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그린 엑소더스(Green Exodus) :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을 위한 한국교회의 여정 제1편 : 그린 엑소더스, 생태적 전환을 향한 여정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문명과 기후 고고학적인 발견에 의하면 인류가 소위 문명을 형성한 것은 기원전 10,000년 이후의 일이다. 세계 4대 문명이라고 하는 메소포타미아, 황하, 이집트,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6,500년에서 기원전 3,000년 무렵에 강을 이용한 관개농업이 가능해지면서 번영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왜 인류는 기원전 10,000년 이전에는 문명을 이루지 못했을까? 지질학은 그 이유를 기원전 10,000년이 되어서야 258만년 가량 계속되었던 빙하기(Ice age),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가 끝나고 비로써 온화한 기후의 ‘홀로세’(Holocene)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10,000년 이전의 유라시아 대륙은 두껍게 얼음이 쌓여있어 사람들이 문명을 이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기원전 6,000년 무렵 고온다습한 ‘홀로세 기후 최적기’를 거치고 나서야 현재와 같은 생태환경이 만들어졌다. 인류의 문명이란 온화한 날씨라는 기후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비로써 존재하게 된 것이다. 문명의 탄생 이후로도 기후는 인류 문명의 흥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이어진 소빙기(little ice age)에는 식량생산 감소로 인한 인구감소와 집단적 이주가 발생했다. 특히 몽골 초원에 닥친 추위는 칭기즈 칸의 몽골제국 건설의 동력이 되어 유럽 문명의 민족대이동으로 인한 연쇄적 흥망을 연출했다. 또한 이 시기에 유럽에 패스트 팬데믹이 발생했던 것 역시 식량 확보를 위해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빈번해졌기 때문이었다. 기후변화, 그리고 기후위기 지난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보고서의 일부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 분명하고, 현재대로라면 불과 10여 년 후에는 세계 평균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 극지방의 빙하가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이며, 생태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게 될 것이고, 인류는 극한의 폭염, 가뭄, 홍수, 화재, 한파를 더 자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UN난민기구에서는 지금도 기후적 요인으로 인한 난민, 기후난민 발생이 해마다 2,500만 명을 넘어 전쟁으로 인한 난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불과 수년 안에 기후난민은 억 단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현재 지구 생태계와 인류 문명에 가장 심각하고도 급박한 위기를 발생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2021.08.28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 우리나라 폐기물의 현황과 교회의 역할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지난 주 인천 서구와 전남 해남에 있는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해마다 환경선교에 앞장서온 교회들을 ‘올해의 녹색교회’로 선정하고 있는데, 2021년 올해의 녹색교회로 추천을 받은 교회들을 방문하는 자리였습니다. 인천의 교회는 코로나19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교회 안에 ‘제로 웨이스트 샵’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샵(Zero Waste Shop)’은 포장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품의 내용품만을 판매하는 가게입니다. 담임 목사님은 인천 서구지역은 수도권지역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 곳이라, 지역 주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쓰레기 문제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그렇게 시작된 관심으로 교회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 샵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남의 교회는 오래전부터 초록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초록가게가 지역사회에서 많이 알려져서 초록가게를 중심으로 노인과 청소년, 이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서울과 인근 교회에서 안 입는 옷들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초록가게를 운영하면서 담임 목사님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너무 멀쩡한 물건들이 마구 버려지는 현실에 애를 태우셨습니다. 갈 곳 없는 쓰레기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장바구니 하나에 담길 물건들이 이중, 삼중의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으로 부풀려져서, 배송박스 한가득 쓰레기를 남깁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 배송 소비의 증가로 일회용 플라스틱과 포장 용기들이 터무니없이 늘어나버렸습니다. 쓰레기들은 스스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애를 써서 처리하지 않는다면 쓰레기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곁에 머물러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쓰레기의 발생은 계속 증가하는데 반해 이제 기존의 매립과 소각 처리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매립지들은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섰고, 새로운 소각장 건설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있습니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지난 2018년 중국 정부가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보다 더 심각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쓰레기의 처리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여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실제적인 탄소배출이 없도록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역시 큰 폭으로 감축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최근 우리나라의 쓰레기 발생 현황을 살펴볼까요? 쓰레기의...
2021.08.19
나무처럼 살고 싶다 <다시, 나무를 보다> 신준환 글 사진, 알에이치코리아, 2014년, 서평 무더위. 철없는 에어컨이 있기 전, 사람들은 나무를 찾았다. 지친 사람들은 나무에 기대어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나무는 크고 높고 때로는 거룩했기에 나무 아래의 사람들은 평화로웠다. 밤의 나무 아래는 멀티플렉스였다. 할머니의 쌈지 속에 감춰져있던 오랜 이야기가, 서로의 마음에만 새겨야만했던 애틋한 사랑이, 걸쭉한 막걸리로 풀어낸 미움과 설움이 나무 아래에서 하염없이 이어질 때, 나무는 슬며시 달과 별을 붙들어주었다. 역사, 문화, 문명, 종교 거창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기 훨씬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나무는 그대로 나의 존재의 일부였다. 우리는 늘 나무를 보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나무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불안하고, 외롭고, 허전하며, 아프다. 다시, 나무를 볼 시간이다. ‘다시, 나무를 보다’는 나무에 대한 책이다. 저자 신준환은 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에서 평생을 나무와 함께한 나무와 숲을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1992년 리우 국제환경회의에서부터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이 어렵사리 체결되는 과정을 한국 정부의 대표로 참여했다. 그는 기후위기 속에서 장차 나무가 겪어야 할 운명을 누구보다 먼저 깨달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존재의 수난의 예언을 신탁받은 이의 운명이란. 이 책은 30여 년을 오직 나무만을 연구해온 저자가 나무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넘어서 나무에 대한 경이와 신비, 존중을 한 문장 한 문장 가슴으로 새겨낸 거룩한 책이다. 군말이 더 필요 없다. 이 책의 평범한 글 몇을 옮겨본다. “나무가 죽는다고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죽는다고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아지고 더 깊어진다.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수많은 밀알로 자랄 수 없듯이 나 하나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가슴 깊이 새겨진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충격을 주며 가슴 속에 새로운 무늬를 새긴다. 가시같은 미움을 받으며 살았다고 해도 좋다. 스스로 양심에 거리끼지만 않게 마지막을 정리하고 죽는다면, 자신이 죽은 후 그 가시는 그 사람의 가슴에 서서히 진주를 영글게 할 것이다.” (99쪽,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숲은 우주에 피어오르는 안개이다. 나를 감추고 다시 나를 나타나게 해주는, 자신이 변함으로써 시시각각 나를 다르게 보여주는 안개. 숲에 난 길은 나를 울려내는 소리이다. 숲에 있는 온갖 길이 다 소리이다. 벌레가 기어가는 길,...
2021.07.30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대로 유전자를 편집하였으니' (Feat. 창세기 1:27)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김종우 방연상 송기원 이삼열 저, 동아시아, 2017년) > 서평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5월 26일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일부 개정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제 7조의 3항의 ‘사전검토’ 조항이다. ‘개발과정에서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아니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만든 경우, 최종 산물인 신규 유전자변형생물에 외래 유전자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 현대생명공학기술로 개발된 최종 유전자변형생물체가 기존의 전통육종 또는 자연돌연변이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과학적 사실이 제시된 경우’에는 기존의 규제 절차였던 위해성심사, 수입승인, 생산승인, 이용승인 절차를 면제 받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 유전자변형생물)의 승인 규제 완화이다. 특히 유전자가위기술을 사용한 GMO는 앞으로 GMO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란 생명체의 기본 구성단위인 유전자 수준에서부터 인위적인 설계, 합성을 통해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나 생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 생명공학 등의 학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그동안은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의 불확실성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의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2011년에 ‘DNA 혁명’ 이라고도 불리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기술’이 발견되면서 합성생물학의 정밀성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이후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없앤 돼지, 말라리아 유전자조작 모기가 만들어지고, 인간 배아에서 일부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편집 실험이 진행되기에 이른다. 유전자 편집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지적 호기심이 인간 행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언젠가 열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인류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바이오산업을 앞세운 산업자본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유전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양한 윤리적 논의와 생태적 안정성의 논의, 게다가 유전자 조작이 창조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종교적 논의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게다가 항상 기업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정부가 바이오산업 중흥을 위한 대규모 연구기금을 조성하고 실낱같은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Why not? 하지만 성찰 없는 과학과 배려 없는 정책이 섣불리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재앙과 고통이 쏟아져...
2021.07.12
얼마 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을 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의 핵종들을 제거했고, 남아있는 삼중수소(다핵종제거설비로 제거가 불가능함)는 희석하여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한국 내 수많은 곳으로부터 규탄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 내의 여론도 일본 정부의 발표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염수는 핵사고 이후 여전히 뜨거운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투입되는 냉각수를 일컫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핵연료가 뜨거운 상태로 존재한다는 말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녹아내린 핵연료가 식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바닷물을 가져다 붓는 일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얼마 전 체르노빌에서 새로운 핵분열 반응의 조짐이 보인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1986년 사고가 난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새로운 사고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미국 HBO가 만든 드라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핵사고 당시의 일들을 상세히 보여준다. 과학기술자들과 관료들의 뻔뻔스러움과 무능함이 불러온 재난이었다. 폭발로 인해 모든 연료가 녹아내린 핵발전소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저 30km 반경의 모든 이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전부였다. 시간이 지난 후 덮개를 만들어 덮었으나 그곳에서 새로운 핵분열 반응이 감지되었다는 것은 인류 최악의 핵사고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핵발전소를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의 핵발전소를 닫자고 하니 ‘소형모듈원자로’(SMR)이라는 것을 들고나와 오염도 없고, 사고위험도 없다며 선전을 하기 시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소형원자로를 기후 위기의 대안이라고 이야기한 이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소형모듈원자로’는 아직 상용화 된 기술이 아닐뿐더러 핵발전소의 크기를 줄여놓은 것일 뿐 핵발전소가 가진 모든 성격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비용적 측면에서는 기존 핵발전소에 비해 비싸다. 핵발전소가 기후위기의 대안이라는 주장은 탄소 배출량에만 국한된 이야기이다. 핵사고에 대한 위험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2020년 여름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소외전원상실’로 핵발전소가 긴급정지한 상황은 기후위기가 초래할 핵발전소의 위기를 미리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로 인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사용후 핵연료는 핵분열로 인해 다양한 전리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서 엄청난 독성물질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그 물질 중 어떤 것은 최소한 수 만...
2021.07.12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2018년 8월 1일, 홍천군엔 41℃의 폭염이 찾아왔다. 그날 서울은 39.6℃의 기온을 기록했다. 6월부터 찾아온 열대야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더위는 그해 4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는 간접요인을 제외하고 순전히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 4,515명의 사람 중 사망자의 숫자를 추린 것이 48명이다. 폭염이나 한파와 같은 기온의 문제는 노년층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젊은층이라 할지라도 폭염에 장시간 옥외노동을 하는 경우도 온열 질환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20년 여름은 완전히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최장기간의 장마, 그로 인한 홍수 피해가 그것이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시기 길고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홍수가 발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되었고, 그 피해가 막심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받았던 시간이었다. 거기에 기후의 위기가 불러온 이 고통은 사람들을 한층 더 힘들게 했다. 기후학자 조천호 박사는 폭염이나 한파, 긴 장마에 대해 한마디로 변해야 할 날씨가 변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메마른 날씨가 며칠간 지속이 되면 그게 가뭄이라는 재난으로 나타나고, 거기에 더위가 더해지면 폭염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시베리아의 기온 상승과 그로 인한 제트기류의 약화와 사행, 그로 인한 대기의 정체 현상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기 중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져 그로 인해 태양으로부터 들어온 에너지가 반사되어 우주로 방출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설명은 폭염과 한파, 그리고 기나긴 장마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지구에 수시로 생겨나는 폭우, 우박, 강풍, 번개, 눈보라를 품고 있는 적란운이 히로시마 핵폭탄의 10개에 맞먹는 에너지를 갖는다. 그렇다면 태풍은 어떨까? 태풍이 품고 있는 에너지는 나가사키 핵폭탄의 1만 배에 달한다고 한다.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무기조차 수시로 일어나는 자연현상에 비하면 무척이나 하찮은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공학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의 해결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폭염과 폭우, 장기간의 장마, 한파와 가뭄과 같은 문제가 우리의 손을 벗어나 있고,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인정할 때만 해결책이 보인다.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직면한 근원적인...
2021.06.25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 (시릴 디옹 저, 권지현 역, 갈라파고스, 2019년) > 서평 보통은 그렇다. 어떤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먼저 일인시위를 비롯한 각종 시위를 시작한다. 아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사람들이 청원에 동참하고, 모금을 하고, 지역별 운동 조직에 만들고,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SNS에 글을 올린다. 그 과정에서 동지와 투쟁의 대상이 선명하게 구분되고,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다가, 때로는 물리적인 힘겨루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연 우리는 과연 사회적 인식의 성장과 구조적 개선을 이루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대립과 갈등, 정치적 승패,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본과 권력을 움켜쥐어야 한다는 힘의 갈망만이 아닐까? 기후위기 문제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금부터 2050년까지의 30년을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일 이 30년을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과 똑같이 탄소를 배출한다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은 6도를 넘어서게 되어 인류와 지구 생태계의 대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IPCC의 권고를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내외로 통제할 수 있어 최악의 생태적 파국은 모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절박함과 시급함 앞에서 기후운동은 여전히 일인시위와 모금, 청원, 캠페인, 집회라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기후운동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실제적인, 총체적인, 그리고 신속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작은 행성을 위한 몇 가지 혁명>의 저자 시릴 디옹은 환경 다큐멘터리 ‘내일’을 제작한 영화감독이다. 저자는 현재의 기후위기 운동이 여전히 추상적이고 지나치게 가치 지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때문에 저자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전하여 지구의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자체를 바꾸는 ‘문화 전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환경인 ‘선택 설계’를 바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대표적인 선택설계인 돈과 법, 그리고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것을 강조한다. 그가 예를 들고 있는 이야기들은 지역 공동체에 기반을 둔 ‘사회적 경제’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이야기, ‘주민참여 예산’이나...
2021.06.03
이제는 녹색은총으로! 푸른 계절이 왔다. 나무는 가지마다 초록빛 반짝이는 이파리를 풍성히 내고, 논에는 파릇파릇한 어린 모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밭에는 어린 채소들이 자라고, 산과 들에는 온갖 풀꽃이 핀다. 겨울의 황량함을 이겨내고 가지각색의 꽃들로 물든 봄의 찬연함과는 다른 초록 생명력의 계절이다. 우리는 대가 없이 받는 선물을 ‘은총’이라고 부른다. 우리 기독교인이 값없이 받은 은총, 은혜라고 부르는 것은 주로 십자가의 은총, 즉 구원을 이루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은총을 일컫는다. 속죄를 통한 구원의 과정에서 베푸신 희생과 은총 말이다. 그런데 그 은총을 강조하다 보니 우리에게서 잊혀진 은총이 있다고 생태신학자들은 이야기한다. 바로 창조 세계를 통해 내려지는 은총이다. 숲과 산, 들판과 강, 바다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과 우리를 둘러싼 대기와 불어오는 바람, 내리는 비 마저도 우리는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으나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것들이다. 이런 은총을 생태신학자 제이 맥다니엘은 “녹색은총”이라 명명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은 2021년 세계 환경의 날의 주제를 생태계 복원(Ecosystem Restoration)으로 정했다. 우리는 여기서 생태계(Ecosystem)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지구는 사실상 기나긴 진화의 과정과 상호작용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체계를 만들어왔다. 인류를 포함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지구를 떠나서는 살 수 없고, 이 생태계가 아니라면 태어날 수도 없었던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인류 역시 이 생태계에 속해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인류는 지금의 생태계, 온화한 기후와 그로 인한 자연의 풍성한 선물을 통해 지금의 문명을 이룩했다. 하지만 이 생태계가 지금은 인류로 인해 심각한 파괴를 경험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이 환경의 날의 주제로 복원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인류로 인해 생겨난 이 파괴를 어떻게든 되돌려놓지 못하면 인류 자체가 멸종의 위기에 처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생태계(Ecosystem)’는 ‘녹색은총’으로 바꾸어 말해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인류는 이 은총을 깊이 감사하고 지키며 살아왔다. 많은 이들이 인류가 처음부터 생태계 시스템을 망가뜨리며 살아온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은 특정한 몇몇 문명(가부장적이고 전체주의적이고, 폭력적이고, 권위주의적인)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인류는 은총을 누리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지키고 있었다. 땅을 착취하지 않는 농사를 지었고, 바다를 훼손하지 않는 어업을 했다. 강과 산을 파괴하는 일도 없었다. 초원과 사막에서 사는 이들도 나름의...
2021.05.26
바다가 다시 노래하기를!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 쓰레기섬이 있다. '북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구역(Great Pacific Garbage Patch·GPGP)'이라고 불리는 이 섬은 찰스 무어라는 사람에 의해 1997년 발견되었고, 크기가 무려 한반도의 7배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이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해변이나 강을 통해 쓰레기들이 바다로 모여들어 해류를 따라 한 곳에 모이고, 거대한 섬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근래 인간이 입는 옷의 태반인 폴리에스테르, 일종의 플라스틱으로 세탁만으로도 이미 수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우리는 바다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이 쓰레기섬 인근에서 잡힌 생물에게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되곤 한다. 플라스틱은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지만 대신 쪼개지고 갈라져 육안으로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크기가 되어 바다를 떠돈다. 바다생물들은 플랑크톤과 구분이 되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다. 결국 돌고 돌아 인간의 밥상에 도착하고도 여전히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상태로 존재한다. 누군들 강과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한 조각이 이런 일을 만들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바다에 일어나는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간의 탐욕은 바다를 생명의 터전에서 욕망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타이거 새우를 양식하는 동남아 국가의 망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장의 슬러지로 인해 망가지고 있다. 망그로브 숲은 해양생물들의 보금자리다. 그 자체로 중요한 생태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탄소흡수저장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엄청난 크기의 망그로브 숲이 사라지고 있다. 개발에 대한 욕심과 새우 양식장으로 인해서 말이다. 망그로브 숲이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피해를 발생시킨다. 해일이나 태풍을 막아줄 자연 방파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욕망의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물이 촘촘해지고, 어업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바다생물의 절대적인 숫자 자체가 줄어든다. 가끔씩 발생하는 선박 좌초나 침몰로 인한 원유 유출 사고는 인근 해양을 비롯해 해류를 따라 피해를 끼친다. 심지어 일본은 후쿠시마에서 핵연료를 식히는데 쓰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바다는 기후위기에서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탄소의 절반을 바다가 흡수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해수 온도 상승은 물론이고, 해수의 산성화가 일어난다. 해수 온도상승과 산성화는 수많은 바다생물의 터전인 산호초를 죽이는 결과를 불러왔다. 더 큰 문제는 바다가 언제까지 이 흡수를 지속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기후학자들은 바다가 더이상 탄소를...
2021.04.28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 기후 정의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기후정의 - 희망과 절망의 갈림길에서> (한재각 저, 한티재, 2021년) > 서평 마을 사람들이 다함께 여행을 떠났다. 멋진 경치가 펼쳐진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최고급 코스요리를 시켜 배불리 음식을 먹었고, 어떤 사람들은 평범한 한 끼의 식사를 주문해 먹었고, 어떤 사람들은 간단히 빵 한조각과 음료수 한 잔으로 대충 요기를 했다. 밥값을 계산하는 시간, 최고급 코스요리를 시켜서 배불리 식사를 했던 사람들이 나서서 “우리는 다함께 여행을 왔으니 이제 밥값은 똑같이 나누어 냅시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게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인가? 그동안 서로 먹은 것이 다른데! 기후문제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해결방식이 바로 이렇다고 <기후정의>의 저자 한재각은 이야기한다. 기후문제가 심각하고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에 있어서는 각자의 상황에 따른 다양한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복귀 후 처음으로 진행된 기후정상회의에서도 기후위기의 해결방식을 주도하기 위한 각국 정상의 기선 싸움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에 대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밝혔고,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인류 공동의 문제인 기후변화 문제 대응에서는 미국과 협력을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책임이 크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금 연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국가는 중국, 2위 국가는 미국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기 중 온실가스를 배출 누적 총량에 있어서는 미국이 1위이고, 중국은 유럽에 이은 3위이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으로는 중국 사람들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양은 미국 사람들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제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다같이 줄여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더 많은 미국과 유럽이 온실가스 감축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쏟아내온 북반구의 선진 산업국가들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고 기후변화의 피해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반면에, 변변한 산업이 없어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저위도와 남반구의 저개발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 가뭄, 홍수, 대화재 등 온갖 기후재난으로 기후난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심각한...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