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생각해 봅시다
후쿠시마 핵사고 10년, 이제는 생명을 향하여!
<성명서>
후쿠시마 핵사고 10년, 이제는 생명을 향하여!
“우리는 뒤로 물러나서 멸망할 사람들이 아니라, 믿음을 가져 생명을 얻을 사람들입니다.”
(히브리서 10:39)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그간 핵사고가 얼마나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지 경험했습니다. 세슘만 해도 30년의 반감기가 열 번이 지난 300년이 흘러야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양이 됩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방사성 물질들이 핵사고 한 번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을 오염시켰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 것은 물론이고, 제염조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핵발전소의 녹아내린 연료봉은 사람의 힘으로 꺼낼 수도 없습니다. 처음엔 로봇조차 열기에 가동을 멈췄습니다. 핵사고는 또 다른 폭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심각한 방사능 수치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복구를 이유로 피난을 떠난 사람들을 강제로 귀환시켰고, 귀환을 거부하는 이들은 지원금을 끊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노숙인을 모집하여 후쿠시마 핵사고 수습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핵사고의 해결을 꿈꾸기엔 10년의 세월은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10년,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에서 탈핵이 공약되었고, 탈원전이 대통령의 입으로 선언되었습니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탈핵을 선언한 대통령의 임기 동안 5기의 핵발전소가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동을 멈춰야 할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멈추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소송 1심에서 수명연장이 무효하다고 판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월성1호기는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경제성 평가 조작’이 있었다는 논란에 직면한 것입니다. 안전성과 지역수용성을 골고루 평가할 때 월성1호기는 유지 자체가 무의미한 핵발전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폐로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방사성물질의 누출이나 잘못된 부품과 장치로 인한 문제들이 있음에도 은폐됩니다. 한여름 태풍으로 인해 발전소가 위험에 처할 뻔 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듯 기후위기가 초래할 파국과 핵사고가 만들어내는 고통은 서로 모양은 다르지만 시작 지점이 같습니다. 둘 모두는 인류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인류가 만들어온 문명은 화석연료와 핵발전이 더 많은 풍요를 가져다 줄 것처럼 선전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선사하는 내일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폭염과 혹한, 냉해와 가뭄, 폭우와 폭설, 메뚜기떼의 창궐과 전염병의 전파는 우리의 삶의 기반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발전이 상용화 된 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았으나 세 번의 큰 핵사고가 있었고, 핵사고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방사성 물질로 인하여 건강과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게다가 해결책도 존재하지 않는 독성 물질인 핵폐기물들이 핵발전을 지속하는 한 계속 생산됩니다. 심지어 기후위기가 핵발전소 사고의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태풍이 소외전력상실로 인한 사고를 만들어냈고, 폭염으로 인한 강물의 온도 상승이 핵발전소 냉각수 공급을 멈추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해수면 상승이 해안가에 존재하는 핵발전소 전체를 위협합니다. 탐욕으로 질주하는 열차가 문명의 종착역에 닿기 전에 이제라도 멈춰 세워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머뭇거리고 외면하는 동안 10년이 지나버렸습니다. 이제라도 참회하고 돌이켜 생명을 향해 걸어가야만 합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신앙선언>의 고백처럼 “핵은 기독교 신앙과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통제 할 수 없고, 해결하지도 못할 사고이며, 무수한 폭력을 양산하고, 이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위험천만한 일이 바로 핵발전이라는 사실을 후쿠시마 핵사고는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우리는 이 교만과 탐욕, 그리고 죽음의 길과 명백하게 결별하고 생명을 향하여 걸어가야만 합니다. 뒤로 물러설 수 없고, 되돌아 갈 수도 없습니다. “생명을 택하라”(신 30:19)의 말씀에 따라 우리를 생명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따라 생명의 길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갑시다.
2021년 3월 7일
탈핵주일을 지키는 그리스도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