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대응 사업

우리는 정의로운 탈핵의 길을 향해 걸어갈 것입니다.

작성일
2022-03-0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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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우리는 정의로운 탈핵의 길을 향해 걸어갈 것입니다.

“정의가 주님 앞에 앞서가며, 주님께서 가실 길을 닦을 것이다.”(호세아 10:12)

후쿠시마 핵사고 11년이 지났습니다. 일본 후쿠시마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핵사고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고통받는 시민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런 아픔들을 해결하기보다는 외면합니다. 오염수를 방류하고, 폐기물들은 쌓아둔 채로 태풍과 홍수에 떠내려가게 만들었습니다. 피난한 주민들에겐 지역으로 복귀를 종용하고, 피폭의 위험을 감수하고 살도록 연간 방사선 피폭 선량한도 기준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갑상선암 환자가 늘어나고, 피폭으로 인한 질병들이 늘어났음에도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11년이 지나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위험은 고스란히 주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탈핵을 선언한 정부였으나 임기 중 핵발전소는 늘어났고, 탈핵을 법으로 정하지도 못했습니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의 불씨를 남겨두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겨두었습니다. 수 십 만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핵폐기물의 문제를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한 모든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도록 공론장에 내놓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문제를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공론화 과정과 절차는 파행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공론화에서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올리 없었습니다. 핵발전소 소재지역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로 만들고, 핵발전소로 고통받던 지역주민들에게 핵폐기물의 고통마저 떠안기는 결론이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크기만 작은 핵발전소인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을 계획하고, 핵폐기물의 재처리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겠다고 말합니다. 탈원전 선언이 무색해졌습니다.

우리는 피폭자의 자리에서 피폭자의 눈으로 핵발전소를 바라봅니다. 핵사고는 우리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말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의로 가는 탈핵의 길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돈벌이의 욕망과 정치적 이해가 결합되어 탈핵으로 향하는 길을 방해합니다. 대선후보들은 탈원전 정책을 없던 것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핵발전소 건설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핵사고의 위험이나 핵폐기물의 처리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그것이 어떻게 기후위기를 막는다는 것인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기후위기가 핵발전의 안전을 위태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아닌 것을 대안이라고 떠들곤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고통당하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잊혀져가고, 돈벌이의 욕망과 정치적 이해관계만이 남았습니다.

핵발전소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습니다.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피폭이라는 현실적인 피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이 위험과 피해를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이 정의로운 것이냐고 말입니다. 심지어 전기는 수도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수도권에서 가장 먼 지역에 설치해두고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냐고 묻습니다. 심지어 금번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의 결정에 따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핵발전소 소재 지역 주민들은 핵발전소가 폐로 되어도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이 되고, 앞으로 최종처분장이 결정되지 못한다면 영구적인 저장시설이 되는 것도 막지 못할 상황입니다. 이런 결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민주적인 절차나 합의는 없었습니다.

핵발전소 지역의 주민들은 핵발전소가 그렇게 안전한 거라면 서울에 짓는 것이 정의롭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전기를 위해 핵발전을 하는 것이라면 사용량이 가장 많은 서울과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묻습니다. 핵발전은 사고위험성과 상시적 피폭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영광 한빛 핵발전소는 격납건물에 구멍이 뚫려 있었고, 증기발생기에는 언제 들어갔는지도 모를 망치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경주 월성 핵발전소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의 바닥의 차수막이 깨어져 오염수가 지하수로 유입된 것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멸치나 바나나를 운운하며 큰 문제가 아닌 것 처럼 호도하였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핵발전소마다 설치해놓은 자동수소제거장치(PAR)가 불량이고, 제 기능을 못할 뿐더러 심지어 사고시 화재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부산과 울산의 경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신고리 핵발전소 4호기는 터빈/발전기 부속설비에서 화재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핵발전소의 문제는 더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직후 바로 원인과 결과가 규명되거나 영향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숨기고, 드러내지 않으며, 심지어 문제 자체도 은폐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서울이 아니라 어디도 안될 일입니다. 수도권이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라도 이런 부실한 안전관리의 위험을 떠안을 곳은 없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난다면 지역에 국한되어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전 지역이 이 사고의 피해를 겪게 됩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외면한 채 살 수 있는 것은 수도권과 서울에서 먼 곳에 핵발전소를 두고 핵발전소에 대한 것을 잊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매일 핵발전소를 눈으로 보고 돌아가는 소리를 듣는 이들에게 핵발전소는 공포스러운 존재입니다. 특히나 후쿠시마를 경험한 이후 핵발전소는 지역 주민들에게 언제든 삶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죽음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입니다. 그렇기에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질 수 없고, 사고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일으키는 핵을 그대로 두고 우리는 정의를 말할 수 없습니다. 피해를 겪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서 우리는 평화를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핵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어 생명의 죽음이 일상이 된 후쿠시마를 바라보며 우리는 생명을 말할 수 없습니다. 주님을 따라 정의의 길을 향해 걸어가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탈핵을 선택할 것입니다.

2022년 3월 6일

탈핵주일을 지키는 그리스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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