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현대 생태신학자들(5) - 맥다니엘(J.B. Macdaniel)

작성일
2012-07-02 13:24
조회
3555
현대 생태신학자들(5) - J.B. Macdaniel

녹색은총의 생태론자

이 정 배 / 부설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장, 감신대 교수


최근 미국내 생태신학자로서 활동하는 학자로서 우리는 맥다니엘(J.B. Macdaniel) 교수
를 주목할 수 있다. 맥다니엘은 과학과 종교간의 간학문적 대화를 목적하여 만들어
진 'Zygon' 잡지에 많은 글을 기고하고 있는 학자인 바 "Six Characters of a
Postpatriarchal Christianity"라는 논문은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남성신학자로
서 탈가부장적 기독교의 등장과 그 성격을 규명했던 저자는 그러한 페미니스트의 마음을
가지고서 자연생태계에 대한 신학적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1996년 [with Roots and
Wings]라고 하는 출중한 책을 펴냈다. 본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생태계 위기에 대한 신학
적 전망 및 평가를 근거로 종교간의 대화문제를 피력하고 있는데, 매우 시의적절한 견해라
고 아니할 수 없다.

본 책에서 크게 배울 것은 저자가 녹색은총의 의미를 강조하고 녹색은총의 의미를 간과해
버릴 때 적색은총, 곧 교회공동체에서 핵심으로 고백하고 있는 십자가은총이 공허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물론 녹색은총만으로 인간 삶이 온전해질 수 없는 것이지만 녹색
은총과 적색은총이 함께 만나 상호 연결되지 않으면 인류의 삶 속에 미래적 전망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녹색은총이란 인간 삶의 토대를 이루는 자연환경 전체를 지시한다. 이것은
최상의 선물이며 이것 없이는 인간 삶이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인간이 자연의 변화
를 매일매일 주목하지 못한다면, 예컨대 지난 일년간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서 사라져버
린 생명의 종이 무엇이며 자신의 주변환경에 서식하고 있는 풀, 나무, 꽃들의 이름을 명명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나아가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없고, 자연은 욕망의 대상으로가 아
니라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느끼지 못한다면 인간은 녹색은총을 소멸하고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그 자체는 의미 있으며 거대한 생명
체계의 한 구성원인 것을 느끼지 못하는 한 인간은 녹색은총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
다.

그러나 인간은 녹색은총만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녹색은총이 삶의 토대를 이루게 하는 것
이라면 적색은총은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최상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서 적색
은총을 해석하는 독특한 시각은 단연코 적색은총을 녹색은총의 빛에서 이해한다는 점이
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볼 때 우리에게 들려지고 보여지는 것은 고통과 비탄의
소리이며 상처투성이의 자연(피조물의 고통, 생태계의 위기)이다. 인간이 자기중심성을 떠
나지 못할 때 우리는 이런 소리도, 이런 모습도 듣고 볼 수 없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우
리의 눈과 귀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녹색은총으로부터 이런 고통과 상처받는 모습을 듣고 보게될 때 적색은총은 우리
로 하여금 그러한 소리에 귀기울이게 하고 보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고통과 비탄에 참여하
도록 촉구한다. 다시 말해 적색은총은 전 자연생태계의 고통에 자신을 개방시켜 그와의 연
대를 이루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십자가 사건의 해석은 인간중심적, 교회중심적, 남성
중심적인 신학전통에서는 감히 생각해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맥다니엘은 여성적 시
각에서 십자가를 바라보고 그 연민 속에 전 자연생태계를 포괄시킴으로써, 생태계의 구원
을 희망하고, 실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야말로 모든 피조물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준 당사자임을 자각케 하는 것은 십
자가 곧 적색은총의 몫이라고 이해한다. 이렇듯 녹색은총과 적색은총을 연결시켜 우주 생
태계 구원을 신학, 곧 기독교의 목표로 삼는 맥다니엘은 적색은총의 의미를 기독교 이후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저자에게서 생태계 구원이 종교간의 대화문제에 있어 중심이 되
고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향후 그의 학문활동이 더욱 주목하게 되는 것도 이런 이
유에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