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린 에너지 :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빨간 벽돌로 쌓아 올린 천정이 높은 사각형 건물, 십자가가 달린 첨탑, 그리고 마당 한쪽에 조용히 자리한 녹슨 종탑. 살기 어렵던 시절에 교인들의 손으로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 지은 예배당 모습은 예배를 드리는 교인들의 수에 따라 크기가 차이가 날 뿐 거의 닮은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교회의 예배당은 비슷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서로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큰길 옆에 하늘 높이 솟은 첨탑과 거대한 외관,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예배당이 있는가 하면, 한껏 몸을 움츠려 언덕 자락에 숨어 있는 듯 없는 듯 감추어진 예배당도 있습니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에 기와를 얹은 전통적인 한옥으로 지은 예배당도 있고, 예배당을 온통 유리로 감싸 밖에서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예배당도 있습니다. 십자가가 세워져 있을 뿐 보통의 상가와 같은 예배당도 있고, 현대적인 미술관 같은 다면적 공간으로 신비한 느낌을 주는 예배당도 있으며, 커다란 돔으로 지어진 둥근 형태의 거대한 예배당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마을 도서관으로 카페로, 어린이집으로 시끌벅적하다가 주일이 되면 고요한 찬양이 울려 나오는 다기능 예배당도 있습니다. 예배당은 기독교 공동체인 교회 역사와 신앙이 담긴 공간입니다. 예배당은 그 교회가 예배당을 짓기까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고, 또 그 교회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바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독교 공동체의 얼굴입니다. 그 때문에 예배당은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지금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공간적 상징입니다. 예배당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살펴보면 그 교회의 신앙적인 가치와 지향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열왕기서 5장과 6장에는 솔로몬 왕이 성전을 짓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솔로몬 왕은 7년을 들여 돌과 나무로 성전을 짓고 성전 내부를 장식합니다. 특히 솔로몬 왕이 성전에 사용할 좋은 목재를 구하기 위해 두로왕 히람에게 선물을 주며 부탁해서 레바논의 백향목과 잣나무를 얻는 이야기를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열왕기서는 솔로몬 왕은 다방면에 여러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연에 대한 지식, 특히 풀과 나무에 대한 지식 역시 상당했다(왕상 4:33)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솔로몬 왕은 성전을 건축하는 데 신중하게 건축 재료를 선택했고, 내부를 장식하는 데...
2021.05.22
잘 익은 사과를 한 입 와삭 베어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지구를 사과로 가정한다면, 지구의 대기층은 사과의 껍질보다도 얇은 막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 얇은 대기층 안에서 일어나는 물과 공기의 순환 덕분에 지구는 우주의 수많은 별과 달리 풍성한 생명이 사는 아름다운 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구 역사에 비추어 눈 깜빡할 순간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최근 수백 년 사이, 지구의 대기 상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기후 변화입니다.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이산화탄소(CO2)입니다. 지구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게 되면서 태양의 복사열이 지구 밖으로 방출되지 않고 지구 대기에 머물게 되어 대기 온도가 상승하는 온실효과를 일으킨 것입니다. 물론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화불화탄소(HFCs), 오존(O3), 일산화질소(NO)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 이산화탄소의 양이 전체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기후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원래 지구는 오랜 기간 만들어진 지구 생태 시스템의 작용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산업 활동이 시작되면서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됐습니다. 결국 기후 변화의 궁극적 원인은 인간의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지구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해 대부분 생명이 죽음을 맞는 대멸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 때문에 지금 전 세계는 그동안 우리의 편안하고 화려한 생활의 기반이 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햇빛, 바람, 물, 지열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불필요한 에너지의 사용을 줄여나감과 동시에 에너지의 효율을 높여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점점 짙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기후 변화를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Tipping point)을 지나게 될 것입니다. 기독교 공동체의 예배는 다양한 ‘상징’(Symbol)이 사용되는 예식입니다. 예배실의 십자가, 촛불, 성찬기, 강대상, 문양, 이콘과 성화와 같은 장식적인 상징뿐만 아니라, 봉헌과...
2021.05.13
한번 날을 잡아 일주일 동안 교회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종이를 모아서 종류대로 분류해 보기 바랍니다. 우선은 엄청난 양의 종이가 모인 사실에 놀라실 테지만, 또 하나 딱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종이의 비중이 높다는 것에 또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또 한 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그렇게 모아둔 종이 가운데 상당량은 재활용하지 못하는 종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사용되는 종이컵의 수가 230억 개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한두 개의 종이컵을 사용하는 셈입니다. 당연히 한 주일이면 교회에서도 교인들이 오간 수만큼, 혹은 그보다 많은 종이컵이 쌓입니다. 그런데 종이컵은 내부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얇은 비닐 막으로 코팅되어 있어서 신문지나 전단지, 복사용지와 함께 재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스태플러 철심이 남아 있는 종이, 테이프가 붙어 있는 종이, 이물질이 묻어 있는 종이, 비닐 코팅이 되어 있는 종이 역시 이들을 제거해야만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종이들은 우리가 종이로 분리수거를 해도 재생용지로 만들지 못하고 다시 쓰레기로 분류되어 소각되고 맙니다. 그 때문에 종이의 재활용률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해서는 종이의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고, 종이컵은 종이컵대로, 신문지는 신문지대로, 복사용지는 복사용지대로 구분해야 합니다. 하지만 종이를 재활용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숲을 지키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번 쓰고 버릴 종이라면 사용하지 않는 것, 아예 불필요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 종이를 최대한 아끼는 것입니다. 종이를 아끼게 되면 종이의 수요가 줄어 애초부터 숲의 나무를 베어낼 필요가 없고, 종이를 재활용하는 공정에서 사용되는 연료, 물, 전기 사용량 역시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종이를 아끼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민망할 지경이지만, 종이는 원래 무척이나 귀한 것이었습니다. 종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문자를 남기려면 비단과 같은 천이나 돌, 점토, 동물 가죽, 나무껍질, 나무 조각 등에 문자를 적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의 관리였던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배경은 황실에서 흰 비단에 글을 기록하는 데 너무 큰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종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종이는 황실과 상류층만 사용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종이는 대량생산으로 흔하디흔한 것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낭비하지 않습니다. 가을 열매를 부지런히 주워 모은...
2021.05.08
서울 마포구 매봉산 자락, 이곳은 예전에 서울시에서 사용하던 엄청난 양의 석유를 저장한 ‘석유비축기지’가 있던 곳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의 원인인 화석연료 문명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지요. 그런데 요즘 이곳은 ‘문화비축기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민들이 함께 모여 지속가능한 삶, 생태적 문명을 모색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습니다. 문화비축기지에는 서울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를 꿈꾸며 일상 생활 방식을 바꾸는 특별한 시장이 정기적으로 열렸습니다. 생활용품을 고쳐 쓰도록 돕는 ‘해결사들의 수리병원’, 싱싱한 채소와 건강한 요리를 판매하는 ‘푸드마켓’,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필요한 물건을 공유하는 엄마들의 놀이터 ‘마마프’, 아티스트가 만든 작품을 판매하는 ‘지구레코딩X실크판인쇄’, 친환경 아이디어 상품을 파는 ‘비전화 제품들’, 도시농부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가져와 판매하는 ‘가드닝마켓’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장이 ‘모두의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열렸습니다. 유럽의 오랜 도시에는 플리마켓(벼룩시장, Flea Market)이 수시로 열립니다.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겪은 유럽에서는,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에 오래된 물건이나 골동품을 직접 사거나 팔 수 있는 동네 장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장이 열리면 동네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 때 세금을 매기려는 정부 관리들을 피해 이리저리 물건을 들고 뛰어다니면서 몰래 장을 열었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벼룩시장은 지금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이웃들과 나누어 사용하려는 알뜰함과 배려의 정을 주고받는 나눔과 연대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플리마켓이라는 이름보다는 ‘아나바다 장터’라는 이름이 조금 더 익숙할 것입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구호의 앞글자를 모아서 만든 아나바다 장터가 열리면, 집에서 작아져 못 입게 된 옷, 아이들이 다 커서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여 있는 낡은 물건, 다 읽고 쌓아둔 책들이 집에서 만든 맛난 음식과 함께 제각각 새 주인을 찾아 만나게 되지요.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오래전부터 지구를 살리는 데 마음을 모으는 교회와 기독교단체들과 함께 교회의 아나바다 장터, 플리마켓인 ‘초록가게’를 기독교 환경운동의 차원에서 진행해왔습니다. 초록가게 운동은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세계를 생각하며 물건들을 재활용, 재사용함으로써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동산을 원래의 참 좋은(창 1:31) 모습으로 회복하려는 운동입니다. 교회에서 초록가게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교우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하거나 교환해 갈 수 있도록 하는 작은 플리마켓, 아나바다 장터를...
202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