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대응 사업

거짓을 넘어 진실로, 죽음을 이긴 생명으로!

작성일
2022-03-11 15:09
조회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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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사고 11년 종교환경회의 성명서>

거짓을 넘어 진실로, 죽음을 이긴 생명으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생명과 평화의 순례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핵발전소는 시작부터 거짓이었습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고 이름하였으나 전혀 평화적이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국가는 핵발전을 통해 발생한 핵폐기물을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전쟁 무기를 양산했습니다. 핵이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선전해왔지만 수차례 핵사고로 수많은 이들이 피폭당했고, 방사성 물질이 대기의 흐름과 바다의 조류를 통해 세계 곳곳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해결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기후 위기로 인해 더 많은 위험을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 종교환경회의는 후쿠시마 핵사고 11년을 맞으며 거짓과 탐욕으로 수많은 이들을 고통받게 만들고 우리를 공포에 시달리게 만드는 핵으로부터 놓여 자유를 얻는 날을 소망하며 이렇게 선언합니다.

후쿠시마 핵사고는 거짓이 불러온 참사였습니다.
사고 이전부터 위험에 대한 경고가 있었고, 재난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위험은 은폐되었습니다. 당연히 사고에 대한 대비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고 사실의 은폐는 조직적이었고, 이후 책임을 물을 때 역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진실을 덮고, 거짓을 더하는 일에 골몰했습니다. 이는 사고가 일어난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을 당하고, 노동자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제염은 이뤄지지 않고 피해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사고의 위험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일에 더 집중했습니다. 거짓이 불러온 참사가 결국은 11년 동안 수많은 이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위험에 빠트려선 안 됩니다. 언젠가 진실은 환히 드러날 것이고, 더는 감출 수 없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 전에 모든 진실을 명확히 밝히고 사죄하고, 주민을 비롯한 모든 자국민, 그리고 세계의 수많은 이들에게 위협을 전가하는 정책을 철회하고 방사선 오염으로 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십시오.

핵발전소에 있어서 한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수많은 진실을 은폐한 거짓의 신전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영광 한빛 핵발전소는 격납 건물에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수년간 운행하였고, 심지어 증기발생기에는 언제 들어갔는지도 알 수 없는 망치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 바닥이 깨어져 방사성 물질이 핵발전소 지하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수년간 알리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각 핵발전소에 설치한 피동형 수소제거장치는 부품 결함이 발견되고 심지어 불꽃이 튀어 화재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매년 반복되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는 언제나 문제가 없다고 ‘정상 가동’되곤 합니다. 우리는 거짓이 얼마나 큰 위험을 불러오는지 멀게는 체르노빌에서부터 가깝게는 후쿠시마까지 지나온 역사를 통해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와 보수언론, 그리고 원전산업에 얽혀있는 기업, 게다가 정부, 특히나 산업부는 책임회피를 위해 거짓을 말하고, 생계를 위해 진실을 은폐합니다. 스스로의 죄가 어떠한 위험을 불러들일지에 대한 일말의 자각도 없는 이들이 책임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습니다. 탈핵을 선언했던 정부가 나서서 시민들을 설득하고 탈핵을 이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원자력 진흥책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이제 모두 잘못된 길에서 떠나십시오. 진실을 드러내고, 시민들 앞에 정직한 모습으로 서십시오.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닥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탈핵을 이룰 길을 모색하십시오.

여전히 우리는 답이 없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문제로 시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를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아무런 잘못도 없는 핵발전소 소재 지역 주민들에게 다시 떠안기고 있습니다. 핵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해도 여전히 그들은 핵 쓰레기의 위험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형식에 그치는 공론화를 통해 성급히 결론을 냈고, 심지어 위원회는 파행으로 운영되고, 논의 과정에서 공론 조작이 의심되는 정황마저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원자력진흥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에서 이뤄졌던 논의마저 뒤엎었고, 의견 수렴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일을 이미 결론지어놓고 형식적으로 결의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핵폐기물에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핵발전소 가동에만 골몰하여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양의 고준위 핵폐기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후 살아갈 이들에게 이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에게 정직해져야 합니다. 해법이 없는 핵쓰레기를 외면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성찰해야 합니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자신의 문제이며, 우리가 외면하기 위해 지역의 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종교환경회의는 핵 없는 생명 평화의 세상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함께 걸었습니다. 기도하며 걷는 동안 하늘의 소리와 땅의 소리, 그리고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순례의 길에서 우리는 손바닥으로 진실을 가리고, 정의로 가는 길을 굽게 만드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하늘도 땅도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함께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후쿠시마 핵사고 11년을 맞으며 거짓을 벗어버리고 정직한 눈과 마음으로 핵사고와 핵발전소, 핵폐기물을 다시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정직하게 해법을 논의하는 일에 동참하겠습니다. 진실을 드러내고,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만드는 일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하늘과 땅, 사람 모두가 고통과 두려움을 벗어나, 새로운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꿈꾸기를 소망하며 끊임없이 기도와 순례로 함께 하겠습니다.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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