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대답

문 : 신부님, '피정'이라고 할 때 '피정'을 한자로 어떻게 씁니까? 또 영어로는 어떻게 되나요?

답 : 피할 避자하고 고요할 靜자를 씁니다. 영어로는 Retreat라고 하는데, 일반 생활의 복잡한 자리를 피해서 조용하게 보낸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냐시오식의 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침묵'합니다.

문 : 영성수련에 있어서 이냐시오는 신발도 안신었다고 합니다.  고행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고요. 아까 강의 중에 만물 안에 계시고 만물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언급하셨는데, 현대어로 '에너지'라는 말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답 : 이냐시오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서 21살 때까지는 세상 방식대로 명예, 쾌락, 출세, 여자 그런 것들에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전쟁 중에 다쳐서 집에 있으면서 이 책 저 책 보다가 통회해서 고행했어요. 단식하며 머리도 안 자르고 맨발로 다니고 해서 건강이 아주 안 좋아졌어요. 예수회 창립한 후에는 분별없이 살았다고 고백했어요. 영성수련 할 때 침묵을 지키고 각자가 기도할 때에 음식을 줄이면 기도에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따라서 조금씩 먹으면서 기도하니까 고행은 없는 셈이죠. 현대인들은 단식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과식을 해요. 필요이상을 먹는 것 같아요.
성령이 뭐냐? 하나님 아버지는 비행기의 설계자(청사진), 예수는 청사진대로 생긴 비행기고, 성령은 비행기의 기름입니다. 비행기가 가도록 만드는 힘입니다. 예수는 부활 이후에도 계속 가르쳤죠. 예수는 눈짓 발짓으로 다 설명했는데 그거 가지고 부족하니까 더 확실한 실물 교육을 최후만찬을 통해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이제는 내가 너의 것이다. 먹고 마시고 나를 가지고 살라 하셨어요. 그것도 부족하니까 예수는 하나님의 기, 입김, 영, 뱃장까지 주면 제자들이 나(예수)처럼 움직이지 않겠는가 생각한 것이죠. 하나님은 생명입니다. 생명도 힘이죠. 에너지. 하나님은
생명 자체이기 때문에 에너지로도 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 : 모든 것이 거룩하다고 하셨는데 그리스도교 고전신학의 신론(神論)과 위배되는 것 아닙니까? 현대인들의 신론은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가톨릭과 개신교의 영성의 차이점을 설명 해주십시오.

답 : 저는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 안에, 모든 피조물 안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나님이라는 생각은 안해요. 혼동이 없어요.  예수님이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신 하나님은
저 멀리에만 계시거나 우리 피조물을 만들어 놓고 우리와 전혀 상관없이 계시는(함께 하시지 않는) 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신은 신이고 피조물은 피조물이죠. 아주 뚜렷해요. 이냐시오의 태양과 햇살의 관계를 한 번 생각해보시죠.
성당만 거룩하다면, 삶과 믿음은 별로 관계가 없는 거죠. 그런 신자들 많아요. 천주교 신자도 이냐시오 영성을 들으면 혼동하는 신자들이 많아요. 저는 교회와 신자들만 거룩하다는 생각을 안 합니다. 어디든지 거룩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지구, 자연을 파괴시키지도 않고 낭비도 하지 않을 것이예요. 물 한방울이라도 아끼면서 쓰지 않을까요. 프란치스코 수도회, 도미니크 수도회, 베네딕트 수도회 등 그들의 영성의 핵심은 예수예요, 여러분들의 영성도 예수죠. 그런 면에서 같아요.

문 : 관상기도(觀想祈禱)로 가는 단계에 대해서 조금 더 알려 주십시오.
 
답 : 머리를 잠자게 하는 것, 머리에서 벗어나는 것, 머리로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신약 또는 구약의 아주 짧은 본문을 가지고 머리로 바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으로 그냥 그 앞에 앉아 있고 마음 밑바닥에
서 어떤 느낌이 올라 오는지 기다리는 거예요. 머리는 아주 바빠요. 빨리 무슨 결론을 이끌어 내려고 애쓰며 분석하다가 결론이 나오면, 됐다! 기도 끝! 하는 기도가 아니라 한 마디 가지고 되새기고 기다리다 보면 어떤 느낌이 올라와요. 제일 수동적인 자세, 기다리는 자세, 분석하지 않는 자세, 그냥 하나님 앞에서, 예수님 앞에서 앉아 있는 것도 좋아요. 말할 필요도 없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러다가 조금 생각이 나면 생각하는 것이지요.

문 : 도시에서 삶을 즐기면서 영성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답 : 어릴 때부터 도시에서 사는 이들은 자연에 자주 찾아가야 해요. 제가 농사짓는 예수회 공동체에도 많은 사람이 오는데 며칠만 있어도 사람이 달라져요. 자연 안에 있으니까 대부분 하룻밤 정도만 자도 시원하다고 해요. 왜냐하면 조용하고 공기가 깨끗하니까 자연 속에서 놀라운 치유의 힘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도시에서 살면서도 자연을 접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휴가 같은 때에는 가족과 함께 가서 농촌에서 노는 거죠.

문 : 불교 같은 데서도 수련할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얘기를 하는데 관상기도할 때에도 어떤 특별한 자세가 있습니까?

답 : 이냐시오는 '걸으면서 하지 말아라, 무릎을 꿇고 해라, 또는 자세를 똑바로 하고 앉아서 해라.'고 했어요. 여러 가지 호흡을 따라서 하는 기수련(氣修鍊) 방법도 가르쳐요. 기수련하고 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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