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마당/ 생태학적 신학자들 - 20

미국의 데이아르드 샤르뎅, 토마스 베리(Thomas Berry)

이정배 / 부설연구소 소장, 감신대 교수

토마스 베리는 미국내 카톨릭 신부로서 우주적 지평 하에서 신학을 전개하는 생태신학자이다. 스윔(B. Swimme)과 더불어 펴낸 '우주이야기 - 우주 펼쳐짐의 향연'(Harper Sanfransisco, 1992)는 그의 주저로서 우주 생태학적 사고의 핵심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한국 내에는 그의 생각이 널리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카톨릭 신학자들 간에는 대단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학자이다. 베리의 사유는 미국의 데이야르드 샤르뎅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닮아 있다. 그렇기에 샤르뎅의 우주적 사유를 가지고 토마스 베리 신부의 생태학적 신학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은 무엇보다 인간을 포함한 우주 자연은 고정되고 완성된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그 본질이 '생성'이란 사실을 기본 생각으로 한다. 생성의 빛에서 이들은 모두 교회와 세상, 종교와 과학, 그리고 신에 대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사랑 간의 일체의 분리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독교 전통이 말하는 계시의 하느님과 진보의 하느님, 상승의 종교인 기독교와 전진의 종교인 세속신앙, 초월신에 대한 믿음과 내재적 세계에 대한 신앙 간의 통합을 이루기 위하여 일생을 바쳤다는 사실이다. 성직자이자 과학자로서 성(聖)과 속(俗)의 분열, 인간과 자연의 분리 등에 의문을 품고 신의 영역(Le Milieu divin)이 어떤 특정 공간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전체세계와 우주가 신(神)의 영역이 되며 따라서 신에 대한 종교적 사랑과 세계에 대한 우주적 사랑의 하나됨을 확인하였던 것이다. 바로 떼이야르드 샤르뎅은 그의 책 '우주찬미(Hymne de l'Univers)'에서 그리고 토마스 베리는 '우주이야기'를 통해 온 우주가, 그 안의 모든 영역이 하느님의 몸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나름대로 밝혀 놓았다.

이들은 모두 우주의 기원을 하느님 창조의 계속된 과정으로 파악한다. 하느님 영(정신)을 물질의 내면이자 기초적인 '세계질료'로 가정한 그들은 이 영의 복잡화, 내면화 과정을 통해 우주의 출현, 생명의 출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신이 출현되었음을 주장한다. 여기서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사실은 물질과 정신이 우주 내에 각기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주 내에는 '정신으로 되어가는 물질만이 있다'라고 하는 점이다. 즉 물질과 정신을 하나로 보는 관점은 물질을 지배와 사유의 대상으로만 보았던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과는 맥을 전혀 달리하는 물활론적 세계관의 전형을 낳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별히 토마스 베리는 과학에 의해 새롭게 발견된 우주의 이야기를 역사의 새로운 모형으로 이해할 것을 주장하였다. 인간 중심의 역사 이해를 넘어서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태양계 안에서 지구의 의미, 그 신비한 양태를 설명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지구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축하하고 그 개별적 존재의미를 기쁨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실재(Reality)로 이해되었다. 수많은 동식물들, 꽃들, 들판의 이름모를 풀 한송이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한마디로 하느님의 향연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이 지구상에 출현하여 자리잡기까지는 수천 수억만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으며 그 기간 안에서 지구의 창조력이 발휘되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우주이야기'를 집필한 토마스 베리의 의도와 목적은 한가지이다. 그것은 우주이야기를 통해 인간공동체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지구 공동체 안에서 좀더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생명권(Biosphere) 내의 존재로서 인간의 자기규정을 새롭게 함에 있다. 이제 인류는 지구 내의 강과 바다와 산이 그리고 한 송이의 들꽃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 자연환경 속에서 펼쳐지는 무수한 생명현상을 보며 그것과 대화할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복음서의 예수께서 우리에게 들의 백합화와 공중 나는 새를 보라고 하신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지금 쓰여진 문자만을 읽고 그것이 가르키는 실재를 보지 못할까? 토마스 베리의 저서는 이러한 우리의 모순을 치유할 수 있는 위대한 생태학적 교과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