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작성일
2022-05-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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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반다나 시바, 우석영, 책세상, 2015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명대사가 있었다. “머를 많이 먹여야지”,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는 영도력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촌장의 답이었다. 사실 ‘식탁’ 혹은 ‘밥상’이라는 말은 언제나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사실상 이 일에 큰 의미를 두는 이들이 많지 않다. 특히나 지금처럼 삶이 바쁘고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식탁은 그저 살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먹거리는 언제나 인류의 운명을 좌우했던 주제였다. 고대의 생산량이라는 말은 결국 주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였고, 먹거리의 풍족함은 국가의 힘을 좌우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세계의 많은 국가들 중 식량가격이나 유통의 안정화에 실패한 국가들은 폭동이나 내전 등의 위기를 겪기도 한다. 많은 국가들은 먹거리 생산의 안정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가격과 수요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분명히 먹거리는 인류의 삶을 여전히 틀어쥐고 있는 주제다.

반다나 시바는 이 책을 통해 일명 ‘산업농’이라는 방식의 생산과 소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좀먹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의 저자인 반다나 시바는 인도의 여성 물리학자이지만 현재는 생태주의자로서, 특히 GMO에 대해 저항하며 토종 종자를 지키는 일과 생태적인 농업 방식을 지키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반다나 시바는 인도가 식민지의 상황에서 어떻게 산업농의 방식을 강요당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도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인도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바는 ‘녹색혁명’이라 이름 되었던 농업의 산업화, 즉 농약과 비료의 사용, 그리고 단일작물의 단일경작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논리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1장에서 밝히고 있다. 환원주의와 기계론적 세계관, 다윈과 뉴턴-데카르트 식의 세계 인식이 미친 영향이 결국 지구와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을 살아있는 생명 자체로 대하는 것을 가로막았고, 생명의 진화가 경쟁이 아닌 상호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계를 살아있는 생명과 그 순환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도구 쯤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는 결국 농약과 비료의 과다사용으로 이어졌고, 이후 발생한 수많은 오염과 기후위기에도 영향을 주는 일이 되었다. 그리고 이 일은 결국 생태계 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일로 이어져서 장기적인 생산력 하락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시바는 그렇기에 생태학, 특히나 농생태학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흔히 ‘과학적’이라는 말로 포장되는 지식체계로 인해 농사일로 평생을 살아온 이들의 생태적 지식이 무시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태학적 지식이 존중받는 것이 우리의 식탁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시바의 말처럼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30%만이 산업농의 생산품이고, 나머지 70%는 자그마한 땅에서 일하는 소농들에게서 생산되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70%의 소농은 농사를 통해 종자를 보전하고,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 역할을 하고, 수많은 이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인류가 무언가를 키우고 수확하여온 수 만 년간의 역사를 통해 인류가 대를 이어 전수해온 농생태학에 초점을 맞춘다면 답은 명확해진다. 화학비료가 아니라 토양 자체의 생명력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독과 살충제가 아닌 벌과 나비, 새와 동물이 공존하는 농업이 되어야 하고, 단일 경작이 아닌 생물 다양성을 보전해야 한다. 더불어 대규모 산업형 농업이 아닌 소농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며, 종자 독재라 말할 수 있는 일부 GMO 종자 및 농약 생산 기업인 몬산토, 신젠타, 듀퐁 등의 독점권 대신 대대로 이어져 오고 지켜오던 종자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다. 세계화가 아닌 지역화, 즉 로컬에섯 생산된 음식을 먹고, 기업이 아닌 소농 중에도 특히나 여성 농민의 노동에 주목해야 한다.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 이 책은 결국 인간과 자연이 협업을 통해 우리의 밥상을 수 만 년 동안 풍성히 차려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 순환을 순식간에 깨버린 것이 우리 인류가 자랑하는 과학적 지식이라는 잘난체 였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그 결과 우리는 생산성의 증가를 통해 인류의 발전을 불러왔다고들 생각하지만 결국 그 후폭풍은 우리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전엔 당연했던 유기농과 무농약이 이젠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가능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으로 굶주림 없이 삶을 유지하던 수많은 국가들이 기근과 굶주림에 직면한 것도 반다나 시바가 이야기하는 이 문제로부터 비롯되었다. ‘이 세계의 식탁을 차리는 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먹는 것만큼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지탱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임준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 바이블 25와 당당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