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마지막 세대, 혹은 최초의 세대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국가별로 대조적인 상황이 전개되었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느슨한 대응으로 감염이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다른 국가들에서는 즉각적인 봉쇄조치와 철저한 방역, 감염경로의 추적으로 감염의 확산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남겨준 교훈 가운데 한 가지는 위기상황을 신속하게 정확하고 인식할 때 비로소 적절하고 실현가능한 위기대응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기후변화가 위기상황으로 인식된 것은 비교적 오래 전의 일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기 전인 1980년대에 ‘세계기상회의’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조직이 되었었던 이유는 이미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에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기후위기의 심각함을 인식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제시한 수많은 과학적 연구 결과로 채워진 보고서와 무수한 기후변화의 사건을 경험하였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국가의 정부, 기업, 시민들만이 기후변화의 위기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기후위기에 있어서 신속한 상황인식과 적절한 대응의 단계는 이미 지나버린 것이 분명하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정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실현가능한 위기대응이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 지난 2019년 9월에 뉴욕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 185여 개의 도시에서 760여만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기후파업’이 진행되어 세계 각국의 정부가 ‘기후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 환경, 노동, 종교, 보건, 과학, 청소년, 에너지, 정당 등 각 분야 380여 개의 단체가 함께하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결성되어 9월 21일에 13개 도시에서 7,500여 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비상행동 시위에 나섰다. 기독교계를 대표해서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운영단체로 참여하여 있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짧은 시간 동안에도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 기후학교 개설, 온실가스 배출기업 항의, 기후국회 총선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은 우리나라의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이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기후변화가 위기상황이며 비상사태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위기는 사회에 불안정하고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는 비정상적인 사건이다. 작금의 기후변화는 인간 사회의 경제, 정치, 문화를 넘어서 지구 생태계 전체의 불안정과 위험을 가져와 지구 생명 전체의 존재 기반을 뒤흔드는 비정상의 위기상황이다. 때문에 통상적인, 정상적인 상황대응으로는 위기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2020.05.18
“당신들이 우리를 배신한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팬데믹’ 상황이 된지 한 달이 지났다. 여전히 코로나 19는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전염병 방역과 대응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민들은 신중한 의사결정으로 제 21대 국회의원을 새롭게 선출하여 국회가 제 역할을 감당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리스도인들 역시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이루는 국회가 구성되기를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19의 확산은 개별 국가의 시스템을 넘어서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노동, 에너지, 금융, 식량 시스템을 속절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방역 리더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투명한 정보 공개와 매뉴얼에 따른 신속한 대응으로 아직까지 통제 가능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의료진들, 공공서비스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아울러 지난 2015년 메르스의 위기 경험을 통해 감염병 확산에 대처하는 사회 시스템을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롭게 구성될 21대 국회의 최우선의 사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에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것과 함께, 앞으로 닥칠 어떠한 종류의 위기 상황에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 정부가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지켜주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경험하고 있지만, 사실 이 위기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며 더 큰 위기의 일부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 늘어난다고 예측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1990년부터 다섯 차례에 걸친 평가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의 진행으로 세계적인 감염병의 확산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했는데, 특히 지난 2014년에 발표한 제 5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심화될 경우 21세기에 걸쳐 많은 지역에서 질병률이 높아질 것이며,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 내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또한 IPCC는 이대로라면 이번 세기말이면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이 3도를 넘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안저지대 침수, 기상이변으로 인한 기근과 홍수, 식량생산 감소로 인한 국제적인 분쟁, 수억 명의 기후난민 발생, 생물멸종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분석 자료를 각국의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우리는 수십...
2020.05.18
위기의 위기에서 김국진 집행위원 (목사, 감리교 종립 대안학교 산돌학교 교목) 몇 해 전, 아내가 노푸를 하겠다고 했다. 노푸라는 말을 새로 나온 다이어트쯤으로 넘겨짚고 무심하게 대답했던가? 아내가 냄새나냐고 물으며 근심어린 표정으로 정수리를 내 코에 들이댈 때 문득 알게 되었다. 아하! 노푸는 ‘No-Shampoo’의 줄임말이었구나! 내 마음에서 피어난 냄새라도 날 것만 같은 거리였기 때문에, 평소에 샴푸로 감은 머리도 그렇게 가까이에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별반 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냄새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는 동안 머리에서 버섯이라도 자라날까 염려하는 것 같던 아내의 재미있는 표정은 잊기 아까운 것이다. 아내가 샴푸를 쓰지 않은 이유는 자연환경보다는 모발환경을 위한 것이었다. 듬성해지는 모발보다 더 절박한 사안이 또 있을까? 간절한 마음일지언정 익숙하고 당연했던 것에서 멀어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아내의 노푸를 통해서 새삼 느꼈다. 아내의 머리숱은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아내는 달라지는 것들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지지리 고생했던 성경 속의 한 인물 얘기를 하련다. 에스겔 선지자! 그가 예루살렘성과 공성퇴의 모형을 만들고 유다가 망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줄로 묶여 모로 누워 지내는 모습이나 쇠똥으로 음식을 구워먹는 모습, 날카로운 칼로 자신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쳐내는 모습에도 사람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어디 에스겔 선지자뿐이랴? 이사야 선지자는 삼 년 동안 벗고 다니며 외쳤다. 그렇게까지 하셔야 했나 싶다가 그렇게 명령하실 정도로 사람들이 돌이키기를 바라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어려운 걸 순종했던 선지자들의 애절하고 다급한 마음도 생각해 본다. 경고와 위기의 순간이었고 그런 상황에서야 나올법한 격한 선포 방식이겠다. 그런데 이스라엘도 유다도 변하지 않고 망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에스겔 선지자를 또 보내신다면 에스겔 선지자는 아마도 지구본에 불을 지피며 외쳐야 하지 않을까? 지구의 주인인척, 시간의 주인인척하지 말고 단박하게 살아가라고, 위기의 위기를 통탄하며 말이다. 위기라는 말은 다급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그런데 환경위기, 기후위기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큰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말이었다. 대학원에서 환경에 관한 강연을 듣고서 생각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샴푸 조금씩 짜서 쓰고 분리수거 잘하는 정도가 고작인데?’ 그 정도는 환경파괴적인 거대한 자본과...
2020.05.06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 2019년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렸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라고 하는 스웨덴 청소년 활동가는 그날 연설을 위해 대서양을 무동력배로 건넜고, UN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국가의 정상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How dare you”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어떻게 감히!”, 그녀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고, 생태계는 붕괴되며, 생물대멸종을 향해 달려가는데 어떻게 감히 그 앞에서 당신들은 돈과 끝 없는 경제성장만을 이야기하느냐고 세계 정상들을 향해 질타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에서 승인된 1.5℃ 특별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이 1.5℃를 넘지 않도록 각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계치에 따라 다르지만 약 1℃ 가량 상승한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호주 산불과, 남극의 빙하 해빙과 해수면 상승, 세계 각지의 가뭄, 고온과 폭염, 슈퍼태풍, 폭우로 인한 물 난리 등을 겪고 있다. 이런 일들은 결국 내전과 전면전, 제노사이드, 독재, 야생생물 멸종, 난민의 발생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호주 산불의 원인에 극심한 가뭄과 이상고온이 있었고, 시리아의 참혹한 현실과 난민행렬의 뒤에는 2년의 가뭄과 농토의 황폐화가 있었다. 1.5℃, 즉 남은 0.5℃를 넘기지 않기 위해 보고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 바로 2030년까지 약 45%의 탄소 배출량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혹은 순제로), 즉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일해져서 대기중 추가적 탄소 배출이 없는 상태를 이루라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현재 배출량에서 15~20%씩을 감축해야 한다. 한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 줄어든 해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뿐이었다. 기업들의 줄도산과 수많은 이들의 실직, 일가족 살해와 자살이 매일 뉴스에서 보도되던 시절 말이다.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작년 연말 실행위원회에서 채택한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대한 성명서에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야기하지 않도록 국가와 체제, 문명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선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교회는 구조와 체제, 문명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동하는 자리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를 새롭게 상상할 때이다. 영국에서 시작한 ’멸종저항(XR, 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단체가 있다. 이들은 인류를 비롯한 뭇...
2020.04.13
후쿠시마와 경주,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간사/핵그련 사무국장) 3월 따듯한 봄바람이 곧 불어올 참이었다. 다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일상, 아주 평범한 하루였을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14시 46분 일어난 일명 동일본 대지진이 없었다면 말이다. 해양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쓰나미가 마을을 덮쳤고, 수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끝이었다면 후쿠시마는 아마도 지금쯤 사람들의 노력으로 복구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핵발전소가 없었다면 말이다. 쓰나미는 핵발전소를 피해가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람들의 삶은 순식간에 망가졌다. 고향을 떠나 피난을 가야 했다. 핵발전소 인근은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직업을 잃고, 이웃을 잃고, 소소한 일상을 잃어버려야 했다. 또한 방사성 물질로 인해 건강의 문제도 생겼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아동들의 갑상샘암 발병 비율이 일반적인 소아 갑상샘암 발병비율에 비해 67배에 달했고, 그 외에도 각종 방사성 물질로 인한 질병들이 다수 발생했다. 그리고 후쿠시마 출신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차별도 심각한 문제였다. '삶'을 잃어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일본 정부의 대응은 모두들 언론에서 쉽게 접하는 그대로다. 올림픽을 위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각종 거짓말이 곳곳에서 폭로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서 사고를 겪은 체르노빌은 30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사람이 살 수 없다. 그리고 체르노빌 출신, 혹은 체르노빌 인근 지역의 사람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여전히 피폭으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월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을 비롯해 전남 영광(한빛), 경북 울진(한울),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고리, 신고리) 핵발전소 인근 지역, 더하여 대전광역시(원자력연구원) 인근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후쿠시마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핵발전소 인근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피폭에 대해 '기준치 미만'이라는 말은 '만병통치약'이다. 하지만 가족력이 없는 이들이 핵발전소 인근에 산다는 이유로 갑상샘암에 걸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병에 걸린 원인을 알아도 증명할 길이 없으니 피해를 보상받거나 이주대책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근래 개봉한 영화 '월성'의 나래이션을 맡은 황분희 월성인접지역 이주대책위 부위원장은 갑상샘암 수술을 한 자신보다 세 배나 많은 삼중수소가 소변에서 검출되는 손녀, 손자를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2020.03.11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기독교인들의 성서 창세기 11장에는 ‘바벨탑’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옛날에 말이 하나뿐이던 때 사람들이 들판에 도시를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에 닿을 만한 탑을 쌓기로 했답니다. 똘똘 뭉쳐 못할 일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슬며시 걱정된 하나님이 사람들의 말을 뒤섞어 사람들을 온 땅에 흩어버렸다네요. 아휴, 그때 사람들이 탑만 높이 안 쌓았어도 우리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머리 아프게 외국어 공부를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하여간 바벨탑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도시를 세우고 탑을 쌓을 때 돌과 흙 대신 구운 벽돌과 역청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역청은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탄화수소화합물, 그러니까 석유입니다. 바벨탑 신도시 공사 현장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도시 어귀에서 벽돌을 빚기 위해 흙을 파내면서 흙먼지가 날리고, 숲에서 나무를 베어와 장작을 패느라 종일 시끄러웠겠지요. 벽돌 가마는 뜨거운 열기와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역청에서 나오는 매캐한 기름 냄새로 머리가 어질어질했겠지요. 그 와중에 편히 앉아 일을 시키는 사람들과 하루종일 서서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들이 서로 ‘말이 안 통한다’며 답답해하고 있었겠죠. 이래서야 도시와 탑을 제대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이처럼 사람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역청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성서에 있을 정도로, 우리 인간들은 오래전부터 석유와 석탄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의 동력이 된 내연기관을 사용하면서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양의 석유와 석탄을 사용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 석유와 석탄이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지구 대기에 누적되어서 지구의 온난화, 지구적인 기후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결과가 어마어마합니다.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여서 세계 정부에 기후 변화에 관한 과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금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해서 환경 적응성 낮은 동식물의 멸종이 진행되고 있고, 극지방 빙하의 해빙으로 해수면이 상승하여 해안 저지대가 상습적으로 침수되고 있고, 국지적인 강수량 감소로 농경지의 사막화가 진행되어 농작물 수확이 감소하여 국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3도 정도 상승한다면, 툰드라뿐만 아니라 열대 우림에도 대화재가 일어나고 슈퍼 태풍과 슈퍼 허리케인이 빈번하게...
2020.03.02
바이러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을 받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 너도나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는 중이라 무척 조심스럽지만, 사실 우리는 바이러스에 돌을 던질 수만은 없습니다. 메르스와 코로나를 경험한 우리에게 바이러스는 고통과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공포의 존재일지라도 지구의 역사 속에서 바이러스는 생명을 탄생시키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해온 아주 중요한 존재입니다. 지구의 가장 깊은 심해부터 혹독한 추위와 더위가 계속되는 곳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세포가 존재하는 어느 곳이든 바이러스는 존재해왔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의 몸만 해도 약 1만 종, 100조 개 가량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태계에는 약 160만 종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 인간은 이들 바이러스 중 단 1%만을 겨우 발견했을 뿐입니다. 만일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지구는 탄소와 산소의 순환 시스템이 없는 무수한 우주의 별들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풍성한 생명의 지구는 실상 바이러스의 존재에 기인한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는 ‘새롭게 출현한’(Newly) 바이러스와 생명을 건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유익한(Friendly) 바이러스와 함께 협력하며 생명을 풍성케 하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새롭게 출현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것마저도 바이러스 보다는 우리들의 문제가 큽니다. UN식량농업기구(FAO)는 바이러스의 새로운 출현의 원인이 인간 집단의 팽창, 자연 서식지 침범, 인간과 야생동물의 이동과 뒤섞임, 자연 서식지와 생태계 교란, 산림 파괴, 농업 생산 증대, 가축과 야생동물의 동시 사육, 야생동물 종 또는 야생병원체의 지역 간 이동, 지구적 기후변화,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에 따른 저항성 증가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헨드라 바이러스’ 사건입니다. 1994년 호주의 브리즈번 인근에 있는 ‘헨드라’라는 마을에서는 13마리의 말과 1명의 사람이 급성 호흡기 질환과 발열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헨드라는 브리즈번의 경마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말들을 키우고 조련하는 마구간들이 있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역학조사 결과 호주의 과일박쥐의 몸에서 살아가는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말과 사람에게 감염이 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호주의 대도시 브리즈번 인근은 과도한 산림개발로 숲에서 살아가는 과일박쥐의 먹이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먹이를 찾아 헨드라 마을 주변의 과일나무까지 찾아온 과일박쥐가 먹고 남긴 과일을 마구간의 말들이 먹었고, 그 말들을 돌본 사람들도 과일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2020.02.28
탈핵 에너지 전환과 자립사회를 향하여 - 왜 이집트 탈출에 40년이 필요했을까?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이제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팔레스타인 지역에 몰아닥친 기근으로 기후난민이 되어버린 야곱의 가족들은 아브라함이 하나님과 축복의 약속을 맺었던 가나안 땅을 떠나 기후 위기를 대비했던 이집트로 집단 이주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43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노예생활을 하던 히브리 사람들은 이집트를 탈출하는 여정에 나섰다. 그런데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이집트의 군대가 출동한다. 전차와 창검으로 무장한 정예 부대다. 꼼짝 없이 몰살당하거나 다시 이집트로 끌려와 노예가 되어야 할 판이다. 1977년부터 가동되었던 고리 1호기가 40년 만에 가동이 중단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부산 고리핵발전소 앞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사회의 수십 년 간의 탈핵 주민운동과 후쿠시마 핵사고로 힘을 모은 탈핵 시민운동의 작은 결실이었습니다. 촛불로 탄생했다고 스스로를 규정한 정부의 확고한 탈핵과 에너지전환의 의지가 제법 단단해 보였습니다. 이른바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그렇게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중단되었던 신고리 5,6호기가 다시 건설로 돌아섰습니다. 전열을 가다듬은 친핵 진영은 시도, 때도, 맥락도 없는 ‘탈원전 정책 탓하기’에 나섰습니다. 언론, 학계, 업계, 정계가 한 목소리를 내며 탈핵 정책을 압박했습니다. 급기야 유력 야당은 ‘탈원전 정책 되돌리기’를 이번 총선 1호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배제한 채 월성 핵발전소 부지에 사용후핵연료 조밀건식저장시설 증설을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정부 내의 과학정보통신부 차관이 나서서 ‘스마트 원자로’라는 이름의 소형핵발전소의 상용화와 수출 의지를 밝히면서 10년 전에 대국민사기극으로 판명된 ‘원자력 르네상스’를 또다시 들먹이고 있습니다. 어디로 갈 것인가 구사일생으로 이집트 탈출에는 성공을 했지만 거친 광야의 여정은 상상 이상으로 힘에 겨웠다. 정말 약속의 땅이 있기나 한 것인지, 그 땅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의심이 되었다. 소위 지도자라고 하는 이들도 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몇몇 이들에게 가나안 땅을 살펴보게 했다. 감히 넘보지 못할 땅이라는 다수의 이야기에 희망을 가지고 가나안 땅으로 가자는 소수의 이야기는 묻혀버렸다. 다시 이집트로 돌아갈 수도, 가나안 땅으로 갈 수도 없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2020.02.20
개신교인의 신앙관과 생태위기에 관한 인식 - 우리는 우리의 현재 삶을 변경하지 않는 한에서 생태환경의 변화를 걱정한다 신익상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성공회대학교 조교수,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1. 생태위기에 관한 설문통계조사의 개요 한국 개신교인의 생태위기에 관한 설문은 총 11문항으로 환경 문제 및 기후 변화에 관한 인식(4문항), 정보 습득의 경로(1문항),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인식(1문항), 환경 및 기후 운동의 참여에 관한 인식(비개신교와 개신교 공통 3문항, 개신교 대상 2문항)을 묻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지난 2018년 10월 송도에서 개최된 IPCC 총회가 “1.5℃ 특별보고서”(이하, ‘특별보고서’)를 발표한 이래 기후 ‘변화’ 논의는 기후의 ‘위기’ 내지 ‘재난’ 논의로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다. 하지만 문제는, 기후와 환경에 관한 운동권 내에서의 이러한 위기의식이 지구적 사회 체계(system) 및 체제(regime)를 그야말로 긴박하고도 발 빠르게 대안적 체계 및 체제로 전환하려는 지구적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별보고서는 기후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지구의 모든 인류가, 특히 책임 있는 국가와 기업이 한마음으로 일치하여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탈성장의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다. 탈성장은 시장 중심의 지구적 경제체제가 다른 체제로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함을 뜻하고, 이에 따라 기존의 시장사회체제에 익숙한 개인의 삶도 시장을 중심으로 한 방식이 아닌 다른 낯선 방식의 삶으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본 설문 연구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시민들이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이러한 인식의 내외적인 출처는 무엇인지, 이에 따라 한국의 시민들은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길 원하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환경과 기후 문제에 있어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포함한다. 더하여, 환경 및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회의 활동 방식에 관한 문제도 확인하고자 했다. 2. 생태위기에 관한 설문통계조사의 중요 결과 두 가지 환경 및 기후 변화 분야에 대한 1차 통계분석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중요한 결과 중 두 가지를 요약해서 제시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인 대부분이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이러한 인식은 생존의 절박함에 기초하지 않고 삶의 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걱정이나 공동체적 세계관에 기초한 신념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개신교인들에게서만 확인할 수 있는 문제인데,...
2019.12.20
기후위기와 한국교회의 선교적 과제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어디에 계세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갈 때 많이 하는 물음입니다. 우리들은 이 물음에 “서울에 있습니다.”, “강남에 있어요.”, “아파트에 삽니다.”라고 이야기를 하곤 하지요. 우리 사회에서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은 지역, 공간에 대한 물음이기도하지만, 사실은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유를 알아보기 위한 물음입니다. “아, 이 사람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 살 정도는 되는 사람이구나.” 상대방이 어떤 계층, 어떤 공동체에 속해있다는 것을 알면, 해야 할 말, 하지 않아야 할 말이 대충 정리가 되면서 여러 가지로 대화가 수월해지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성경에서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은 어떤 의미일까요? 창세기 3장에는 창조동산의 첫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하신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고서는 하나님의 낯을 피해 나무 사이로 숨어버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이들을 부르시면서 하신 말씀이 바로 “네가 어디 있느냐?”입니다. 이 때 아담은 어떤 대답을 했나요?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라고 좀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셨으니 예를 들어 “저는 에덴동산 중앙에서 남쪽으로 100m 떨어진 떡갈나무 뒤에 있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야하지 않나요? 창조동산의 첫 사람들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이 ‘공간’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어떤 상태로 어떻게 살고 있는 지를 물으시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었다는 것을요. 만일 지금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네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우리들은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요? 지금 우리가 우리의 존재가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답이 달라질 테지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창조세계’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지구’라고 이야기합니다. 과학적인 용어로 ‘지구 생태계’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지구를 굳이 ‘창조세계’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로부터 비롯되었고, 하나님의 창조 안에 머물고 있다는 우리의 존재를 고백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창조세계에 주어진, 창조세계에 적합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창조동산의 첫 사람들이 하나님의 “네가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 두려움을 가졌던 이유는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한 열매를 따먹는, 창조동산에서 허용되지 않는 삶 때문이었습니다. 과연 지금 우리들은 그들과 달리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적합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요? IPCC라는 단체가...
201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