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속의 식물 (17)

조각목

최 영 전

  조각목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노예생활에서 해방시켜 출애굽한 후, 홍해를 건너 시내광야에 이르러서 여호와 하나님께로부터 예물로 드리라고 한 품목에 들어 있는 나무이다(출애굽기 25:5, 35:7). 아울러 이 나무는 성막(증거막)과 성막에 쓰는 기물을 만드는 재목으로 지목된 중요한 나무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나무를 신성한 나무라 하여, 일반 백성은 이것으로 가옥이나 기물들을 절대로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개역성경에 조각목으로 번역된 이 나무의 히브리명은 싯딤(Shittim)이다.  애굽, 아라비야, 이스라엘 남부에서 아카시아의 한 종(種)을 가리킨 이름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싯딤의 학명은 Acacia raddiana Savi이다.  조각목이 아니라 '아카시아나무' 인데, 중국에 아카시아나무와 흡사한 조각자나무가 있어서, 중국어 성경에 조협목으로 번역한 것을 우리도 그대로 옮겨 조각목으로 오역한 것이다.

싯딤을 공동번역 성경과 새번역 성경에서는 아카시아나무로 바르게 번역하고 있으며, 영어 성경이나 일본어 성경도 모두 아카시아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명일 때는 싯딤으로 그대로 옮기고 있어서 흥미가 있다. 이것은 아카시아나무가 생육하고 있는 것에 연관된 이름들이다.

학명의 속명(屬名) Acacia는, 그리스어의 Akis에서 유래된 것이다. 돌기(突起) 화살촉, 낚시 바늘의 걸고리 등을 뜻하는 말로서 아카시아나무의 가시를 의미하여 붙인 이름이라 한다.

아카시아나무는 콩과에 속한 낙엽교목이다. 높이 5∼8m로 자라며, 꽃은 황금색이다. 개화기는 봄과 늦여름, 두 번 꽃 핀다. 수분이 적은 황야에서 자라며, 그래서 제목은 나뭇결이 치밀하고 단단하며 아름다운 오렌지브라운색이다. 이 재목은 경고함 때문에 싯딤 우드(Shittim wood)라 하여 절대로 썩지 않는 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은 성막을 짓고, 성막 기물을 만드는 신성한 나무로 여기는 것처럼, 바벨론에서는 이슈탈의 신목으로서 이 나무를 생명력의 상징으로 삼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어머니신(神) 비이트에게 바친 나무였는데, 신 자신도 이 나무에 깃들어 있다고 했다 한다. 이집트에서는 영생의 상징으로 개무화과나무로 만든 미이라의 관을, 아카시아나무로 다시 덧씌워서 썼다는 것이다(썩지 않는다고 믿어서).

우리는 아카시아라 하면, 봄에 나비 같은 하얀 꽃이 피며 매우 향기롭고 꿀이 많은, 밀원식물인 개아카시아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진짜 아카시아나무가 아니라는 뜻에서 개아카시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진짜 아카시아는 우리나라로 근래에 도입되었으므로, 개아카시아를 아카시아로 부르며 통용하고 있다. 이 나무는 북미원산으로 1900년 초에 도입하여, 황폐지의 복구용 및 연료림으로 식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밀원식물의 대표적인 나무가 되었으며, 공해에 강하여 사방녹화용에 쓰이고 있다. 개아카시아의 재목도 강도가 뛰어나고 보존성이 높아서 널판재, 차량재, 목공예 등에 쓰인다. ('성서속의 식물', 아카데미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