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마/당/16 - 현대 생태신학자들(9)

과정신학과 포스트모던의 사상가
D. 그리핀

         이 정배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장, 감신대 교수


그리핀(D. Griffin)은 미국내 감리교 학교인 클레아몬트 신학교에서 존 캅(J. Cobb)과 더불어 과정신학을 가르쳤으며 과정신학을 포스트모던적 영성과 관련하여 발전시켜가고 있는 창조적 사상가이다. 그의 이러한 학문적 방향성은 자연과학과 신학의 대화로, 그리고 포스트모던적 종교세계관을 새롭게 정초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를 생태학적 신학자로 칭하게 되는 이유는 자연에 대한 그의 이해가 유기체적일 뿐 아니라 새로운 애니미즘(Animism)을 근거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저서로는 'Spirituality and Society'(1988), 'Sacred Interconnections'(1990), 'God and Religion in the postmodern World(1989) 등이 있다.

그리핀의 생태학적 사유는 그의 과정신학적 토대 위에서 생겨난다. 그에 따르면 모든 물질들은 자신 속에 작용인과 목적인을 동시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한다. 외부에서 물질(개체)을 볼 때는 작용인으로 설명되지만 내부에서 볼 때 그것은 자체 내의 목적인에 의해 지속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물질은 외부에서 본 경우 물리적 존재이지만 내부에서 볼 때는 정신적이라는 사실이다. 바로 이것은 자연을 유기체로 이해하는 과정신학적 시각으로서 모든 개체는 인과율적 영향력에 대하여 언제든지 자기 결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음을 나타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개체의 내부에 있는 목적은 감각적으로 결코 지각되지 않으며 오히려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맺는 근본적인 양태로서 주어져 있다고 이해된다. 종교개혁 신학과 깊이 연루된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전체는 언제든지 부분의 합으로 정의되었으나 여기에서 부분의 특성은 전체의 역동성을 이해함으로써만 알려질 수 있다는 역전된 이해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즉 자연의 본성이 대상화된 물질로서가 아니라 유기체적이며 옴살스런 상호 관계성으로 이해되면서 어떤 물질도 그 자체로 독자적인 속성은 지닐 수 없으며 일체의 속성은 그 사물이 맺고 있는 제반 관계성에서 파생되어 나온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이처럼 비감각적인 지각으로서의 내부적 목적을 자연본성(새로운 애니미즘)으로 통찰하는 사유의 전이는 자연에게 창조성을 부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자연 자체가 죽어 있는 물질세계, 인간과 마주하는 대상적,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존의 자연이해에 따르면 자연 속에는 기본 골격(구조)이 있고  그러한 구조에 근거하여 자연과정이 수동적으로 란 오히려 과정이 능동적으로 활동을 펼치며 드러내는 한 규칙일 뿐이라고 말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스스로 짜짓기(Self -Orga nization)'의 원리에 의하여 생명과정이 역동적으로 진행될 때 생명은 정해진 규칙과 방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그리핀은 결정론으로부터 자유로운 신(神), 곧 세계를 끊임없이 창조해 나가는 신적 존재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상과 같은 자연에 대한 변화된 의식은 생태학적 세계관을 뒷받침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기독교라는 종교의 새로운 모형전환도 가능케 한다. 본래 세계관과 종교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아서 새로운 자연이해로부터 종교가 새롭게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희망이다. 바로 그리핀은 새롭게 구성된 종교가 생태학적 영성을 담지한 포스트모던적 기독교임을 우리에게 역설하고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