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앙 이야기
기환연과 함께 걷는 초록빛 일곱 발자국 "행복한 '녹색서재' 만들기"
작성일
2025-02-21 15:31
조회
100
<뉴스앤조이 연재 - 기환연과 함께 걷는 초록빛 일곱 발자국 "행복한 '녹색서재' 만들기">
''긴 고민 끝에 '일단 시작해 보자'는 도전과 함께 공용 서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갖고 있는 책을 비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과 공용 공간 또는 공용 물품을 구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나만의 녹색 서재: 미니멀·재사용
교회를 개척하고 담임 목회를 시작하면서 행복한 고민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동안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에는 줄곧 공동 사무실을 쓰곤 했는데, 담임 목회지로 이동하면서 소규모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독립된 서재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교회 내부 공간을 디자인하는 작업은 '생애 첫 나만의 연구실 공간'이 생긴다는 기대 때문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설렘의 시작이었다.
우리 교회는 크지 않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서재를 만들기에 앞서 고민해야 될 몇 가지 조건이 따랐다. 첫 번째는 최소한의 공간을 분리해 '개인 서재'를 만들고, 나머지 공간에 함께 쓸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함께 사용하는 공동의 물건을 비치하는 일과 냉난방 에너지 절약을 위한 공용 공간 '공유 시간표'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 녹색 교회를 지향하는 우리 교회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한 걸음'이라는 교우들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간 디자인은 교회 정체성을 나타내는데 가장 기본적인 일이었고 또 중요한 일이었다.
먼저 공용 공간을 넓히고 개인 서재 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혼자 사용하기에 충분한 2평 남짓의 공간으로 분리하였다. 그리고 서재 공간의 물품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여 모두 재사용하는 물건들로 구성하였다. 책꽂이와 옷걸이 거치대는 주변 이웃들로부터 '무료 나눔'으로 제공받았고, 책상과 의자는 각각 1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재사용 물품으로 구입하였다. 나머지 서재에 필요한 프린터와 컴퓨터, 기타 사무용품은 옆에 위치한 공용 서재 공간으로 배치해, 물건을 공유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책들이었다. 어릴 적 나의 선생이었고 친구였던 이 보물들을 정리하는 일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개인 서재에 있는 도서들을 공용 공간에 비치해 두어 함께 읽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공간 문제를 해결하고 소중한 보물도 지킬 수 있는 좋은 답을 찾게 되었다. 주일 외에는 특별히 사용하지 않은 교회 공간을 이용하여 이웃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책 읽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도서를 함께 공유하며, 책 모임도 갖는 '공용 녹색 서재'를 만들면 참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 고민 끝에 '일단 시작해 보자'는 도전과 함께 공용 서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갖고 있는 책을 비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과 공용 공간 또는 공용 물품을 구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공용 공간 내에는 나의 개인적인 신학·신앙 서적을 제외한 나머지 소설, 시집, 철학, 과학 전문 도서 등을 비치하여 책을 공유하였고, 책과 관련하여 우리 마을에 '동아리'를 만들어 (책 수다: 구산마을 북 클럽) 공용 서재 공간을 공유하였다. 특별히 연령대와 관심 분야 등을 고려하여 각각 모임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책 모임을 만들고 '책 리더'를 세워서 마을의 책 읽는 모임을 확대하였다(현재 3개의 북 클럽이 있고, 두 개의 성인 그룹과 청소년 그룹이 우리 공용 서재에서 책 모임을 갖고 있다).
우리의 공용 서재인 1층 공간은 책 모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도 공유되고 있다. 나름의 '녹색 실천'을 위한 공유 공간의 이용 수칙이 있는데, 모든 사항에는 친환경 운동과 친환경 소재인 물품을 사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음료를 먹을 때에는 개인적으로 소지한 텀블러 또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일, 에너지 절감을 위해 '공간 내 휴대폰 이용을 자제하고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또한 공용으로 함께 쓰는 프린터의 용지는 친환경 재생지를 사용하고 있으며(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용지,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 사용한 이면지로 연습장을 만들 수 있게 '이면지면 노트'라는 재미난 용어가 적혀 있는 나눔지를 비치해 두었다(아이들의 그림 그리기, 색칠놀이 등으로 사용).
도서관이라 하면 많은 책들을 소장해 두고, 독자들에게 대여해 주는 기관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집에 소장해 둔 책들을 이웃들과 함께 공유하여 공용 서재에 두는 일 또한 도서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이 된다. 지금은 규모 있는 일반 도서관에 비해 많지 않은 책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녹색 공간을 이용하는 이웃들의 나눔이 더해진다면 제법 도서관스러운(?) 모습을 갖추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작은 실천, 큰 미래
개인 서재가 생긴다는 설렘으로 시작한 작은 공간을 꾸미는 일이었지만, '녹색 실천'이라는 우리 교회의 과제로 인해 생각하지도 못한 마을의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커다란 일을 이루었다. 또한 우리 공간에서만의 작은 실천이지만, 이곳에 다녀간 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 각자의 환경에서 또 다른 녹색 서재를 만들어감으로 지구적으로는 큰 미래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보았다. 끝으로 '함께 공유하는 삶',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는 삶', '재사용 물품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열이 나고 아파하는 지구를 위한 남은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나기를 두 손을 모아 본다.
배문수 / 하남민들레교회 전도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
교회를 개척하고 담임 목회를 시작하면서 행복한 고민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동안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에는 줄곧 공동 사무실을 쓰곤 했는데, 담임 목회지로 이동하면서 소규모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독립된 서재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교회 내부 공간을 디자인하는 작업은 '생애 첫 나만의 연구실 공간'이 생긴다는 기대 때문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설렘의 시작이었다.
우리 교회는 크지 않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서재를 만들기에 앞서 고민해야 될 몇 가지 조건이 따랐다. 첫 번째는 최소한의 공간을 분리해 '개인 서재'를 만들고, 나머지 공간에 함께 쓸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함께 사용하는 공동의 물건을 비치하는 일과 냉난방 에너지 절약을 위한 공용 공간 '공유 시간표'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 녹색 교회를 지향하는 우리 교회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한 걸음'이라는 교우들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간 디자인은 교회 정체성을 나타내는데 가장 기본적인 일이었고 또 중요한 일이었다.
먼저 공용 공간을 넓히고 개인 서재 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혼자 사용하기에 충분한 2평 남짓의 공간으로 분리하였다. 그리고 서재 공간의 물품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여 모두 재사용하는 물건들로 구성하였다. 책꽂이와 옷걸이 거치대는 주변 이웃들로부터 '무료 나눔'으로 제공받았고, 책상과 의자는 각각 1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재사용 물품으로 구입하였다. 나머지 서재에 필요한 프린터와 컴퓨터, 기타 사무용품은 옆에 위치한 공용 서재 공간으로 배치해, 물건을 공유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책들이었다. 어릴 적 나의 선생이었고 친구였던 이 보물들을 정리하는 일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개인 서재에 있는 도서들을 공용 공간에 비치해 두어 함께 읽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공간 문제를 해결하고 소중한 보물도 지킬 수 있는 좋은 답을 찾게 되었다. 주일 외에는 특별히 사용하지 않은 교회 공간을 이용하여 이웃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책 읽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도서를 함께 공유하며, 책 모임도 갖는 '공용 녹색 서재'를 만들면 참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 고민 끝에 '일단 시작해 보자'는 도전과 함께 공용 서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갖고 있는 책을 비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과 공용 공간 또는 공용 물품을 구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공용 공간 내에는 나의 개인적인 신학·신앙 서적을 제외한 나머지 소설, 시집, 철학, 과학 전문 도서 등을 비치하여 책을 공유하였고, 책과 관련하여 우리 마을에 '동아리'를 만들어 (책 수다: 구산마을 북 클럽) 공용 서재 공간을 공유하였다. 특별히 연령대와 관심 분야 등을 고려하여 각각 모임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책 모임을 만들고 '책 리더'를 세워서 마을의 책 읽는 모임을 확대하였다(현재 3개의 북 클럽이 있고, 두 개의 성인 그룹과 청소년 그룹이 우리 공용 서재에서 책 모임을 갖고 있다).
우리의 공용 서재인 1층 공간은 책 모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도 공유되고 있다. 나름의 '녹색 실천'을 위한 공유 공간의 이용 수칙이 있는데, 모든 사항에는 친환경 운동과 친환경 소재인 물품을 사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음료를 먹을 때에는 개인적으로 소지한 텀블러 또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일, 에너지 절감을 위해 '공간 내 휴대폰 이용을 자제하고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또한 공용으로 함께 쓰는 프린터의 용지는 친환경 재생지를 사용하고 있으며(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용지,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 사용한 이면지로 연습장을 만들 수 있게 '이면지면 노트'라는 재미난 용어가 적혀 있는 나눔지를 비치해 두었다(아이들의 그림 그리기, 색칠놀이 등으로 사용).
도서관이라 하면 많은 책들을 소장해 두고, 독자들에게 대여해 주는 기관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집에 소장해 둔 책들을 이웃들과 함께 공유하여 공용 서재에 두는 일 또한 도서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이 된다. 지금은 규모 있는 일반 도서관에 비해 많지 않은 책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녹색 공간을 이용하는 이웃들의 나눔이 더해진다면 제법 도서관스러운(?) 모습을 갖추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작은 실천, 큰 미래
개인 서재가 생긴다는 설렘으로 시작한 작은 공간을 꾸미는 일이었지만, '녹색 실천'이라는 우리 교회의 과제로 인해 생각하지도 못한 마을의 도서관이 만들어지는 커다란 일을 이루었다. 또한 우리 공간에서만의 작은 실천이지만, 이곳에 다녀간 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 각자의 환경에서 또 다른 녹색 서재를 만들어감으로 지구적으로는 큰 미래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보았다. 끝으로 '함께 공유하는 삶',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는 삶', '재사용 물품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우리의 작은 실천으로 열이 나고 아파하는 지구를 위한 남은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나기를 두 손을 모아 본다.
배문수 / 하남민들레교회 전도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집행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