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대로 유전자를 편집하였으니' (Feat. 창세기 1:27)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김종우 방연상 송기원 이삼열 저, 동아시아, 2017년) > 서평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5월 26일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일부 개정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제 7조의 3항의 ‘사전검토’ 조항이다. ‘개발과정에서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아니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만든 경우, 최종 산물인 신규 유전자변형생물에 외래 유전자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 현대생명공학기술로 개발된 최종 유전자변형생물체가 기존의 전통육종 또는 자연돌연변이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과학적 사실이 제시된 경우’에는 기존의 규제 절차였던 위해성심사, 수입승인, 생산승인, 이용승인 절차를 면제 받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 유전자변형생물)의 승인 규제 완화이다. 특히 유전자가위기술을 사용한 GMO는 앞으로 GMO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란 생명체의 기본 구성단위인 유전자 수준에서부터 인위적인 설계, 합성을 통해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나 생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 생명공학 등의 학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그동안은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의 불확실성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의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2011년에 ‘DNA 혁명’ 이라고도 불리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기술’이 발견되면서 합성생물학의 정밀성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이후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없앤 돼지, 말라리아 유전자조작 모기가 만들어지고, 인간 배아에서 일부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편집 실험이 진행되기에 이른다. 유전자 편집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지적 호기심이 인간 행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언젠가 열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인류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바이오산업을 앞세운 산업자본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유전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양한 윤리적 논의와 생태적 안정성의 논의, 게다가 유전자 조작이 창조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종교적 논의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게다가 항상 기업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정부가 바이오산업 중흥을 위한 대규모 연구기금을 조성하고 실낱같은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Why not? 하지만 성찰 없는 과학과 배려 없는 정책이 섣불리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재앙과 고통이 쏟아져...
2021.07.12
얼마 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을 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의 핵종들을 제거했고, 남아있는 삼중수소(다핵종제거설비로 제거가 불가능함)는 희석하여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한국 내 수많은 곳으로부터 규탄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 내의 여론도 일본 정부의 발표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염수는 핵사고 이후 여전히 뜨거운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투입되는 냉각수를 일컫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핵연료가 뜨거운 상태로 존재한다는 말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녹아내린 핵연료가 식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바닷물을 가져다 붓는 일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얼마 전 체르노빌에서 새로운 핵분열 반응의 조짐이 보인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1986년 사고가 난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새로운 사고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미국 HBO가 만든 드라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핵사고 당시의 일들을 상세히 보여준다. 과학기술자들과 관료들의 뻔뻔스러움과 무능함이 불러온 재난이었다. 폭발로 인해 모든 연료가 녹아내린 핵발전소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저 30km 반경의 모든 이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전부였다. 시간이 지난 후 덮개를 만들어 덮었으나 그곳에서 새로운 핵분열 반응이 감지되었다는 것은 인류 최악의 핵사고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핵발전소를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의 핵발전소를 닫자고 하니 ‘소형모듈원자로’(SMR)이라는 것을 들고나와 오염도 없고, 사고위험도 없다며 선전을 하기 시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소형원자로를 기후 위기의 대안이라고 이야기한 이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소형모듈원자로’는 아직 상용화 된 기술이 아닐뿐더러 핵발전소의 크기를 줄여놓은 것일 뿐 핵발전소가 가진 모든 성격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비용적 측면에서는 기존 핵발전소에 비해 비싸다. 핵발전소가 기후위기의 대안이라는 주장은 탄소 배출량에만 국한된 이야기이다. 핵사고에 대한 위험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2020년 여름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소외전원상실’로 핵발전소가 긴급정지한 상황은 기후위기가 초래할 핵발전소의 위기를 미리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로 인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사용후 핵연료는 핵분열로 인해 다양한 전리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서 엄청난 독성물질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그 물질 중 어떤 것은 최소한 수 만...
2021.07.12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2018년 8월 1일, 홍천군엔 41℃의 폭염이 찾아왔다. 그날 서울은 39.6℃의 기온을 기록했다. 6월부터 찾아온 열대야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더위는 그해 4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는 간접요인을 제외하고 순전히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4,515명의 사람 중 사망자의 숫자를 추린 것이 48명이다. 폭염이나 한파와 같은 기온의 문제는 노년층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젊은층이라 할지라도 폭염에 장시간 옥외노동을 하는 경우도 온열 질환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20년 여름은 완전히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최장기간의 장마, 그로 인한 홍수 피해가 그것이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시기 길고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홍수가 발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되었고, 그 피해가 막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받았던 시간이었다. 거기에 기후의 위기가 불러온 이 고통은 사람들을 한층 더 힘들게 했다. 기후학자 조천호 박사는 폭염이나 한파, 긴 장마에 대해 한마디로 변해야 할 날씨가 변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메마른 날씨가 며칠간 지속이 되면 그게 가뭄이라는 재난으로 나타나고, 거기에 더위가 더해지면 폭염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시베리아의 기온 상승과 그로 인한 제트기류의 약화와 사행, 그로 인한 대기의 정체 현상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져 그로 인해 태양으로부터 들어온 에너지가 반사되어 우주로 방출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설명은 폭염과 한파, 그리고 기나긴 장마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지구에 수시로 생겨나는 폭우, 우박, 강풍, 번개, 눈보라를 품고 있는 적란운이 히로시마 핵폭탄의 10개에 맞먹는 에너지를 갖는다. 그렇다면 태풍은 어떨까? 태풍이 품고 있는 에너지는 나가사키 핵폭탄의 1만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무기조차 수시로 일어나는 자연현상에 비하면 무척이나 하찮은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공학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의 해결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폭염과 폭우, 장기간의 장마, 한파와 가뭄과 같은 문제가 우리의 손을 벗어나 있고,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할 때만 해결책이 보인다.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직면한 근원적인...
2021.06.25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시릴 디옹 저, 권지현 역, 갈라파고스, 2019년) > 서평 보통은 그렇다. 어떤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먼저 일인시위를 비롯한 각종 시위를 시작한다. 아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사람들이 청원에 동참하고, 모금을 하고, 지역별 운동 조직에 만들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SNS에 글을 올린다. 그 과정에서 동지와 투쟁의 대상이 선명하게 구분되고,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때로는 물리적인 힘겨루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연 우리는 과연 사회적 인식의 성장과 구조적 개선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대립과 갈등, 정치적 승패,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본과 권력을 움켜쥐어야 한다는 힘의 갈망만이 아닐까? 기후위기 문제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부터 2050년까지의 30년을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일 이 30년을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과 똑같이 탄소를 배출한다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은 6도를 넘어서게 되어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대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IPCC의 권고를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내외로 통제할 수 있어 최악의 생태적 파국은 모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절박함과 시급함 앞에서 기후운동은 여전히 일인시위와 모금, 청원, 캠페인, 집회라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기후운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실제적인, 총체적인, 그리고 신속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의 저자 시릴 디옹은 환경 다큐멘터리 ‘내일’을 제작한 영화감독이다. 저자는 현재의 기후위기 운동이 여전히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가치 지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때문에 저자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전하여 지구의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자체를 바꾸는 ‘문화 전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인 ‘선택 설계’를 바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대표적인 선택설계인 돈과 법,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것을 강조한다. 그가 예를 들고 있는 이야기들은 지역 공동체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이야기, ‘주민참여 예산’이나...
2021.06.03
이제는 녹색은총으로! 푸른 계절이 왔다. 나무는 가지마다 초록빛 반짝이는 이파리를 풍성히 내고, 논에는 파릇파릇한 어린 모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밭에는 어린 채소들이 자라고, 산과 들에는 온갖 풀꽃이 핀다. 겨울의 황량함을 이겨내고 가지각색의 꽃들로 물든 봄의 찬연함과는 다른 초록 생명력의 계절이다. 우리는 대가 없이 받는 선물을 ‘은총’이라고 부른다. 우리 기독교인이 값없이 받은 은총, 은혜라고 부르는 것은 주로 십자가의 은총, 즉 구원을 이루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은총을 일컫는다. 속죄를 통한 구원의 과정에서 베푸신 희생과 은총 말이다. 그런데 그 은총을 강조하다 보니 우리에게서 잊혀진 은총이 있다고 생태신학자들은 이야기한다. 바로 창조 세계를 통해 내려지는 은총이다. 숲과 산, 들판과 강, 바다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과 우리를 둘러싼 대기와 불어오는 바람, 내리는 비 마저도 우리는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으나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것들이다. 이런 은총을 생태신학자 제이 맥다니엘은 “녹색은총”이라 명명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은 2021년 세계 환경의 날의 주제를 생태계 복원(Ecosystem Restoration)으로 정했다. 우리는 여기서 생태계(Ecosystem)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지구는 사실상 기나긴 진화의 과정과 상호작용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체계를 만들어왔다. 인류를 포함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지구를 떠나서는 살 수 없고, 이 생태계가 아니라면 태어날 수도 없었던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인류 역시 이 생태계에 속해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인류는 지금의 생태계, 온화한 기후와 그로 인한 자연의 풍성한 선물을 통해 지금의 문명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 생태계가 지금은 인류로 인해 심각한 파괴를 경험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이 환경의 날의 주제로 복원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인류로 인해 생겨난 이 파괴를 어떻게든 되돌려놓지 못하면 인류 자체가 멸종의 위기에 처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생태계(Ecosystem)’는 ‘녹색은총’으로 바꾸어 말해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인류는 이 은총을 깊이 감사하고 지키며 살아왔다. 많은 이들이 인류가 처음부터 생태계 시스템을 망가뜨리며 살아온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은 특정한 몇몇 문명(가부장적이고 전체주의적이고, 폭력적이고, 권위주의적인)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인류는 은총을 누리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지키고 있었다. 땅을 착취하지 않는 농사를 지었고, 바다를 훼손하지 않는 어업을 했다. 강과 산을 파괴하는 일도 없었다. 초원과 사막에서 사는 이들도 나름의...
2021.05.26
바다가 다시 노래하기를!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 쓰레기섬이 있다. '북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구역(Great Pacific Garbage Patch·GPGP)'이라고 불리는 이 섬은 찰스 무어라는 사람에 의해 1997년 발견되었고, 크기가 무려 한반도의 7배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이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해변이나 강을 통해 쓰레기들이 바다로 모여들어 해류를 따라 한 곳에 모이고, 거대한 섬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근래 인간이 입는 옷의 태반인 폴리에스테르, 일종의 플라스틱으로 세탁만으로도 이미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우리는 바다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이 쓰레기섬 인근에서 잡힌 생물에게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되곤 한다. 플라스틱은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지만 대신 쪼개지고 갈라져 육안으로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크기가 되어 바다를 떠돈다. 바다생물들은 플랑크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다. 결국 돌고 돌아 인간의 밥상에 도착하고도 여전히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상태로 존재한다. 누군들 강과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한 조각이 이런 일을 만들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바다에 일어나는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간의 탐욕은 바다를 생명의 터전에서 욕망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타이거 새우를 양식하는 동남아 국가의 망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장의 슬러지로 인해 망가지고 있다. 망그로브 숲은 해양생물들의 보금자리다. 그 자체로 중요한 생태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탄소흡수저장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엄청난 크기의 망그로브 숲이 사라지고 있다. 개발에 대한 욕심과 새우 양식장으로 인해서 말이다. 망그로브 숲이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킨다. 해일이나 태풍을 막아줄 자연 방파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욕망의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물이 촘촘해지고, 어업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바다생물의 절대적인 숫자 자체가 줄어든다. 가끔씩 발생하는 선박 좌초나 침몰로 인한 원유 유출 사고는 인근 해양을 비롯해 해류를 따라 피해를 끼친다. 심지어 일본은 후쿠시마에서 핵연료를 식히는데 쓰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바다는 기후위기에서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탄소의 절반을 바다가 흡수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해수 온도 상승은 물론이고, 해수의 산성화가 일어난다. 해수 온도상승과 산성화는 수많은 바다생물의 터전인 산호초를 죽이는 결과를 불러왔다. 더 큰 문제는 바다가 언제까지 이 흡수를 지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기후학자들은 바다가 더이상 탄소를...
2021.04.28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 기후 정의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기후정의 - 희망과 절망의 갈림길에서> (한재각 저, 한티재, 2021년) > 서평 마을 사람들이 다함께 여행을 떠났다. 멋진 경치가 펼쳐진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최고급 코스요리를 시켜 배불리 음식을 먹었고, 어떤 사람들은 평범한 한 끼의 식사를 주문해 먹었고, 어떤 사람들은 간단히 빵 한조각과 음료수 한 잔으로 대충 요기를 했다. 밥값을 계산하는 시간, 최고급 코스요리를 시켜서 배불리 식사를 했던 사람들이 나서서 “우리는 다함께 여행을 왔으니 이제 밥값은 똑같이 나누어 냅시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게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인가? 그동안 서로 먹은 것이 다른데! 기후문제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해결방식이 바로 이렇다고 <기후정의>의 저자 한재각은 이야기한다. 기후문제가 심각하고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에 있어서는 각자의 상황에 따른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복귀 후 처음으로 진행된 기후정상회의에서도 기후위기의 해결방식을 주도하기 위한 각국 정상의 기선 싸움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에 대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밝혔고,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인류 공동의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서는 미국과 협력을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책임이 크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금 연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국가는 중국, 2위 국가는 미국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기 중 온실가스를 배출 누적 총량에 있어서는 미국이 1위이고, 중국은 유럽에 이은 3위이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으로는 중국 사람들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양은 미국 사람들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제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같이 줄여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더 많은 미국과 유럽이 온실가스 감축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쏟아내온 북반구의 선진 산업국가들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고 기후변화의 피해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반면에, 변변한 산업이 없어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저위도와 남반구의 저개발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 가뭄, 홍수, 대화재 등 온갖 기후재난으로 기후난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2021.04.28
탈핵, 정의와 생명,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부쳐 핵의 평화적 이용이란 없다. 1942년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살상 무기 개발계획이 시작되었다. 원자폭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살상 무기는 히로시마에서 15만 명 이상, 나가사키에서는 7만 명 이상을 죽였다(이때 일본에 체류 중이던 조선인들 중에도 사망자와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 핵무기 두 발에 전쟁은 끝이 났다. 피해도 피해이거니와 이미 핵무기라는 비대칭 전력이 등장한 이상 싸움에 승산이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순식간에 수많은 이들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든 엄청난 위력의 무기는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너도나도 핵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혹자는 3차 대전은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쟁 이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제목의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핵을 무기가 아닌 전기를 생산하는 일을 비롯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세계의 수 많은 국가들이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이를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 연설은 활용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이후 냉전체제로 돌입한 미국과 소련 외에도 수많은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냉전체제를 명분으로 미국과 소련 역시 더 많은 수의, 더 강력한 핵무기 보유를 위해 애써왔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말은 핵무기의 개발을 억제하지는 못했으나 오히려 다른 산업의 발전을 불러왔다. 바로 핵발전이었다. 핵무기와 핵발전은 핵분열 반응을 폭발적으로 일으키느냐 적당한 수준에서 통제하느냐의 차이를 가질 뿐 결국 핵분열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핵발전은 핵분열에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기껏 물을 끓여 증기로 만들어 터빈을 돌린다는 사실 때문에 평화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핵무기와 하등 다를 바 없이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들 발생시킨다. 지속적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처치 곤란한 독성 폐기물이 핵발전에서 발생한다. 게다가 그 독성 폐기물은 족히 10만 년은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핵발전소는 기체, 액체의 방사성 물질을 상시 방출하고 있다. 서울대 백도명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핵발전소 인근 여성 주민들에게서 유의미한 정도로 갑상선 암 발병율이 높게 나타났다. 갑상선 암은 방사선 피폭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질병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체르노빌이 있었고, 후쿠시마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핵’과 ‘평화’가 얼마나 상반되고 어울리지 않는...
2021.04.20
기후위기, 자본세 600년의 한계점 -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 (라즈 파텔, 제이슨 무어 저, 백우진, 이경숙 역, 북돋움, 2020년) > 서평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지난주에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강원도 홍천군 군청 청사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40여 명의 목회자들과 생명정의평화 예배를 드렸다. 강원도를 가로질러 건설될 예정인 송전탑 건설과 전기가 남았을 때 상부댐으로 물을 올려두었다가 전기가 모자랄 때 하부댐으로 물을 내려 발전을 하는 양수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홍천군 주민들과 함께하는 예배였다. 홍천군 지역 주민들이 송전탑과 양수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송전탑과 양수발전소가 오랜 시간 지역사회와 공유해온 미적, 생태적, 경제적 가치를 지닌 생태환경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송전탑과 양수발전소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를 추진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건설 반대는 건설비용이 상승하는 문제일 뿐이다. 아무리 지역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친다고 해도 기업은 사업 추진으로 이익이 발생하는 한 송전탑과 양수발전소 건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홍천 주민들의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예배의 자리에서 격려하고 위로할 수밖에.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는 이 일이 600년 전, 대서양의 섬 ‘일리야 다 마데이라’에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1419년에 포르투갈 사람들은 숲으로 빽빽한 마데이라 섬을 발견하고 섬의 나무를 베어 배를 건조했다. 사람들은 숲이 사라진 자리를 개간해 밀을 재배했다. 그런데 마데이라 밀 농장에 투자를 했던 사람들은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것이 밀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투자를 통해 마데이라를 설탕산업 기지로 만들었다. 설탕을 정제하기 위해서 마데이라의 숲의 나무를 연료로 사용했다. 설탕 1Kg을 얻기 위해서는 목재 50Kg이 소요되었기에 1530년이 되었을 때에는 숲으로 울창하던 마데이라의 나무란 나무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설탕산업을 지속하기위해 마데이라로 나무를 실어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사탕수수를 재배할 노동력과 설탕 정제를 위한 노동력을 얻기 위해 식민지에서 노예도 실어왔다. 머지않아 마데이라는 설탕산업보다 수익성이 좋은 노예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교회도 수익성 좋은 노예산업을 지지했다. 유럽의 백인 남성만이 하나님의 온전한 창조물이었고, 자연에 속한 존재인 여성과 식민지의 사람들을 지배하고 정복하여 교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나갔다. 자연과 노동, 여성과 유색인종, 식량과 연료를 비롯한 다른 생명체들은 모두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한 구조 속에서 ‘저렴한 것’(Cheap Things)이 되어야했다....
2021.04.06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자기 기만적 거짓말에 대처하기 위하여 신익상 (성공회대학교,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코로나19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엄청난 규모의 산불도 그렇고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때아닌 폭우와 홍수, 급격한 기온 하강과 상승, 태풍과 맞먹는 강풍과 미세먼지의 습격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자연의 움직임이 인류 문명의 위엄을 밑바닥에서 흔들고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주요 원인이었다. 극도로 건조해진 대기와 강풍, 최고 47℃까지 치솟은 높은 기온은 3일간 거의 쉬지 않고 내리친 1만 2천여 회의 번개와 함께 끔찍한 불놀이를 만들어냈다. 동시에 20여 군데에서 산불이 시작됐고, 서울 면적의 5배 이상 되는 면적을 휩쓸었다. 코로나19로 고통을 받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미국 국민의 고통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2021년 2월에는 미국 남부 텍사스에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한파가 들이닥쳤다. 겨울철 평균 기온이 0℃ 이상 상회하던 곳에 영하 22℃에 달하는 한파는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했다. 한파에 대비되지 않은 시설들은 이 온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시설의 마비다. 이로 인해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었으나 난방 등을 위한 수요는 10,000% 상승하면서 곳곳에서 전기가 끊겼다. 밀폐된 공간에서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난방하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생명을 잃는 사례도 발생했고, 극심한 사재기 현상으로 가난한 이들을 중심으로 물자 부족이 심화했다. 이 모든 일은 왜 일어난 것일까?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지구온난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인류 때문이다. 인간이 원인이 된 기후변화가 결국 지구적인 차원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끝을 모르고 경제 성장을 이루려는 탐욕이 제도화되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와 동시에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거리가 좁혀져서 코로나19와 같은 인수 공통 감염병이 늘어난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 할수록 이제는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영구동토층에 잠들어 있던 예측 불가능한 바이러스들도 합세하게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해양과 육지 간 온도 차를 더욱 벌려 대기 불안정을 심화하고 시도 때도 없이 엄청난 강풍이 일어나게 할 것이다. 증가한 온도만큼 지구에 쌓이는 에너지 대부분은 해양에 녹아 들어가면서 바다를 산성화하고 산호초를 기반으로 하는 해양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인간의...
2021.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