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학고재, 2020 IMF라고 불리는 외환위기 상황이 터지고 난 후 수많은 이들이 돈 문제로 죽고 사는 것을 보고 자랐다.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가 기업들을 줄도산 시키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사는 것이 힘들어진 많은 이들이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면서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사건들이 일어났다.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돈’ 이라는게 참 어렵고도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경제학을 배우지 않아서 경제학에선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지만 삶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경제는 결국 수많은 이들의 삶과 욕망, 행동의 동기와 결부되어 세계가 작동하게 하는 장치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제체제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이 기계의 작동에 있어 중요한 에너지원이 아닌가 싶다. 돈으로 경제 시스템을 굴리고, 그것이 사회의 주요기능을 담당하기에 사실상 그 사회는 인간의 다른 다양한 가치들을 담아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물론 여전히 자본주의 바깥이 존재하고 인간은 선의와 협력, 희생을 통해 다양한 일들을 해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자본주의가 강렬해질수록 자본주의의 외부는 점점 협소해지다 못해 사라지는 경우들이 생겨난다. 그런 문제를 지적한 이들은 이미 있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처럼 다른 방식의 경제체제를 구축해 자본주의가 인간 본연의 장점들을 소외시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도전들이 내부의 모순과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결국 국제관계나 질서에서도 자본주의는 큰 역할을 하게 된 모양이다. 이러한 경제시스템은 단순히 사람만을 소외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자연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것, 즉 자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소외시켰다. GDP 중심의 ‘성장’이라는 것이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지상과제가 되고, 그 외의 일들은 부차적인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런 세계가 지금의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특히나 저자가 주목한 것은 인간성의 박탈을 경험하지 않으면서도 지구 한계를 직면하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 즉 지속가능한 경제상태를 유지하는 세상을 이루는 방식이었다. 이를 도넛의 형태에 비유하면서 도넛의 안쪽은 인간성 박탈의 상황, 도넛...
2022.08.09
[책 소개] 『원불교반핵운동사 1 _ 끝나지 않은 기록』 아마도 2017년이었던 것 같다. 처음 핵발전소를 실물로 본 날 말이다. 엄청나게 큰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서 있는데 기계가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쇠 철문은 굳게 닫혀있고, 그 앞을 누군가 지키고 서 있었다. 군인들이었던 것 같다. 핵발전소를 코앞에 두고 무대를 설치하고, 자리를 깔아둔 채 집회를 하는 생경한 경험도 했던 것 같다. 너무 이른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한 탓에 수면 부족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잊은 것인지 아무튼 그날의 기억은 또렷하지 않다. 다만 원불교가 이 순례를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절박하게 지금도 이 싸움을 이어가야 할 이유를 이야기한 것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원불교는 한국에서 유래한 종교이고, 특히나 영광은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고향이자 그가 구도하여 깨우침을 얻은 곳이기도 한, 원불교 사람들에게 가르침의 고향 같은 곳이다.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을 ‘성지’라고 부르듯, 영광은 원불교 사람들의 ‘성지’인 것이다. 그래서 원불교인들에게 영광을 중심으로 한 탈핵 운동은 ‘성지수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원불교대학생연합회가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하고 원불교가 탈핵 운동을 시작한 것은 이런 맥락을 갖는다. 그리고 항상 모든 종교의 운동이 대부분 그렇듯, 될법하다고 하여 시작하고, 안될 것 같아 그만두는 일은 사실 가능하지 않다. 종교인들의 운동 동력은 보통 현실 너머에 있으니 말이다. “금수 초목도 연고 없이 꺾고 살생하지 말라”는 정전에 담긴 소태산 대종사의 글귀를 빌어 생태계와 지구를 파괴할 수 있는 핵을 반대하는 운동을 엄숙한 종교적 사명으로 선언한 김현 교무의 글은 종교가 가진 운동의 동력을 보여주는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종교적 신념을 통해 일어난 운동이 영광핵발전소 1·2호기 건설 이후 촉발되고 있었던 지역의 반핵운동과 결합해 영광지역의 탈핵 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운동을 시작한 이들은 그저 지역의 문제로 이것을 인식하지 않았고, 다양한 이들을 초청해 배움의 시간을 가지며 종교적 가르침에 빗대어 이 문제를 재인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이후 운동은 영광 3·4호기 핵연료 장전 저지 운동으로 이어지고, 5·6호기 건설 저지 운동으로 연결되게 된다. 그리고 핵발전소에 이어지는 핵폐기장 반대 운동까지 더하여 긴 세월의 싸움을 이...
2022.07.07
'원전마을'의 이야기를 듣다. 임준형 사무국장(기독교환경운동연대) 2017년 1월, 겨울이었다. 대한민국이 한창 대통령 탄핵으로 어수선하던 시절, 탈핵활동가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주로 향했다. 1박 2일 동안 강의도 듣고, 토론도 하고, 밤이 늦도록 이야기도 나누고 다음 날 아침을 맞았다. 2일 차 마무리 때 경주의 활동가들이 무대에 섰다. 전날 강연을 듣는 와중 자신의 몸에서, 그리고 손자·손녀의 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는데 괜찮은 것이냐 물었던 한 여성, 황분희 씨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강사가 이미 피폭된 것이라고 말하자 울음을 터뜨렸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어 무대에 선 그녀는 “오늘 제가 촛불집회에 발언자로 초청되어 서울에 올라가게 되었다”고, “제 발언을 한번 미리 들어주시겠느냐”고 말했다. 그녀는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떨림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 이야기와 그 목소리를 지난 5년간 그렇게 자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이번 책을 읽는데도 그녀의 목소리는 저자 김우창 씨의 인터뷰 인용문을 통해 생생히 재생되어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원전 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사라진 옛 지명 ‘월성’으로 더 유명한 곳에 사회학자인 저자 김우창 씨가 8개월을 머물며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그의 글은 친절하고 간명하며, 책을 집어 들면 단숨에 읽힐 만큼 흡입력이 있다. <원전 마을>은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는 말을 믿고 지금껏 걱정 없이 살아오던 이들이 이제는 매주 상여를 지고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나고 위조 부품 비리 사건이 연이어 밝혀지면서 한국에서 핵발전소 반대의 목소리가 가장 높아지던 시기, 핵발전소 최인근 지역인 월성에서도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갔다. 핵발전소의 위험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 그것도 심지어 중수로 특유의 감속재인 중수 때문에 다른 핵발전소에 비해 삼중수소라는 방사성 물질에 일상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는 동네였다. 주민의 증언을 들으면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핵발전소는 ‘죽음과 동의어’였다. 그렇기에 주민들은 상여를 끌었다. 주민들의 불안은 기우가 아니었다. 후쿠시마 핵사고를 차치하고서라도 핵사고 이후 양남면 일대, 특히나 핵발전소가 훤히 보이는 나아리와 나산리는 집을 팔고 나가고 싶어도 거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창살 없는 감옥이 되었다. 누구도 위험천만한 핵발전소 지역에 들어와 살려고 하지 않았다. 처음 72가구가 모여 시작된 주민대책위는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는 10여 가구만이 남아서 상여시위를...
2022.07.07
<찬미받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5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수사의 <피조물의 노래>의 후렴구에 있는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교황의 가르침은 여러 가지 차원으로 나뉘어 중요도에 따라 급이 정해지는데 교황 교서(Litterae Apostolicae), 교황 권고(Adhortatio Apostolica), 회칙(Encyclica)으로 주로 나뉘며, 그 중 가장 중요하고 권위있는 형태의 가르침이 회칙이라고 한다. 교회가 신자들의 영적 유익을 위한 활동과 세상과 관계 맺으며,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일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을 통틀어 ‘사목’이라고 하는데 이 사목의 차원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서가 바로 회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회칙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것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그저 환경을 지키라는 정도의 가르침이었다면 아마도 권고나 교서 정도로 다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생태문제의 현실이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을 발간해서 세계 가톨릭교회가 함께 지켜야 할 만큼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일뿐더러 이 문제가 신앙과 교리의 중요한 지점에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가톨릭 교회 안에 특히나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있었다는 말이다. 그간 생태문제는 사회운동에서뿐 아니라 신앙에서도 어쩌면 곁가지의 운동 정도로 치부되고 있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간 수많은 생태 운동가들의 노력과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그리고 변해가는 기후와 그로 인해 가속화되는 불평등과 부정의의 문제들이 발생을 경험하면서 세상은 서서히 변해갔다. 우리는 그동안 기후위기가 어떻게 사회를 망가뜨리는지 경험하고, 그것이 얼마나 큰 폭력을 불러오는지를 보았다. 그렇기에 교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성서적이고 신앙적인 가르침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수많은 학자들을 불러 모으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성서의 가르침과 교회의 전통이 가진 자연과 인간에 대한 관점들, 그리고 과학적인 사실들을 통해 가톨릭교회 전체가 따라야 할 생태적인 지침들을 만들어내게 된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직면한 교회의 응답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지구와 지구 생태계에 ‘공동의 집’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공동의 집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책 제1장의 관심은 바로 생태계 위기를 초래한 원인인 오염과 그 결과로 발생한 피해들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생태계에 국한되어 나타나지 않고 심지어 사회와 세계의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2장은 피조물에 관한 복음이라는 제목으로 성서와 전통과 신학이 생태 문제에...
2022.07.07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새잎, 2019 한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유명 HBO 드라마 체르노빌에도 등장했던 이야기, 체르노빌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방사선 피폭으로 순국한 바실리 이그나텐코와 아내 류드밀라 이그나텐코의 이야기다. 드라마 체르노빌은 사고가 일어난 순간부터 사고의 해결 과정을 주로 담당했고, 핵사고의 진실을 드러냈던 한 핵물리학자 발레리 알렉세예비치 레가소프의 목소리를 주로 담고 있다. 그리고 소련 정부가 이 사고를 어떻게 덮고 무마하려고 했는지, 수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피폭을 강요했는지 폭로한다. 그리고 바실리와 류드밀라의 이야기는 중간중간 이 사건의 참혹함을 드러내는 드라마의 장치로 사람들에게 보여진다. 그러나 책은 그것보다는 좀 더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애를 썼다. 저자는 언제나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겪은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하여 책을 쓴 사람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에는 바실리와 류드밀라 외에도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사건을 직접 겪었던 이들, 고향에서 쫓겨나고, 피폭당해 죽어간 이들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체르노빌은 핵사고가 발생한지 3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누구하나 들어가 살 수 없는 땅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던 침구며 대부분의 물건은 그곳에 남겨져 있다. 급히 떠나는 마당에, 그리고 얼마나 오염되었을지 모를 물건들을 가져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옷가지 몇 벌을 챙겨 떠나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평생 다시 돌아가지 못하리란 생각을 했던 이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그곳에 남겨두고 오지 못했던 기억들이다. 물론 떠난 이후에도 이들은 여전히 참혹한 현실에 놓여야 했다. 체르노빌에서 생환했으나 자녀가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심각한 질병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체르노빌 출신이라는 말, ‘체르노빌레츠’라는 말은 심각한 차별을 낳는 말이 되기도 했다. 사고를 수습하던 이들이 있었다. 바실리와 같은 소방관들, 그리고 핵발전소의 꺼지지 않는 불을 끄기 위해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발전소 가까운 곳으로 가야만했던 군인들, 그리고 핵연료가 녹아내려 땅속으로 파고들어 혹시나 지하수를 만나 주변으로 심각한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녹아내리는 핵연료 아래를 파고들어가 조치를 해야 했던 광부들 말이다. 지금 두꺼운 강철 덮개를 덮어 사람의 접근을 막아놓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안전조치를 하기 위해...
2022.07.07
기후위기를 넘어서는 생태 민주주의의 큰 걸음 임준형 사무국장(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윤석열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의 당선을 축하하고, 막중한 직책에 걸맞게 신중함으로 국정을 운영해 주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더하여 결국 시민을 위한 정부로서의 지향, 특히나 자신을 지지하지는 않았더라도 함께 한 시대를 살아갈 수많은 이들 모두를 위해 복무해 주기를 바란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5년을 기후 위기 활동가들은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이 기간이 위기를 막아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전 지구적으로 ‘대전환’이라고 할 만큼 막대한 변화를 기획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산업 구조의 개편은 물론이고, 에너지 생산 수단의 전환, 교통 체계와 이동 수단의 변화, 농축산과 어업, 운송까지 화석 연료에 기반하여 탄소를 배출해 오던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5년이 결코 허송세월해서는 안 될 기간이다. 윤석열 당선자와 윤석열 정부가 직면한 세계는 이전의 세계와 다르다. 10년 전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나 5년 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이미 변화한 시대에서는 합리성을 상실했다. 그곳으로 회귀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도 되지 못할뿐더러 비용과 시간의 낭비가 될 것이다. 우리에겐 실패를 교훈 삼아 되돌아갈 시간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아울러 IPCC 6차 보고서 2 실무 그룹 보고서의 전망이 맞는다면, 그 실패는 참혹한 현실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저변이 무너지고 생존의 기반조차 망가져 버릴 것이다. 지금은 실수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핵발전을 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가 아직 초안 마련 과정에 있고, 그 안에 생태·환경 의제가 어떤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작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에 기반하여 추측해 보면, 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서 핵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바탕으로 화석 연료 발전소의 개수를 줄여 가겠다는 것이 골자가 될 것 같다. 건설에 가장 가까웠던 울진(신한울 3, 4호기)을 비롯해 삼척과 영덕에 새로운 핵발전소를 건설하려 할 것이고, 이에 더해 소형 모듈 원자로 건설을 계획할 것이다. 관련하여 삼척과 영덕은 물론이고, 인수위에 함께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의 한마디로 소형 모듈 원전의 예정 부지로 급부상한 충남의 석탄 화력 발전소 지역들에서는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저항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 위기에...
2022.07.07
올해로 제 39회 환경주일을 맞았습니다. 환경주일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전신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에서 1984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6월 첫째 주일을 환경주일로 제정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많은 교회들이 6월 첫째, 둘째 주일을 환경주일 혹은 환경선교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의 환경주일 주제는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녹색교회-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의 소명으로”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물부족, 홍수, 폭염, 태풍,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재난들이 빈번해지고 삶의 터전을 잃는 기후난민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번 봄, 국내 꿀벌 79억 마리가 사라지고, 구상나무가 4년간 1만여 그루가 고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기후위기는 미래에 찾아올 일이 아닌 오늘날의 문제로 닥쳐왔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이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수많은 생명들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떻게 교회가 창조세계 회복을 위한 환경 선교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창조세계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예배드립시다. 교회에서 교우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환경교육 강좌를 열어 함께 공부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교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환경 선교를 해나가기 위하여, 교회 내 환경위원회를 조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심 있는 두세 사람도 좋습니다. 예수님께서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다.’(마 18:20)고 말씀하신 것처럼, 기후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며, 함께하고자 손을 맞잡은 이들이 모인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 동행하실 것입니다. 기후위기 속에서 “피조물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롬 8:19) 온 교우들과 더불어 환경 선교를 준비합시다. 한 줄 기도 : 기후위기 시대, 창조세계를 회복하는 녹색교회, 녹색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소서! <이 글은 아이굿뉴스에 6월 8일 기고한 글입니다.>
2022.06.16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반다나 시바, 우석영, 책세상, 2015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명대사가 있었다. “머를 많이 먹여야지”,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는 영도력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촌장의 답이었다. 사실 ‘식탁’ 혹은 ‘밥상’이라는 말은 언제나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사실상 이 일에 큰 의미를 두는 이들이 많지 않다. 특히나 지금처럼 삶이 바쁘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식탁은 그저 살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먹거리는 언제나 인류의 운명을 좌우했던 주제였다. 고대의 생산량이라는 말은 결국 주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였고, 먹거리의 풍족함은 국가의 힘을 좌우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세계의 많은 국가들 중 식량가격이나 유통의 안정화에 실패한 국가들은 폭동이나 내전 등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많은 국가들은 먹거리 생산의 안정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가격과 수요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분명히 먹거리는 인류의 삶을 여전히 틀어쥐고 있는 주제다. 반다나 시바는 이 책을 통해 일명 ‘산업농’이라는 방식의 생산과 소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좀먹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의 저자인 반다나 시바는 인도의 여성 물리학자이지만 현재는 생태주의자로서, 특히 GMO에 대해 저항하며 토종 종자를 지키는 일과 생태적인 농업 방식을 지키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반다나 시바는 인도가 식민지의 상황에서 어떻게 산업농의 방식을 강요당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도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인도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바는 ‘녹색혁명’이라 이름 되었던 농업의 산업화, 즉 농약과 비료의 사용, 그리고 단일작물의 단일경작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논리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1장에서 밝히고 있다. 환원주의와 기계론적 세계관, 다윈과 뉴턴-데카르트 식의 세계 인식이 미친 영향이 결국 지구와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을 살아있는 생명 자체로 대하는 것을 가로막았고, 생명의 진화가 경쟁이 아닌 상호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계를 살아있는 생명과 그 순환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도구 쯤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는 결국 농약과 비료의 과다사용으로 이어졌고, 이후 발생한 수많은 오염과 기후위기에도 영향을 주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 일은 결국 생태계 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일로 이어져서 장기적인 생산력 하락의...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