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람들 -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 방문기

작성일
2022-11-0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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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람들 -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 방문기

 

WCC총회가 시작된지 4일차인 9월 3일(토)에 기독교환경운동연대 WCC참가팀은 한국에서 출발 전에도 한껏 기대를 품고 있었던 독일의 ‘생태도시’, ‘환경수도’, ‘태양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프라이부르크에 방문하게 되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이름을 걸고 독일을 방문한 이상 프라이부르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에 미리 한국에서 출발 전 방문일정을 잡아놓았었고, 프라이부르크 가이드(환경법을 전공하신 한국인)도 신청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1970년대 초 프라이부르크 인근 지역에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될 예정이었는데 주민들의 반핵운동으로 다행히 핵발전소 건설계획이 철회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관심과 더불어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고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생태와 환경이 정치 의제에서도 빠지지 않았으며 1980년대 독일 최초로 환경국이 설립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시작으로 프라이부르크는 1986년에 '에너지 자립' 도시를 선언하였고 3가지의 주요 에너지 정책을 펼쳐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첫째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 둘째 신기술을 사용하는 것, 셋째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2002년에는 녹색당 출신 시장이 배출되었으며,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시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지역의 정서뿐만 아니라 정책 또한 친환경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프라이부르크 중심가를 가니 신기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길가에 만들어져 있는 수로였다. 이 수로는 시내 골목마다 연결되어 있었고 ‘베히레(Bachle)’라고 부르며 온도와 습도를 조절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총 길이가 8.9km, 노출되어 있는 구간이 5.1km, 폭은 30cm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수로가 중심가 전체를 연결하고 있는 듯한 모습과 더불어 곳곳에 자리 잡은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태도시라 불리는데 한몫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우리가 그곳에 방문했을 때에는 가뭄이 지속된 상황 때문에 물이 없는 수로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자동차 대중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1970년대에 뮌스터 대성당을 중심으로 반경 1.5㎞ 지역인 옛 도심 내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되었고 보행자 전용 공간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전거 사용률을 높이고자 자전거 주차장인 ‘모빌레’를 건축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를 건설하였고 트램을 이동수단으로 설치하였다.



프라이부르크의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단연 ‘보봉(Vauban)’마을이었다. 보봉은 프랑스이름인데 17세기엔 프랑스령이었던 접경지역이었으며 군사기지였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는 보봉마을 쪽 군사기지가 철수하게 되니 주변의 온갖 거지와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이 모여 싸우며 소음을 발생시키는 문제의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지역 주민들이 이를 지자체에 계속해서 항의하였고 결국 주민단체와 조합들, 그리고 시장이 힘을 합쳐 함께 보봉마을을 새롭게 생태마을로 조성하고자 계획했고 1992-1996까지 1차 조성이 시작되었고,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마을 초입에서 ‘그린시티호텔’이 우리를 맞이해 주었는데 건물 외벽을 넝쿨이 가득 감싸고 있었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외벽에 넝쿨을 심었다고 한다. 이 넝쿨이 여름에는 열을 낮춰주고, 가을 겨울은 잎사귀가 떨어져 햇빛이 창으로 들어오게 하여 온도를 높일 수 있다. 외벽에 넝쿨을 설치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여겼는데 생각보다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보봉은 현재 약 5천 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여러 가구가 여러 개의 조합으로 구성하여 생활하며, 각 조합별로 조금씩 다른 생활 규칙을 정하여 살아가지만 이들이 모여 함께 생태도시를 이루어 가고 있다고 한다. 마을의 건물은 대부분 제로하우스로 만들어져 있으며 태양에너지의 메카로 불린다. 또한 신축 건물들에는 에너지법을 적용하여 에너지 과소비를 금지하거나 원천적으로 에너지소비를 하지 않도록 막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 있는 건물들은 에너지 보존을 위해 주택과 주택 사이를 붙여지어 난방 효과를 높였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주변에 나무를 심어 온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이것이 보봉마을이 플러스에너지 마을이 된 이유라고 한다. 플러스에너지 주택은 외벽을 아주 두껍게(약 40cm) 만들고, 3중 창호를 이용해 단열을 시키며, 열 순환을 돕는 순환 장치, 에너지 사용량과 생산량을 체크할 수 있는 계량기들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불편함도 있으리라 생각해 가이드님께 여쭤보았는데 주민들은 크게 불편함 없이 추우면 더 옷을 껴입으면 되기 때문에 괜찮고 생산되는 에너지를 통해 가계에 부담도 줄이고 환경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보람을 느낀다는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차량을 사용하지 않는 곳이지만 이동의 불편함으로 차량을 공동구매하여서 돌아가며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필요가 많아져 내가 사용하고 싶을 때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혀 렌트카 업체가 발전하기도 했고. 초입 쪽 큰 햇빛 주차장이 있어서 차량을 그곳에 두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한다.



마을 안으로 더 들어가니 작은 개울가에 나무들이 함께 어울려있는 곳이 있었다. 이곳은 평소에는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나와 책도 읽고 물놀이도 하는 곳인데 방문 당시에 비가 왔던 터라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참 좋아 보였다. 그 길을 따라가니 커뮤니티 텃밭, 환경체험센터를 만날 수 있었고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생활과 생태 감수성을 키워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심지어 아이들의 놀이터도 모두 플라스틱이나 철로 만든 기구가 아니라 나무, 돌, 펠렛 등을 활용하여 자연 그대로를 재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봉 마을은 나에게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감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이런 곳이 한국에도 있다면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시 프라이부르크 시내로 향하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대학가 앞 광장에서 원자력발전소 설치 반대 시위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과격한 시위의 모습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를 나와 열심히 함께 노래도 부르며 원전 반대와 더불어 기후정의를 촉구했고, 어린아이들은 그들의 옆에서 뛰어노는 모습이 어찌 그리 아름다웠는지 모르겠다. 시위의 모습을 함께 본 가이드님도 ‘결국 인간은 소비를 줄여야 지금의 기후 위기를 이겨낼 수 있겠다’는 말을하셨는데 너무나 공감되었다. 국민들의 개별적인 일상 태도가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지 않고 소비를 줄여나가는 행동을 지금 당장 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의 미래는 너무나 참담할 뿐이다.



프라이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산업사회, 핵발전소 건설이라는 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움직임과 정치인의 협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생태도시로 재탄생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길이 분명 쉬운 길이 아닐 것이고,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동반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기후정의를 위해 그들의 삶으로 살아내면서 행동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함께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이 때에 기후정의를 위해 더욱 간절하게 연대하고 함께 행동하여 죽어가는 세계를 살릴 수 있는 희망을 갖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자연환경, 동식물, 우리, 너, 나를 포함한 모든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회복되어 공존하는 그때가 속히 오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김요한 전도사(서울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