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한국교회의 의미 있는 첫걸음, '2050년 탄소 중립 선언' 이양환 간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인간의 책임과 역할 기후위기, 전 지구적 위기이다. ‘전 지구’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과 같이, 이 위기를 맞은 생물종은 단순히 인간만이 아니다. 이 푸른 별에 발붙여 살아가는 모든 생물종들이 이 위기를 동일하게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후위기”라 불리는 이 급격한 환경 변화의 책임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 급격한 기후 변화의 주도적인 책임이 단연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인간은 이 별의 역사에서 비교적 긴 시간을 존속해온 것은 아니었으나, 합리성이라는 스스로의 능력에 따라 인식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방법들을 익혀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합리성의 바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여러 생물종의 멸종을 이끌어내고, 여러 작물의 유전자를 조작해왔고, 수많은 탄소를 배출해왔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의 과오들을 우리의 잘못으로 ‘판단’하고 ‘인식’하는 것 또한 인간이 지닌 고도의 합리성 덕분이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기후의 비정상성을 판단하고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어떻게 다시 이 푸른 별을 정상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결국, 이 별이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책임과 역할 모두가 인간에게 가장 크게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인간은 지금까지 스스로의 합리성을 올곧게 사용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다. 언제나 이기와 욕망의 문제가 이를 왜곡시켜왔기 때문이다. 사사기에서는 한 시대의 암흑기를 표현하며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행하였다”(삿17:6)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현실에 비추어 말 그대로 적확한 표현이다. 각기 인간은 자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지만, 참 옳은 방향은 각자의 이익만을 따져서는 결코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시험대에 오른 인간이 심판받을 것은 단지 고도의 합리성만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합리적인 해결책을 인류 공동체가 함께 수행할 것인가. 진정으로 지난 과오를 뉘우치고 사과하며 재발을 방지할 것 인가하는 심정적이고 도덕적인 차원도 함께 심판받을 것이다. 전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 기후변화는 이미 30년 전부터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리우선언’과 ‘의제 21', '생물다양성 보전 협약’, ‘기후변화협약’ 등이 채택되었던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UNCED)>에서부터 국제적인 사회 논제로 부상해왔다. 더불어 1997년에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하는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일본 교토에서 채택되었고, 이후 2015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선진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가 감축 의무에 참여하는...
2021.10.01
회개하지 않으면 망하고 말 것이다 "너희는 망한다! 주님의 날이 오기를 바라는 자들아, 왜 주님의 날을 사모하느냐? 그날은 어둡고 빛이라고는 없다." (새번역, 아모스 5장 18절) 예언자들은 멀쩡한 나라, 아니 부유하고 강성한 조국을 향해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라고 선포했고, 심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해야 했다. 심지어 망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서는 침략군에게 투항해야 한다"고 선포하는 이도 있었고, 곧 도래할 끔찍한 결말을 대중에게 전해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러워 자기 운명을 저주한 사람도 있었다. 예언자들은 포로가 돼서도 마른 뼈가 살아나는 기적을 전해야 했고, 불타고 잘려 버린 그루터기에 남은 희망을 이야기해야 했다. 그들은 주변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읽을 줄 알았고, 그 속에 놓인 이스라엘의 비극적인 운명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런 운명에 처한 이유가 이스라엘이 스스로 저지른 죄악 때문이라는 사실에 애타게 아파했다. 최근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6차 보고서 중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발표됐다. IPCC는 이 보고서를 제54차 총회에서 승인했다. 2018년에 나온 '1.5℃ 특별 보고서'의 내용도 대중들에겐 아직 낯설고 어려운데, 이번 보고서는 사실상 '1.5℃ 특별 보고서'의 결론보다 더 우울한 전망을 담고 있다. 앞선 보고서에서 경고했던 시기보다 약 10년가량 위기의 시점을 앞당겨 전망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극지방 빙하가 녹고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며, 해마다 발생하는 극단적 기상이변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고, 지금 멈추지 않는 한 이 변화는 돌이킬 수 없다고 전망했다.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통해 결과를 추론하지만, 실제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추론·전망보다 더 심각한 경우가 허다했다. 이러한 경고가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다 망하고 말 것"이라는 예언자들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기후 위기,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8월 12~19일 전국 만 14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기후 위기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3%p). 다가올 대선의 중요 의제로 기후 위기를 다뤄야 한다는 응답이 91.1%에 달할 만큼 기후 위기는 이미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 중대한 문제가 됐다. 응답자 중 97.7%가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으며, 80.1%는 이 문제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독교인들의 위기의식도 특별히 다르지 않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2019년...
2021.09.17
그린 엑소더스(Green Exodus) :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을 위한 한국교회의 여정 제2편 : 회색에서 녹색으로, 기후-녹색교회 세우기 글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한국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된 것은 이미 30년 전 일이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 및 개발에 관한 UN회의'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전 협약‘과 함께 ’지구온난화 방지협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1997년에 열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 회의‘에서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목표를 지정한 ’교토 의정서‘가 채택된다. 그리고 2015년에 파리에서 열린 ’UN기후변화 회의‘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가 참여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최초의 협약인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고, 2018년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회의에서는 산업화 이후 계속된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특별보고서를 채택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기후악당국가’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논의에 방관자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최근에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정책과 법안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0년에 ‘한국판 그린뉴딜 계획’을 통해 총 220조 원의 투자를 통해 저탄소 경제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겠다는 구상과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한다. 또한 2021년 5월에 국가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여 8월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초안을 발표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2020년 9월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2021년 9월에는 탄소중립과 관련된 법안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편 지방정부에서는 지자체마다 ‘탄소중립 선언’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산업계에서도 업계별 탄소중립 계획 발표와 함께 RE100 캠페인과 ESG 경영에 대한 논의 확대되고 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는 2018년부터 3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하고, 부분 지역별로 기후위기 비상행동 조직이 이루어져 정부와 산업계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2050 한국교회 탄소중립 선언 이에 교계에서도 2020년에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기독교 신학포럼’이 조직되어 정기 포럼을 진행하고 있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기후위기 대응 집중사업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2021년 3월에는 기독교사회단체들과 참여교회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이 결성되어 수요기후행동과 월례 기도회, 기후행동학교를 진행하고 있으며, 5월에는 한국기독교회회협의회 소속 9개 교단장과 연합기관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2050 한국교회 탄소중립 선언’을 발표하고 한국교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행동으로 생태목회...
2021.09.06
팽창문명에서 내장문명으로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김상준 지음, 아카넷, 2021년) 서평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장자> 1편 ‘소요유’에는 날개의 길이가 삼천리이고, 하루에 9만 리를 날아간다는 ‘붕새’가 묘사된다. 북명 바다의 큰 물고기가 변신한 붕새는 바다가 움직이면 6개월 동안 남명 검은 바다로 큰 날개짓을 하며 날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붕새는 상상속의 새일 뿐이라고? 감상준 교수는 붕새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머리 위로 유유히 날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아시아 대륙의 시베리아 땅과 지구에 쏟아진 태양에너지를 가장 많이 응축하고 있는 뜨거운 태평양 사이의 대기의 흐름으로 발생하는 계절풍을 붕새로 본 것이다. 지구의 한극과 열극 간의 기후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동아시아 지역은 수만 년 동안 뚜렷한 4계절과 풍부한 강수량을 바탕으로 내부적 확장을 지향하는 소농 중심의 농경 문명이 성장했다. 특히 근대 이후 고도화된 소농농업의 생산성은 동아시아의 인구와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며 ‘내장적’ 번영을 누린다. 반면 서구유럽은 근대 이후 전쟁체제를 바탕으로 한 외부적 ‘팽창’에 골몰했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식민지 지배와 약탈을 통한 성장한 근대 서구문명은 결국 동아시아마저 움켜쥐게 된다. 우월한 서구유럽이 열등한 동아시아를 점령하는 ‘서세동점’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근대서구유럽 문명은 끊임없이 외부의 적을 만들어 팽창해야만 하는 문명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서구유럽의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농민, 노동자, 여성, 그리고 지속적인 자연의 지배와 약탈은 결국 사회경제적, 정치군사적, 기후환경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기후환경의 위기는 대파국 혹은 대전환이라는 문명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에 이르게 했다. <붕새의 날개>의 저자는 이제 자연의 흐름, 지구의 흐름, 천하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만이 파국이 아닌 성공으로 귀결하는 방향이고, 다시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초기근대 동아시아의 내장 문명의 원형을 바탕으로 한 탈근대적인 내장 문명을 향해 문명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내장 문명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평등을 증진시키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격차를 해소하며, 이념적 패권다툼이 아닌 상호협력을 이루며, 인류의 생태의식을 각성하고, 새로운 과학의 성장을 도모하는 문명이다. 우월한 힘을 통한 지배와 폭력 대신, 수평적 협력을 통한 생산력과 생산력의 확장이 보편화되는 것이다. 저자는 문명의 전환은 근대문명을 종결하고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20만 년 호모 사피엔스 인류사 최초의 사건이...
2021.09.02
창조의 계절 1989년 동방 정교회의 총대주교는 ‘피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을 선포했다. 9월 1일부터 시작되어 10월 4일까지 이어지는 이 기간을 세계교회가 ‘창조절’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지키는 전통은 ‘피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로부터 비롯되었다. 전통적 교회력에서는 성령강림 후 주일이 길게 이어지는 기간이다. 그 중 다섯 주를 특별히 ‘창조절’로 지키게 된 것이다. 창조절은 산업화 이후 벌어진 생태계 파괴와 생물다양성 상실과 멸종, 지구 자체가 지속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스도교가 내놓은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의 창조절 주제는 ‘지구를 위한 희년’(Jubilee for the earth)이었다.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를 비롯해 다양한 교단 및 단체가 참여하여 자료집을 내기도 했다. ‘지구를 위한 희년’ 자료집은 성서의 희년처럼 해방과 쉼을 통해 폭력적으로 착취당하던 모든 이들, 사람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과 땅에 이르기까지 해방과 쉼을 얻는 생태적 전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2021년 창조절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집(A home for all)’이다. 아마도 ‘모두를 위한 집’은 지구를 일컫는 말일 것이다. 우리가 하나의 집에 살고 있고,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집인 이 지구라는 공간에 우리를 살게 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말이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기후위기가 삶을 앗아가는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하나님을 고백할 수 있을까? 내 이웃이 기근으로 인해 굶어 죽고, 때론 폭우에 실종되고, 혹은 온열 질환으로 수백 명이 사망할 때, 그들에게 하나님은 어떻게 이해될까?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선선한 바람한 점 불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한낮의 뜨거운 열기 뿐 아니라 열대야를 나야하는 이들에게 과연 하나님은 어떤 분일까? 곡식이 메말라 죽어버리고, 땅은 윤기 하나 없는 푸석푸석한 모래가 된 광경을 보는 농부들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일까? 양떼를 이끌고 이곳저곳을 헤매지만 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막으로 변해버린 광경을 목격한 유목민들에게 하나님은 어떤 존재로 비춰질까? 그리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전염병이 창궐하여 우리의 삶을 멈출 때 과연 우리는 어떤 하나님을 고백하고 있는가? 물론 삶에는 수많은 질곡이 존재하고, 폭염, 폭우, 가뭄, 홍수, 기근과 사막화, 전염병의 창궐이 세상에 없던 일은 아니었다. 역사에는 이런 일들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매해마다 전 지구적 현상으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은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2021.08.31
그린 엑소더스(Green Exodus) :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을 위한 한국교회의 여정 제1편 : 그린 엑소더스, 생태적 전환을 향한 여정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문명과 기후 고고학적인 발견에 의하면 인류가 소위 문명을 형성한 것은 기원전 10,000년 이후의 일이다. 세계 4대 문명이라고 하는 메소포타미아, 황하, 이집트,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6,500년에서 기원전 3,000년 무렵에 강을 이용한 관개농업이 가능해지면서 번영을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왜 인류는 기원전 10,000년 이전에는 문명을 이루지 못했을까? 지질학은 그 이유를 기원전 10,000년이 되어서야 258만년 가량 계속되었던 빙하기(Ice age),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가 끝나고 비로써 온화한 기후의 ‘홀로세’(Holocene)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10,000년 이전의 유라시아 대륙은 두껍게 얼음이 쌓여있어 사람들이 문명을 이룰 수 없는 상황이었고, 기원전 6,000년 무렵 고온다습한 ‘홀로세 기후 최적기’를 거치고 나서야 현재와 같은 생태환경이 만들어졌다. 인류의 문명이란 온화한 날씨라는 기후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비로써 존재하게 된 것이다. 문명의 탄생 이후로도 기후는 인류 문명의 흥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이어진 소빙기(little ice age)에는 식량생산 감소로 인한 인구감소와 집단적 이주가 발생했다. 특히 몽골 초원에 닥친 추위는 칭기즈 칸의 몽골제국 건설의 동력이 되어 유럽 문명의 민족대이동으로 인한 연쇄적 흥망을 연출했다. 또한 이 시기에 유럽에 패스트 팬데믹이 발생했던 것 역시 식량 확보를 위해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빈번해졌기 때문이었다. 기후변화, 그리고 기후위기 지난 8월 9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보고서의 일부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는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 분명하고, 현재대로라면 불과 10여 년 후에는 세계 평균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 극지방의 빙하가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이며, 생태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게 될 것이고, 인류는 극한의 폭염, 가뭄, 홍수, 화재, 한파를 더 자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UN난민기구에서는 지금도 기후적 요인으로 인한 난민, 기후난민 발생이 해마다 2,500만 명을 넘어 전쟁으로 인한 난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불과 수년 안에 기후난민은 억 단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현재 지구 생태계와 인류 문명에 가장 심각하고도 급박한 위기를 발생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2021.08.28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 우리나라 폐기물의 현황과 교회의 역할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지난 주 인천 서구와 전남 해남에 있는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해마다 환경선교에 앞장서온 교회들을 ‘올해의 녹색교회’로 선정하고 있는데, 2021년 올해의 녹색교회로 추천을 받은 교회들을 방문하는 자리였습니다. 인천의 교회는 코로나19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교회 안에 ‘제로 웨이스트 샵’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샵(Zero Waste Shop)’은 포장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품의 내용품만을 판매하는 가게입니다. 담임 목사님은 인천 서구지역은 수도권지역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 곳이라, 지역 주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쓰레기 문제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그렇게 시작된 관심으로 교회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 샵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남의 교회는 오래전부터 초록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초록가게가 지역사회에서 많이 알려져서 초록가게를 중심으로 노인과 청소년, 이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서울과 인근 교회에서 안 입는 옷들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초록가게를 운영하면서 담임 목사님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너무 멀쩡한 물건들이 마구 버려지는 현실에 애를 태우셨습니다. 갈 곳 없는 쓰레기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장바구니 하나에 담길 물건들이 이중, 삼중의 비닐과 플라스틱 포장으로 부풀려져서, 배송박스 한가득 쓰레기를 남깁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배달, 배송 소비의 증가로 일회용 플라스틱과 포장 용기들이 터무니없이 늘어나버렸습니다. 쓰레기들은 스스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애를 써서 처리하지 않는다면 쓰레기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곁에 머물러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쓰레기의 발생은 계속 증가하는데 반해 이제 기존의 매립과 소각 처리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매립지들은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섰고, 새로운 소각장 건설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있습니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지난 2018년 중국 정부가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보다 더 심각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쓰레기의 처리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여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실제적인 탄소배출이 없도록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역시 큰 폭으로 감축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최근 우리나라의 쓰레기 발생 현황을 살펴볼까요? 쓰레기의...
2021.08.19
나무처럼 살고 싶다 <다시, 나무를 보다> 신준환 글 사진, 알에이치코리아, 2014년, 서평 무더위. 철없는 에어컨이 있기 전, 사람들은 나무를 찾았다. 지친 사람들은 나무에 기대어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나무는 크고 높고 때로는 거룩했기에 나무 아래의 사람들은 평화로웠다. 밤의 나무 아래는 멀티플렉스였다. 할머니의 쌈지 속에 감춰져있던 오랜 이야기가, 서로의 마음에만 새겨야만했던 애틋한 사랑이, 걸쭉한 막걸리로 풀어낸 미움과 설움이 나무 아래에서 하염없이 이어질 때, 나무는 슬며시 달과 별을 붙들어주었다. 역사, 문화, 문명, 종교 거창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기 훨씬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나무는 그대로 나의 존재의 일부였다. 우리는 늘 나무를 보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나무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불안하고, 외롭고, 허전하며, 아프다. 다시, 나무를 볼 시간이다. ‘다시, 나무를 보다’는 나무에 대한 책이다. 저자 신준환은 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에서 평생을 나무와 함께한 나무와 숲을 연구하는 학자다. 그는 1992년 리우 국제환경회의에서부터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이 어렵사리 체결되는 과정을 한국 정부의 대표로 참여했다. 그는 기후위기 속에서 장차 나무가 겪어야 할 운명을 누구보다 먼저 깨달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존재의 수난의 예언을 신탁받은 이의 운명이란. 이 책은 30여 년을 오직 나무만을 연구해온 저자가 나무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넘어서 나무에 대한 경이와 신비, 존중을 한 문장 한 문장 가슴으로 새겨낸 거룩한 책이다. 군말이 더 필요 없다. 이 책의 평범한 글 몇을 옮겨본다. “나무가 죽는다고 그냥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죽는다고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아지고 더 깊어진다.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수많은 밀알로 자랄 수 없듯이 나 하나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가슴 깊이 새겨진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충격을 주며 가슴 속에 새로운 무늬를 새긴다. 가시같은 미움을 받으며 살았다고 해도 좋다. 스스로 양심에 거리끼지만 않게 마지막을 정리하고 죽는다면, 자신이 죽은 후 그 가시는 그 사람의 가슴에 서서히 진주를 영글게 할 것이다.” (99쪽,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숲은 우주에 피어오르는 안개이다. 나를 감추고 다시 나를 나타나게 해주는, 자신이 변함으로써 시시각각 나를 다르게 보여주는 안개. 숲에 난 길은 나를 울려내는 소리이다. 숲에 있는 온갖 길이 다 소리이다. 벌레가 기어가는 길,...
2021.07.30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대로 유전자를 편집하였으니' (Feat. 창세기 1:27)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 -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 (김응빈 김종우 방연상 송기원 이삼열 저, 동아시아, 2017년) > 서평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5월 26일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일부 개정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제 7조의 3항의 ‘사전검토’ 조항이다. ‘개발과정에서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아니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만든 경우, 최종 산물인 신규 유전자변형생물에 외래 유전자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 현대생명공학기술로 개발된 최종 유전자변형생물체가 기존의 전통육종 또는 자연돌연변이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과학적 사실이 제시된 경우’에는 기존의 규제 절차였던 위해성심사, 수입승인, 생산승인, 이용승인 절차를 면제 받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 유전자변형생물)의 승인 규제 완화이다. 특히 유전자가위기술을 사용한 GMO는 앞으로 GMO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란 생명체의 기본 구성단위인 유전자 수준에서부터 인위적인 설계, 합성을 통해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나 생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 생명공학 등의 학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그동안은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의 불확실성으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의 시간과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2011년에 ‘DNA 혁명’ 이라고도 불리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기술’이 발견되면서 합성생물학의 정밀성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이후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장기이식 거부반응을 없앤 돼지, 말라리아 유전자조작 모기가 만들어지고, 인간 배아에서 일부 유전자를 교정하는 유전자편집 실험이 진행되기에 이른다. 유전자 편집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지적 호기심이 인간 행동의 기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언젠가 열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인류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바이오산업을 앞세운 산업자본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유전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양한 윤리적 논의와 생태적 안정성의 논의, 게다가 유전자 조작이 창조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종교적 논의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게다가 항상 기업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정부가 바이오산업 중흥을 위한 대규모 연구기금을 조성하고 실낱같은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Why not? 하지만 성찰 없는 과학과 배려 없는 정책이 섣불리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에서는 재앙과 고통이 쏟아져...
2021.07.12
얼마 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을 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오염수의 핵종들을 제거했고, 남아있는 삼중수소(다핵종제거설비로 제거가 불가능함)는 희석하여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한국 내 수많은 곳으로부터 규탄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 내의 여론도 일본 정부의 발표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염수는 핵사고 이후 여전히 뜨거운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투입되는 냉각수를 일컫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핵연료가 뜨거운 상태로 존재한다는 말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녹아내린 핵연료가 식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바닷물을 가져다 붓는 일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얼마 전 체르노빌에서 새로운 핵분열 반응의 조짐이 보인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1986년 사고가 난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새로운 사고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미국 HBO가 만든 드라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핵사고 당시의 일들을 상세히 보여준다. 과학기술자들과 관료들의 뻔뻔스러움과 무능함이 불러온 재난이었다. 폭발로 인해 모든 연료가 녹아내린 핵발전소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저 30km 반경의 모든 이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전부였다. 시간이 지난 후 덮개를 만들어 덮었으나 그곳에서 새로운 핵분열 반응이 감지되었다는 것은 인류 최악의 핵사고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핵발전소를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의 핵발전소를 닫자고 하니 ‘소형모듈원자로’(SMR)이라는 것을 들고나와 오염도 없고, 사고위험도 없다며 선전을 하기 시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소형원자로를 기후 위기의 대안이라고 이야기한 이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소형모듈원자로’는 아직 상용화 된 기술이 아닐뿐더러 핵발전소의 크기를 줄여놓은 것일 뿐 핵발전소가 가진 모든 성격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비용적 측면에서는 기존 핵발전소에 비해 비싸다. 핵발전소가 기후위기의 대안이라는 주장은 탄소 배출량에만 국한된 이야기이다. 핵사고에 대한 위험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2020년 여름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소외전원상실’로 핵발전소가 긴급정지한 상황은 기후위기가 초래할 핵발전소의 위기를 미리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로 인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사용후 핵연료는 핵분열로 인해 다양한 전리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서 엄청난 독성물질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그 물질 중 어떤 것은 최소한 수 만...
2021.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