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시민의 힘으로 이루는 에너지 민주주의

작성일
2022-08-3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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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으로 이루는 에너지 민주주의

‘쇠나우 마을 발전소’는 ‘시민이 이끈 에너지 민주주의’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남독일 슈바르츠발트라는 곳의 쇠나우라는 작은 시, 인구가 약 250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고장에 있는 쇠나우전력회사의 이야기를 전한다. 쇠나우전력회사는 핵발전 반대 운동을 통해 만들어졌고,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며, 협동조합 형태의 회사이다. 게다가 이 회사는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발전사라는 것 이외에도 탈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조합원을 모으고 전력을 생산하는 회사라는 특이한 점을 갖고 있다. 현재는 쇠나우라는 도시의 인구보다 많은 16만 250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100명의 사원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

저자인 다구치 리호는 독일에서 살며 일본에 독일의 이야기를 기고하는 전직 신문기자 출신 언론인이자 독일어 통역가이다. 그가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2012년에 일본에서 이 책을 발간했던 것으로 보아, 책에서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독일 사례를 통해 일본 시민사회의 변화를 바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이후 독일에서도 요오드131, 세슘134, 세슘137과 같은 방사성 물질들이 검출되었다고 하는데도 제대로 된 안전지침을 설명하지 못하는 정부, 독일의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정부를 보면서 독일 시민들은 탈핵운동을 시작했다. 저자는 이 사실을 이야기하며 일본 시민들에게 방사성 물질의 위험을 알리는 동시에 시민들의 힘으로 만드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였다.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의 위험에 대한 공포로부터 시작된 독일 시민들의 동요는 이후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내는 단초가 되었다. 전력 소비를 줄이는 운동에서부터 이런 운동을 촉진할 수 있는 보상을 만들어내는 일, 더불어 연극과 같은 문화활동을 통해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까지 다양한 방식의 활동들이 이뤄졌다. ‘핵발전을 반대하는 부모들’, 이후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로 이름이 바뀌어 활동을 시작한 작은 탈핵 단체는 지속적인 모임을 통해 공부도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운동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이 모임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전력회사를 세우는 일까지 시작하게 된다. 이 단체는 남독일에 전력을 공급하며 주변 핵발전소에 투자하는 거대 전력회사인 라인펠덴전력회사와 맞서고, 주민투표를 거쳐 시민들의 헌신과 참여에 힘입어 10년 만에 전력공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쇠나우전력회사가 시작된 것이다. 에너지 절약을 권하는 특이한 재생에너지 공급 전력회사가 세상에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회사의 이름이 알려지자 먼 곳에서도 쇠나우전력회사의 전기를 쓰고 싶다는 요청이 생겨났고, 독일 전역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회사가 되었다. 이후 쇠나우전력회사는 전력공급을 하는 기업이면서 동시에 에너지전환과 사회 변화를 이끄는 역할까지 하면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간다. 이러한 활동은 결국 독일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법률을 만들어내고, 혼자만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기보다는 비슷한 형태의 다른 회사들이 생겨나도록 돕는 역할도 하게 된 것이다.

탈핵운동이든 어떤 시민사회 운동이든 사실 독일의 사례는 참조할 거리는 되지만 현실적용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국가 주도로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국가가 핵발전소를 확대하겠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현실은 대안보다는 현안이 된 핵발전소 신규 건설이나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반대를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민의 힘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단초가 되었고, 그것이 이 일을 위해 수십 년을 싸운 결과였다는 사실은 위로가 된다. 아울러 한국에서도 쇠나우전력회사를 만든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대안적 운동그룹들이 있다. 그들과 우리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지금 우리의 운동을 조금 더 힘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의 힘으로 함께 만드는 에너지 민주주의’는, 어쩌면 지금 한국의 탈핵운동에 필요한 슬로건이 아닐까 싶다.

임준형(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국장)

탈핵신문 2022년 8월(10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출처 : 탈핵신문(http://www.nonukes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