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 한국 정부 탄소중립정책의 문제점 지난 9월 30일,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 새문안로 콘코디언 빌딩 앞 거리에서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참여분과에 참여한 4대 종단의 종교위원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4대종단의 종교위원들은 탄소중립위원회 회의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이 참여하지도 않았고,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2℃에 맞춘 2018년 대비 35% 온실가스감축안이 정부안으로 제출되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부처의 안일함과 직무유기를 비판하며, “우리들 때문에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는 가난한 국가와 사회적 약자, 청소년들과 미래세대가 희생당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과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볼 책임이 있음을 의식하고 정부와 기업의 즉각적이고 합당한 변화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탄소중립위원회 종교위원 사퇴문을 발표했다. 종교위원들은 “산업의 구조를 빠르고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에 필요한 법과 정책을 국회와 정부가 만들고 시행하도록 탄소중립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추동”할 것을 요청하며, “종교계에서 앞으로도 탄소중립을 위해 더욱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실천과 연대에 힘을 더할 것이다.”는 문장으로 사퇴문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탄소중립위원회에 참여한 종교위원들은 사퇴문과는 별도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탄소중립위원회에 큰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지만, 이미 정부는 사전에 온실가스감축안의 한계치를 정해두고 위원들을 설득하려했을 뿐이고, 종교위원들의 온실가스감축목표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그럼 어디서 어떻게 더 감축할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했다며, 고심 끝에 들러리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위원회에 계속 참여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인 10월 4일에는 세계 주요 종교들을 대표하는 40명에 달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과학자들과 함께 바티칸에 모여 국제 사회가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에 앞서 ‘획기적인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세우고 기후행동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공동호소문‘을 COP26 의장인 혼 알로크 샤르마에게 전달하였다. 이 호소문에서 세계 종교지도자들은 COP26이 “부유한 국가들부터 앞장서서 자신의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하고, 빈곤한 국가들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재정 지원을 함으로써 가능한 한 빨리 넷제로를 성취해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에 놓고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경제, 생태적이고 환경을 착취하지 않는 돌봄의 경제, 생명을 지원하는 경제, 과잉의 사악함을 비판하는 경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새로운 종류의 경제’를 채택하는” 원대한 뜻을 세워야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세계 종교지도자들의 호소문도 메아리 없는 허공을 향한 외침이 되고 말았다. 지난 11월 13일에 막을 내린...
2021.12.19
우리는 지금 파국을 성장시키고 있다 이현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지구온난화는 지금 우리가 성장을 위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기에 발생하고 있는, 인류사상 전례가 없는 전 지구적인 파국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가난을 성장시키고 있다.” -프란츠 알트(Franz Alt), 단 하나뿐인 우리의 집 우리 모두는 오늘도 바쁘다. 도시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지하철과 버스, 도로 위 자동차들은 오늘도 수백만의 시민을 어디론가 실어나른다. 하루 활동의 대부분이 경제 활동과 소비에 연결된 삶, 그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무언가 더 많이 쌓아 올렸다는 기억을 가지고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오늘 하루 우리가 쌓아 올린 것이 무엇이었나에 대한 성찰은 매우 드물다. 인간의 삶이 풍요해질수록 지구 생태계는 가난해졌고, 경제가 성장할수록 지구 생태계의 고통도 성장했다. 산과 바다의 무수한 생물종이 사라졌으며, 탄소배출을 통한 지구온난화로 피폐해진 땅과 물이 늘어간다. 오늘도 우리가 열심히 살면서 쌓아 올린 것의 실체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점검해야 할 때이다. 최근 유엔이 주도한 기후환경에 대한 공동분석에 따르면, 현재 세계는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이라는 지구 온난화 안전 한계치를 넘어 2도 상승의 시나리오조차 상당히 초과하는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주요 해수면의 상승을 이끌어 해안가와 섬 지대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극단적 기상현상의 발생과 강도를 증가시켜킴으로 세계 곳곳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일어나게 될 것임것을 의미한다. 이미 30년 전(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회의)부터 세계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공동대응을 약속했지만, 오늘날의 이런 결과로 평가하건대, 우리의 지난 약속은 구속력이 없었고, 우리의 지난 실천은 지나치게 미미했다. 국가와 개인의 경제성장, 소비, 풍요, 편리를 향한 욕망을 제어하지 않는 한, 어떤 과학도 어떤 정치도 이 파국을 향한 치달음을 막을 수 없다. ‘녹색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여전히 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우리는 결국 파국을 성장시키게 될 것이다. [이제는 개인이 나서야 할 때] 산업혁명 이후 약 150년간 우리는 무수한 탄소발자국을 남기며 살아왔다. 그리스도인들 역시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를 거리낌없이 배출하며 살아왔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시공간과 활동 가운데서 우리의 생활이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별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의 풍요와 편리가 그저 인간을 향한 하늘의 축복이라고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그런 종류의 순진한 생각으로는 지속가능한...
2021.12.15
기후위기의 오늘 우리에게 예수의 탄생은 어떤 의미인가? <첫 번째 크리스마스> (마커스 보그, 존 도미닉 크로산 지음, 김준우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2011년)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대림절이 시작되었다. 곧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의 모습도 ‘예전’ 같지 않다. 거리에 캐롤이 없어진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크리스마스 씰이 붙은 성탄 축하 카드도, 거리를 메우는 인파도, 자선냄비 종소리도, 화려한 성탄장식 조명도 없는 크리스마스가 익숙해지고 있다. 여전히 TV에서는 ‘나 홀로 집에’나 ‘다이 하드’ 시리즈가 방영되기는 하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는 미처 보지 못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을 몰아서 보기에 더 좋은 시간이다. 뭐 그렇다고 아쉬워할 것은 없다. 어차피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과는 별 상관이 없는 날이니까. 마커스 보그와 존 도미닉 크로산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는 이천년 전 예수의 탄생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과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한 사람들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천년 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 책이다. 마커스 보그와 존 도미닉 크로산의 책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암시와 반전이 이어지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는 듯, 한 장 한 장이 흥미진진한 역사, 문화, 종교적 자료들로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준다. 예를 들어, 예수님 시대의 사람들은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아폴로 신의 아들로써 기적적으로 출생하였고, 천년이 넘는 족보를 가지고 있었으며, ‘지상의 평화’를 약속한 황제의 ‘복음’을 선포한 존재로, ‘신의 아들’, ‘주님’, ‘구세주’로 숭배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보그와 크로산은 복음서가 이러한 로마 황제의 ‘제국 신학’에 맞서 나사렛 예수의 동정녀의 탄생과 다윗의 족보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책이 아니다. 보그와 크로산은 계속해서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들은 공허한 꿈이 아니라, 예수 안에서 드러나 우리가 본 것이 바로 그 길, 즉 다른 종류의 인생과 다른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선포하는 것이다. 개인적이며 정치적인 변화 모두, 재탄생의 종말론과 새로운 세상의 종말론 모두가 우리의 참여를 요청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참여가 없이는 우리 개인을 변화사키지 않으며, 또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참여가 없이는 세상을 변화시키지 않으신다.” (314쪽, ‘미래의 크리스마스’) 오늘날은 기후위기의 시대. 전 세계적인, 그리고 생태적인 불평등과...
2021.12.04
기후위기의 절망을 넘어 생태 회복의 희망으로 - 절망을 직시하면서도 희망을 멈추지 않을 용기 이현아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슬픔에 직면하기 우리는 지금 수십만의 생물종과 이별하는 중이다. 2019년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UN IPBES)' 7차 총회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식물의 ⅛에 해당하는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고, 이들 중 50만 종은 생존할 수 있는 서식 공간이 없다. 동식물의 서식처인 숲과 삼림이 2000년 이후 매년 650만 헥타르(㏊)씩 사라지고 있다. 인간 활동의 급격한 증가로 1970년대 이래 지표면의 75%가 현저히 변형됐고, 해양 지역의 66%가 치명적인 상태에 있으며, 85% 이상의 습지가 사라졌다. 인간의 지나친 활동은 동식물의 멸종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에 기반을 둔 인간 문명은 지구 온도를 높여 기후 위기를 초래했고, 삶의 기반도 급속도로 붕괴하고 있다. 폭염, 한파, 태풍, 홍수, 산불 등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 기상 현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피해와 희생이 매년 국내외 뉴스를 장식한다. 아프리카·아시아 많은 지역의 일상적 물 부족과 사막화 확산은 지역 농업 시스템을 교란했으며, 식량 부족으로 앙상하게 마른 아이들의 덩그런 눈망울은 잘사는 나라 사람들의 두꺼운 양심을 두드린다. 해마다 발생하는 2500만 명의 기후 난민을 어떻게 분산·수용할 것인지가 국제정치·사회의 주요한 쟁점이 됐고,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외교부장관은 물에 잠긴 국토 위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연설을 한다. 인식하지 못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는 기후 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지금이 앞으로 다가올 그 어떤 날보다 더 안정적인 시기일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8월 9일 발표된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이대로 가면 불과 10여 년 후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올라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래전 예견된 재앙이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막을 내린 COP26 회의에서 각국 정치 지도자들은 기후 위기 대응에 힘써야 할 이 짧은 유예기간을 다시 한번 미루고,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비통함, 그 안에서 스러져 가는 생명들에 대한 애통함, 우리 스스로 만들어...
2021.11.29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셨다. 우리는 12월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께서 오셔서 우리를 구원하셨다고 고백한다. 복음서는 그렇게 찾아온 하나님의 아들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고, 어떻게 부활했는지를 그린다. 그리고 그 사건을 약 2천 년 전 어느 중동 마을의 일이 아니라 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진 이들에게만 구원은 현실이 된다. 그 과정에서 예수를 나의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일도 벌어지고, 예수께서 아버지라 부르신 분을 우리도 아버지라 부르며 기도를 하게 되는 일도 일어난다. 그렇기에 신앙이나 구원은 신비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신학자 보프는 생태학을 관계에 대한 학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어쩐지 ‘생태’라는 말에는 ‘공동체’라는 말이 어울리기도 한다. 우리가 따로 떨어져 혼자 존재하는 이들이 아니라는 말은 위로가 된다. 사람들끼리도 ‘더불어’, ‘함께’가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생태학의 세계에선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홀로 살아가는 것처럼 느끼지만 결국 물과 공기, 바람과 햇볕, 흙과 풀, 나무와 새, 벌레와 미생물, 동물들과 떨어져 살아갈 수 없다. 본적도 없고, 목소리도 들은 적 없는 이들과 우리는 이미 하나의 공동체로서 살아가고 있다. 아울러 우리가 공동체로 살고 있다는 말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우리(생태공동체)의 긴밀한 관계망을 깨뜨릴 때 그것이 공동체에 속한 모두의 위기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흔히 “적자생존”, 강한 자가 살아남는 세상을 살고 있다고 많은 이들이 믿고 있다. 하지만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을 통해 ‘적자생존’은 틀렸다고 말한다. 우리는 서로가 영향을 깊이 주고받으며 진화해왔고, 그 과정은 강자가 약자를 집어삼키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었다. 먹고 먹히는 일이 있으나 가학과 피학의 관계는 아니다. 우리가 성찬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는다고 고백할 때 그 관계가 ‘적자생존’이 아니듯, 먹고 먹히는 관계도 결국 힘의 구조는 아니다. 성찬이 우리에게 보여주듯 우리는 서로의 먹이가 되고,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때 새로운 존재,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 관계의 신비를 잃어버린 순간, 즉 힘의 관계로 모든 것을 설명할 때 위기가 시작되었다. 인류는 강자로 군림하면서 공동체의 다른 이들을 착취했다. 그리고 순환을 통해 유지되던 세계를 망가뜨렸다. 바울 사도는 자기를...
2021.11.26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삭개오입니다 임지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24) 성서 곳곳에서는 이 땅에 정의를 일구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을 일깨운다. 이 시대의 정의는 결코 기후위기를 간과한 채로 선포될 수 없다. 기후위기는 이제 단지 미래에 닥칠 일이 아니며, 오늘의 뉴스 헤드라인으로 찾아오고 있는, 지금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심상치 않다. 세계 곳곳에서 폭우와 폭염, 초대형 산불 등의 기후재난들이 잇달아 일어나며, 이로 인해 피해를 입고 고통받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 유엔 인권 최고 대표 메리 로빈슨은 ‘기후변화는 21세기 인권에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 말했다. 성서는 하나님은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고,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시는(마태복음5:45) 분이라 증언한다. 성서적 관점에서 본다면 기후란, 악인이냐 선인이냐, 의로운 자냐 불의한 자냐도 따지지 않고 하나님이 모든 생명을 위해 주신 은총이라 할 수 있다. 지구에 사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바로 기후인 것이다. 이 기후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하나님께서 지구 위 모든 생명체들이 생명을 기대어 살아가도록 부여하신 토대를 빼앗는 것이며 지금까지는 없었던 무자비하고도, 잔혹한 폭력인 것이다. 한국교회여, 기후정의를 외쳐라 기후변화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이 수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에 벌어질 일이 아닌 오늘의 고통이다. 국제난민감시센터(IDMC)에서는 전 세계 난민이 780만 명에 육박하며, 이 중 기후 난민이 분쟁 난민보다 약 3배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관련 사건으로 2050년 안에 최소 12억 명이 난민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문제는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는 이들이 기후변화의 발생에는 책임이 없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말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9월 25일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는 ‘지금당장 기후정의’를 메인 구호로 삼고 집중기후행동에 나섰다. 전국적으로 1만여 명이 기후행동에 동참했으며,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들도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을 통해 기후정의를 외치는 일에 함께 행동했다. 기후정의란 국제적, 사회적 불평등이 기후위기를 야기했고, 기후위기로 인한 고통과 피해 또한 불평등하게 돌아가며,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불평등이 가중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후위기의...
2021.11.12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 <디그로쓰 Degrowth> (요르고스 칼리스 외 지음, 우석영, 장석준 옮김, 산현재, 2021년)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어느 나라가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강대국이냐 약소국이냐를 이야기할 때, 조금 더 노골적으로 잘 사는 나라냐 못 사는 나라냐를 따질 때 흔히 일정 기간 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합한 수치인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을 따져보게 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내총생산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그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차이로. 하지만 최근 2위 중국이 경제성장을 통해 미국의 국내총생산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머지않아 경제성장이 더 가파른 중국이 미국의 국내총생산을 따라잡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총생산을 국민의 수로 나눈 1인당 국내총생산은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2017년 UN 통계에 의하면 당최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히텐슈타인 공국이 모나코와 룩셈부르크를 제치고 1인당 국내총생산이 가장 높은 나라다. 미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는 간신히 9위, 중국은 중간 정도 되는 세계 75위이다. 대국들로서는 좀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기후위기고 나발이고 간에 오로지 경제성장뿐이다. 부탄은 국내총생산으로는 별 볼 일이 없는 126위의 나라이다. 하지만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에서는 항상 1위를 차지한다. 국민총행복지수는 평균행복(Average Happiness), 행복수명(Happy Life Years), 행복불평등(Inequality of Happiness), 불평등조정행복(Inequality-Adjusted Happiness)을 통해 각 국가의 국민들이 어느 정도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를 측정한 수치다. 부탄이 국민총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탄 사람들은 경제성장 대신 불교의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가 지구를 괴롭게 만든다는 이야기에는 선뜻 동의한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성장은 이로운 것이고 또한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생물다양성감소, 기후위기. 사실 경제성장이 이 모든 일들의 원흉인데도 말이다. 또한 경제성장은 사회의 불안, 소득불평등, 공동체의 파괴, 배타주의와 능력주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단 하나의 원인이다. 때문의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경제성장의 망상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탈성장, 혹은 적정성장(Degrowth) 운동이 바로 그 방법이다. <디그로쓰>는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사회경제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전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경제성장 없는 그린뉴딜, 보편 기본 소득, 보편 돌봄 소득, 보편 기본 서비스, 커먼스(Commons, 공공자산) 회복, 노동시간 단축,...
202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