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마/당/17 - 현대 생태신학자들(10)

독일 최초 환경 목사
리드케 (G . Liedke )
이 정 배
부설 (사)한국교회환경연구소장, 감신대 교수

늦은 감이 있지만 생태학(?kologie)을 문자적으로 풀이하자면 Oikos(집)라는 단어와 Logos(학문)의 복합어로서 '집에 관한 학문', 즉 '삶의 공간에 대한 학문'을 의미하고 있다. 어떻게 모든 생명들이 삶의 터전으로서의 자연과 관계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생태학이라는 것이다. 독일신학은 오래 전부터 이 문제와 씨름해 왔고 독일 교회 내에 환경을 전담하는 목사를 두어 자신의 신학적 주제를 구체화시켜 나갔다.

바로 G. 리드케는 독일 최초의 환경 목사로서 신학과 자연과학을 두루 섭렵한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이다. 그의 책 '고기의 뱃속에서'(Im Bauch des Fisches)는 1797년에 출판된 것으로서 독일 신학계의 환경지표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독일 기독교인들은 기술문명으로 빚어진 현금의 자연파괴의 실상을 고기의 뱃속에 갇혀있는 절망적인 요나의 모습과 비유하고 있는데, 뱃속의 요나가 회개하였듯이 인간들도 사실적 종말의 위기 속에서 하느님과 자연에 대한 메타노니아, 회심을 요청받고 있다고 말한다. 현실은 절망이지만 그래도 인간의 회심 여하에 따라 희망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본 책은 생태학적 위기에 대한 요인 분석에 있어서 철저하다. 현대 인간은 주체에 대한 집착을 통하여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인간, 동료, 환경 그리고 우주의 전 관련성을 상실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신학 속에서도 흔적을 들어내는 바, 인간 삶을 자연이 아니고 오로지 역사로서만 이해하였고, 하느님의 창조주됨의 논술을 인간 실존이해의 틀 속에서만 이해하여 왔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생태학적 위기가 데카르트 식의 독아론적 사유에 근간이 된 주객이원성의 도식하에서, 구속사적, 인간중심적 역사 이해의 빛에서 자연에게 원초적 경험을 허용치 않았던 정통신학 사조로부터 연유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하여 리드케는 베스터만의 창세기 주석서(1972)에 근거하여 성서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에 관심한다. 그에 의하면 창조란 인간 삶의 근거이며 그것 없이는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창조 사건이 없다면 구원 사건 자체가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유일회적 구원행위보다 끊임없이 반복적이고 역동적인 축복행위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하느님은 자신의 피조물을 향해 끊임없이 축복을 베푸시며 그 축복 행위에 상응토록 인간을 이끄신다는 것이다. 神의 창조를 이스라엘의 역사 경험에 앞선 '원사건(Grundgeschehen)으로 이해하기에 리드케의 사유 속에서 자연 과학과 신학이 자연스럽게 함께 만나는 것도 흥미있는 부분이다. 주체로부터 독립된 객관적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대과학의 주장은 자연과 인간 세계가 상호 규정적인 작용 하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성서세계관과 결코 상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자연이해를 토대로 리드케는 환경 목사답게 인간과 자연간의 역전된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하여 빌립보서의 겸비의 기독론을 말한다. 하느님이 자신의 자리를 버리고 인간의 몸을 입었을 때 구원사건이 일어났듯이 인간의 자기 중심성, 인간우월주의가 해체될 때 비로소 전 우주와의 화해, 고통받는 피조물들의 구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간의 대립과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기독교적 상징으로 성육신 사상을 꼽는 리드케에게서 우리는 환경 목사의 권위와 사명을 인식하게 된다. 한국에도 이런 역할을 하는 환경 전문가 목사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