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지난 여름, NCCK 100주년 기념 사업 청년 하이프로젝트를 통해 “기독청년 기후정의 상상마당”이란 이름으로, 기후위기의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기독청년들이 만나 오늘의 아픔을 함께 감각하고, 기후정의로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모임은 강의와 대담 형식의 두 번의 대화마당과 현장으로 찾아가는 두 번의 상상마당으로 총 4회차로 진행되었으며, 60여명의 청년들이 함께했습니다. 1회차 대화마당은 “우리는 기후위기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기후정의롭게!”를 주제로 하여 성경말씀을 통해 우리가 기후위기시대 기도해야 하는 이유를 성찰하고, 기후정의에 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는 불평등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일자리를 거절할 권리’, ‘지구를 구하는 일자리를 가질 권리’가 우리들에게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2회차 대화마당은 전쟁과 평화, 장애, 성평등, 도시, 노동, 교회 6개 주제로 6명의 청년 활동가들이 패널로 함께했습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휠체어 온도도 상승합니다.”, “주거빈곤가구가 176만에 달하며 기후재난으로 우리가 사는 집이 재난의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며 청년 활동가들이 몸담으며 기후위기를 직접 마주하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3회차 상상마당은 태안으로 찾아가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인 태안의 발전소 노동자들과 만났습니다. 노동자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향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함을 절실히 느끼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또한 태안 유류피해 현장의 유출 사고 후 기름 묻은 바위를 닦은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기의 때에 맞잡은 손이 얼마나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지 듣고 배웠습니다. 4회차 상상마당은 “기후위기시대 나를 찾는 기차여행, 숲에서 보내는 하루”를 주제로 예산 자연드림교회의 숲놀이터를 찾았습니다. 맨발로 흙을 밟아보고,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계곡에 발을 담그며 기후위기시대 우리를 향한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기후위기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기독청년들이 만나 현장의 소리를 들으며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가 되어 생각해보고, 숲의 눈으로 녹색의 은총을 힘입어 기후위기를 바라보며, 기후정의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후위기시대, 들려오는 기후재난 소식들에 두렵기도, 무력하기도, 슬픔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픔을 외면하기보다 마주하고, 혼자보다 함께함으로 우리의 오늘을 기후정의로 살아내기를 응원하며 기도합니다! 임지희 사무국장(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글은 한국기독청년협의회 49회기 하반기 소식지 <청년예수>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5.05.29
'기후 미식'과 요한복음 4:34 [기환연과 함께 걷는 초록빛 일곱 발자국] 이번 주 공동체 식사 '생명 밥상' 차려보기 # 밥상에 오를 자격 친구의 집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긴 밤이었습니다. 야심한 밤에 두런두런 이야기하다가 입이 심심해진 우리는 이내 무엇을 먹을지 고민했지요. 친구는 마침 직접 캐 온 오이가 있다며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가 웃으며 꺼내 든 오이 두 개. 하나는 보통 오이보다 약간 더 굵은 녀석, 다른 하나는 조금 더 마른 녀석이었습니다. "이 정도만 돼도 팔 수가 없어요." 밥상에 오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오이들이지만, 상품 가치를 따지자면 팔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오전 내내 오이를 따고, 가득 쌓인 오이를 하나하나 살피며 '특', '상', '중'으로 나눕니다. 조금이라도 결격 사유가 있다면 등급은 뚝뚝 떨어집니다. 보통 오이를 떠올리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에서 조금이라도 엇나가는 오이들은 특에서 상으로, 상에서 중으로, 그마저도 등급을 붙일 수 없는 녀석들은 아예 논외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버려지는 오이들이 못해도 10%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자격 없는 오이들을 씹으며 밤을 보냈습니다. # 생명 밥상 식재료 구하기 못생긴 오이만 버려질까요?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농산물의 상당수가 품질 규격에 미치지 못해 버려진다고 합니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매년 25억 톤가량의 식품이 유통되지 못한 채 버려진다고 하니, 비단 못생긴 오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 7주 실천 워크북의 첫걸음이 '생명 밥상 만들기'인 만큼, 이번 주는 못났다는 이유로 시장에 나오지 못한 채소들을 밥상 위에 올려 보고자 했습니다. 최근 구독하기 시작한 채소 박스 구독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작은 박스에 못난이 채소를 담아 배송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원래라면 아깝게 버려질 채소들이 생산자 위주의 유통 구조를 통해 배송됩니다. 종이 상자에 종이 테이프, 생분해 비닐 등으로 포장된 채소들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2인 가구에 적당한 분량이 담겨 오기도 하고, 매번 다른 채소들을 만날 수 있어 신이 납니다. 평소라면 굳이 사지 않았을 채소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함께 배송받은 레시피를 천천히 읽어 봅니다. 평소 편하게 찾던 프랜차이즈 마트나, 급한 마음에 죄책감을 안고...
2024.11.06
“생명의 길 초록발자국” 기후위기시대 삶으로 드리는 예배 임지희 활동가(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계가 끓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추석까지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으며, 폭우피해가 속출했다. 또한 남해, 서해, 동해 바다도 역대급 고수온으로 바닷물 온도가 30도까지 오르며 물고기가 집단으로 폐사했다. 세계 곳곳의 상황도 심각하다. 극심한 폭염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세계의 아이들이 2024년 4월과 5월 사이에만 2억 1000만 명을 넘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에서 섭씨 5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매년 평균 2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다. # 이 여름을 겪은 우리의 삶은 달라져야 한다 이 여름을 보낸 우리는 그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지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절박한 소리를 들은 우리의 삶은 분명 그 전과 달라져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돌보고 지키는 일로 부르심을 받았다. 우리가 먹고, 입고, 지내는 일들에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발생되며, 우리의 삶을 지속하는 행위들이 창조세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제는 우리 삶에서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하며 창조세계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성찰하고, 회개하며, 탄소를 배출하는 삶으로부터 과감히 돌이켜야 한다. 그리고 탄소배출이 없는 새로운 삶의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며,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의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보는 생태적 삶을 안내하고자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 <생명의 길 초록발자국>을 진행하고 있다. <생명의 길 초록 발자국>은 기후위기의 상황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의 가정과 교회,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식, 의, 주, 에너지, 교통, 문화, 경제의 7가지 영역에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삶을 실천하는 캠페인이다. 각 영역의 일곱가지 실천으로 기후미식, 슬로우패션, 미니멀라이프, 녹색교통, 그린에너지, 녹색서재, 생명경제를 제안한다. 일곱가지 실천 주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1.기후미식 우리가 먹는 식품의 생산과 운송, 보관, 폐기의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 삶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생활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 ‘기후미식’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건강한 음식을 먹는 일이다. 탄소 배출이 특히 많은 식품으로 육류가 있다. 세계 모든 온실가스의 1/4 가량이 식품 생산으로 발생되는데, 그중의 절반 이상이 육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한 식품이 먼 거리를 이동하면 그 만큼의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채식 중심의 식사를 하며, 인근 지역에서...
2024.10.05
지난 7월 15일 명동에 있는 한국YWCA연합회에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하 11차 전기본)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패널들은 정부가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만들면서 10차 전기본보다 전력수요를 높여 잡았고, 이것이 핵발전소 추가건설 등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전력수요를 늘려잡게 된 요인 중에는 인공지능(AI) 활용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전력, 전기차 시장의 성장, 용인에 건설된다는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 거론되고 있었다. IT 산업에서도 AI는 새로운 분야로서 각광받고 있다. 산업계는 앞다투어 이러한 산업을 위해 전기의 생산을 늘려주기를 요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요구에 무비판적으로 응답하는 것은 여전히 성장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미래는 탈성장』이라는 책은 ‘자본주의 너머의 세계로 가는 안내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들은 ‘탈성장’ 연구자로 활동하는 이들이다. 마티어스 슈멜처와 안드레아 베터의 독일어 저작을 아론 반신티안이 영어판으로 확장하여 냈고, 이 책은 이를 번역하여 발간한 것이다. ‘성장’이 만들어온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너머, 저자들의 말처럼 ‘유토피아’와 같은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한 이들은 꾸준히 모여 논의하며 다른 세상에 대한 제안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저자들은 그간 논의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모으고 선별하여 탈성장에 대한 일종의 안내서를 만들었다. ‘탈성장’은 아직 낯설고 어려운 개념일 수 있고, 이 책은 수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탈성장’에 대해 친절하게 잘 풀어 설명한다. 2장에서 저자들은 성장의 개념에 대해 다룬다. 아이디어로서, 사회적, 물질적 과정에서 성장을 구분하여 보고 성장이라는 말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다룬다. 성장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되고, 그로 인해 사회가 그 말에 맞추어 변화되어 온 과정, 그로 인해 발생한 계급이익, 그리고 그 결과 일어난 생명과 지구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이어 3장을 통해 성장에 대한 비판 지점을 다룬다. 삶의 생태적인 토대를 파괴하고, 웰빙과 평등을 가로막으며, 서로와 자연 사이의 소외를 낳고, 착취·경쟁·축적에 의존하게 되고, 부정의한 지배·추출·착취를 재생산하는 ‘성장’의 이면을 다룬다. 책의 후반부는 탈성장의 비전, 경로, 이를 위한 전략과 미래를 다루고 있다. 4장은 다양한 탈성장 비전의 조류들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를 통합하여 정의하는 데에 이른다. 5장은 ‘탈성장으로 가는 경로’라는 제목으로 구체적으로 탈성장을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과 여러 가지...
2024.08.30
2014년 6월 11일 밀양에서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이 자행되었다. 2024년, 올해는 그 일이 벌어진 지 꼭 10년째 되는 해다. 탈핵운동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우리가 간혹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말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그리고 송전선로의 문제를 함께 다루며 지역이 당하는 차별과 혐오, 배제와 비민주성을 지적한다면 이 이야기의 시작이 밀양 송전탑 반대 싸움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탈핵 담론은 밀양 송전탑 투쟁을 통해 한층 지평을 넓힌 것이다. 그리고 ‘밀양 할매’라고 부르는 탈송전탑·탈핵 활동가들의 운동이 결집시킨 연대활동가들은 여전히 탈핵운동에 동참하는 이들로 남아 있다. 저자는 행정대집행이 끝난 2014년 가을, 밀양으로 내려가 탈송전탑, 탈핵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투쟁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긴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행정대집행이 10년이 되는 2024년 올해 책을 펴낸 것이다. 청취한 말들은 가공되지 않은 채 책의 일부가 되었고, 덕분에 생생한 목소리들이 담겼다. 사실 탈핵 희망버스가 출발할 시점부터 이미 ‘밀양 할매’들의 싸움은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저 자신들이 살아온 땅, 그리고 후손들이 살아갈 땅에 철주가 박히고, 그것이 나와 내 이웃의 건강을 해치고, 내가 발 딛고 살아가던 산과 들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파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밀양 할매’들은 시작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바도 없다. 그것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생길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말이다. 그저 ‘나랏일’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고, ‘돈지랄’을 해대는 통에 마을은 풍비박산이 나고, 이웃끼리 말도 섞기 싫을 정도로 공동체가 파괴되는 가슴 아픈 일들을 겪었다. 한국전력 직원들과 시청공무원들은 합의서에 서명받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고, 한전 직원들은 주민들을 일부러 갈라치기 하기 위해 공작에 가까운 일들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그로 인해 오래 유지되어오던 마을 공동체가 깨어지고 주민들은 서로 원수처럼 되기도 했다. 일상적인 폭력, 즉 가까운 이웃들과의 분쟁으로 인한 고립과 배제를 경험하게 만들었다. 권력은 이런 불법적인 일들이 자행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전의 편에서 주민들을 핍박했다. 그럼에도 이미 반대의 이유가 너무나도 명확한 싸움을 관둘 수 없었던 ‘밀양 할매’들은 싸움을 이어 나갔다. 베어질 나무를...
2024.05.17
영화 <수라>를 보면 4인의 성직자가 삼보일배를 하며 새만금에서 서울을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 걸음 걷고 한번 길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새만금의 생명들을 위한 기도를 하는 성직자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지쳐서 길바닥에 쓰러져서 울기도 하고, 오랜 삼보일배로 인해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도 휠체어에서 타인에 손에 이끌려 끝까지 순례를 이어갔다. 새만금 방조제는 건설되었으나 수많은 뭇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며 걷는다는 삼보일배는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수많은 사람이 그들의 걸음에 동참했고, 그들의 걸음을 보고 생태 문제에 관심 두기 시작한 이들도 많았다. 걸음은 그간 수많은 이들을 흔들어 깨웠고, 세상을 바꾸기도 했다. 2017년 1월 21일 제13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에서 황분희 ‘월성원전 인접 지역이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이후 무작정 나아리로 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일곱째별’이다. 저자는 황분희 부위원장의 발언을 가슴 속에 담아두었다가 그해 8월 무작정 핵발전소를 향했다고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를 방문한 그 이후 저자가 겪은 것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발간한 르포르타주다. ‘나아리에서 나아리로 걸어간 5년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이 책은 많은 장을 여정, 즉 길 위에서 경험한 것들로 채웠다. 나아리에서 황분희 부위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후 각종 토론회와 기자회견, 행사 등에 동참하던 저자는 이후 성원기 교수를 만나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에 참여하게 된다. 저자는 매일의 여정과 그 길 위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에 덧붙여 수많은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한 흔적이 책 곳곳에서 보인다. 저자는 신문 기사를 찾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이트를 찾아 정보를 수집했다. 걸음과 공부의 시간은 아마도 무작정 나섰던 걸음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었을 것이다. 2018년 영광에서 서울까지의 여정은 저자가 새로운 이정표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이 순간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성원기 교수)와 함께한 2018년 뜨거운 여름, 길 위에 나선 내 인생이 어느 한 방향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에 동참하고, 그사이 수많은 탈핵운동의 사건들을 찍고 기록으로 남겼다. 후쿠시마 인근지역을 방문하기도 하고, 상경 투쟁에 나선 지역주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몇 차례 소송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고, 주민들의 곁에 머물며 그들과 함께하기도 했다. 관찰자와 기록자의 자리에 머무를 수도 있었지만...
2023.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