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년 3월호 "기독교환경운동소식"에 실은 글입니다- 수습훈련을 마치고 - 산을 의지하고, 나무를 의지하며 유성화 / 본회 간사학부를 졸업하고 이 곳에 들어와 일을 하게 될 때만 해도 그냥 단순히 여느 일자리에 취업된 것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3개월 동안 수습훈련을 받으면서, ‘단순히 돈 벌기 위해 일을 하러 나오는 곳이 되어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가슴속 한켠에 자리잡고 그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으나, 이미 소비문화에 익숙해져버렸고, 편한 것만 추구하던 습관을 버리고 단순소박하고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함이 젊은 시절에 궁상(?)맞은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결코 환경활동가로서 삶을 가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라 느껴졌다.그러나 나를 창조하셨듯, 세상의 모든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지으신 이 땅의 피조물들을 지켜가는 일은 창조주 하나님을 섬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과, 날 만드시기 이전부터 잘 위해 준비해두신 많은 선물들을 감사히 받고 소중히 잘 지켜 나가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다해야 할 사명이란 생각을 갖게 되었다.그러던 중 3월을 코앞에 두고도 찬 기운이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2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관악산으로 생태기행을 가게 되었다. 사실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의 이름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이지만, 자연 속으로 들어가 함께 한 사람들이나 자연과 교제하며, 자연을 통하여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함이었다. 관악산. 서울에 있는 산이기에 산림욕 정도로 생각하고 경쾌하게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서울대 입구 관악산 매표소에 모인 우리들은 등산을 좋아하시는 김용웅 장로님의 안내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초입에는 두런두런 얘기도 하며, 상쾌한 풀냄새를 맡으며 걷는 기분이 좋았다. 그냥 오랜만에 산을 찾아 걷는 것만으로도 괜히 신나고, 즐거운 산행이 될거라 생각했다. 이정표 없이 장로님의 안내에 따라 다녀서 어디로 어떻게 다녔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쌓여있는 눈과, 얼어있는 호수를 보며 아이마냥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그러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얼마 전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어서 등산 장비 없이는 오르기가 힘들어 서울대 공학관의 능선을 타고 등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때부터 자연을 만나고, 교제하려던 취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바위를 타고 기어서 오르기 시작했다. 바위들을 네 발로 기고, 로프를 잡고 얼음이 언 곳을 조심조심 오르며 내려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오를 수도...
2012.07.02
<"기독교환경운동소식"2005년 3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생명주의자로 서게 하는 사순절유미호 몇 년 전이었습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창3:19)”는 말씀을 받으며 성찬에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날은 재의 수요일이었습니다. 모태신앙에다 신학까지 공부했지만 사순절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지낸 기억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성공회대성당을 찾았습니다. 지금 기억으로 신부님은 재를 찍어 이마에 발라주며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시오“라고 권고하셨습니다. 당시 나는 흙에서 생명운동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던 터라 그 말씀이 더 특별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늘 그렇듯 사순절이 오는 봄의 절기면, 난 주말농장에서 씨앗을 뿌리기 위해 땅을 헤집습니다. 처음엔 나와 우리 가족의 먹을거리를 의식하면서 땅을 헤집었지만 계속되는 흙과의 만남은 다른 그 무엇을 느끼게 했습니다. 흙을 만지면 만질수록 흙은 반갑다고 악수를 받아주었고, 개미와 지렁이, 굼뱅이와 각종 애벌레 등 흙 속 친구들은 내 감각이나 머리로는 도저히 감지할 수 없는 신비로운 생명의 세계로 초대하였습니다.그러는 가운데 나는 흙과 한 몸임을 실감있게 깨달았습니다. 깨닫는 동안 흙 속에 뿌려진 씨앗은 싹을 내밀고, 비를 맞고 햇빛을 반기며, 잎이 자라고 줄기가 뻗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제가 받은 생명을 맘껏 자랑하며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게다가 내겐 맑은 공기와 초록의 향기도 내뿜어 주었습니다. 땅 속 생명의 기운을 땅 위로 이끌어내는 그 모습이란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해보였습니다. 더구나 그토록 건강한 생명이 사랑의 희생을 통해 내게 먹히울 땐 자연의 원리, 하나님 창조의 섭리에 따라 내 삶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습니다. 흙이, 그리고 흙이 낸 식물이 나의 생각과 삶을 바꾸는 순간입니다.그리고 그 때 내가 받은 생명의 은혜, 내 몸을 소홀히 여겨왔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장 내 몸을 느껴보려 했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런 몸으로 이 땅 동식물의 아픔과 괴로움을 말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최민희님이 하는 생활단식을 접했고, 일주일 간의 본단식과 한달 여에 가까운 보식기간은 망가진 내 몸을 보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순동안 일하면서 했던 단식은 어쩌면 회개의 몸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내 몸이 보내는 신호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연과 멀어지고, 하나님에게서 멀어졌던 것을 회개했던 것입니다. 또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있는 물을 마시고, 만인의 노고가 스며있는 음식을 먹으며,...
2012.07.02
지진해일의 폐허 속에서 떠올리는 환경문제유미호 /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획실장지난 연말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 해일로 죽은 이들이 지금까지만도 15만명을 넘는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남아시아 도서와 해변이 초토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생명을 잃었다. 이 재난은 특정국가만이 아닌 지구촌 전역, 80개나 되는 나라에 내린 대재난이었다. 그래서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 시민들은 앞다투어 피해지역에 구호와 재건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물론 약속한 대로 지원되는 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벌써 40개 정부가 20억 달러에 이르는 공식원조를 약속했고 우리나라도 5천만 달러의 지원을 확정하였다.그런데 이번 재난을 자연 현상으로만 여기고 인도적 지원활동을 벌이기엔 몇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지진과 해일은 자연재해이지만, 이번의 엄청난 피해는 산호초와 망그로브숲 등 해안 습지 파괴와 도로, 휴양지 건설 등 사람들이 자초한 면이 크다. 이번 재난의 최대 피해지인 인도네시아 반다아체가 위치한 수마트라 섬의 숲 파괴에 대해선 환경단체들이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사실 주변 해안의 산호초를 잘 보전해온 몰디브는 인접국에 비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자연의 파괴가 부메랑이 되어 재난으로 돌아온 것이다. 둘째, 현재 진행되는 구호활동은 인명구조와 전염병 예방에 치중되고 있는데, 각종 쓰레기와 공업용 화학물질, 오수관리와 식수 내 염류 농도 상승 등과 같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도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항구와 각종 기반시설이 입은 피해는 물론 인간의 건강에 대한 위험도 심각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곳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자연 생태계는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 본래의 가치를 충분히 고려하여 복원해가야 할 것이다. 특히 이미 80%까지 사라진 동남아시아 천연림인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에 대한 복구는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지금의 구호활동도 중요하지만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 그들과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할 일이다. 고통과 보살핌의 체험은 우리의 삶을 성찰함으로 생명의 근원적 거룩함을 느끼며 창조주에게로 다가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지진 해일은 과학기술로 미리 그 가능성이 파악되어 있었다. 미 캘리포니아 공대의 어느 교수가 작년 7월 지진 해일 가능성을 경고하는 인쇄물을 배포했지만 무시되었다. 또 하와이 지진 해일 연구센터는 대재난 발생을 파악하고도 그 규모를 가늠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반면 스리랑카의 가장 큰 야생생태보호구역의...
2012.07.02
소비사회와 기독교인의 사순절김영락(본회 사무총장)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필수품이 된 것 중에 핸드폰, 컴퓨터는 10년 전만 해도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이었고, 세탁기, 냉장고는 30년 전만 해도 보편화되지는 않았었다. 요즈음 흔해진 햄버거, 피자, 등의 패스트 후드와 소위 청량음료라고 불리는 음식들도 10년 전과 비교해서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러한 소비주의의 만연과 무관하지 않은 현상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일확천금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 복권 열풍이 일기도 했다. 이 모두가 물질주의의 현상이고, 맘몬을 숭배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 사회는 소비가 많아지고, 또 소비가 미덕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소비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소비는 개인적인 욕망에 의해서만 조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에 의하여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가 경제발전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짐으로 더 많은 상품이 생산됨을 의미한다. 결국 고도의 산업사회는 고도의 소비를 조장하게 된다. 소비가 많아진다는 얘기는 생산과정에서 그만큼 자연 자원이 많이 소모된다는 것이고, 폐기과정에서는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의미가 된다. 요즈음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오염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즉 소비사회는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을 가져오고, 환경오염은 생명의 파괴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순절과 소비문화를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사순절은 우리의 생명을 위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되새기는 절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문화가 죽음을 가져오는데 반해서 사순절의 십자가는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 생명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십자가가 고난과 부활의 상징인 것은 단순히 교리적이거나 신앙고백적인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십자가 없이는 영생은 없다는 것이 진리임을 피부로 느끼고, 몸으로 깨닫기 위해서, 예수님의 고난을 머리로만 생각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몸으로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순절에는 고기와 같이 평소에 좋아하는 음식을 금지하거나, 정기적으로 금식을 하며 기도하는 전통이 있다. 현대와 같이 소비주의가 팽배한 시대에서는 사순절을 기해 소비를 줄이며, 단순하고 절제된 삶을 연습할 것을 제안한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불편한 삶, 절제의 삶을 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순절이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절기이므로 절제의 연습을,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제의 훈련은 단순히 십자가를 지는 것이 신앙적으로 유익하기...
2012.07.02
문화매거진 2008년 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샘이 깊은 물이 어우러진 곳 쌍샘교회 목소리만 들어도 얼굴을 보는 듯한 사람이 있다. 취재를 위해 처음 통화를 했을 때, 조근 조근 찬찬히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교회 이름과 어쩜 그리 잘 어울리던지. 그는 그렇게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있듯, 자연 속에 푹 녹아든 교회를 만들어왔다. 청주시내에서 얼마 가지 않아 호젓하게 펼쳐지는 시골 길을 지나 예쁘게 자리 잡은 하얀 교회, 그저 시골에 있는 교회도, 도시적 낭만의 여유를 부리는 자연교회도 아니다. 자연을 터로 하여 삶과 신앙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영성과 자연이라는 쌍샘에서 문화라는 열매를 길어 올린 쌍샘자연교회의 백영기 목사를 만나보았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90년에 처음 청주 시내 달동네에서 공부방을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만났어요. 그러다가 92년도에 쌍샘교회로 개척을 했지요. 그곳 동네 이름이 쌍샘이었거든요.” 사회선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곧 일 년 있다가 도서실을 열었고, 교회가 진정 감당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추진해가면서 그렇게 십 여 년이 흘렀다. 어느 날 그 지역이 개발되면서 집이 헐리고 길이 나기 시작했다. “제가 개척한 교회의 본래 의도가 더 이상 살지 않아서 고민을 했지요. 소위 달동네 교회로서의 기능을 못한다면 도심에서 과감히 빠져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지역이 개발되면 땅값이 오르니 교회로서는 나쁘지 않았을텐데, 그는 그때 오히려 그곳을 떠났다. “교인들을 먼저 설득시켰죠.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새로운 교회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 도시에 살던 교인들이 시골로 옮긴 교회까지 잘 다닐 수 있을까 우려도 많았지만 다른 생태교회에 탐방을 보내기도 하고, 조별토의도 하게하고, 땅도 알아보면서 ‘뜻’은 결국 하나로 모아져갔다. 건물을 짓기보다 마음을 토양 삼아 먼저 짓기 시작했던 것. 2002년 호정리로 교회를 옮긴 이후, 현재까지 한 명의 교인도 빠지지 않고 모두 잘 이어져 오고 있다. 두 집은 아예 교회 근처로 이사를 왔고, 이제 곧 열 가구가 이곳 마을로 들어온다고 하니, 교회와 가정이 어우러질 생태마을의 모습이 그려진다. 땅을 사고 교회를 짓기까지 충북•충청 노회의 많은 교회들이 도움을 주었다. 다른 교회나 단체에서 쌍샘자연교회를 장소를 사용하고자 할 때는 아낌없이 공유하고 나누는 것도, 이렇게 세워진 쌍샘자연교회가 내 교회 아닌, 주님의 교회라는...
20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