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그린 엑소더스 : 미래를 향한 교회의 도전
작성일
2023-11-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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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엑소더스 : 미래를 향한 교회의 도전
최근 체제전환연구소(System Change Lab)는 기후행동추적, 세계자원연구소 등의 연구단체와 함께 ‘2023년 기후행동보고서’(State of Climate Action 2023)를 발표했습니다. ‘2023년 기후행동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계의 기후행동이 적절한 방향과 속도로 가고 있는지를 전력, 건물, 산업, 운송, 산림 및 토지, 음식 및 농업, 금융, 탄소제거기술의 8가지 분야의 42개 지표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분석 결과는 평가된 42개 지표 가운데 ‘신규 자동차의 전기자동차 보급률’의 단 1개 지표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과 속도에 올라있고, ‘석탄발전 비중 감소, 건물운영 탄소집약도 감소,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 삼림 벌채율 감소’ 등의 30개의 지표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속도가 느리고, ‘화석연료 보조금, 개인 자동차 이용율 등’ 6개의 지표는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이탄지대 복구 등’의 나머지 5개의 지표는 평가 데이터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볼 때,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열펌프, 전기 자동차 등 저탄소기술을 채택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목표이행의 올바른 방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속도가 ‘비참할 정도’로 부족한 비상 상황이라 엄청난 노력의 가속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2023년 기후행동보고서는 지난 10월은 ‘역사상 가장 더운 10월’이었고, 2023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발표와 함께, 1.5도 목표를 점검하는 '전 지구적 이행 점검'(Global Stocktake, GST)의 결론을 발표하게 될 11월 30일 두바이 유엔기후변화협약 제 28차 당사국총회(COP28)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사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모든 분야에서 파리협정의 1.5도 목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전 지구적 이행 점검의 과학적 결론을 이미 발표한 상태입니다. COP28에서는 이 과학적 결론을 토대로 '정치적 메시지'를 발표하게 될 텐데, 그동안 온실가스를 주로 배출한 쪽은 선진국이고 개도국이 기후위기에 입은 피해에 대한 지원은 적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개도국과, 과거부터 미래까지 배출량을 모두 고려해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도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이 메시지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의 선진국의 치열한 의견대립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개도국과 선진국 의견대립의 가장 첨예한 지점은 '손실과 피해 기금'의 조성과 운용 방법의 논의가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손실과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의 조성은 지난 COP27에서 총회 날짜를 연기하면서 가까스로 합의되었지만, 선진국에 기금 공여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과 기금공여 주체, 기금운용 기관과 지원 대상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은 상태로 이번 COP28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그동안도 선진국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6에서 개도국들에게 2020년까지 매년 1천억 달러(131조 원)의 기후 재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하고는 지금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이번 COP28에서 어떤 결론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이 되고 있습니다.
만일 이번 COP28에서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세계 각국의 전면적인 목표 재조정과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의 표현대로 ‘이미 열려버린 지옥문’을 조금이라도 닫기 위한 세계의 노력에 큰 진전이 있게 될 것입니다. 이번 COP28에 가톨릭교회의 수장 프란체스코 교종이 참석해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기후행동에 대한 연설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 사도 베드로는 천국문을 지키고, 사도 베드로의 후예 프란체스코 교종은 지옥문을 지키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오래 전부터 기후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한국교회의 기후행동을 위한 여러 의미 있는 사건들을 이끌어 왔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 5월에 발표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기독교 탄소중립 선언문’을 발표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창조세계를 보전해야 할 책임이 있는 존재임을 고백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창조보전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음을 참회하며, 기후위기 교육과 기후위기 비상행동 플랫폼 구성, 생태목회 매뉴얼을 개발, 기후위기에 대응할 연구자, 신학자, 기독시민운동그룹들의 지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구 설립을 추진, 기후위기시대를 이끌어 갈 다음 세대 양성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단을 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생명문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오랜 기간 실태조사와 연구를 통해 한국교회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기반, 방안, 목표를 담은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하여 한국교회의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중장기 이행목표를 제시하였습니다. 더불어서 6월 창조세계 보전을 위해 예배를 드리는 환경주일과 함께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을 위해 행동하는 9월 기후정의주일 제정을 결의하여 환경주일, 기후정의주일 연합예배를 드리며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기후행동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러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기후행동에는 유관기관인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제안한 ‘한국교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는 기후위기의 원인을 단순히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경제적인 문제, 정의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넘어서, 창조세계와 인간의 새로운 이해 필요로 하는 ‘생태적 회심, 생태적 전환, Metanoia'의 문제로 바라보고, 기후위기가 근본적으로 미래를 향한 교회의 전환의 방향을 ‘회색에서 녹색으로, 탐욕에서 은총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의 세 가지로 설정하고, 세부적인 실천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린 엑소더스 프로젝트의 모든 내용을 자세히 설명 드리기 보다는, 100주년을 앞둔 한국기독교회교회협의회 제 72회 총회가 긴박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 교단과 연합단체, 유관기관을 비롯한 한국교회와 기독교,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회색에서 녹색으로’ 기후녹색교회 운동에 대한 제안입니다.
이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이라는 탄소배출감축목표를 수립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로드맵이 한국교회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의 내용을 간략히 말씀드리면, 2030년까지는 교회에서 탄소배출을 2020년 대비 50% 감축하고, 2040년까지는 교회의 탄소배출을 100% 감축하여 탄소중립 달성하자는 내용입니다. 로드맵은 이를 위한 방안으로 에너지 절약과 전력화, 효율화, 재생에너지 생산, 탄소 흡수원 조성 등의 실행가능한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로드맵의 시행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 로드맵을 따라 한국교회에서 탄소배출 감축을 본격적으로 이행할 것을 제안드립니다. 언제까지 정의 평화 생명을 추구하는 교회가 화석연료의 회색으로 물들어있어야 합니까? 가장 먼저 교회가 생명을 살리는 하나님의 집, 녹색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든 교회에 ‘한국교회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하여 각 회원 교단에서 ‘탄소중립 시범교회’를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실천 결과를 모니터링해서 총회에서 실제적인 탄소배출에 대한 보고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탐욕에서 은총으로’ 우리 사회가 생명의 경제를 추구하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2023년 기후행동보고서’와 COP28의 이슈에도 언급된 것처럼, 아직도 세계의 경제, 특히 금융은 친환경, 탈탄소 산업보다는 화석연료산업에 밀착되어있는 실정입니다. 이 기후위기의 상황 가운데서도 여전히 기업과 은행은 수익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세우고, 석유화학공장을 세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이러한 탐욕의 경제로부터 하나님의 은총에 기대어 사는 경제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세계교회협의회는 이러한 문제에 주목하여 유니세프 등의 국제기관과 함께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미래세대를 위해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자’(Save Children's Lives)라는 이름의 기후책임금융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자’ 캠페인은 아주 간단하고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에 파급력이 큽니다. 소속된 교단, 단체, 교회의 연기금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에 화석연료산업, 탄소배출산업에 해당 연기금을 투자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도 이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자’ 캠페인을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동참할 것을 제안 드립니다. 이를 위해 먼저 회원 교단에서 연기금이 화석연료산업, 탄소배출산업에 투자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기후책임을 약속한 금융기관과 연기금 운용에 대한 협약을 맺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자’ 캠페인이 모든 교회와 기독교 단체,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이 되도록 확산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창조세계 회복에 대한 제안입니다.
이미 창조세계는 인간의 탐욕에 의해 원상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붕괴되어, 모든 생물종의 멸종을 바라보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한국교회는 창조세계를 지키는 돌보는 것을 넘어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을 우선하는 선교 패더라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지난 15년 동안 기후재난국가인 몽골에 숲을 조성하는 은총의 숲 조성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최근 은총의 숲은 목표했던 생태계의 회복과 사람들의 안정된 삶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창조세계 회복사업에 대한 재원 마련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제안은 한국기독교회교회협의회가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탄소발생에 따른 탄소헌금을 통해서 창조세계 회복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1년 동안 중형차를 운행할 경우 2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됩니다. 유럽으로 비행기를 왕복으로 이용할 때도 탄소발생은 이와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1톤 배출할 때마다, 5만원 상당의 자발적인 탄소헌금을 하도록 해서 ‘창조세계 회복기금’을 조성토록 하는 것입니다. 그 기금으로 농어촌교회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설치, 생태계 복원을 위한 한국교회 은총의 숲 조성, 해외 기후난민 지원과 같은 기후정의를 이루는 일에 소중히 사용한다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기꺼이 탄소헌금에 참여할 것입니다.
그린 엑소더스, 생태적 전환의 길은 시대의 요청이자 미래를 향한 교회의 도전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더 이상 회색과 탐욕과 절망에 맡길 수 없습니다. 그 결과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파괴하는 기후위기, 생태위기라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이, 한국교회가, 오늘 녹색총회를 여는 한국기독교회교회협의회가 녹색의, 은총의, 희망의 길에 앞장섭시다. 그리하여 1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기독교회교회협의회에 소속된 모든 지체들이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생명의 하나님께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열매를 드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제 72차 총회에서 발표된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진형 사무총장의 특별 강연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