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캠페인

5. 그린 에너지 :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작성일
2021-05-2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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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린 에너지 :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빨간 벽돌로 쌓아 올린 천정이 높은 사각형 건물, 십자가가 달린 첨탑, 그리고 마당 한쪽에 조용히 자리한 녹슨 종탑. 살기 어렵던 시절에 교인들의 손으로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 지은 예배당 모습은 예배를 드리는 교인들의 수에 따라 크기가 차이가 날 뿐 거의 닮은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교회의 예배당은 비슷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서로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큰길 옆에 하늘 높이 솟은 첨탑과 거대한 외관,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예배당이 있는가 하면, 한껏 몸을 움츠려 언덕 자락에 숨어 있는 듯 없는 듯 감추어진 예배당도 있습니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에 기와를 얹은 전통적인 한옥으로 지은 예배당도 있고, 예배당을 온통 유리로 감싸 밖에서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예배당도 있습니다. 십자가가 세워져 있을 뿐 보통의 상가와 같은 예배당도 있고, 현대적인 미술관 같은 다면적 공간으로 신비한 느낌을 주는 예배당도 있으며, 커다란 돔으로 지어진 둥근 형태의 거대한 예배당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마을 도서관으로 카페로, 어린이집으로 시끌벅적하다가 주일이 되면 고요한 찬양이 울려 나오는 다기능 예배당도 있습니다.

 

예배당은 기독교 공동체인 교회 역사와 신앙이 담긴 공간입니다. 예배당은 그 교회가 예배당을 짓기까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그 교회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바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독교 공동체의 얼굴입니다. 그 때문에 예배당은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지금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공간적 상징입니다. 예배당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살펴보면 그 교회의 신앙적인 가치와 지향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열왕기서 5장과 6장에는 솔로몬 왕이 성전을 짓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솔로몬 왕은 7년을 들여 돌과 나무로 성전을 짓고 성전 내부를 장식합니다. 특히 솔로몬 왕이 성전에 사용할 좋은 목재를 구하기 위해 두로왕 히람에게 선물을 주며 부탁해서 레바논의 백향목과 잣나무를 얻는 이야기를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열왕기서는 솔로몬 왕은 다방면에 여러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연에 대한 지식, 특히 풀과 나무에 대한 지식 역시 상당했다(왕상 4:33)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솔로몬 왕은 성전을 건축하는 데 신중하게 건축 재료를 선택했고, 내부를 장식하는 데 정성을 들여 최고의 소재를 활용합니다.

 

그런데 솔로몬 왕이 성전을 짓는 재료로 선택한 돌과 나무는 기후 위기 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가장 자연친화적인, 환경적인 생태 건축의 재료입니다. 돌은 자연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건축 재료면서 가공하기에 따라서는 미적 감각을 드러낼 수 있는 소재이고, 나무 역시 가볍고 튼튼하면서 가공하기 쉬운 최상의 건축 소재입니다. 또한 돌과 나무는 재사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도 환경에 피해가 적은 재료입니다. 특히 나무는 숲을 꾸준히 가꾸면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목재를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재료입니다. 솔로몬 왕은 하나님을 모실 성전을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해서 생태적인 건축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기독교 공동체가 기후 변화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면 공동체의 정신을 반영하는 예배당 역시 자연친화적인 소재, 친환경적인 인테리어, 창조 세계를 닮은 건축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배당을 짓는 데 사용되는 재료가 경제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생산, 소비, 폐기의 과정에서 지구 생태계에 큰 부담을 주는 인공 건축 재료를 사용하거나, 사람들의 편리와 화려함을 드러내기 위해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예배당을 만들 때 그리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작은 변화만으로도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서울시 서대문구의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의 예배당은 천장을 가로질러 십자가 모양의 긴 유리창을 설계했습니다. 낮에는 이 천정의 창을 통해 햇빛이 예배당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별도의 조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유리창이 동서남북의 네 방향을 향하고 있어 예배당에서 새벽 여명과 저녁노을, 한밤의 달과 별을 바라보며 은혜롭게 기도드릴 수 있다고 합니다. 조명에 사용되는 전기 에너지도 아낌과 동시에 햇빛과 달빛과 별빛을 통해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생태 건축의 좋은 예입니다.

 

또한 땅을 깊게 파 지열을 이용하거나 단열을 두껍게 해서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 에너지의 손실이 적은 예배당을 설계할 수도 있고, 바람의 흐름을 이용해서 에너지의 소비를 최소화하는 설계를 할 수도 있습니다. 실내에 플라스틱이나 금속, 시멘트 같은 인공적인 소재 대신, 돌과 나무와 흙을 사용해서 더욱 자연에 가까운 느낌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햇빛을 활용한 채광을 하고, 조명을 사용하더라도 전기 효율이 높은 조명을 사용하고, 건물 옥상과 주차장에 햇빛과 바람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해 생산되는 에너지와 소비되는 에너지의 합이 제로가 되는 넷 제로’(Net zero) 예배당을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의 예배당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일부로 하나님의 창조 순리를 따르는, 창조 세계를 지키고 보호하고자 하는 기독교 공동체의 결단을 그대로 담아내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제 플라스틱과 금속 그리고 시멘트로 쌓아 올린 거대한 규모의 화려한 장식이 주는 예배당의 안락함과 편안함은 지난 세대 화석연료를 마음대로 사용하며 지구 생태계를 짓밟은 어리석은 문명의 유물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작고 소박하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돌과 나무와 흙으로 지은 생태 건축으로 세운 예배당에서 드리는 아름다운 예배가 우리에게 창조 세계의 온전함을 지켜내는 거룩한 힘과 용기를 북돋워 줄 것입니다


- 이 글은 '그린 엑소더스'(이진형 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편집, 삼원사 출간)에 실린 글입니다. 

- 책은 인터넷 서점이나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국을 통해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