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빛교회 08 겨울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안양교회답게 그대로 놔두시면 안되나요? 이진형, 본지 편집위원, 청지기교회 목사 과천에서 안양으로 가는 큰 길을 가다 지하철 4호선 인덕원 역에 못 미처 오른쪽으로, 관악산의 엄한 산기운을 고스란히 받아 안고 있는 관양동이란 마을이 있습니다. 참 고맙게도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이란 이름을 달고 있어서 주변의 과천과 안양이 아파트로 높다란 성을 쌓을 때에도 사람들이 논과 밭을 일구어서 농사를 짓던, 대문 어귀에 아무나 보고 짓지 않는 누렁이를 묶어 기르던, 관악산을 오르내리던 등산객들이 잠시 마을 어귀 느티나무 그늘에서 숨을 고르던, 관악산에 사는 호기심 많은 청솔모가 솔숲으로 나들이를 오던, 복잡한 도시와 자연으로 남아 있는 산을 부드럽게 이어주던 마을이었지요. 그런데 요즘 관양동은 아주 살벌한 동네가 되어버렸습니다. 한참을 돌아다녀도 횡한 바람만 불어댈 뿐 강아지 한 마리 살갑게 다가와 꼬리치는 일이 없고 집집마다 사람 사는 흔적은 없이 창틀이 뜯겨나가 흉물스러운 모습입니다. 이쯤 이야기 했으면 벌써 눈치 채셨겠지요? 네, 개발을 한답니다. 아파트를 짓는답니다. 한두 채 지어 올리는 게 아니라 미니 신도시를 일군답니다. 그래서 살던 사람들한테 보상금을 쥐어주고 다 이사를 가라 했답니다. 태안반도는 까맣게 기름칠을 하고, 새만금엔 골프공화국과 카지노를 짓고, 운하를 파서 배를 산으로 보내고, 산이란 산마다 굴을 파서 길을 내는 마당에 까짓 산자락 조금 다듬어서 아파트 좀 짓는 것까지 이래라 저래라 이야기할 여유가 있으려구요. 다만 거칠게 막무가내로 흐르는 개발의 흐름에 휩쓸려 요동치는 생명들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볼 짬을 내어야겠지요. 머지않아 명품 아파트가 들어설 관양동의 양지바른 언덕 한 자리에 풀빛 배인 작은 교회에 대해서도요. 대한성공회 안양교회는 안양, 과천, 의왕 지역의 성공회 신자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교회입니다. 대부분의 성공회 교회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회복지 사업에 힘을 쏟으며 교회의 덩치를 키우는 일엔 무심한 것처럼, 성공회 안양교회도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밥집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 공동체를 위해 섬김의 길을 걷는 조그마한 교회이지요. 몇 해 전 안양지역 여기저기를 떠돌던 교회가 관악산이 내비치는 관양동에 거처를 마련하고 예배당을 세우고, 종탑을 올리면서 안양 교회는 또 새로운 지역과의 만남을 갖게 되었답니다. 안양 YMCA에서 운영하는 생태교실에서 여름과 겨울 캠프를 열 수 있도록 교회를 빌려주고, 지역...
2012.07.02
풀빛교회 2007년 가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검은 땅에 초록을 물들여온 황지중앙교회 유미호 / 본 회 정책실장 삶의 무게에 지쳐 에너지가 바닥나는 순간, 우리는 늘 자연의 품을 그리워합니다. 도시에서 멀리 떠나 높다란 빌딩 대신 울창한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을 찾고, 신선한 한 모금의 공기와 자연 그대로의 쉼을 누릴 수 있는 그 어떤 곳을 찾아헤맵니다. 이번에 찾은 태백은 그 어떤 곳으로서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을 비롯하여 함백산, 백병산, 대봉산 등 백두대간의 주 능선이 병풍처럼 이어진 해발 650m의 고원지대인데다, 양대강인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황지연못이 있어 그 품이 지친 영혼들을 감싸 안고 치유하기에 넉넉하답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곳을 즐겨 찾습니다. 하지만 주변 명소만을 둘러볼 뿐, 누구도 그같은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도시인 태백시로 발길을 돌려 마음을 주지는 않는 듯합니다. 사회적 아픔과 상처로 힘겨워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나 봅니다. 태백의 아픔은 40년 전 생기가 번쩍이던 탄광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석탄과 석회석 광산 개발로 백두대간은 파괴되고, 1989년 정부가 석탄합리화정책을 펴 폐광이 늘어나면서 검은 땅이 점점 더 드러나 심하게 몸살을 앓게 되었지요. 그로 인해 주민들은 떠나고 마을도 사라졌습니다. 요즘도 휴가 욕구를 따라 도로 신설과 확장, 편의시설을 확충하느라 환경파괴는 더욱 심해지고 있구요. 이런 아픔을 고스란히 마음에 품고, 태백의 환경을 지키고 돌봐온 곳이 바로 황지중앙교회입니다. 담임 목회자인 이상진 목사는 당시 폐광으로 교인들이 감소하는 것을 보면서도 환경이 파괴되면 그 만큼 생존권도 위협받을 게 뻔했기에 교세 확장보다 남은 주민들을 치유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일에 힘쓸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러다 1994년에는 서울에 있는 한국교회환경연구소와의 교류 속에서 광산지역 기독교 환경연구소도 창립하게 되었지요. 교회는 이 연구소와 더불어 태백의 상처를 치유하고 녹색 도시로의 복원을 위해 언제나 힘써 왔답니다. 특별히 침체된 지역을 살려보자는 소박한 뜻으로 태백기독교교회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지역 단체들이 폐광지역개발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을 때, 어떻게 하면 환경을 덜 파괴하는 지역발전을 이뤄낼까 고민하며 여러 방향으로 노력했지요. 봉사관 건물에서 운영되고 있는 녹색가게 역시 연구소와 협력하고 있는 주요한 환경실천입니다. 재활용품 및 환경상품, 유기농산물을 보급함으로 태백 시민의 건강과 환경을 살리는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지요. 최근...
2012.07.02
풀빛교회 2006년 새하늘새땅 여름호 9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풀빛교회 공주원로회 아름다운 자연의 마음을 품게 하는 공주 원로회 이진형, 본지 편집위원, gucindol@hanmail.net 어쩌다 서울의 도심으로 갈 일이 생기면 한참 전부터 마음이 답답해지는 요즘입니다. 청계천 물을 거꾸로 돌려 흐르게 해놓구선 생태계 복원 어쩌구 하시던 전번 서울 시장님이 누누이 강 조하신 것처럼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내리기는 훨씬 수월해졌지만, 가뜩이나 찜통더위에 뜨거 운 공기를 사람들 다니는 길 밖으로 뿜어내는 에어컨 실외기를 무슨 훈장인 양 주렁주렁 달고 있는 건물들과, 어디한번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것 같이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의 탁한 매연을 맡으며 정말 아무 표정 없는 사람들 틈바구니를 헤집고 다니는 일은 정말 아, 정말 못 견딜 노 릇입니다. 대체 늘 이런 곳에서 지내시는 분들은 어떤 심정이실까 조금 걱정이 들 정도가 되면 꼭 지나치 게 되는 곳이 바로 탑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탑골 공원입니다. 손바닥만도 못 한 나무 그늘을 의지하시고 낮잠을 주무시는 어르신, 소주 한 잔에 불쾌해진 얼굴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목청을 높이시는 어르신, 그 정신없는 와중에 신선이 되셔서 바둑을 즐기시는 어르 신, 그리고 그 어르신들에게 중국산 ‘아이디어 신상품’을 하나 팔아보시려고 좌판을 벌이신 조 금 젊은 어르신들까지, 여기는 정말 어르신들의 게토입니다. 그러다 문득 그 어르신들 가운데 에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계시겠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길 건너를 쳐다볼 수밖에 없지요. 그러던 차에 사회복지법인 한국장로교복지재단에 속한 노인전문요양센터 공주원로원(원장: 차기천 목사)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공주 원로원은 안양 지역에 있던 은퇴 교역자들 을 위한 복지시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은퇴하신 교역자분들이 더 연로하셔서 거동이 불편 해지시고, 만성적인 질환에 대한 의료지원이 필요해짐에 따라 간호, 의료 지원시설을 갖춘 요 양센터를 모색하게 되었고, 공주로 이전을 하면서 은퇴하신 어르신들이 입주하셔서 여유롭게 지내실 수 있는 실버홈과, 만성 질환을 앓으시는 어르신들을 병원과 가정의 중간쯤 되는 형태 로 24시간 내내 돌봐드리는 너싱홈을 갖춘 노인전문요양센터를 세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주원로원은 보통 노인요양센터보다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공주원로원은 사방으로 잘 트인 양지바른 언덕위에 깨끗한 현대식 건물로 세워졌는데, 주변에 있는 논을 빌려 연과 수 련을 재배한다고 합니다....
2012.07.02
풀빛 교회 2006년 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한마음 공동체 : 장성 백운교회 글 / 이진형, 본지 편집위원, gucindol@hanmail.net 지난 겨울, 전라도에는 정말 ‘징허니’ 눈이 많이 내렸지요. 지금도 곳곳에서 한 귀퉁이가 무너 져 내린 하우스며 창고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지금은 그 어디에도 사람 키만치 쌓였다는 눈을 찾아볼 수는 없답니다. 왜냐구요? 봄이니까요. 봄은 누구에게나 신비한 시간의 마디일 터이지요.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을 더듬어가야 하는 신 앙인들의 괴로운 마음도 추스르게 하고, 겨울의 춥고 시린 눈얼음이 배겨있던 농부님들의 아 픈 마음도 그야말로 봄 눈 녹듯이 다 녹여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하는 봄의 신비. 그 걸 부활의 생명의 신비라고 불러도 상관없겠지요? 이 신비로 가득한 봄, 그것도 우리네 땅에서 가장 봄의 기운이 왕성한 남도의 들녘은 이제 올 해 농사 준비가 한창일 것입니다. 개나리, 진달래가 활짝 핀 얕으마한 동산 아래로 물을 가둬 둔 너른 논에는 땅을 갈아 모내기를 준비하고, 퇴비를 잘 먹여 기름진 밭에는 어린 모종들이 이 미 제 자리를 잡고 있지요. 그만치 농부님들은 바쁘디 바쁜, 하지만 기대와 희망으로 마음이 부 풀어 오르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계시지요. 그런데 하필 이 좋은 때에 미국 쌀을 수입한다고 난 리를 쳐서 한껏 부푼 농민들의 김을 빼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거참. 그나저나 봄을 맞아 바빠지는 곳이 여기 또 있네요. 지금은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학교 운동 장 한 켠에 벌건 황토 흙을 잔뜩 쌓아두고 아저씨들 몇 분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들고 계십니 다. 무언가 들여다보니 반듯반듯하게 각이 잡힌 붉은 황토 벽돌입니다. 그러고 보니 황토벽돌 을 만들고 있는 이 학교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네요. 넓은 운동장 여기저기에 어디 동화 속에서 나 봤음직한 황토로 만든 예쁜 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솟대며 장승이 멋들어지게 세워져있구 요, 옛날 학교 본관이었음직한 큰 건물도 황토로 리모델링 된데다 온갖 곤충들을 모아 꾸민 액 자들과 옛 농기구들이 박물관처럼 전시가 되어 있네요. 그러고 보니까 이 학교 터로 찾아오는 길에서도 독특한 모양의 황토 흙집을 여기저기서 본 듯도 하고, 참 재미있는 마을이네요. 보아하니 교회는 아닌 것 같은데, 왜 풀빛 교회에서 여길 찾아왔냐구요? 그렇다면, 잠깐만 더 이야기를 풀어보지요....
2012.07.02
풀빛 교회 6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친환경 농사의 예루살렘, 송악교회 (이진형) 글, 사진 / 이진형, gucindol@hanmail.net 시골 교회는 으레 이런 모습입니다. 어째 좀 삐뚤삐뚤 하지만 이끼와 벌레와 새들을 품어주 기에 넉넉한 붉은 벽돌 예배당. 그리 높지도 그렇다고 아주 낮지도 않은 십자가 종탑. 한 가 운데는 느티나무가 우거져있고, 둘레로는 봉숭아, 맨드라미,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어 수시 로 아이들의 소꿉 놀이터가 되는 마당. 교우님들의 구역과 이름이 정성스럽게 새겨져 있는 교회 현관의 주보 꽂이. 번쩍이는 니스 칠은 벗겨졌지만 손때가 묻어 반들반들한 장의자. 이번에 풀빛교회로 소개해드릴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585번지 송악교회의 모습 이 딱 그렇습니다. 왠지 예배당 뒷자리에 앉으면 주님께서 고향 할머니의 모습으로 “이제 왔니?”하고 품어주실 것만 같은 교회. 종소리가 울리면 세상살이의 자질구레한 모든 걱정 들이 마음에서 씻겨 내려갈 것 같은 교회입니다. 고여 있는 눈물이 쏟아지기 전에 마당 한 구석에서 꽥꽥거리는 오리들에게 눈길을 돌려봅니다. 이 오리들은 예사 오리가 아닙니다. 지난 봄부터 여태까지 논에서 제초제나 살충제 대신 잡 초와 벌레들을 잡아먹은 친환경 농사의 일등 공신들인데,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음식물 쓰레기를 말끔히 처리해주고 퇴비를 만들어주는 기특한 일을 하신다네요. 이뿐 아닙니다. 송악교회에는 녹색의 마음으로 볼 때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기독교대한 감리회 송악교회(이종명 목사)가 자리한 송악은 유기농산물을 공급하는 ‘한살 림’의 최대 생산지라고 합니다. 올해 송악 지역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논농사를 지은 면적 이 20만평 정도고, 밭농사도 20만평 정도라고 하니, 적어도 송악에선 친환경 농사가 큰 흐 름이 되어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송악이 바로 이렇게 ‘친환경 농사의 예루살렘’이 될 수 있 었던 뒷그림에는 송악교회를 빼놓고는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는군요. 교회가 중심이 되 어 면단위 친환경 농업 활동을 주도해왔다니, 우리 같은 풀빛 교인들에게 이보다 가슴 뿌듯 한 이야기가 더 있을까요? 송악교회가 이렇게 송악의 ‘생태 농업’에 큰 힘을 보태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부터였다 고 합니다. 아직 농민들에게 ‘생태농업’이란 단어조차도 생소할 때 강연회와 환경 농업 연 구 모임을 만들었고, 2001년에는 농민선교위원회를 조직해서 유기농 쌀, 표고버섯, 차조 등 잡곡과 야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약을 안 치고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며 참...
2012.07.02
풀빛 교회 5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자연과 함께 숨쉬는 사람들의 공동체, 신양교회 이진형, gucindol@hanmail.net 다름 아닌 서울 시내에, 숲으로 둘러싸인 교회, 게다가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있는 교회가 있다는 군요. 예수님의 제자 도마처럼 “에이, 설마.”하면서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그 교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교회 주소가 서울시 관악구 신림10동 산 78-2번 지입니다. 번지 앞에 붙어있는 ‘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네요. 세 상에 몇 안 남은 천연기념물을 찾아나서는 심정으로 대한예수교장로회 신양교회를 찾아갔 습니다. 신양교회는 자동차로 찾아가려면 운전하다 ‘아차!’ 하고 지나치기 딱 좋은 산비탈 내리막길 에 있습니다. 대문엔 분명 교회라고 써있는데 저 안에 정말 교회가 있을까 싶지요. 교회 대 문 안쪽으로 그저 나무들만 무성한 게 교회보다는 자연학습장이나 공원이 있을 것 같습니 다. 그러다 나무 틈새로 다소곳이 솟아있는 십자가 탑이 있는 걸 보고나서는 저 안에 교회 가 있기는 있구나 하게 되지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교회 대문 안쪽으로 조금만 걸어들어 가다보니 순간 입에서 ‘아!’ 하는 탄성이 새어나옵니다. 주목과 느티나무, 소나무가 서있는 길, 야생화들이 피어있는 화 단, 담쟁이가 촘촘히 자라는 축대, 그 위에 하얀 철골과 투명한 유리로 세워진 교회! 어리둥 절할 틈도 없이 하얀 철골 십자가 탑 저편으로 대지의 마음처럼 풍성함이 느껴지는 텃밭과 관악산 줄기가 잠시 숨을 고른다는 삼성산의 푸른 나무들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 러다보면 어느새 자동차들의 거친 엔진소리는 사라지고 숲 속에서 들려오는 맑은 새소리 와 벌레소리가 귀를 간질이지요. 신양교회는 서른 살 나이를 먹은 교회입니다. 지금이야 번듯한 교회의 모습을 갖추고 있 고, 주변에 아파트들도 들어서 있고, 교회 앞으로 버스도 지나다니는 큰 길도 뚫려있지만, 처음 신양교회가 이곳에 터를 잡았을 때엔 사람 다니는 길도 제대로 없는 서울 달동네 판자 촌의 마지막 집이었다는군요. 그리고 신양교회는 지난 30여년의 시간동안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살피고 돌보는데 마음과 힘을 쏟아왔고요. 동네 사람 대부분이 어려운 살림이라도 그나마 꾸려가려면 부모님들은 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나가야하니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밥도 못 챙겨먹고 그냥 방치되다시피 지내야했 죠. 신양교회는 그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공부방인 ‘작은 나무들의 집’을 세웠 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2012.07.02
풀빛 교회 4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풀빛교회 - 경북 군위 작은교회(담임 곽은득 목사) 흙으로, 바람으로 감싸시는 하나님 글, 사진 / 이진형, gucindol@hanmail.net 뚝딱뚝딱. 쓱싹쓱싹. 드륵드르르륵. 여기는 목공소입니다. 그런데 한참이나 개구져 보이는 아이들이 코끝에 땀을 송송 달고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겨우 공작용 가위 나 만져봤을까, 아이들의 손에 들린 망치와 톱과 전기 드릴이 어째 불안하기만 합니다. 서 툰 손이지만 아이들은 제 손으로 나무를 자르고 망치질을 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재미 에 푹 빠져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할 때보다 더 열심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한참을 공들여 만들어낸 것은 책을 올려놓고 읽을 수 있는 ‘나무 독서대’였습니 다. 멋이라곤 하나 없이 투박하고 여기저기 삐뚤빼뚤한 모양이 아직 여기저기 손을 봐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런대로 만들어진 품을 보니 책을 올려놓고 보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입니다. 지켜보는 사람의 눈으로야 그렇게 보이겠지만 만든 당사자의 입장에선 하루 종 일 공을 들여 손으로 직접 만든 ‘작품’일 테니 아무리 딱딱한 책이라도 올려놓기만 하면 재 미있게 읽을 수 있는 최고의 독서대겠지요. 요즘 토요 휴무제니, 대안 교육이니 해서 아이들을 위한 이런 저런 캠프와 자연 학교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뭐가 됐든 꽉 막힌 회색 콘크리트 숲에서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 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살맛나는 시간일 테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그런 시간들이 아 이들에게 단순한 체험을 넘어서서 세상에서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맛 보게 해준다면, 거기에다 자기만 귀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이웃과 더불어 사는 힘을 길러주고, 모든 것 너머에 존재하시는 하나님과의 만남을 이끌어준다면, 그야말로 더 바랄 게 없겠죠? 경상북도 군위군 효령면 매곡리에는 그런 더할 것 없는 모양새를 가진 자연 학교를 꾸려가 는 교회가 있습니다. 다 아시는 말씀일 테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작은 것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겁니까? 그런데 이 교회는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교회인지 교회 이름까지도 ‘작 은교회’랍니다. 곽은득 목사님께서 섬기시는 작은 교회는 원래 대구에서 십수 년 동안 가난 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 예수님을 따르던 교회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작은 교회는 이 제 교회가 생태적인 전망을 가지고 세상을 구원해야한다는 뜻을 품었고, 생태적 전망의 중 심은 무엇보다 제 손으로...
20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