을 꿈꾸는 이야기입니다. 어쩔 수 없이 십자가를 짊어졌더라도 이왕 짊어진 십자가이니 희망을 꿈꾸면서 힘차게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는 게 조금 더 멋지지 싶어서요. 기후위기,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제는 많은 분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깊은 이해를...
2023.05.31
제주에서 비자림로라고 불리던 삼나무 숲이 베어지던 때가 있었다. 그때 몇몇 사람들이 벌목 현장으로 향했다. 베어질 위기에 놓인 나무를 부둥켜안고 저항했고, 톱날을 막아내지는 못했으나 그들의 운동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사랑한 숲이에요” 거창한 구호나 당위가 아니라 그저 ‘사랑’이라고 했다. 삼나무 숲, 제주의 사람들에겐 봄철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소문 때문에 미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나무들의 군락이었다. 심지어 자생종도 아닌 산림녹화사업을 위해 가져다 심은 나무였다. 하지만 그런 나무에게도 어떤 이는 베어진 밑동에 돌을 올려 슬픔을 표하기도 했고, 나뭇집을 지어 그곳에서 농성을 시작한 이도 있었고, 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숲속에 사는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의 존재를 찾기 위해 숲 곳곳을 헤매는 이도 있었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사람들은 종종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용 대부분은 정보의 전달에 치중되어있다. 과학적 사실, 데이터가 전해주는 지구의 변화 시나리오는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몇 가지로 구분되긴 하지만 사실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도 우리가 사랑한 것들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세상을 그려주지는 않는다.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1.5℃ 상승 폭도 지구에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을 극심한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시나리오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기온상승 폭을 1.5℃로 막아내는 시나리오를 위한 전 지구적 노력 같은 것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노력한다고 하지만 자국의 이익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이제 이런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더불어 거대한 위험 앞에서 생겨난 막막함은 가슴을 짓누른다.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이라는 소설집은 소설가 김기창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세계관이 이어지는 연작 단편도 존재하고 아예 별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도 존재한다. 세 편의 연작 소설, ‘하이 피버 프로젝트’, ‘갈매기 그리고 유령과 함께한 하루’,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은 기후변화가 일어난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재난을 배제하기 위해 인간이 택한 ’돔시티‘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일종의 공상과학소설처럼 느껴질 테지만 소설집은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사랑의 문제에 천착한다. 기후위기라고 불리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 말이다. 소설이 말하는 것처럼 기후변화는 사랑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른바 ‘생태 비탄’, 자연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이들이 익숙했던 삶의 터전이 변해가거나 삶의...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