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생태신학자들(2) - 셀리 맥페이그

 맥페이그 교수는 60대 후반의 밴더빌트 대학교 신학부 교수이다. 90년대 초반 그를 처음 알고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필자는 30대 후반 내지 40대 초반의 여성신학자로 생각하였다.

그만큼 그녀의 신학적 상상력이 뛰어났고 현대 제반학문과의 대화에 열정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은퇴를 앞둔 60 대 후반의 신학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다소 의외였고 그렇기에 그녀의 신학사상에 더 매료되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듯 넘치는 신학적 상상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에 놀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쓰여진 그녀의 책으로는 'The parable of Jesus'과 생태학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쓰기 시작한 'Metaphorical theology'와 'Model of God', 'Body of God'등이 있다.

맥페이그는 신학함에 있어서 그 중심축이 우주 및 생명에 놓여져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우주 중심적인 새로운 감각의 회복을 신학 속에서 체계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맥페이그는 하느님과 세계(우주)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표현해낼 수 있는 상징과 이미지 또는 은유를 책임있게 재생산하고자 한다.

언어의 한계를 세계관의 한계로 이해했던 그녀는 하느님을 아버지, 곧 가부장적 형태로 고백하고 언표해온 서구 기독교 도그마 속에서 지배적이며 정복적인 삶의 방식을 통찰하고 있다.

따라서 맥페이그는 여성 경험에 기초한 신에 대한 새로운 은유들, 예컨대 어머니로서의 하느님 은유를 통해 생명중심적, 창조중심적 신학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느님을 어머니로서 재신화하는 경우 전 우주 및 이 세계는 종래와 같은 피조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몸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자식을 낳고 키우는 어머니에게 있어 자식은 아버지에게보다 훨씬 더 분신으로 여겨진다. 어머니와 자식은 더 이상 둘이 아니고 하나이다.

다시 말해 어머니 은유를 가지고 하느님을 말할 때 종래처럼 우주 및 자연에 대해 외적으로 관계하는 어떤 초월적 존재(창조주)를 말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것을 한 몸으로 포괄하는 유기적 전체 속에서 하느님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여성성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이제 전 우주 자연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몸, 곧 유기적 전체의 일부이며 따라서 하느님을 우주 내의 모든 사물들과의 고유한 내적 관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신학적 고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신이 전 우주의 몸성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로 귀결되는 바, 하느님이 '몸'을 사랑한다는 것은 기독교 내의 오랜 반자연적, 영육이원론의 전통에 비추어볼 때 획기적인 사실이라고 보여진다. 그렇기에 '몸성'에 대한 신의 사랑이란 구원 및 성취에 있어서 전 우주를 포함하는 통전적 지평을 제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우주적 지평 속에서 인간의 죄 역시 종래와 같은 하느님에 대한 의미거역적 태도(교만)에서가 아니라, 세계(우주)를 거부하는, 즉 세계의 일부로서 자신을 인정치 않는 태도를 총칭하게 된다.

다시말해 신의 몸으로서의 전 우주를 사랑하고 양육하고 보존함에 있어서 순간 순간 그 책임을 포기하는 인간의 모든 몸짓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 세계가 하느님의 몸이라는 사실은 인간이 전 우주를 당신(Thou)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전 자연의 성례전적 신비'로 이해해야 한다는 신학적 요청으로 다가온다.

맥페이그에게 있어 하느님은 우주 없이, 우주는 하느님 없이 생각할 수 있는 상황 속에 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신학의 으뜸 과제란 생태학적, 우주적 감수성에 적합한 새로운 언어로서 자기 발전적으로 계발시켜 나가려고 하는, 특히 여성 경험에 일차적으로 강조점을 두었던 그의 해석학적 원리 속에서 찾아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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