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모든 것을 비우는 12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 나무들은 진즉부터 하나둘 자신을 비워 맨 몸으로 겨울을 맞습니다. 나무들의 그 빈 가지 사이로 성탄으로 인도하는 별이 떠올라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맞이하게 됩니다. 새로운 시간에 새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비울 수 있어야 하는데, 지난 시간의 모든 것을 끌어안고 어쩔 줄 몰라하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십자가에서 빈 몸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저희도 모든 것을 비우는 용기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한국 사회가 새로운 불빛을 따르게 하시옵소서.. 주님, 그 옛날 주님을 찾아나선 이들을 어두움 가운데서 작은 별빛으로 인도하시어 아기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여주신 놀라운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밤하늘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에 뒤덮여 뿌옇기만 하고, 핵발전소에서 거대한 송전탑을 타고 이어온 전기의 환한 불빛으로 별빛이 희미합니다. 이제 우리가 주님의 작은 별빛을 되찾게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의 밤하늘에서 작은 별빛을 바라볼 수 있도록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멈추고 햇빛과 바람과 물이 넉넉히 베풀어주는 재생에너지로 맑은 하늘을 되찾아 주님을 기쁘게 만나게 하시옵소서. 주님, 이 땅의 기후 난민들을 보살펴 주시옵소서. 기후변화로 인하여 매년 500여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떠나 이곳저곳을 방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극지방인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사람들은 삶의 터전인 얼음이 녹아서, 열대 섬나라인 투발루와 몰디브 사람들은 해수면의 상승으로, 지중해의 시리아와 이집트 사람들은 오랜 가뭄으로 농업기반이 무너져서, 중앙아시아와 중앙아프리카의 사람들은 사막화가 진행되어, 중남미 사람들은 열대우림의 감소로 기후난민의 삶을 살아갑니다. 나실 때부터 집 없는 이셨던 주님, 이들의 아픔을 돌아보시고 기후 정의가 이루어져 이들이 삶의 터전을 회복하게 하시옵소서.
2017.12.06
주님, 낙엽이 지고 자신을 내려놓는 달, 우리도 겸손해지게 하옵소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정성스레 갖추어주신 자연의 질서는 당신이 신실하신만큼 정확하고 엄격합니다. 생명의 운율은 경쾌하게 자신이 있을 자리에 돌아가 풍성한 생명의 대위선율을 자아냅니다. 사계의 지휘는 초록이 무성했던 지난 시간의 악보를 걷어내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악장으로 넘어갈 채비를 합니다.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던 싱그러운 풀잎들은 시와 때를 알아 정갈한 예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침잠하여 세계를 묵상하는 갈빛 수도자들은 금방 떨어질 듯 말듯하게 여전히 자신의 교만을 뽐내는 사람들을 그들의 머리맡에서 위태롭게 지켜볼 뿐입니다. 언제까지고 동일한 삶, 자신들만을 위한 황금빛 시대를 꿈꾸는 사람들도 갈빛 수도자들처럼 낮아지고 겸손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제는 연미복이 아닌 수도복을 입어야할 때,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 작은 생명들에 대해 글썽여야할 때입니다. 변화산에서 변화하신 예수의 위대한 낮아짐, 십자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준비한 짧은, 가을 같은 시간을 변화의 영성으로 우리가 살아낼 수 있게 하옵소서. 주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건강한 교회 생태계가 확립되게 도우소서. 다가올 10월 31일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루터가 단순히 로마 교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개선하기 위해 비텐베르크 성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시 만연했던 중세 사회의 죽음에 대한 공포, 불의한 사회 구조 안에서 찾을 것이 하나님의 이름밖에 없었던 그들의 간절함, 그것들을 조장하고 이용했던 중세 교회, 중세 정부를 기억합니다. 하나님의 진노하심과 자비하심을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경험했던 루터에게 그러한 세태는 그의 곧음 심지 안에서 애끓는 안타까움과 혁명의 불꽃으로 타올랐을 것입니다. 2017년의 10월, 한국교회를 돌아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선행을 필요치 않으십니다. 하지만 당신의 이웃은 필요합니다!”라고 외쳤던 루터의 외침이 이 땅에 순전하게 발을 디뎠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큰 종을 필요치 않으시고 그와 동행하는 작은 종을 부르셨던 하나님의 작지만 큰 마음이 한국 교회에도 뿌리내렸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성장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 잃은 양을 돌보지 않고, 죽음의 문화 속에서 죽어가는 피조세계를 관리하지 않은 우리의 교만과 악행을 마주합니다. 상처 받기 쉬운 피조물, 가뿐 숨을 몰아쉬는 이웃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은 우리의 뻣뻣한 목, 그 즈음에서 통증이 몰려옵니다. 하나님! 종교개혁, 교회개혁 500주년, 작은 것들에 귀 기울이게 도와주소서. 당신의 영광을 우리에게서 찾지 않고 당신이 지정한...
2017.10.02
1. 여름의 열매들이 영그는 달, 우리도 생명의 열매가 되기를.무더운 여름 더위를 견뎌낸 생명들이 이제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또 한 번 인고의 시간을 보냅니다. 이들의 수고로움으로 우리는 풍성한 열매를 맞이하게 됩니다. 여름의 열매들이 가을볕에 자신을 내어놓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영근 열매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탐스런 열매를 맞이할 뿐 아니라 삶의 태도까지도 한 수 배우게 됩니다. 우리 인생에서 가을의 때가 당도했을 때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바를 실천하지 않고 따사로운 햇살을 핑계로 그늘에 숨거나 이제 그만 지쳤다며 포기한다면 생명의 열매를 맞이할 수 없을 것입니다.생명의 주여! 우리에게 용기를 더하여 주십시오.여름의 열매들이 따사로운 가을 볕 아래 제 몸을 내어주고 아름다운 열매를 영글어 가듯이, 저희도 저희의 삶에서 오는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옳은 길을 따라가 생명의 열매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2. 우리의 밥상이 안전하고 건강한 생명의 밥상이 되기를.생명의 주님께서 허락하신 창조세계가 시름하며 앓는 것은 다름 아닌 저희들의 어리석음 때문임을 고백합니다. 주께서 허락하신 이 세계를 보전해야 하는 사명을 잃고 저희들의 탐욕과 야욕으로 파괴하며 갉아먹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나아가 그 욕심이 저희들의 밥상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욕심이 우리들을 삼키고 있습니다.생명의 주여! 우리에게 지혜를 더하여 주십시오. 우리의 밥상부터 주께서 허락하셨던 창조세계의 모습을 회복하기 원합니다. 주께서 허락하셨듯이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생명의 밥상을 누리길 원합니다. 3.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탈핵과 에너지 전환의 길로 나아가기를.생명의 주님, 주께서 허락하신 햇빛과 바람의 에너지로 살고 싶습니다. 100% 완벽한 과학기술은 없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체르노빌의 원전사고를 기억합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탈핵과 에너지 전환의 길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성찰하여야 합니다. 소수의 관료, 기업 관계자, 학계 전문가들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탈핵은 그리스도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핵발전과 기독교 신앙은 함께할 수 없습니다. 핵발전소가 없어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재생에너지,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201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