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도 형제였다
프란치스코가 이렇게 새로운 생애에 자기를 바치고 나섰을 때에 제일 문제된 것이 그의 아버지인데, 자기 아들이 가업을 상속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는데 프란치스코가 개종하고 기도거리에 가서 엎드려 있고, 집안은 돌보지 않고 기도하다 나오면 아이들이 쫓아와서 돌 던지며 미친사람이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아들을 지하실에 가둬버렸습니다. 어머니가 풀어주자 그는 자기가 입고 있던 옷을 속옷까지 모두 벗어버리고 아버지에게 주며 "오늘부터 나는 당신의 아들이 아니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고 말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작은형제회라는 교단을 만든 초기에는 아씨시에서 조금 떨어진 리보도르도의 오두막같은 데서 살았습니다. 거기에서 약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수아조라는 산이 있는데 올리브 나무가 우거진 계곡에 굴이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제자 몇 사람을 데리고 굴 속에 들어가 기도하고 그랬는데 밖의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성경상에서 사도바울의 영적 체험의 최고 절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고린도 후서 5장 13 - 15절 '우리가 미쳤어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요 (만일 정신이 온전하여도 너희를 위한 것이니) 예수님의 사
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의 체험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의 희생적인 사랑이 프란치스코의 가슴에 거센 파도와 같이 밀려와 그냥 엎드려만 있으면 진짜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어나 굴 밖에 나가서 소리치며 통곡했습니다. 사람들이 길에서 "프란치스코, 왜 그러느냐." 물어보면 그는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그리스도의 사랑이 나를 못 견디게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수도원의 역사는 오랜 역사인데 대개 수도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버리지요. 은둔하면서 수도 생활하는 것이 수도원이지만 프란치스코는 제자들이 자꾸 불어나면서 다른 수도회처럼 세상을 버리고 은둔하고 그런 수도회가 아니라 세상 속에 들어가서 복음 정신을 실천하는 새로운 성격의 수도회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탁발수도회' 다른 말로 '걸식수도회'라고 하죠. 바리떼 들고 돌아다니며 밥 빌어 먹는 그런 거죠. 농부들이 입는 그런 후줄근한 그런 옷 한 벌 입으면 십년이라도 그냥 입을 수가 있는 거지요.그 분이 조직한 수도회를 '걸식교단'이라고 부릅니다.
그 새로운 수도운동을 시작한 프란치스코에게 참 배울 것이 많은데 특별히 프란치스코와 그 제자들이 예수님을 닮으려고 애쓴 가운데 제일 첫째가 '청빈', 즉 '가난의 정신'입니다.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6장에 "공중의 새를 보라, 들에 백합을 생각하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 하신 말씀대로 프란치스코와 그 제자들은 '완전한 청빈', '완전한 무일물', '완전한 무소유'를 실천했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청빈을 너무 사랑해서 그것을 여성화시켰습니다. 그는 가난을 '가난 양'이라고 부르고 일생동안 독신으로 살았지만, "나는 가난 양과 결혼했다. 나의 아내는 귀부인 가난"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와 관계된 노래가 있지요. "오, 감미로와라. 가난한 이 마음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오, 감미로와라. 나 외롭지 않고 오, 감미로와라. 가난한 내 마음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이렇게 예수님의 가난을 사모하고 제자들에게 '완전한 청빈', '완전한 무소유'정신을 넣어 주면서 "돈은 똥과 같은 것이다. 만지지마라" 그랬습니다.프란치스코 교단은 청빈교단이니까 누가 기부해도 받지 않는데 어떤 독지가가 돈 뭉텅이를 던져 넣었습니다. 제자가 그것을 보고 창가에 올려놓고, 프란치스코에게 "누가 돈 뭉텅이를 놓고 갔습니다. 그래서 주워다가 창가에 올려놨습니다." 하니까, "이놈의 자식아, 돈은 똥과 같은 것이다. 만지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너는 그 벌로 돈을 만지지 말고 입으로 물어서 갖다 버리거라. 입으로 물어서 말똥 위에 올려놓고 가거라." 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든 수도단체, 수도하는 사람들이 서원하는 세가지가 있지요. 복음삼덕이라고 하는데 예수님의 복음 정신 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첫째, 가난하게 사는 것, 둘째는 순결하게 사는 것, 셋째는 순명입니다. 프란치스코 교단들은 가난을 '거룩한 가난', '성빈', '신빈'이라고 불렀습니다. 또 수도하는 사람으로서 프란치스코는 철저히 순결했습니다. 프란치스코와 제자들은 모두 독신인데 독신으로 사는 남자들을 모아서 제 1회를 조직했습니다. 처녀들의 모임은 제 2회, 직장도 있고 가정도 가지면서 프란치스코의 정신을 따르려고 하는 재속단체를 제 3회,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단은 3회로 활동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제 3회 운동이 활발합니다. 탁발하고 나가서 밥 빌어먹으며 사는 것인데, 제 2회 처녀들의 수도회 수녀들은 나가서 밥 빌어먹지 않았습니다. 남자 형제들이 나가서 여자 것까지 탁발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형제들과 자매들 사이의 관계는 매우 엄격했습니다.
프란치스코를 제일 처음 따라온 여자가 아씨시 성주의 딸, 클라라입니다. 어느 날 프란치스코가 교회에서 사순절 설교할 때 클라라가 자기 어머니와 같이 나와서 앞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가 거지꼴을 하고 있는데도 클라라에게는 사람이 아니라 천사로 보였어요. 클라라가 너무 감동해서 시집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프란치스코를 따라야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 후 종려주일 새벽에 클라라가 대문으로 나오면 파수병이 있으니까 죽은 사람의 관을 내보내는 구멍을 통해 자기 성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제자 가운데 첫 번째 여제자가 된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그녀가 오니까 당장 머리를 자르고 다미아노 성당에 수도하라고 보냈습니다. 다미아노 성당에서 혼자 수도생활을 하다가 클라라의 동생 아그네스가 다른 여자들과 함께 와서 클라라를 중심으로 자매회, 자매수도 단체가 생겼습니다. 클라라는 프란치스코가 믿음의 아버지라고 존경하면서 "우리에게 와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라고 여러번 간청했습니다. 간청에 못 이겨서 다미아노 성당에 갈 때면, 수녀들은 마루에다 머리를 두고 엎드렸습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는 거기에 가면 인사를 받지 않고, 하지도 않으며 성난 사람처럼 수녀들이 엎드려 있는 마루에 재로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동그라미 가운데 서서 재로 자기 얼굴과 머리에 뿌려 검게 만들고, "모든 것은 흙이다, 모든 것은 먼지다, 모든 것은 재다", "나 프란치스코도 먼지요 흙이요 재다"라고 설교했습니다. 수녀들이 아직도
인간적인 애정에 끌릴까봐 프란치스코는 그렇게 냉정하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도 사람이죠. 게다가 누구보다도 다정다감한 사람입니다. 어떤 눈 내리는 고요한 밤에 혼자 방에 앉아 있으니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이 못 견디게 그리워 문을 열고 밖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눈사람을 만들어 "이건 내 아내다. 내 아들, 내 딸이다." 그러다가 다음날 아침 햇살이 솟아올라 눈사람이 녹으면 "이 어리석은 프란치스코야, 내 아들을 봐라 내 딸을 봐라" 그랬다고 하는 인간적인 얘기가 있습니다.형제들과 자매들이 특별히 한자리에 앉아 만찬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음식을 모두 앞에 놓고 형제 자매들이 모여 앉았는데 너무 황홀하게 영감에 빠져들었습니다. 근처 아씨시 사람들과 이웃 마을 사람들이 보니까 프란치스코와 제자들이 모여 있는 뒷산에 산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불을 꺼주려고 달려갔는데, 프란치스코와 제자들이 영감에 빠져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멀리서 볼때는 불이 난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신학자도, 성직자도 아니고 평신도입니다.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사랑을 체험한 후 사랑의 하나님만을 증거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고 통곡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프란치스코의 사랑이 얼마나 놀라운 사랑이었는가 하면 태양을 쳐다보고 해를 님이라 부르고, 달을 보고 누님이라 하고, 풀섶의 귀뚜라미를 보고 누님이라고 하고 불을 형제라고 불렀습니다. 아궁이의 불 형제가 저절로 꺼질 때까지 내버려두라고 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물도 누님이라고 부르고, 세숫물이 땅에 떨어져도 밟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볼 때 범신론자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범신론자가 아니고 모든 우주만물 속에 하나님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만큼 자연을 사랑하고 말년에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에도 "내 누님 죽음"이라고 했습니다.
이탈리아에 가면 쿠피요거리가 있는데 옛날에 살인 늑대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물어가고 짐승들을 물어가 사람들은 문 밖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이놈의 늑대가 마구 돌아다니는데 마을 사람들은 성인 프란치스코를 불러오자고 했
습니다. 프란치스코는 당장 늑대에게 찾아갔습니다. 처음엔 으르렁거렸지만 프란치스코가 "형제여" 하니까 그의 무릎에 앞발을 올려놓고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형제여 오늘 나하고 약조합시다. 형제가 다시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매일 같은 장소에 먹을 것을 갖다 주겠다"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지요. 거짓말 같은 이야기이지만 프란치스코의 사랑의 감동이 짐승들에게까지 전해진 것입니다.

다음장:태양의 노래

첫 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