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날을 잡아 일주일 동안 교회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종이를 모아서 종류대로 분류해 보기 바랍니다. 우선은 엄청난 양의 종이가 모인 사실에 놀라실 테지만, 또 하나 딱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종이의 비중이 높다는 것에 또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또 한 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그렇게 모아둔 종이 가운데 상당량은 재활용하지 못하는 종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사용되는 종이컵의 수가 230억 개라고 합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한두 개의 종이컵을 사용하는 셈입니다. 당연히 한 주일이면 교회에서도 교인들이 오간 수만큼, 혹은 그보다 많은 종이컵이 쌓입니다. 그런데 종이컵은 내부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얇은 비닐 막으로 코팅되어 있어서 신문지나 전단지, 복사용지와 함께 재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스태플러 철심이 남아 있는 종이, 테이프가 붙어 있는 종이, 이물질이 묻어 있는 종이, 비닐 코팅이 되어 있는 종이 역시 이들을 제거해야만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종이들은 우리가 종이로 분리수거를 해도 재생용지로 만들지 못하고 다시 쓰레기로 분류되어 소각되고 맙니다. 그 때문에 종이의 재활용률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해서는 종이의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고, 종이컵은 종이컵대로, 신문지는 신문지대로, 복사용지는 복사용지대로 구분해야 합니다. 하지만 종이를 재활용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으로 숲을 지키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번 쓰고 버릴 종이라면 사용하지 않는 것, 아예 불필요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 종이를 최대한 아끼는 것입니다. 종이를 아끼게 되면 종이의 수요가 줄어 애초부터 숲의 나무를 베어낼 필요가 없고, 종이를 재활용하는 공정에서 사용되는 연료, 물, 전기 사용량 역시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종이를 아끼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민망할 지경이지만, 종이는 원래 무척이나 귀한 것이었습니다. 종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문자를 남기려면 비단과 같은 천이나 돌, 점토, 동물 가죽, 나무껍질, 나무 조각 등에 문자를 적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국의 관리였던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배경은 황실에서 흰 비단에 글을 기록하는 데 너무 큰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종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종이는 황실과 상류층만 사용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종이는 대량생산으로 흔하디흔한 것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낭비하지 않습니다. 가을 열매를 부지런히 주워 모은...
2021.05.08
서울 마포구 매봉산 자락, 이곳은 예전에 서울시에서 사용하던 엄청난 양의 석유를 저장한 ‘석유비축기지’가 있던 곳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의 원인인 화석연료 문명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지요. 그런데 요즘 이곳은 ‘문화비축기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시민들이 함께 모여 지속가능한 삶, 생태적 문명을 모색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습니다. 문화비축기지에는 서울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를 꿈꾸며 일상 생활 방식을 바꾸는 특별한 시장이 정기적으로 열렸습니다. 생활용품을 고쳐 쓰도록 돕는 ‘해결사들의 수리병원’, 싱싱한 채소와 건강한 요리를 판매하는 ‘푸드마켓’,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필요한 물건을 공유하는 엄마들의 놀이터 ‘마마프’, 아티스트가 만든 작품을 판매하는 ‘지구레코딩X실크판인쇄’, 친환경 아이디어 상품을 파는 ‘비전화 제품들’, 도시농부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가져와 판매하는 ‘가드닝마켓’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장이 ‘모두의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열렸습니다. 유럽의 오랜 도시에는 플리마켓(벼룩시장, Flea Market)이 수시로 열립니다. 두 차례의 큰 전쟁을 겪은 유럽에서는,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에 오래된 물건이나 골동품을 직접 사거나 팔 수 있는 동네 장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장이 열리면 동네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 때 세금을 매기려는 정부 관리들을 피해 이리저리 물건을 들고 뛰어다니면서 몰래 장을 열었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벼룩시장은 지금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지 않고 이웃들과 나누어 사용하려는 알뜰함과 배려의 정을 주고받는 나눔과 연대 공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플리마켓이라는 이름보다는 ‘아나바다 장터’라는 이름이 조금 더 익숙할 것입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구호의 앞글자를 모아서 만든 아나바다 장터가 열리면, 집에서 작아져 못 입게 된 옷, 아이들이 다 커서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여 있는 낡은 물건, 다 읽고 쌓아둔 책들이 집에서 만든 맛난 음식과 함께 제각각 새 주인을 찾아 만나게 되지요.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오래전부터 지구를 살리는 데 마음을 모으는 교회와 기독교단체들과 함께 교회의 아나바다 장터, 플리마켓인 ‘초록가게’를 기독교 환경운동의 차원에서 진행해왔습니다. 초록가게 운동은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세계를 생각하며 물건들을 재활용, 재사용함으로써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 동산을 원래의 참 좋은(창 1:31) 모습으로 회복하려는 운동입니다. 교회에서 초록가게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교우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증하거나 교환해 갈 수 있도록 하는 작은 플리마켓, 아나바다 장터를...
202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