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한 그루의 미래를 심습니다.

작성일
2020-10-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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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미래를 심습니다.
- 기후위기 시대, 몽골 은총의 숲을 생각하며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몽골 은총의 숲 조성 사업’은 몽골의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숲 조성에 관심을 기울여온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현지 NGO 단체인 ‘GREEN SILKROAD’와 함께 2010년부터 몽골 토브 아이막 아르갈란트 솜의 300,000㎡의 토지를 숲 조성을 목적으로 몽골 정부로부터 30년 간 임차하여 숲을 조성하고 있는 30년 장기프로젝트 사업 입니다. 황량한 벌판과 같았던 땅에 울타리를 세우고, 우물을 파고, 묘목을 심고, 거름을 주고, 몽골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조금씩 자라는 나무들과 관계를 맺은 지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 사이 몽골 은총의 숲은 크고 작은 어려움과 변화를 겪었습니다. 기금 모금의 어려움으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몽골 현지 활동가들과의 소통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의 문제로 오해가 생기기도 했으며, 몽골 현지 책임자의 건강이 악화되어 사업 진행이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몽골에 닥친 혹한 ‘조드’의 피해로 병충해가 발생해 생태기행 참가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세계를 휩쓴 ‘메르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생태기행 자체가 아예 취소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은총의 숲의 가장 놀랍고 중요한 변화는 황무지였던 땅이 건강한 나무들과 풀들이 점점 무성해지는 초록의 땅으로 변하고 있고, 기적과도 같이 여러 새들과 동물들이 모여들어 생명이 풍성한 은총의 숲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6년 여름, 그러니까 제가 처음으로 몽골 은총의 숲을 방문을 했을 때입니다. 저의 첫 생각은 “도대체 숲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이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조성한 은총의 숲은 저의 상상속의 숲, 그러니까 프레데릭 백의 그림으로 아름답게 묘사된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의 숲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간신히 무릎까지 자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푸석푸석한 땅에 죽 줄지어 심겨져 있을 뿐, 숲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현지 활동가들과 책임자는 얼마나 멋지게 잘 자란 나무들이냐고 뿌듯함으로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몽골은 평균 해발고도가 1,500미터에 달하고, 연 평균 강수량이 400mm가 채 되지 않는 고산 건조지대인데다, 한겨울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 한낮은 영상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극한의 기온변화가 반복되어 나무가 자라기에 정말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국토의 90%가 넘는 지역이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5,000여 곳의 시내와, 강, 호수가 말라버리고 있는 기후재난국가인 몽골에 바보처럼 나무를 심어왔던 것입니다. 성경에서 예수님께서도 좋은 땅에 씨를 뿌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왜 애초에 반나절이나 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려와야 하는 나무가 자라지 못할 땅에 나무를 심는 이 멍청한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마음은 무거워지고 머릿속은 얼마나 복잡해지던지, 그날 몽골의 밤은 게르의 양털 냄새 때문이 아니더라도 잠을 이루기가 참 어려웠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2019년 여름, 몽골 은총의 숲은 불과 4년 만에 놀라운 모습으로 변해있었습니다. 나뭇가지 같던 앙상한 나무들은 가지와 잎을 무성하게 뻗었고, 무릎을 간신히 넘던 작은 나무들은 허리춤을 넘어 어른들이 키를 훌쩍 넘기는 나무들이 되었습니다. 나무와 자라면서 땅의 힘이 좋아져 풀들이 무성해지면서, 여름과 가을에는 오색의 들꽃 세상이 펼쳐지는데다, 레드커런트와 차차르간 나무를 비롯한 나무열매들로 제법 풍성한 수확을 거둡니다. 또 풀과 나무를 찾아온 벌레와 새들, 그리고 몽골 가젤과 여우들로 몽골 은총의 숲이 풍성한 생명의 동산으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와 내년에는 여러 교회와 단체들의 후원으로 몽골 은총의 숲에 컨테이너를 활용한 ‘생태교육센터’를 건립하게 되어, 본격적으로 임농업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4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놀라운 하늘의 은총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몽골 은총의 숲은 몽골 현지의 ‘GREEN SILKROAD’에서 계획한 ‘은총의 숲 조성계획’을 토대로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몽골 은총의 숲 추진위원회(위원장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은총의 숲 조성계획은 2010년부터 1016년까지는 시설과 부지, 안정적 재정 등의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묘목조림과 채소재배를 진행하였고,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현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임농업 소득을 추진하며,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였으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임농축산업 체험과 교육의 장을 마련하며, 임농업의 수익을 확대하였으며, 2022년 이후에는 ‘공동체 마을’ 조성하는 단계로 조경을 고려한 숲 관리와 임농업과 관광으로 자립을 이어가는 단계별 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은총의 숲의 기반을 다지는 길이 무척이나 험난했듯이, 은총의 숲에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길 역시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닌 것입니다. 또한 은총의 숲에 세워질 공동체 마을이 경제적 자립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시장경제에 의존하는 임농축산물 생산과 관광 모델의 개발만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몽골 은총의 숲의 상황에 맞는 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한 ‘에너지 전환’과, 생태적 가치를 우선하는 ‘생명 경제(Economy of Life)’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몽골 은총의 숲은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전초기지가 되어야 할 것이고, 동시에 우리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준비하는 작은 실험실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은총의 숲에 심고 있는 것은 몽골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한 그루의 나무이며 동시에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미래’이기도 합니다.
또한 은총의 숲의 출발이 한국교회의 창조세계의 온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기독교 환경운동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인도의 오로빌, 프랑스의 떼제, 영국의 핀드혼과 같은 생태영성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생태공동체로의 미래를 꿈꾸어보게 됩니다. 동쪽으로는 대초원, 서쪽으로는 알타이 산맥, 남쪽으로는 고비사막, 북쪽으로는 시베리아의 툰드라으로 둘러싸인 유라시아 대륙의 한 가운데 아직까지 창조의 순간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는 대자연이 살아있는 공간으로써, 또한 인류의 도시 문명이 만들어낸 기후변화의 피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초원 문명의 마지막 역사의 현장으로써, 인류와 지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며 아주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공동체 마을로써, 그리고 국경과 세대를 넘어 사람들의 선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출발한 그리스도의 정신을 담고 있는 곳으로써, 세계 그 어느 곳에도 몽골 은총의 숲과 같은 곳을 다시 만들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몽골 은총의 숲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일에 힘을 모을 때입니다. 이제 몽골 은총의 숲은 기반조성이 거의 마무리 되어 그동안 심고 관리했던 묘목들을 이식, 분식하는 관리의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은 300,000㎡의 땅이 마냥 끝없이 넓어만 보였었는데, 이제 은총의 숲 울타리 밖의 끝없는 황량한 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IPCC를 비롯한 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당장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어도 숲 조성은 토양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생태계를 회복하여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을 보전하는 일에 가장 효과적인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제 몽골 은총의 숲 현지에 적합한 수종 선별과 식목, 관리의 노하우가 어느 정도 축적된 상황에서 은총의 숲의 확장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마침 은총이 숲을 눈여겨보고 있던 몽골 아르갈란트 지방 정부와 함께 아르갈란트 지역의 숲 복원과 조성을 위한 공동사업을 모색하고 있으니, 앞으로 은총의 숲이 더욱 확장되는 일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몽골 은총의 숲과 한국교회의 교류와 연대가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교회 안에서 몽골 은총의 숲을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적 선교의 모델로 삼아서, 한국교회의 세계선교 네트워크가 각자의 선교 현장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적 선교를 모색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야 헐 것입니다. 아울러 그동안 진행되어온 몽골 생태기행을 몽골 은총의 숲 생태교육센터의 설립과 더불어 생태기행이 몽골 은총 숲을 중심으로 한 생태환경 탐방과 지역사회와의 교류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내용적으로 몽골 생태기행이 생태영성을 수련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준비와 기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20년,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몽골 은총의 숲을 조성하겠다고 몽골 정부와 약속한 시간이 2/3가 남았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한국교회가 심고 가꾸어온 몽골 은총의 숲을 위해 더 많은 기도와 후원이 필요합니다. 더 많은 기도가, 더 넉넉한 후원이, 더 따뜻한 정성이, 더 건강한 나무를, 더 울창한 숲을, 더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은총의 숲이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재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몽골의 이웃들에게 미래의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오늘도 한 그루의 미래를 심겠습니다.

(이글은 기독교세계 2020년 10월 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