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인류의 뉴노멀은 지구의 새로운 균형감각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신익상(성공회대학교, 한국교회환경연구소) 2004년도에 경제 분야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new normal’이라는 용어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사회 문화적 변곡점을 뜻하는 말로 확장되었다. 뉴노멀, 보통 ‘새로운 표준’이라고 번역되는 이 말은 이전과 이후 사이의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전제하는 말이다. 지금 이러한 변화가 사회,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인류 문명들의 전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 ‘전 세계’적으로. 그런데, ‘전 세계’라는 이 말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소린가! 인류는 너무도 쉽게 이 세계 전체를 자신들과 동일시해 버린다. 인류의 공간적 영역은 지구라는 행성의 부분이며, 이 행성은 태양계의 부분이고, 이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부분이며, 이 은하는 우리 우주의 부분이다. 인류의 시간적 영역 또한 보잘것없는데, 거의 137억 년에 달하는 우주의 나이에 비할 때, 인류의 역사는 고작해야 수만 년으로 우주의 나이에 비할 깜냥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자신들의 시공간을 우주의 중심에 놓고 사유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즐긴다. 게다가, 그 인류라는 것조차도 각종 복잡한 이유가 덕지덕지 붙은 차별과 불평등으로 여러 갈래 나뉜 결과, 역사상 단 한 번도 ‘인간’이라는 이름 안에 ‘모든’ 인간이 다 포함되어 본 적이 없다. 그런 인류가 자신들의 작은 그릇들, 그중에서도 가장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그릇들 안에 온 우주를 담아내려고 버둥거리는 동안, 그 우주 중에서도 인류가 가장 만만하게 여기는 지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번개가 꿈틀거리고, 바람이 꿈틀거리고, 기온이 꿈틀거리고, 땅이 꿈틀거리고, 바다가 꿈틀거리고, 얼음이 꿈틀거린다. 그리고, 이 꿈틀거림들 사이로 코로나19가 고개를 내밀었다. 코로나19 류의 지구적 꿈틀거림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최근 50년간 유행했던 전염병들 대부분은 코로나19와 같은 동물 유래 전염병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 기간에 유행했던 전염병 네 개 중 셋은 동물에게서 유래한 것이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인류가 자신의 가장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그릇들 안에 지구를 욱여넣으려고 한 결과다. 인류는 지구라는 한정된 동네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몇 종의 가축들을 빼고는 거의 모든 야생동물이 살던 고향을 빼앗고 내몰았다. 하지만, 지구 위 공간은 한정적이다. 고향에서 내쫓긴 동물들은 멸종되거나 멸종되고 있고, 공간의 한정성으로 인해 인간과 남아 있는 야생동물들 간의 접촉 기회는 더 늘어나게 되었다. 제한된 공간에서...
2020.11.02
한 그루의 미래를 심습니다. - 기후위기 시대, 몽골 은총의 숲을 생각하며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몽골 은총의 숲 조성 사업’은 몽골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숲 조성에 관심을 기울여온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현지 NGO 단체인 ‘GREEN SILKROAD’와 함께 2010년부터 몽골 토브 아이막 아르갈란트 솜의 300,000㎡의 토지를 숲 조성을 목적으로 몽골 정부로부터 30년 간 임차하여 숲을 조성하고 있는 30년 장기프로젝트 사업 입니다. 황량한 벌판과 같았던 땅에 울타리를 세우고, 우물을 파고, 묘목을 심고, 거름을 주고, 몽골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조금씩 자라는 나무들과 관계를 맺은 지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 사이 몽골 은총의 숲은 크고 작은 어려움과 변화를 겪었습니다. 기금 모금의 어려움으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몽골 현지 활동가들과의 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의 문제로 오해가 생기기도 했으며, 몽골 현지 책임자의 건강이 악화되어 사업 진행이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몽골에 닥친 혹한 ‘조드’의 피해로 병충해가 발생해 생태기행 참가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세계를 휩쓴 ‘메르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생태기행 자체가 아예 취소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은총의 숲의 가장 놀랍고 중요한 변화는 황무지였던 땅이 건강한 나무들과 풀들이 점점 무성해지는 초록의 땅으로 변하고 있고, 기적과도 같이 여러 새들과 동물들이 모여들어 생명이 풍성한 은총의 숲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6년 여름, 그러니까 제가 처음으로 몽골 은총의 숲을 방문을 했을 때입니다. 저의 첫 생각은 “도대체 숲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이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조성한 은총의 숲은 저의 상상속의 숲, 그러니까 프레데릭 백의 그림으로 아름답게 묘사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의 숲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간신히 무릎까지 자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푸석푸석한 땅에 죽 줄지어 심겨져 있을 뿐, 숲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현지 활동가들과 책임자는 얼마나 멋지게 잘 자란 나무들이냐고 뿌듯함으로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몽골은 평균 해발고도가 1,500미터에 달하고, 연 평균 강수량이 400mm가 채 되지 않는 고산 건조지대인데다, 한겨울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 한낮은 영상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극한의 기온변화가 반복되어 나무가 자라기에 정말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국토의...
2020.10.21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 종의 미래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지구 생태계는 상호의존의 관계 속에서 생태적 균형을 긴밀히 유지하는 정교하고 거대한 생명 시스템이다. 지구 생태계는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일시적, 국지적으로 생태계의 균형 상태가 무너질 때 일부 종의 개체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게 되거나 감소하게 되면서 다시 생태적 균형을 이루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 생태계는 이러한 탄력성을 바탕으로 생태계의 생명다양성을 유지하고 변화시키며 확대시켜 왔다. 하지만 지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구 생태계는 지구 환경의 큰 변화로 종의 구성이 크게 뒤바뀌는 대멸종의 순간들도 여러 차례 경험해왔다. 현재의 지구 생태계 역시 지구 생태계의 초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약 6,600만 년 전에 발생한 백악기-팔레오기 대멸종(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 event) 이후에 이루어진 생태적 균형의 결과물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위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 확대되어 사망자들이 증가하고, 방역 시스템이 무력화되고, 경제사회적 불안이 증폭하는 팬데믹의 상황도 물론 위기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통해 분명이 드러난 보다 근본적이고 심각한 위기는, 지금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 생태계에서 존재하고 있는 방식이 현재의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인간이라는 종이 만들고 있는 위기이다. 지금 인간은 이러한 지구 생태계의 역학을 무시하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지구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뒤흔들어놓는 강력한 존재이다. 인간이 현재의 지구 생태계가 생태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공급, 조절, 문화, 지원 등의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를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이전에 지구 생태계가 경험했던 대멸종의 사건을 넘어서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지구 생태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숙주로 밝혀진 천산갑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Critically Endangered)에 처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특히 최근 20년 사이에 천산갑 야생 개체의 수가 20%로 급감하였는데, 과도한 개발로 인해 야생 천산갑의 서식지가 급격히 감소하기도 하였지만 인간의 건강에 좋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로 약재와 식재료, 장신구의 재료를 얻기 위해 엄청난 양의 야생 천산갑이 인간에게 포획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 열린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회의에서 100개 이상의 국가가 천산갑 거래 금지안에 동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에만 100만 마리 이상의 천산갑이 주로 중국과 나이지리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불법으로 포획, 거래되었다. 2016년에서 2019년까지 모두 206.4톤에 달하는 천산갑의 비늘이 불법거래 현장에서 압수되었는데,...
2020.10.14
기후변화 고민하지 않는 교단들…한국교회에 미래 없다 총대들이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는 이상한 구조…환경문제, 지금 당장 나서지 않으면 생존 못 해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2020년 여름, 사상 최장의 장마를 기록했다. 함께 장마를 겪은 중국과 일본도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었다. 중국에서는 산샤댐이라는 대규모 댐이 홍수 때문에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40일 이상 계속된 장마로 제방이 무너지고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장마가 끝나자, 더위와 함께 슈퍼 태풍이 찾아왔다. 홍수 피해를 채 복구하기도 전에 찾아온 태풍은 다시 많은 비를 뿌리고 강풍으로 심각한 피해를 만들어 냈다. 특히 이번 태풍은 핵발전소의 '소외 전원 상실'이라는 심각한 사건을 일으켰다. 자칫하면 인구 수백만의 도시를 후쿠시마와 같은 상황으로 몰고 갈 위협이었다. 태풍이 지난 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는 갑자기 폭설이 내렸다. 태풍이 찬 공기를 밀어내 사흘간 폭염이 이어지던 지역에 갑작스레 눈이 내린 것이다. 지난 2월, 여름을 지나던 남반구 호주에서는 7개월 지속된 산불이 진화되었다. 그러나 7개월 동안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었고, 사람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비가 내려야 할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았고, 가물어 말라 버린 숲은 거대한 장작더미와 다를 바 없었다. 산불의 진화는 인간의 능력 밖이었다. 최종 집계된 피해 면적은 대한민국 영토보다 넓은 12만 4000㎢였다. 결국, 호주 전역에 내린 비 덕분에 산불을 겨우 진화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서남아시아에는 메뚜기 떼가 출몰했다. 2018년과 2019년 아라비아해 인근 사막지대에서 발생한 비정상적 사이클론과 집중호우로 필요 이상의 습기가 메뚜기 산란지에 축적되면서 메뚜기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시베리아에서는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했다. 아직 추워야 할 시기였는데도, 따뜻한 수준을 넘어 기온이 20도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아 동토층 위에 있던 유류 탱크가 쓰러져 강이 기름으로 뒤덮이고, 북극해까지 오염시킬 위험에 처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거기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더해져 2020년 지구는 거의 세기말을 떠올릴 만큼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수많은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단 하나의 사건이다. 바로 지구온난화 혹은 기후변화라고 불러왔던 기후 위기다. 기나긴 장마를 지나는 동안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던 한 문장이 있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입니다." 사상 최장의 장마, 슈퍼 태풍, 호주...
2020.09.28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사업’ 원점에서 돌아보기를 신 보 경 포도원감리교회 한 달이 넘게 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양쯔강 일대가 모두 물에 잠겼다는 뉴스가 한참이었는데, 이제는 그 비구름이 우리나라를 덮쳤습니다. 어쩌면 기후위기가 원인이 되어 내렸을 큰비는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의 삶을 더 힘겹게 합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빼앗긴 야생동물들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듯이 말이 없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자연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인간을 응징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균형이 깨지면 지구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는 사실을 코로나19로 인해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현상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면 이제는 삶을 질을 고민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화두에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함양과 구례, 산청과 남원에 이어 하동군에서는 지리산 개발로 돈을 벌어들일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하동군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 사업은 지리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산을 파헤치는 시발점이 될 뿐 아니라 주민들 간에 갈등을 불러일으켜 상처만 남길 것입니다. 이 사업의 시작은 전경련이 제안한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3대 분야 건의'(2014)였습니다. 전경련 등 기업들은 더 이상 개발할 곳이 남아있지 않자 전국의 산을 돈 되는 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경련에서 제안한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은 자연공원(국립공원) 정상 부근에 친환경 휴양림 허용,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산악열차 확대, 급경사 산지에 관광숙박시설 허가, 산지 내 승마장 건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이후 정부와 지자체들에서 쏟아낸 법률안은 기본계획부터 전경련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하동군에서 산악관광을 논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으로, 처음에는 ‘지리산 무지개 프로젝트’라는 이름이었으나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 다시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로 이름이 바뀌면서 그 이름에 걸맞게 개발의 규모 점점 커집니다. ‘하동알프스 프로젝트’는 하동 지리산 형제봉을 중심으로 악양면, 화개면, 청암면 일대에 산악열차 15km, 모노레일 2.2km, 케이블카 3.6km와 호텔, 미술관 등을 설치 운영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악양 형제봉은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남쪽으로 뻗어 나온 마지막 봉우리로 자연환경 보전법이 규정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곳은 지리산 국립공원과 지리적, 생태적으로 이어져 있어 지역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또...
2020.09.06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심정으로 송진순 이화여자대학교, 한국교회환경연구소 2020년은 인간이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가 일상이 될 즈음, 된더위에 앞서 찾아온 장마는 이례적인 기록들을 남겼다. 50일이 넘는 호우와 태풍으로 1,000건이 넘는 산사태가 일어났고, 섬진강의 제방을 비롯하여 전국 2,700여 개의 도로와 교량이 붕괴되었다. 도시는 물론이고, 논밭, 축사, 양식장 할 것 없이 홍수 피해는 막대했다. 50명이 넘는 인명피해와 6,000여 명의 이재민이 속출했다. 그중에는 인공수초섬을 지키려다 실종된 공무원이 있었고, 침수된 주택에서 나오다 가족의 손을 놓친 여덟 살 아이도, 새벽에 들이닥친 토사에 매몰된 모녀도 있었다. 전국의 침수피해 상황을 보도하는 수치와 그래프, 불어난 강물에 자취를 감춘 마을과 도로, 유실된 경작지, 폐허가 된 농가 등, 참혹한 이미지들은 연일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정작 말해야 하는 것에는 침묵했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이 파괴된 이들의 고통은 숫자나 이미지로 환산될 수 없었다. 더욱이 대중이든, 정부 정책이든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가 본질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이들이 경험할 상실감과 경제적 고통이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지, 아니 그 이상의 어떠한 트라우마로 남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다만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채널을 돌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경험했고, 앞으로 경험하게 될 일상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2018년 40도에 육박했던 폭염에서 2019년 연쇄적인 태풍과 평균 3℃가 넘는 따뜻한 겨울, 그리고 2020년 유례없는 긴 장마에 이르기까지, 이후 이재민 지원, 식량 수급, 도로와 제방, 산림 복구에 따른 경제적, 정책적 수습 과정이 신속히 진행된다 해도, 지금의 위기는 우리에게 분명히 증언하고 있다. 첫째는 가시화된 재난들이 점차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 폐해가 고스란히 이 사회의 가장 낮은 자들, 특히 자신의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과 동물(자연)의 몫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연을 착취하고 인간을 무력한 노동자로 만들어 버린 신자유주의 사회경제체제, 다시 말해 인간이 빚어낸 결과다. 아직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의 위협과 전 세계에서 속출하는 이상기후, 이로 인한 환경 난민과 더욱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는 긴밀한 연속선 상에 서 있다. 이년 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2020.09.04
한국교회와 기독교의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정책제안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에큐메니칼 운동의 핵심 가치 : JPIC 1983년 밴쿠버 WCC 총회, 그리고 1990년 JPIC 서울대회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에큐메니컬 운동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JPIC : Justice, Peace Integrity of Creation,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부산 WCC 총회에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끌어 주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라는 주제를 통해 ‘창조질서의 보전’(Integrity of creation)이라는 단어가 ‘생명’(Life)으로 바뀌었지만 운동의 방향과 의미에서 두 단어가 큰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조질서의 보전’(Integrity of Creation)과 ‘생명’(Life) 모두 ‘존재의 거대한 사귐과 나눔 속에서 모든 피조물들이 맺고 있는 상호연관 혹은 상호의존의 관계’를 의미하는 ‘창조세계의 온전성’(Integrity of Creation)을 내포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신학자도 아닌 제가 NCCK 정책협의회의 생태 부문발표의 첫머리에서 JPIC의 개념을 다시 이야기하는 이유는 최근 ‘창조질서의 보전’(Integrity of creation)이라는 단어가 그 본래의 ‘창조세계의 상호의존성’이라는 의미와는 전혀 무관하게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고 조장하는 단어로 오용되거나 남용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입니다. 왜 그 당시에 ‘Integrity of Creation’을 ‘창조세계의 온전성’이라고 직역을 하지 않고 ‘창조질서의 보전’이라고 의역을 해서 지금 여러 사람들을 뜻도 제대로 모르고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에큐메니컬 운동과 신학에서는 무분별하게 오남용되고 있는 ‘창조질서의 보전’ 대신 더욱 의미가 분명한 ‘창조세계의 온전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에큐메니컬 운동의 실천 과제이자 에큐메니컬 비전의 핵심인 ‘JPIC’는 ‘정의 평화, 창조세계의 온전성’입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인간중심성을 내포하고 있는 ‘환경운동’이란 단어도 앞으로는 종(種)간의 차별을 포함한 모든 차별을 극복하려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생태정의(Eco-justice)운동’이란 단어로 바꾸어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 생태정의의 관점 UN식량농업기구(FAO)는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의 원인이 인간 거주지의 팽창, 야생동물의 서식지 침범, 야생동물의 포획과 이동, 개발로 인한 생태계 교란, 산림 파괴, 농업생산 증대를 위한 화학약품 사용, 가축과 야생동물의 동시 사육, 가축에 대한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에 따른 바이러스의 저항성 증가, 그리고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수많은...
2020.09.01
기후 위기는 한국교회의 위기다 신익상 소장,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 상황 한가운데서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시험대 위에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부르짖어야 하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가? 참된 신앙은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입증되는가, 아니면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 입증되는가? 이 시험대 위에서‘상황’을 다시 둘러본다. 당장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의 대유행과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로 인해 전국에 걸쳐 발생한 홍수 및 산사태 피해. 7월 초에 유엔환경계획과 국제축산연구소는‘팬데믹 예방: 동물성 질병과 전염병 사이의 고리를 끊어내는 법’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이 보고서의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 최근50년 동안 유행하고 있는 전염병의 약75%가 동물에게서 옮겨 온 전염병(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둘째, 이렇게 동물에게서 옮겨 온 전염병이 많아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인류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지적했다는 점이다. 인간이 공장식 대규모 농장과 축산을 위시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한 결과 야생 동물이 살 곳이 적어졌고, 그래서 인간과 야생 동물과의 접촉이 더 높아지게 되었다. 인간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자 인간과 동물의 접촉이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동물 유래 전염병이 빈번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는 이런 동물 유래 전염병의 지극히 단편적인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이 일부만으로도 인류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는 대단히 많은 생물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한다. 50일을 훌쩍 넘긴 장마와 홍수, 산사태를 잇는 폭염에서 엿볼 수 있듯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기후 이변, 그리고 호주, 미국, 아마존 등 세계 여러 곳에서 빈번해진 대형 산불과 영구동토층의 해빙은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수 있는 결과 중 일부일 뿐이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1℃의 기온 상승이 가져온 상황일 뿐, 이대로 간다면2050년에는3℃ 이상의 기온 상승이 예상된다. 이 작을 것만 같은 기온 상승은 지구를 새로운 균형 상태로 몰아갈 것이다. 이 새로운 균형 상태는 지구 생물의95%를 멸종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고 낯선 균형이다. 기후 위기가 다가오는 속도는 인간 문명이 자신을 성찰하는 속도보다 빠르다. 이 속도가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고쳐 읽을 수밖에 없도록...
2020.08.28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될까? 김영현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 평창사천교회)   ‘어른’이란 뭘까? 떡국 먹듯이 생물학적 나이를 먹어가면 자연스레 ‘어른’이 되어 있을 거란 어린 시절의 막연한 기대는 질풍노도 시기의 배멀미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불혹’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대단한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웬 걸! 앞자리가 ‘4’자로 바뀐 지금의 나는 불의한 일에 흔들리지 않기는커녕 의로운 일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 소금기둥이 되어 꼿꼿이 버티고 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고 때마다 일마다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배만 나온 피노키오가 거울 앞에 똭! 서 있는 것을 볼 때면 거울에게 참 미안하다. 옛 어르신들 말씀이 ‘철’ 들면 죽는다던데 이 모양 이 꼴이면 아마도 분명히 ‘영생’을 누릴 듯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강원도 평창에 살고 있다. ‘코로나19’ 청정구역으로서 우리 동네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 갈 수 있는 일상의 축복을 누리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동네 학교에서 ‘온라인학습교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방역도우미’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방역도우미’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오전에 등교하는 아이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수업 중에는 소독제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에 소독제를 뿌린다. 혹시나 모를 바이러스의 침입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어밴져스급의 사명감을 가지고 방역에 열심을 내고 있다. 그런 나를 아이들은 ‘마스크 선생님’으로 부른다.   하지만, ‘어른’으로서의 내 사명감은 이내 사라져버렸다.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지내야 하는 아이들의 참을성이 바닥이 난 것이다. ‘살아야 한다’라는 생존본능 때문일까? 에어컨도 틀지 못한 체 숨을 탁탁 막히게 하는 더위 속에서 ‘KF94’ 인증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드디어 마스크를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마스크 줄로 인해 귀 뒤 쪽 피부가 빨갛게 헐어버렸다. 한 아이는 마스크를 쓴 체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하다 잠깐 정신을 잃기도 하였다. ‘어른’에게 꾸중을 들을 것이 겁이 났던 아이는 마스크를 벗지도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등교 할 때 깜빡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온 아이는 큰 죄인이 되어 구석으로 움츠러든다. 아이들끼리는 서로 ‘코로나 거리두기’라고 부르며 친구들과 가까이 하지 않고, 혹이나 발열 증상으로 병원을 다녀온 친구들에게는 머뭇거리며 다가서지 못한 채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마스크! 써!” 뿐이다.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과연 저 마스크를 벗게 되는 날이 올까?’ ‘코로나19 보다 더 고약한 바이러스가 발생한다면?’, ‘바이러스를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전지구적 재난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만약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난다면? 드넓은...
2020.07.25
멈춘 시간 속에서 찾아야 할 희망 강민주 집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 동숭교회) 속도 - 유자효 속도를 늦추었다. 세상이 넓어졌다. 속도를 더 늦추었다. 세상이 더 넓어졌다. 아예 서 버렸다. 세상이 환해졌다. 세상이 멈춰 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휩쓸고 아직도 그 실체를 모두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순간에 전 세계가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지켜 본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인식했다. 코로나는 사스에서부터 17년간 진화하며 인류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통제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은 앞으로의 세상을 넓고 구체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방역과 의료시스템과 정부의 환상적인 콜라보로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낙관하고 방심하기 보다 우리가 간과 해서는 안 될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한국은 코로나19에 있어 대처 능력이나 의료 시스템은 1위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은 후진국이라는 점이 우리의 현 주소이다.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경제발전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자연재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고 대처해 나가는가?’는 미래 사회 생존에 가장 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자연재해이다. 사람들이 ‘발전’을 위해 숲을 훼손하고 이로 인한 야생동물의 접촉이 불러온 재앙이다. 산업발전=경제발전=지구온난화=자연재해로 이어진다. 바이러스 하나가 현대 문명 곳곳의 구조적 결함까지 드러내며 인명을 희생 시키고 경제를 마비 시켰다. 그런데 여기서 더 무서운 일은 이상기온, 홍수, 쓰나미,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생존에 가장 기본인 식량부족으로 이어져서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를 혼란과 무서운 전쟁으로 몰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천호 교수는 “감염병과 기후위기는 차원이 다르다. 감염병 이후 일상으로 회복해 나가는 것처럼 기후위기를 다뤄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코로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럽고 경제활동이 멈추어선 어두운 지금이 어찌할 수 없었던 세계 경제 시스템을 바꾸고 기후위기를 개선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희망의 시기 일수 있다. 물론 인류의 이런 어려움은 과거에도 있었다.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고 위기상황을 전환 시키며 진화된 문명을 이어나가고 발전해 왔다 그런데 이 ‘발전’이라는 단어가 주는 말의 뉘앙스가 혼란을 주고 있다. 도대체 무슨 발전, 어떤 발전을 말...
2020.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