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사고, 그리고 10년 맨 처음 지진해일이 있었다. 갑작스런 지진해일은 자연재해였지만 이후 이어진 후쿠시마 핵사고는 인재(人災)였다. 2011년 3월 11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지역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방사선량을 기록 중이고, 녹아내린 연료를 식히기 위해 끊임없이 바닷물을 투입 중이며, 그 냉각수는 ‘오염수’라는 이름으로 주변 탱크에 저장되고 있다. 오염을 제거한다고 토양을 걷어냈으나 토양을 둘 곳이 없어 검은 자루에 넣어 인근 부지에 쌓아두었고, 2019년 여름 태풍과 폭우, 홍수에 대부분 유실되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을 제거해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했다. ‘제거’가 가능한지 여부는 의문스럽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피난했으나 다시 귀환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는 작년 여름 코로나로 인해 연기된 도쿄올림픽의 주제가 ‘부흥과 재건’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사고를 모두 극복한 일본이라는 타이틀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높은 수치의 방사선 피폭을 주민에게 강요한 것이다. 피난민 중 공무원을 다시 후쿠시마 핵사고 지역으로 발령내고, 입학할 아이들의 학교를 후쿠시마 지역 학교로 배정했다. 그리고 그간 지원되던 피난 지원금을 끊어버렸고, 돌아가지 않으면 생계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방재작업을 위해 투입된 노동자들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특히 이주노동자, 노숙인들을 방재작업에 투입했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지급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지급된 인건비의 태반을 그들의 먹고, 입고, 자는 비용으로 다시 회수해 간 것이 밝혀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긴급피난지역에 포함되지 못한 인근 지역 주변 주민들에게선 갑상선암을 비롯해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증가할 수 있는 질병들이 몇 배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 결과를 관련 질병에 대해 검진받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서 이전 같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사람들이 검진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발뺌했다. 허나 이 역시 사고 이후 5년이 채 되기 전에 조사한 결과에 불과하다. 사실상 외부피폭보다 심각한 것은 장기간 내부피폭이라고 한다. 이는 후쿠시마 핵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2012년 후쿠시마 핵사고 1년 후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은 우리가 “피폭자의 자리”, 즉 핵발전과 핵무기로 인해 고통을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핵 문제를 바라보기를 요청했다. 그리고 “핵은 기독교 신앙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것이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2021.03.03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와 목회 - 기후위기 시대, 탈탄소교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A집사는 새해가 들어 직업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A집사의 직업은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는 목수입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장마로 일을 쉬어서 생계가 곤란해진 데다, 곧바로 이어진 폭염으로 무더위 속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다 몸이 상했기 때문입니다. A집사의 현장 동료들도 작년 여름을 기억하면서 적어도 여름 한 철만이라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A집사도 실내 인테리어 목공 일은 그래도 한여름 땡볕은 쬐지 않으니 그나마 좀 낮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B권사는 이번 혹독한 한파에도 전기장판에 이불만 덮어쓰고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B권사는 가족들과의 연락이 끊겨 마을 모퉁이 낡은 집에서 혼자 지내신지가 꽤 되었습니다.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으로는 기름을 채워야하는 보일러를 제대로 가동할 수도 없을뿐더러, 워낙 낡은 집이라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보일러를 켜두어도 온기는 그때 뿐, 금방 냉골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년 같으면 마을회관에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이 따뜻한 바닥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겠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마을회관 문을 열 수 없다고 합니다. B권사는 어서 겨울이 지나가 집안에 봄볕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유독 올해 겨울은 춥고 길게만 느껴집니다. C씨는 평일에는 공장에서, 주말에는 이삿짐센터에서 일을 합니다. C씨는 몽골 사람입니다. C씨의 고향은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차로 꼬박 사흘을 가야 하는 시골 마을입니다. C씨의 가족들은 제법 많은 소와 양을 키우는 편이어서 C씨가 울란바타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 선생님이 되는데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지금 고향을 떠나 울란바타르 외곽에서 게르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고향 마을에 가뭄이 계속되어 가축들에게 풀을 먹일 초원이 없어진 데다, 수시로 전염병이 돌아 더 이상 가축을 기를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그나마 신분이 확실한 C씨가 돈을 주고 연수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C씨는 조만간 가족들이 다시 초원에서 가축들을 기를 수 있게 되기를, 그도 몽골로 돌아가 다시 교사가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서로 다른 고민을...
2021.03.03
기후위기시대 텀블러 사용법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 체제를 바꿔야 기후변화를 멈춘다 (조너선 닐 저, 김종환 역, 책갈피, 2019년) > 서평 마스크와 핸드폰 말고, 직업상 집을 나설 때 마다 꼭 챙기는 물건이 하나 있다. 스테인리스 텀블러. 텀블러를 손에 들고 오늘 하루 한 번 쓰고 버리는 컵을 쓰지 않음으로 소중한 지구를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진다. 텀블러 하나 쓰면서 무슨 굳은 결의씩이나 필요한가 하겠지만 이미 이 세상은 일회용 컵에 점령되어버린 세상, 여차하는 순간 종이컵에 담긴 커피와 플라스틱 물병에 담긴 생수가 빈틈을 파고든다. 나의 굳은 결의는 너무나 쉽게 허물어지기 일쑤. 그리고 밀려오는 열패감. 나는 오늘도 실패했구나. 실패가 만성화되면 두려움이 되고 만다. 어느 순간부터 텀블러를 손에서 멀리 하게 된다. 내가 고분고분 맞서지 않는 한, 참 아름다운 세상이니까. 기후위기와 자본주의는 기후위기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의 방향을 어떤 곳으로 정해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 조너선 닐은 사회운동과 환경운동이 힘을 모아 세계 자본주의 산업 체제를 바꾸는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조너선 닐은 이미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탄소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은 충분하지만 기업과 정부가 만들어낸 자본주의 산업 체제가 이윤추구와 패권쟁탈을 포기하지 않음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바로잡아 생태적인 경제체제로 변화시킴으로써 기후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 북극곰이 얼음을 찾아 헤엄치는 것도, 산불로 코알라가 타죽는 것도, 남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이 집을 잃고 떠돌게 된 것도, 몽골 유목민이 소를 먹일 풀들이 사라진 것도, 이산화탄소를 뿜어대는 화석연료 산업과 여기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할 일이지 아등바등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너선 닐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개인적인 의무감, 혹은 죄책감이 아니라 사회정의를 위한 시민들의 연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이제 우리는 아침마다 부담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텀블러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텀블러를 당당히 손에 들고 나가서 기후정의를 위해 탄소배출로 남들이야 어찌되는 말든 이윤을 추구하려는 이들에게 집어던져야 한다. 그렇다고 매일 텀블러를 집어던질 수는 없는 노릇. 대신 텀블러는 다시 나의 굳은 결의를 다지는 상징으로 활용을 하자. 이 텀블러에 나의...
2021.02.01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2020년 2월, 간밤에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SNS에서 보았다. 그리고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이미 1월 말 북방산개구리들이 깨어나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했다는 기사들이 있었다. 거의 추운 날이 없었던 작년 겨울, 기후위기는 그렇게 한창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을 깨웠다. 그리고 며칠 후 영하의 추위가 찾아왔다. 이미 겨울잠에서 깬 북방산개구리들이 혹한에 얼어 죽고 있겠구나 싶었다. 그들이 낳아놓은 알들도 마찬가지의 운명을 겪었을 터였다. 두루미나 재두루미를 비롯해 수많은 철새들은 난개발과 기후위기의 피해를 직격으로 맞았다. 난개발과 기후변화로 인해 갯벌과 습지를 비롯한 서식지들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돌아와 먹이를 먹고, 생활하며, 번식해야 할 장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개체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철새의 삶을 포기하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서식환경의 변화로 인해 아예 한반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는 새들, 이른바 ‘텃새화’하는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가마우지 같은 새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오랜 세월을 자신들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왔을 철새들의 삶이 변하고 있다. 개구리와 철새가 살기 힘든 세상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작년 봄, 때아닌 냉해로 사과나무 꽃, 배나무 꽃이 피다 말고 졌고, 그로 인해 과수 농사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허다하다. 사과의 최적 재배지가 대구가 아닌 홍천으로 옮겨간 지 이미 오래되었고, 제주도에서만 나던 감귤이 내륙으로 상륙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비록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것이지만 바나나 농사가 시작되었고, 온갖 열대과일들의 재배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대로 농민들이 평생을 재배하던 작물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하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모두 기후가 적합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기후위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당연하다. 너무 암울한 전망일지는 몰라도 우리의 생애 동안 기후위기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1℃가 오른 지금을 어쩌면 그나마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추억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상상했던 최악보다 더 심각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2020년 여름의 기나긴 폭우와 홍수가 지난 후 “올해가 가장 평범한 날씨였습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것도 바로 이런 경고였다. 예수께서는 오늘의 먹거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공중의 새를 보아라,”,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 하셨다. 하나님이 먹이고,...
2021.01.28
희망은 없다. -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이성복 시인은 그의 책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에서 절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근본적으로 절망은 허위다. 살아있으면서, 살아있음을 부정하는 것”, 시인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절망을 말하는 것이 슬펐던 모양이다.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절망스러운 상황을 헤쳐나가며 결국은 살아야 하니 말이다.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라는 말의 간극이 살의 경험으로 다가온다. 자포자기하듯 절망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위기’, ‘붕괴’, ‘파국’ 용어를 바꾸어가며 겁을 주고, 어르기도 하고, ‘그린 뉴딜’과 같은 단 꿈같은 이야기로 유혹하고 달래보기도 하지만 강력한 일상(business as usual)에 대한 욕망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와중에 코로나 19로 멈춰선 세상에서조차 온실가스의 농도는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직 제대로 된 기후위기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가장 소름 돋는 스릴러물이다. 절망을 이길 희망을 말하지만 도대체 그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언제나 가장 먼저 고통받는 것은 척박한 삶에 간신히 매달려있듯 살아가던 이들이다. 타는 듯한 태양 빛이 결국 곡식을 불태웠다. 가뭄은 굶주림과 가난을, 굶주림과 가난은 수 백 년, 수 천 년 삶의 터전을 버리는 이주를 강요했다. 이주의 결말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가난한 시골 출신들에게 삶을 나눠 줄 만큼 도시는 풍족하지 않았다. 도시의 부스러기마저 사라진 순간 잔인한 폭력이 덮쳐왔다. 수많은 난민의 행렬과 10년의 내전은 그렇게 시리아를 파괴했다. 하지만 이건 수많은 사건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기후위기는 여러 가지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폭우, 냉해, 슈퍼태풍, 폭염, 메뚜기떼, 심지어 혹한의 추위, 그리고 2020년 우리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 바이러스의 창궐까지 말이다. 하나의 재앙은 다른 재앙을 불러온다. 세계는 연결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어쩌면 내가 오늘 당하는 직장 상사의 괴롭힘마저도 어쩌면 기후위기의 탓일 수 있다. 기후위기가 주식 가격의 폭락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당할 일들에 비하면 아마도 애교에 가깝겠지만 말이다. 이른바 ‘신(新)기후체제’라는게 2021년, 올해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파리협약을 중심으로 한 체제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산업화 이후 온도상승 폭을 가능한 한 1.5℃로 제한하도록 ‘노력’하기 위해 세계 모든 나라들이 힘을 모을 때가 왔다는 뜻이다. 가능성이나 실현 여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평균기온 1℃가 오른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 세계가 겪고 있는 고통이...
2021.01.04
인류의 뉴노멀은 지구의 새로운 균형감각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신익상(성공회대학교, 한국교회환경연구소) 2004년도에 경제 분야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new normal’이라는 용어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사회 문화적 변곡점을 뜻하는 말로 확장되었다. 뉴노멀, 보통 ‘새로운 표준’이라고 번역되는 이 말은 이전과 이후 사이의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전제하는 말이다. 지금 이러한 변화가 사회,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인류 문명들의 전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 ‘전 세계’적으로. 그런데, ‘전 세계’라는 이 말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소린가! 인류는 너무도 쉽게 이 세계 전체를 자신들과 동일시해 버린다. 인류의 공간적 영역은 지구라는 행성의 부분이며, 이 행성은 태양계의 부분이고, 이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부분이며, 이 은하는 우리 우주의 부분이다. 인류의 시간적 영역 또한 보잘것없는데, 거의 137억 년에 달하는 우주의 나이에 비할 때, 인류의 역사는 고작해야 수만 년으로 우주의 나이에 비할 깜냥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자신들의 시공간을 우주의 중심에 놓고 사유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즐긴다. 게다가, 그 인류라는 것조차도 각종 복잡한 이유가 덕지덕지 붙은 차별과 불평등으로 여러 갈래 나뉜 결과, 역사상 단 한 번도 ‘인간’이라는 이름 안에 ‘모든’ 인간이 다 포함되어 본 적이 없다. 그런 인류가 자신들의 작은 그릇들, 그중에서도 가장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그릇들 안에 온 우주를 담아내려고 버둥거리는 동안, 그 우주 중에서도 인류가 가장 만만하게 여기는 지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번개가 꿈틀거리고, 바람이 꿈틀거리고, 기온이 꿈틀거리고, 땅이 꿈틀거리고, 바다가 꿈틀거리고, 얼음이 꿈틀거린다. 그리고, 이 꿈틀거림들 사이로 코로나19가 고개를 내밀었다. 코로나19 류의 지구적 꿈틀거림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최근 50년간 유행했던 전염병들 대부분은 코로나19와 같은 동물 유래 전염병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 기간에 유행했던 전염병 네 개 중 셋은 동물에게서 유래한 것이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인류가 자신의 가장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그릇들 안에 지구를 욱여넣으려고 한 결과다. 인류는 지구라는 한정된 동네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몇 종의 가축들을 빼고는 거의 모든 야생동물이 살던 고향을 빼앗고 내몰았다. 하지만, 지구 위 공간은 한정적이다. 고향에서 내쫓긴 동물들은 멸종되거나 멸종되고 있고, 공간의 한정성으로 인해 인간과 남아 있는 야생동물들 간의 접촉 기회는 더 늘어나게 되었다. 제한된 공간에서...
2020.11.02
한 그루의 미래를 심습니다. - 기후위기 시대, 몽골 은총의 숲을 생각하며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몽골 은총의 숲 조성 사업’은 몽골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숲 조성에 관심을 기울여온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현지 NGO 단체인 ‘GREEN SILKROAD’와 함께 2010년부터 몽골 토브 아이막 아르갈란트 솜의 300,000㎡의 토지를 숲 조성을 목적으로 몽골 정부로부터 30년 간 임차하여 숲을 조성하고 있는 30년 장기프로젝트 사업 입니다. 황량한 벌판과 같았던 땅에 울타리를 세우고, 우물을 파고, 묘목을 심고, 거름을 주고, 몽골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조금씩 자라는 나무들과 관계를 맺은 지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 사이 몽골 은총의 숲은 크고 작은 어려움과 변화를 겪었습니다. 기금 모금의 어려움으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몽골 현지 활동가들과의 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의 문제로 오해가 생기기도 했으며, 몽골 현지 책임자의 건강이 악화되어 사업 진행이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몽골에 닥친 혹한 ‘조드’의 피해로 병충해가 발생해 생태기행 참가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세계를 휩쓴 ‘메르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생태기행 자체가 아예 취소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은총의 숲의 가장 놀랍고 중요한 변화는 황무지였던 땅이 건강한 나무들과 풀들이 점점 무성해지는 초록의 땅으로 변하고 있고, 기적과도 같이 여러 새들과 동물들이 모여들어 생명이 풍성한 은총의 숲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6년 여름, 그러니까 제가 처음으로 몽골 은총의 숲을 방문을 했을 때입니다. 저의 첫 생각은 “도대체 숲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이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조성한 은총의 숲은 저의 상상속의 숲, 그러니까 프레데릭 백의 그림으로 아름답게 묘사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의 숲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간신히 무릎까지 자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푸석푸석한 땅에 죽 줄지어 심겨져 있을 뿐, 숲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현지 활동가들과 책임자는 얼마나 멋지게 잘 자란 나무들이냐고 뿌듯함으로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몽골은 평균 해발고도가 1,500미터에 달하고, 연 평균 강수량이 400mm가 채 되지 않는 고산 건조지대인데다, 한겨울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 한낮은 영상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극한의 기온변화가 반복되어 나무가 자라기에 정말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국토의...
2020.10.21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 종의 미래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지구 생태계는 상호의존의 관계 속에서 생태적 균형을 긴밀히 유지하는 정교하고 거대한 생명 시스템이다. 지구 생태계는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일시적, 국지적으로 생태계의 균형 상태가 무너질 때 일부 종의 개체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게 되거나 감소하게 되면서 다시 생태적 균형을 이루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지구 생태계는 이러한 탄력성을 바탕으로 생태계의 생명다양성을 유지하고 변화시키며 확대시켜 왔다. 하지만 지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구 생태계는 지구 환경의 큰 변화로 종의 구성이 크게 뒤바뀌는 대멸종의 순간들도 여러 차례 경험해왔다. 현재의 지구 생태계 역시 지구 생태계의 초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약 6,600만 년 전에 발생한 백악기-팔레오기 대멸종(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 event) 이후에 이루어진 생태적 균형의 결과물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위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 확대되어 사망자들이 증가하고, 방역 시스템이 무력화되고, 경제사회적 불안이 증폭하는 팬데믹의 상황도 물론 위기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통해 분명이 드러난 보다 근본적이고 심각한 위기는, 지금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 생태계에서 존재하고 있는 방식이 현재의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인간이라는 종이 만들고 있는 위기이다. 지금 인간은 이러한 지구 생태계의 역학을 무시하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지구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뒤흔들어놓는 강력한 존재이다. 인간이 현재의 지구 생태계가 생태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공급, 조절, 문화, 지원 등의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를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이전에 지구 생태계가 경험했던 대멸종의 사건을 넘어서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지구 생태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숙주로 밝혀진 천산갑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Critically Endangered)에 처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특히 최근 20년 사이에 천산갑 야생 개체의 수가 20%로 급감하였는데, 과도한 개발로 인해 야생 천산갑의 서식지가 급격히 감소하기도 하였지만 인간의 건강에 좋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로 약재와 식재료, 장신구의 재료를 얻기 위해 엄청난 양의 야생 천산갑이 인간에게 포획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 열린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회의에서 100개 이상의 국가가 천산갑 거래 금지안에 동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에만 100만 마리 이상의 천산갑이 주로 중국과 나이지리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불법으로 포획, 거래되었다. 2016년에서 2019년까지 모두 206.4톤에 달하는 천산갑의 비늘이 불법거래 현장에서 압수되었는데,...
2020.10.14
기후변화 고민하지 않는 교단들…한국교회에 미래 없다 총대들이 권한만 갖고 책임은 지지 않는 이상한 구조…환경문제, 지금 당장 나서지 않으면 생존 못 해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2020년 여름, 사상 최장의 장마를 기록했다. 함께 장마를 겪은 중국과 일본도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었다. 중국에서는 산샤댐이라는 대규모 댐이 홍수 때문에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40일 이상 계속된 장마로 제방이 무너지고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장마가 끝나자, 더위와 함께 슈퍼 태풍이 찾아왔다. 홍수 피해를 채 복구하기도 전에 찾아온 태풍은 다시 많은 비를 뿌리고 강풍으로 심각한 피해를 만들어 냈다. 특히 이번 태풍은 핵발전소의 '소외 전원 상실'이라는 심각한 사건을 일으켰다. 자칫하면 인구 수백만의 도시를 후쿠시마와 같은 상황으로 몰고 갈 위협이었다. 태풍이 지난 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는 갑자기 폭설이 내렸다. 태풍이 찬 공기를 밀어내 사흘간 폭염이 이어지던 지역에 갑작스레 눈이 내린 것이다. 지난 2월, 여름을 지나던 남반구 호주에서는 7개월 지속된 산불이 진화되었다. 그러나 7개월 동안 수많은 야생동물이 죽었고, 사람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비가 내려야 할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았고, 가물어 말라 버린 숲은 거대한 장작더미와 다를 바 없었다. 산불의 진화는 인간의 능력 밖이었다. 최종 집계된 피해 면적은 대한민국 영토보다 넓은 12만 4000㎢였다. 결국, 호주 전역에 내린 비 덕분에 산불을 겨우 진화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서남아시아에는 메뚜기 떼가 출몰했다. 2018년과 2019년 아라비아해 인근 사막지대에서 발생한 비정상적 사이클론과 집중호우로 필요 이상의 습기가 메뚜기 산란지에 축적되면서 메뚜기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시베리아에서는 이상고온현상이 발생했다. 아직 추워야 할 시기였는데도, 따뜻한 수준을 넘어 기온이 20도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아 동토층 위에 있던 유류 탱크가 쓰러져 강이 기름으로 뒤덮이고, 북극해까지 오염시킬 위험에 처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거기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더해져 2020년 지구는 거의 세기말을 떠올릴 만큼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수많은 재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단 하나의 사건이다. 바로 지구온난화 혹은 기후변화라고 불러왔던 기후 위기다. 기나긴 장마를 지나는 동안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던 한 문장이 있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입니다." 사상 최장의 장마, 슈퍼 태풍, 호주...
2020.09.28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사업’ 원점에서 돌아보기를 신 보 경 포도원감리교회 한 달이 넘게 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양쯔강 일대가 모두 물에 잠겼다는 뉴스가 한참이었는데, 이제는 그 비구름이 우리나라를 덮쳤습니다. 어쩌면 기후위기가 원인이 되어 내렸을 큰비는 코로나19로 지친 우리의 삶을 더 힘겹게 합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빼앗긴 야생동물들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듯이 말이 없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자연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인간을 응징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균형이 깨지면 지구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는 사실을 코로나19로 인해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현상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면 이제는 삶을 질을 고민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화두에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함양과 구례, 산청과 남원에 이어 하동군에서는 지리산 개발로 돈을 벌어들일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하동군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 사업은 지리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산을 파헤치는 시발점이 될 뿐 아니라 주민들 간에 갈등을 불러일으켜 상처만 남길 것입니다. 이 사업의 시작은 전경련이 제안한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3대 분야 건의'(2014)였습니다. 전경련 등 기업들은 더 이상 개발할 곳이 남아있지 않자 전국의 산을 돈 되는 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경련에서 제안한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은 자연공원(국립공원) 정상 부근에 친환경 휴양림 허용,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산악열차 확대, 급경사 산지에 관광숙박시설 허가, 산지 내 승마장 건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이후 정부와 지자체들에서 쏟아낸 법률안은 기본계획부터 전경련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하동군에서 산악관광을 논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으로, 처음에는 ‘지리산 무지개 프로젝트’라는 이름이었으나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 다시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로 이름이 바뀌면서 그 이름에 걸맞게 개발의 규모 점점 커집니다. ‘하동알프스 프로젝트’는 하동 지리산 형제봉을 중심으로 악양면, 화개면, 청암면 일대에 산악열차 15km, 모노레일 2.2km, 케이블카 3.6km와 호텔, 미술관 등을 설치 운영할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악양 형제봉은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남쪽으로 뻗어 나온 마지막 봉우리로 자연환경 보전법이 규정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곳은 지리산 국립공원과 지리적, 생태적으로 이어져 있어 지역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또...
2020.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