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기후위기의 찬바람 속에 아기예수님의 사랑과 온기를 기도하며

작성일
2022-12-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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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찬바람 속에 아기예수님의 사랑과 온기를 기도하며

"더없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 (누가복음 2:14)

기후위기의 찬바람 속에 대림절과 성탄절을 맞이합니다. 아기예수님의 사랑과 따뜻한 온기를 염원하는 기다림의 절기이지만, 오늘 우리의 삶은 걱정과 두려움 앞에 놓여있습니다. 아마도 아기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던 이천년 전 팔레스타인 근동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마태복음은 헤롯 왕의 유아학살 이야기(마태복음 2:16)로 시작하고 누가복음은 아우구스투스의 인구조사 칙령으로 베들레헴의 고단한 여정(누가복음 2:1)을 전해줍니다. 평화롭고 고요한 아기예수님의 탄생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현실을 직시하며 성탄절의 참 의미를 묵상하기 적절한 말씀입니다.

어느 국가에서는 성탄절을 축하하기 위해 침엽수의 한 종류인 성탄트리 묘목을 키워 사용하는데, 몇 해 동안 계속된 폭염, 폭우, 산불 등의 기후위기로 인해 침엽수가 멸종되어 성탄트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비단, 멸종의 소문은 침엽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협의체 (IPCC)는 지난 봄 6차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로 지구평균기온이 2~3℃ 상승할 경우 생물종의 절반이상이 멸종하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21세기 후반에는 16~26억명이 수인성 감염, 전염병 등에 노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구평균기온 1.5℃ 상승에 직면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인류는 기후위기의 공포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의 상실 앞에 전 세계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노력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입니다. 지난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진행된 기후정상회의는 198개국 정상들이 모여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과 실천방법을 결의하는 자리였습니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현재 지구가 직면한 상황을 “지옥행 고속도로 위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또 “모든 국가가 협력 하든지 아니면 파멸의 길로 가든지 선택해야한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기후정상회의의 결과는 긴급한 기후행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주제는 ‘손실과 피해보상’ 입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이 기후위기로 고통 받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어떻게 보상과 지원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기후위기의 피해국들은 폭우, 폭염, 가뭄, 산불 등의 재해에 대한 보상금 차원에서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선진국들은 코로나 및 국제경제의 침체를 핑계로 재정지원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이에 더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도 없었습니다. 어느 때 보다 기후위기는 심각하지만, 그 대응은 미온적이고 형식적입니다.

더해, 우리의 기후정상회의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더욱더 소극적입니다. 특히, 지난 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30%에서 21.5%로 축소하는 퇴보적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핵폭발의 위험을 담보로 원전진흥정책을 진행중이고 화력발전소를 확대하는 정책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지수(CCPI)를 발표하는 국제평가기관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순위를 발표했는데, 한국은 최하위인 60위를 기록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과 재생에너지 사용 그리고 에너지 소비부문에서 여전히 ‘매우 저조함’으로 분류됐습니다. 기후위기 악당국가라는 오명에 더해 지구를 파괴하고 이웃생명들을 멸종시키는 범죄국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정점에서 우리는 성탄절을 맞습니다. 아기예수님의 사랑과 따뜻한 온기를 기도하며 멸종되어가는 이웃생명들과 또 사회적 불평등, 부정의로 인해 고통받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기도할 때입니다. 또한 변화를 위해 비상행동을 시작할 때입니다. 인간의 탐욕과 욕망으로 과잉생산, 과잉소비, 과잉폐기가 진행되는 오늘날의 시장자본주의 문명을 생태문명으로 전환할 때입니다.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사회경제적인 거시적 변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신앙생활 속에서 생태적 회심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생명을 중심으로 변화된다면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천년 전 아기예수님이 처음 함께한 이웃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마굿간의 동물들을 생각합니다. 복음서는 단지 ‘구유’만을 언급하지만, 우리는 청빈한 마굿간과 동물의 구유 그리고 아기예수님과 함께한 동물들을 상상합니다. 이는 목가적인 농촌의 모습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복음서가 고백하는 예수님의 삶은 자연친화적이고 이웃생명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성서학자 리차드 보컴(Richard J. Bauckham)은 예수님이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실 때 “들짐승과 함께 있었다”(마가복음 1:13)는 성서의 말씀에 집중했습니다. 이웃생명과 함께한 예수님을 강조하며 시중들던 천사와 동물들을 동등한 하나님의 피조물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웃 피조물들과 함께한 삶” 1)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과 지구의 생명 공동체가 평화와 생명을 다시 세우기 위해 종말론적 기대를 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웃생명들과 또 가난한 이웃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복음서의 메시아적 평화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따뜻한 온기와 사랑을 회복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감각과 경외감을 다시 찾는 것입니다. 또한 불의한 사회 구조와 부정의를 바로잡고 생태정의를 우리의 삶속에 만드는 일입니다. 성탄절을 맞으며 기후위기의 공포로 고통받는 이웃생명들과 생명살림의 연대를 통해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생명을 살리시는 주님의 따뜻한 온기와 평화가 우리 교단 안에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1) Richard J. Bauckham 『Living With Other Creatures: Green Exegesis and Theology』 (Waco, TX: Baylor University Press, 2011)

본글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회보 VOL.635 에 한국교호환경연구소 장동현 책임연구원이 기고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