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도넛경제학

작성일
2022-08-0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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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학고재, 2020

IMF라고 불리는 외환위기 상황이 터지고 난 후 수많은 이들이 돈 문제로 죽고 사는 것을 보고 자랐다.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가 기업들을 줄도산 시키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사는 것이 힘들어진 많은 이들이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면서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사건들이 일어났다.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돈’ 이라는게 참 어렵고도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경제학을 배우지 않아서 경제학에선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지만 삶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경제는 결국 수많은 이들의 삶과 욕망, 행동의 동기와 결부되어 세계가 작동하게 하는 장치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제체제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이 기계의 작동에 있어 중요한 에너지원이 아닌가 싶다. 돈으로 경제 시스템을 굴리고, 그것이 사회의 주요기능을 담당하기에 사실상 그 사회는 인간의 다른 다양한 가치들을 담아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물론 여전히 자본주의 바깥이 존재하고 인간은 선의와 협력, 희생을 통해 다양한 일들을 해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자본주의가 강렬해질수록 자본주의의 외부는 점점 협소해지다 못해 사라지는 경우들이 생겨난다. 그런 문제를 지적한 이들은 이미 있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처럼 다른 방식의 경제체제를 구축해 자본주의가 인간 본연의 장점들을 소외시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도전들이 내부의 모순과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결국 국제관계나 질서에서도 자본주의는 큰 역할을 하게 된 모양이다.

이러한 경제시스템은 단순히 사람만을 소외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자연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것, 즉 자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소외시켰다. GDP 중심의 ‘성장’이라는 것이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지상과제가 되고, 그 외의 일들은 부차적인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런 세계가 지금의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경제학 이론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특히나 저자가 주목한 것은 인간성의 박탈을 경험하지 않으면서도 지구 한계를 직면하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 즉 지속가능한 경제상태를 유지하는 세상을 이루는 방식이었다. 이를 도넛의 형태에 비유하면서 도넛의 안쪽은 인간성 박탈의 상황, 도넛 외부는 지구의 위기로 상정하고 그 사이에 어떤 공간이 있다는 설명을 그림을 통해 나타냈다. 이를 위한 사회적 기초를 저자는 물, 식량, 보건, 교육, 소득과 일자리, 평화와 정의, 정치적 발언권, 사회적 공평함, 성평등, 주거, 각종 네트워크(관계), 에너지 등으로 삼았고,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지구의 위기를 기후변화, 해양산성화, 화학적 오염, 질소와 인축적, 담수고갈, 토지개간, 생물다양성 손실, 대기오염, 오존층 파괴 등으로 상정했다. 인간의 사회적 기초가 부족해지면 인간성 박탈로 이어지고, 경제적인 부유함을 추구하느라 무한히 확장하여 과잉이 발생하면 외부의 효과들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둘사이 중간에 인류가 머무를 건강하고, 평화롭고 안전한 공간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증명하고 또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저자는 기존 경제학이 가진 거짓된 신화나 보지 못하는 맹점들을 지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와 자유 등을 부정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한계를 짓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만을 이야기하는 경제체제가 얼마나 부질없고 지속 불가능한 사회를 만드는지 알아차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고 사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깨달으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지속 불가능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시장과 경제주체들, 국가가 얼마나 왜곡된 자신을 연기하는지도 돌아보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물론 모든 이론이 그렇듯 한계는 있다. 물론 흔히 요즘 말하는 ESG 경영 열풍이나 RE100과 같은 환경을 위한다는 이들의 그린워싱보다는 훨씬 심도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실천의 방식에서 넛지 등을 권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의 선의에 기대어 세상이 좋게 변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되묻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급박한 기후위기 시대, 특히 지구의 위기를 고민한 경제학자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를 듣고 싶은 이들이라면, 그리고 대안적인 경제체제를 고민하는 이들은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국장)
  • 바이블 25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