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될까?

작성일
2020-07-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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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어른’이 될까?


김영현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 평창사천교회)
 
‘어른’이란 뭘까? 떡국 먹듯이 생물학적 나이를 먹어가면 자연스레 ‘어른’이 되어 있을 거란 어린 시절의 막연한 기대는 질풍노도 시기의 배멀미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불혹’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대단한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웬 걸! 앞자리가 ‘4’자로 바뀐 지금의 나는 불의한 일에 흔들리지 않기는커녕 의로운 일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 소금기둥이 되어 꼿꼿이 버티고 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고 때마다 일마다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배만 나온 피노키오가 거울 앞에 똭! 서 있는 것을 볼 때면 거울에게 참 미안하다. 옛 어르신들 말씀이 ‘철’ 들면 죽는다던데 이 모양 이 꼴이면 아마도 분명히 ‘영생’을 누릴 듯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강원도 평창에 살고 있다. ‘코로나19’ 청정구역으로서 우리 동네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 갈 수 있는 일상의 축복을 누리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동네 학교에서 ‘온라인학습교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방역도우미’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방역도우미’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오전에 등교하는 아이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수업 중에는 소독제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에 소독제를 뿌린다. 혹시나 모를 바이러스의 침입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어밴져스급의 사명감을 가지고 방역에 열심을 내고 있다. 그런 나를 아이들은 ‘마스크 선생님’으로 부른다.
 
하지만, ‘어른’으로서의 내 사명감은 이내 사라져버렸다.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지내야 하는 아이들의 참을성이 바닥이 난 것이다. ‘살아야 한다’라는 생존본능 때문일까? 에어컨도 틀지 못한 체 숨을 탁탁 막히게 하는 더위 속에서 ‘KF94’ 인증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드디어 마스크를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마스크 줄로 인해 귀 뒤 쪽 피부가 빨갛게 헐어버렸다. 한 아이는 마스크를 쓴 체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하다 잠깐 정신을 잃기도 하였다. ‘어른’에게 꾸중을 들을 것이 겁이 났던 아이는 마스크를 벗지도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등교 할 때 깜빡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온 아이는 큰 죄인이 되어 구석으로 움츠러든다. 아이들끼리는 서로 ‘코로나 거리두기’라고 부르며 친구들과 가까이 하지 않고, 혹이나 발열 증상으로 병원을 다녀온 친구들에게는 머뭇거리며 다가서지 못한 채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마스크! 써!” 뿐이다.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과연 저 마스크를 벗게 되는 날이 올까?’ ‘코로나19 보다 더 고약한 바이러스가 발생한다면?’, ‘바이러스를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전지구적 재난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만약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난다면? 드넓은 우주 공간 어디에도 묻어 둘 수 없는 핵폐기물을 과연 수 만년 동안 관리(?) 할 수 있을까?’ ‘평창의 숲과 개울에 살고 있는 다람쥐와 개구리들이 아이들의 친구로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아! 그만두자! 이런 상상이 단지 깨고 나면 그만인 하룻밤의 ‘악몽’이라면 좋겠지만 아마도 분명히 ‘어른’들은 욕망의 전차를 멈추지 않을 듯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하는 ‘어른이날’ 캠페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를 도울 때, 진짜 어른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라고 ‘어른’을 다시 말한다. ‘사람이 곧 하늘’인 것을 설파했던 동학의 교도였던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며 어른들에게 어린이의 존재를 깨우쳐 주셨다. 예수께서는 어린아이들이야말로 천국의 주인이라 말씀하셨다, ‘어린이’없이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없이 우리는 진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을까? 어린아이들의 하늘과 땅을 아무 죄의식 없이 빌려 쓰며 망가뜨리는 어른들이 구원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예수의 말씀을 따라 더 늦기 전에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빌고, 상처를 보다듬으며, 어린이들의 것을 어린이들에게 돌려주는 방법뿐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이 에베소교회 성도들에게 ‘믿음과 지식에 있어서 하나가 되어 성숙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도달하십시오’(공동번역/에베소서 4:14)라는 권면은 바로 이 시대 철 없이 날뛰는 가짜 ‘어른’들에게 주는 하늘의 경고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이다. 남은 시간을 계산 할 때가 아닌, 이미 늦었다는 기후학자들의 경고도 나왔다. 시대의 징조를 분별하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그레타 툰베리’같은 새 시대의 새로운 주인들이 이미 아우성을 치고 있다. 바로 지금이 내가 ‘진짜 어른’(생태적 어른)으로 거듭날 순간이다. 자! 철 들으러 함께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