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성서의 가르침과 전통   창조세계와 인간 창세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세계이고, 창조세계와 그 안에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 역시 하나님께서 지으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만드신 창조세계는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풍요롭고, 상호의존적이며, 온전한(integrity) 세계였다. 때문에 창조세계는 경외와 감탄, 감격, 그리고 신비로 가득한 공간이다. 창세기 1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먼저 바다와 땅의 풀과 나무, 물고기, 새, 짐승을 각각의 종류대로 만드시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들을 다스리도록 인간을 만드신다. 성서는 창조세계에서 인간의 본원적 사명이 창조세계의 다양한 생명을 다스리는 일, 창조세계를 맡아서 돌보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성서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하나님의 지극한 관심이 창조세계의 모든 생명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창세기 9장의 하나님께서 대홍수로 많은 생명들이 사라진 것을 후회하시며 다시는 홍수로 생명을 멸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무지개를 보여주신 이야기, 요나서 4장의 하나님께서 니느웨 성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짐승들의 생명을 아끼고 계시며 생명을 우선하지 않고 니느웨 성의 멸망을 바라는 선지자 요나의 이야기 등에서 하나님께서는 창조세계가 당신이 창조하신 인간과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 여기고 계시며, 인간들이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감당하고 있지 않음을 안타까워하신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는 예레미야서 12장의 이야기처럼 창조세계에서의 본원적 사명을 잊고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인간들의 죄악으로 인해 생명들이 씨가 마르는 참혹한 멸종이 매 순간 일어나고 있다. 성서는 가장 먼서 하나님의 창조세계와 그 안의 인간의 자리를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자신의 죄악을 참회하고 다시 창조세계를 맡아 돌보라고 하신 하나님의 뜻으로 돌아와야 함을 무엇보다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 창세기 11장은 사람들이 도시와 꼭대기가 하늘에 닿을 높은 탑을 쌓은 이야기를 전한다. 하나님의 뜻을 떠난 인간들은 집단생활을 통해 문명을 이루고, 땅을 떠나 하늘에 닿을 수 있는 문명을 성장시키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바벨탑 이야기는 도시와 높은 탑으로 상징되는 인간 문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은 도시와 높은 탑을 쌓기 위해 돌 대신 단단한 벽돌을 빚어서 굽고, 벽돌을 고정할 흙 대신 역청을 사용하기로 한다. 역청은 타르와 같이 자연 상태로 발견되는 탄화수소화합물, 즉 정제되지 않은 석유다. 도시와 높은 탑을 쌓기 위해서는 자연 상태...
2022.11.25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세계교회협의회 11차 총회 활동 보고 사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세계교회협의회 11차 총회 활동을 준비하며, 기후위기 상황에서 1인당 약 3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는 독일 총회 현장 방문 활동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생태환경운동 단체로서, 세계교회가 기후위기라는 종말의 현실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실제적으로 세계 교회가 기후위기에 어떤 대응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총회 현장의 느낌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총회 현장 활동을 결정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1) 세계교회의 기후위기, 생태정의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고, 2) 한국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생태환경선교를 세계교회에 알리고, 3) 세계교회의 관련 기관, 단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의 사전 논의를 통해 한국기독교회협의회의 평화캠페인 홍보 부스의 공간 일부를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사용하기로 하고, 3명의 사무국 활동가와 1명의 회원 참가자가 총회에 참가자 자격으로 등록을 하여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부룬넨 부스에서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진행 중인 기후위기대응 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사업인 몽골 은총의 숲을 집중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몽골 은총의 숲 조성 사업은 한국교회가 기후재난국가인 몽골에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되어 30년 동안 숲을 조성하여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장기적인 생태환경 선교사업입니다. 현재 1단계 숲 조성의 기반이 마무리되었고, 2단계 숲 조성과 지역사회의 생태환경교육 활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3단계 숲을 기반으로 한 생태공동체 수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창조세계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몽골 은총의 숲 사업을 세계교회에 알리기 위한 홍보 자료를 준비하고, 기후위기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한다는 내용의 인증샷 캠페인을 부스활동으로 진행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부스를 방문한 분들은 교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하며, 한국교회가 기후위기 대응으로 숲 조성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다른 단체들의 부스활동과 네트워크 존에서 진행된 세계교회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돌아보며 해외 교회들의 기후위기 대응 사업들도 일부 공유할 수 있었는데, 특히 어린이를 위한 교회 - 기후책임금융 캠페인, 삭개오 세금 운동과 지속가능개발목표 성경공부교재가 무척 인상적이었고, 한국교회에서도 이러한 내용의 활동이 진행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이번 총회를 통해 액츠 얼라이언스 같은 단체들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이 아주 전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이러한 해외 네트워크와의 관계를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9월 2일에는 부룬넨 광장에서 청년들이 주도하는 “Friday...
2022.11.14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람들 -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 방문기   WCC총회가 시작된지 4일차인 9월 3일(토)에 기독교환경운동연대 WCC참가팀은 한국에서 출발 전에도 한껏 기대를 품고 있었던 독일의 ‘생태도시’, ‘환경수도’, ‘태양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프라이부르크에 방문하게 되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이름을 걸고 독일을 방문한 이상 프라이부르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에 미리 한국에서 출발 전 방문일정을 잡아놓았었고, 프라이부르크 가이드(환경법을 전공하신 한국인)도 신청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1970년대 초 프라이부르크 인근 지역에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될 예정이었는데 주민들의 반핵운동으로 다행히 핵발전소 건설계획이 철회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관심과 더불어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고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생태와 환경이 정치 의제에서도 빠지지 않았으며 1980년대 독일 최초로 환경국이 설립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시작으로 프라이부르크는 1986년에 '에너지 자립' 도시를 선언하였고 3가지의 주요 에너지 정책을 펼쳐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첫째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 둘째 신기술을 사용하는 것, 셋째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2002년에는 녹색당 출신 시장이 배출되었으며,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시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지역의 정서뿐만 아니라 정책 또한 친환경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프라이부르크 중심가를 가니 신기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길가에 만들어져 있는 수로였다. 이 수로는 시내 골목마다 연결되어 있었고 ‘베히레(Bachle)’라고 부르며 온도와 습도를 조절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총 길이가 8.9km, 노출되어 있는 구간이 5.1km, 폭은 30cm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수로가 중심가 전체를 연결하고 있는 듯한 모습과 더불어 곳곳에 자리 잡은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태도시라 불리는데 한몫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우리가 그곳에 방문했을 때에는 가뭄이 지속된 상황 때문에 물이 없는 수로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자동차 대중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1970년대에 뮌스터 대성당을 중심으로 반경 1.5㎞ 지역인 옛 도심 내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고 보행자 전용 공간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전거 사용률을 높이고자 자전거 주차장인 ‘모빌레’를 건축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를 건설하였고 트램을 이동수단으로 설치하였다. 프라이부르크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단연 ‘보봉(Vauban)’마을이었다. 보봉은 프랑스이름인데 17세기엔 프랑스령이었던 접경지역이었으며 군사기지였다고 한다. 전쟁이...
2022.11.03
간절히 바라옵건데, 이주 <원전 마을>, 김우창 지음, 경주환경운동연합 기획, 한티재, 2022 월성 핵발전소가 뉴스에 나왔다. 화면에선 콘크리트 구조물에 균열이 생겨서 물이 새어나오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기자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에서 물이 새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 그건 새면 안되는데……’ 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지하수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고, 원인을 찾아가다 보니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에 차수막이 깨지고, 콘크리트 자체에도 균열이 생겨 물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용후 핵연료는 말 그대로 핵발전에 사용된 핵연료이다. 발전에 사용할 만큼의 열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열을 내는 물건인데다 핵분열이 지속되기 때문에 물속에 넣어서 열기를 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용후 핵연료는 핵분열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하고 강력한 방사성 물질들을 갖고 있다. 방사성 물질은 세포를 파괴하고 변형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그런 방사성 물질이 다량 포함된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가 균열이 생긴 것이고, 물이 새어나가고 있었다는 말이다. 한수원은 이 물이 핵발전소 지하에 고이 모여있을 뿐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이 검증된 바는 없었다.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아파하는 이들이 있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모두의 소변에서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이들 말이다. 자신들이 숨 쉬는 공기, 먹는 물, 직접 기른 채소,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은 동네, 나아리의 주민들이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이주를 요청하며 싸워오고 있었다. 정부는 핵발전소가 유해하다는 사실을 숨긴다. 방사성 물질에 기준치를 정해두고, 기준치 미달을 이유로 보상조차 하지 않는다.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핵발전소로 인해 받는 돈이 있지만 이는 보상금이나 배상금이 아니라 지원금이다. 마을엔 가족력도 없는 갑상선 암으로 인해 갑상선을 떼어내고 평생 약을 달고 살지 않으면 안되는 이들이 꽤나 많지만 갑상선 암과 핵발전소의 인과를 인정받지 못해 이주도, 보상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들의 삶을 알기 위해 저자 김우창은 8개월을 그곳에 내려가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주민들의 집회에도 참여하며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책이 다루고 있는 <원전 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옛 지명으론 ‘월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다. 마을 입구엔 문무대왕이 묻혔다는 전설이 깃든 대왕암이 있다. 마을로 들어가 바닷가로 조금만 걸어가면 작은 돌들이 가득한 해변이 있고, 코 앞에 핵발전소가 보인다. 주민들은 대를 이어 그곳에 살기도 했고, 이주하여 그곳에...
2022.11.02
세계교회 그리고 한국교회, 기후위기대응을 위해 가야할 길 - WCC 11차 총회, 기후정의시위에 연대하며 임지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이번 세계교회협의회 11차 총회를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 총회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그만큼 7년 후 다음 총회를 기약하기 힘들 정도로 기후위기가 목전에 와닿았다는 것이며, “기후위기 대응”은 세계교회가 이번 총회에서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11차 총회를 마치고 한달여 시간이 지났다. 과연 이번 총회는 기후위기대응을 위해 얼마나 나아갔는가? 지난 총회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 WCC 총회 전체회의, ‘창조세계의 회복’을 주제로 열다 WCC 총회의 전체 회의 첫 번째 주제는 ‘창조 세계를 위한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의 목적-화해와 일치’를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창조세계 없이 살 수 없으며, 창조세계의 회복은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라는 이야기들이 강조되었다. WCC 11차 총회 주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였는데, 주제와 걸맞게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요청 앞에 그리스도인들이 화해와 일치를 이루어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이루어졌다. 9월 1일 창조절을 시작으로 전체회의를 기후위기 주제로 시작하여 의미가 있었고, 기후위기가 세계적인 연대를 통한 대응이 중요한 문제이기에 화해와 일치를 이루어가자는 메시지가 뜻깊었다. 그럼에도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으로 나서야 하는 때인데, 원론적인 이야기들에 머물며 행동을 위한 논의들이 나누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세계교회가 기후위기문제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대로 우리가 기후위기 대응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 “Climate Justice Now!”, 기후정의시위 첫 번째 전체회의 바로 다음날 9월 2일, WCC 총회장 바깥에서는 청년들이 주도하는 “Friday For Future”, 기후정의시위가 진행되었다. 총회장 입구에서부터 시작해서 총회 부스 행사장을 행진했다. 그리고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다. 기후위기와 사회불평등을 해결하라며 기후정의를 실현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참여한 이들은 우리는 지금 당장 기후정의를 원한다며 세계 교회지도자들이 현 상황에 대한 시급성을 인지하고,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진을 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원합니까?”란 질문에 “기후정의!” “지금당장!”을 수도 없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외침들과 내딛는 걸음 속에서 이처럼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기후정의를 위해 마음모아 힘껏 외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란 희망찬 상상도 품어 보았다. 세계교회는 이 목소리를 엄중히 들어야 할 것이다. 세계교회에 기후위기 대응을 요청하는 너무도...
2022.10.21
지난 대선 이후 많이 회자되었던,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의 사용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 100%로 전환하겠다는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캠페인입니다. 구글, 애플을 비롯하여 세계 376개 기업이 가입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삼성이 합류하였으며, SK, 현대차, LG를 비롯하여 23개 기업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흐름이며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당장의 과제입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국내 발전 현황은 석탄화력발전이 44%, 핵발전이 38.9%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국내 발전량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화력과 핵발전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은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며, 핵발전은 방사능이 분해되기까지 10만년 이상이 걸리며, 원료인 우라늄 채굴부터 핵발전소 건설과 관리, 핵폐기물 폐기문제까지 심각한 문제를 유발합니다.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화석연료 사용과 수만년을 거쳐 지구 생명들을 위협하는 핵발전을 멈추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해야합니다. 교우들과 함께 누군가의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의 사용은 멈추기로 결단합시다. 교회와 교우들 지붕 곳곳마다 햇빛발전을 시작하여, 주님께서 마련하신 햇빛의 은총을 가득히 받아 에너지로 사용합시다. 감리회와 기독교장로회 교단에서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기도 합니다. 각 교단과 노회, 지방회, 교구 차원에서 햇빛발전협동조합을 조직하는 등의 교우들의 실천을 도울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더욱 힘차게 에너지 전환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줄 기도 : 주님께서 내리시는 햇빛의 은총을 귀히 사용하게 하소서. 임지희(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이 글은 9월 30일 아이굿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2.10.11
‘파이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기를 <파이로> (박현주 지음, 모두의책, 2022년 8월) 때론 원치 않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평생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알아야만 할 때 말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이니, ‘재처리’ 같은 단어의 뜻을 하나하나 배울 때마다 근심은 한 뼘씩 커졌고, 결국 근심이 자라다 못해 가슴을 넘어 입 밖으로 비집고 나오는 순간부터는 팔자에도 없는 이른바 ‘탈핵 활동가’가 되는 법이다. 그저 소위 전문가들이 하는 연구의 제목일 뿐인 단어들이 그들에겐 가슴이 철렁하는 말이 되고, 때론 상흔이 되기도 한다. 파이로프로세싱이라니, 그 생경한 단어 하나 때문에 피 말리는 싸움을 시작한 이들이 있었다. 원자력연구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 그 앞에서 예배를 드린 일이 있었다.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했고, 주로 많은 분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었다. 아마도 작중에 등장하는 홍서연은 어쩌면 그들의 분신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저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생각으로 지역공동체의 생협에서 활동하며, 함께 살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던 이들 말이다. 그저 평범한 삶의 공간이라 여겼던 곳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채는데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진실을 알아버렸을 땐 이미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작중 홍서연의 모습은 그들을 똑 닮아 있었다. 그들에게 전문가라는 이들은 언제나 거짓말쟁이들이었고, 연구원은 그 거짓말을 은폐하고 들켜도 책임회피만 일삼는 이들의 천국이었다. 연구용 원자로에서 화재가 나도 은폐하기 급급하고, 방사성물질을 야산에 파묻고, 밥벌이를 위해 연구의 위험성을 가리고, 액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어 지역 하천으로 흘러간 사실을 숨기고, 핵발전소의 방사성폐기물을 연구라는 명목으로 자기 지역으로 옮겨오는 이 위험천만한 집단이 ‘전문가’라는 이름을 달고 버젓이 국민 세금으로 밥벌이하고 있는 것을 너무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정작 사고가 터지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 이들이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스스로를 ‘전문가’로 지칭하며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수많은 ‘홍서연’들은 그간 절망감에 휩싸였을지도 모르겠다. 손정후와 같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닌 학자가 나타나 자신들의 불안감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주기를 바랐으나 누구하나 용기를 내지 못하는 모습도 보았을 것이다. 때론 육승일 같은 정신 나간 핵공학자들을 만나기도 했을 터이고, 최흥복과 같이 일신의 안위만 궁리하는 이들도 보았을 것이다. 이해관계에 얽매인 ‘전문가’는 결국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법이니 말이다....
2022.10.07
    성서는 전쟁과 폭압의 시대를 마치고 새로운 시대를 예비하는 이들에게 다음을 요구한다. “한 소리가 외친다. 광야에 주님께서 오실 길을 닦아라. 사막에 우리의 하나님께서 오실 큰 길을 곧게 내어라. 모든 계곡은 메우고, 산과 언덕은 깎아내리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하고, 험한 곳은 평지로 만들어라.” (사 40:3-4) 새로운 길을 내는 일은 높은 곳을 깎고 파인 곳을 메우며 거친 길을 평탄하게 하는 일, 즉 바닥을 고르는 일에서 시작된다. 평화의 길 역시 마찬가지다. 불의와 불평등의 현실 위에 고스란히 쌓을 수 있는 평화란 없다. 기후위기 시대, 평화공존을 위한 고민에 앞서 이 위기를 둘러싼 불평등의 문제, 정의의 문제가 먼저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기후불평등과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기후위기는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차별적 위기이다. 전세계가 기후변화와 위기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초래한 원인과 결과는 매우 불평등하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지구 위 온실가스의 약 70%가 세계 인구의 20% 이하인 선진산업국들에 의해 배출된 것이지만, 배출된 온실가스에 의한 피해는 온실가스의 약 3%만을 배출하는 저위도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다. 고도의 산업화를 이룬 나라들이 내뿜었던 탄소가 가난한 나라에서 사막화와 물부족, 가뭄과 홍수, 태풍 등을 유발하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평등은 국가간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구 생태계의 다양한 관계들 간의 갈등과 분쟁의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이 가난한 이들의 지하 단칸방을 위협하고, 경제적 성장과 풍요를 이루었다는 기성세대의 자부심은 생존가능한 환경을 걱정하는 미래세대의 불안과 충돌한다. 국경을 넘어온 각종 식재료로 차려진 도시인의 화려한 식탁은 식생의 변화, 수확량 감소로 인한 농어민의 고충을 외면하며, 화석연료로 부를 축적해왔던 기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체제의 전환 요구 앞에서 노동자의 새로운 기술 습득과 일자리 이전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게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의 크기와 상관없이, 재난 상황에 대처할 힘과 자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들, 각종 사회, 정치, 경제적 불평등에 노출되어 있는 이들이 겪을 위협이 훨씬 크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위기의 본질이다. 기후불평등을 고려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이 기후위기 극복 방안의 원칙으로 삼은 것은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이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누적 및 1인당 배출량, 경제발전 수준 등 서로 다른 국가...
2022.09.13
지속 불가능한 자본주의를 넘어서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사이토고헤이, 김영현, 다다서재, 2021 얼마 전 유럽에서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라는 것을 만들었다. 핵발전과 가스발전을 포함시키느냐의 문제가 시끄럽기도 했으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분류체계가 왜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막대한 자금을 투여해 이른바 ‘녹색산업’을 육성하여 기존 탄소배출이 심각한 산업들을 대체하겠다는 구상이고, 이를 통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그린딜’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기준점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미국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상원을 통과했다. 기업의 법인세를 올려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부문 지원, 전기차 전환을 위한 지원을 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형 뉴딜을 이야기하면서 디지털과 녹색산업을 이야기 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 앞에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내놓은 해법은 결국 ‘경제성장’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통해 기업들의 전환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정책 방향은 결국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성장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절대적 과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끝없는 성장이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엔트로피의 법칙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쓰지 않더라도 우리는 지구가 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인류가 자연과 맺어오던 관계, 즉 자연의 순환 그대로를 지켜 살았다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지구를 한계까지 착취했고, 그 결과는 기후위기라는 방식으로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성장’이라는 목표,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이 위기를 불러오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이라는 망령과 결별하지 못했고, ‘자본주의’라는 악령에게 사로잡혀 녹색산업의 성장을 통해 인플레이션도 극복하고, 기후위기도 넘어서보겠다고 앞다투어 경쟁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의 저자 사이토 고헤이는 기후위기의 원인을 자본주의와 자본주의가 빚어낸 제국적 생활방식의 문제로 인식하고, 수탈과 부정의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첫머리를 시작한다. 자본주의가 인간 뿐 아니라 자연을 약탈하면서 ‘성장’해왔고, 이미 한계 이상으로 수탈하여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위기를 해결한답시고 내놓은 해법이란 것이 결국 토머스 프리드먼과 제러미 리프킨 등이 주장하는 ‘그린 뉴딜’이다. 저자는 그런 생각들을 일컬어 ‘기후 케인스주의’라고 명명한다. 그들은 기후변화 극복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를 대안처럼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눈에 그들의 이론은 ‘지구 한계’라는 것을...
2022.09.08
인간 중심에서 벗어난 정의로운 전환   아마도 하늘 언저리까지 올라가 버린 집값 덕분일 테지요. 요즘 도시나 시골 가릴 것 없이 전국 방방곡곡 어디에서나 아파트 건설 현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포크레인이 땅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큰 트럭이 싣고 온 건설 자재를 타워크레인이 옮기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뚝딱 높은 아파트가 들어섭니다. 불과 몇 해 만에 산과 들, 논과 밭이었던 땅이 커다란 아파트 단지로 바뀐 놀라운 광경 앞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제 새집으로 이사를 와서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테지만, 원래 이곳에서 살고 있었던 수많은 풀과 나무와 벌레와 새와 물고기와 동물들은 다들 어디로 이사 갔을까? 과연 누가 이곳에 살던 친구들에게 갑자기 “미안한데 너 좀 여기서 떠나줄 수 있냐”고 한 번이라도 물어는 봤을까? 황당하다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 좀 떠나줄 수 있냐고 물어보도록 법으로 규정된 생물이 있습니다. 맹꽁입니다. 양서류인 맹꽁이는 국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입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국가가 서식실태를 조사하고 서식지를 보호하도록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맹꽁이는 다행히도 멸종위기 야생생물답지 않게 우리나라 습지에서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종입니다. 지금 기후 변화로 가장 급격하게 개체가 감소하고 있는 종이 양서류인 것을 생각한다면 맹꽁이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은 생명 다양성의 위기에 대비한 현명한 판단입니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가 살지 못하는 곳이라면 다른 온도 변화와 강수량에 민감한 생물들도 살 수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맹꽁이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한반도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지표종인 셈이지요.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요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를 맹꽁이라고 이야기한답니다. 아파트 건설이 예정된 곳에서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맹꽁이 서식에 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하고, 서식지 보존 혹은 이전 대책을 세우느라 설계 변경 비용과 공사 기간이 늘어나 큰 손해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못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은 아파트 건설 예정지에서 맹꽁이의 발견을 막기 위해서 미리 맹꽁이가 살고 있을 법한 습지를 흙으로 메워버리고, 심지어는 몰래 독한 화학 약품을 맹꽁이가 살고 있을 만한 곳에 뿌리기까지 한답니다. 가뜩이나 기후 변화로 고생하는 맹꽁이들에게 참 너무 심한 것...
202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