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탈핵·탈송전탑, 끝나지 않은 싸움

작성일
2024-05-17 14:08
조회
94

10790_10950_383.jpg

2014년 6월 11일 밀양에서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이 자행되었다. 2024년, 올해는 그 일이 벌어진 지 꼭 10년째 되는 해다. 탈핵운동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우리가 간혹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그리고 송전선로의 문제를 함께 다루며 지역이 당하는 차별과 혐오, 배제와 비민주성을 지적한다면 이 이야기의 시작이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탈핵 담론은 밀양 송전탑 투쟁을 통해 한층 지평을 넓힌 것이다. 그리고 ‘밀양 할매’라고 부르는 탈송전탑·탈핵 활동가들의 운동이 결집시킨 연대활동가들은 여전히 탈핵운동에 동참하는 이들로 남아 있다.

저자는 행정대집행이 끝난 2014년 가을, 밀양으로 내려가 탈송전탑, 탈핵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투쟁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긴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행정대집행이 10년이 되는 2024년 올해 책을 펴낸 것이다. 청취한 말들은 가공되지 않은 채 책의 일부가 되었고, 덕분에 생생한 목소리들이 담겼다.

사실 탈핵 희망버스가 출발할 시점부터 이미 ‘밀양 할매’들의 싸움은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저 자신들이 살아온 땅, 그리고 후손들이 살아갈 땅에 철주가 박히고, 그것이 나와 내 이웃의 건강을 해치고, 내가 발 딛고 살아가던 산과 들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파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밀양 할매’들은 시작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바도 없다. 그것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생길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말이다. 그저 ‘나랏일’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고, ‘돈지랄’을 해대는 통에 마을은 풍비박산이 나고, 이웃끼리 말도 섞기 싫을 정도로 공동체가 파괴되는 가슴 아픈 일들을 겪었다. 한국전력 직원들과 시청공무원들은 합의서에 서명받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한전 직원들은 주민들을 일부러 갈라치기 하기 위해 공작에 가까운 일들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그로 인해 오래 유지되어오던 마을 공동체가 깨어지고 주민들은 서로 원수처럼 되기도 했다. 일상적인 폭력, 즉 가까운 이웃들과의 분쟁으로 인한 고립과 배제를 경험하게 만들었다. 권력은 이런 불법적인 일들이 자행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전의 편에서 주민들을 핍박했다. 그럼에도 이미 반대의 이유가 너무나도 명확한 싸움을 관둘 수 없었던 ‘밀양 할매’들은 싸움을 이어 나갔다. 베어질 나무를 붙들고 늘어지고, 포크레인 아래에 드러눕고, 포크레인 삽 안에 들어가고, 경찰관들에게 들려나가지 않기 위해 옷을 벗고 저항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철탑이 세워질 산 위에 농성장을 차리고, 추위를 견디며 싸웠으나 결국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대화나 중재가 아닌 폭력적 행정대집행이었다. 책은 주민들과 연대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책은 밀양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고통스러운 기억만을 되뇌지는 않았다. 밀양 투쟁이 남겼던 소중한 기억들, 즉 ‘즐거운 나의 집’이라고 불린 농성장에서의 기억을 담아내고, 함께 먹던 밥이 가진 힘을 떠올리게 하고, 바느질로 시작된 여성연대의 기억도 소환한다. 그리고 수많은 폭력과 모욕, 그리고 여성혐오를 견디어내며, 그들이 끝내 탈송전탑·탈핵 활동가가 되었다고 전한다. 젊은 활동가들을 만나 “너희가 있어서 괜찮다”고, “내가 죽더라도 너희가 할 것이고, 너희가 죽더라도 그다음에 누군가 할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이들. 결국 끝끝내 송전탑이 뽑히고 말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지는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 거기 있다고 말이다.

이 책의 발간은 밀양 행정대집행 10년이 되는 올해 발간되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와의 교감 속에서 정체된듯한 밀양 송전탑 투쟁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을 중심으로 ‘탈탈낭독회’라는 행사가 진행되고도 있다. 탈핵, 탈송전탑의 줄임말인 ‘탈탈’은 핵발전소와 송전탑의 뗄 수 없는 관계, 그리고 그것이 가진 지역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보여준다. “서울은 너무 밝더라꼬”라는 한 남성의 말이 보여주듯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지역이 송전탑 문제로 싸우고 있다. 밀양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밀양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우린 아직 싸우고 있다고, 저 송전탑이 뽑힐 때까지 싸울 거라고 말하는 밀양의 목소리가 소중한 것 역시 이 싸움이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 탈핵신문(http://www.nonukesnews.kr)
  • 탈핵신문 기고 - 임준형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