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 9

비우면 살리라!

최  민  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 저자

내 건강법을 굳이 말하자면 ‘마이너스 건강법’이라고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을까, 어떤 것을 마실까 고민한다. 그리고 녹용·인삼 따위 보약을 찾는다. 아프면 영양가 높은 음식을 찾고 약을 먹으려 한다.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인가로 몸을 채우는 ‘플러스 건강법’의 입장에 서 있는 것 같다.

내 건강법은 비우는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먹지 않는다. 아침에는 물만 먹고 점심·저녁 두끼만 먹는다. 아프면 단식한다. 단식 중에는 생수와 약간의 염분, 감잎차 그리고 당분을 조금 섭취할 뿐이다. 2~3일 굶고 나면 웬만한 감기몸살은 뚝 떨어진다.

또한 주로 채식을 한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채식주의자라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남에게 그렇게 말한 적도 없다. ‘○○주의자’라는 말을 싫어하므로. 채식주의라는 말이 있기 전에도 우리는 잡곡밥에 나물, 채소, 된장찌개를 먹고 산 백성이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단식하고, 채소를 주로 먹는 것은 아니다. 그냥 채소가 좋고 굶는 것이 편해서 굶는다. 어려서부터 신김치 없인 밥을 안 먹었다고 하니, 그냥 습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비움’의 원칙은 내 생활 전체에 적용하고 싶은 원칙이다. 하긴 나는 별로 되고 싶은 것이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20년 넘게 ‘사회운동’이라는 단어와 함께 살아왔는데, 나는 시민운동이건 사회운동이건 운동하면서 사는 것이 ‘비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쉽지 않은 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한 삶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을 닦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길은 없을까.

생활 속에서 비움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을 비우고, 세상 속 경쟁에서 이겨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그리고 나의 습관을 사람들에게 퍼뜨리려고 애쓰고 있다. 사람들을 모아 단식도 함께 하고 가능하면 채식을 하도록 권하기도 한다. 공중파와 유선방송 등에서 건강강좌 특강을 하기도 했고, 민언련 사무실에서도 특강을 하고 있다.

아, 또 하나. 내겐 바람을 맞는 목욕법, 풍욕이 있다. 풍욕은 물 절약에 도움이 되고 몸을 상쾌하게 해주는 건강법이다. 추운 겨울날 창문을 열고 알몸이 되어 찬바람을 맞으면 온몸의 감각 하나하나가 되살아난다. 다시 만난 우리의 자연적 본성 앞에서 인간의 욕심과 이기는 얼마나 작고 초라한 것인가. 냉기 앞에 오돌오돌 떠는 인간 육신의 나약함을 깨닫고 눈을 들면 도(道)가 보인다('한겨레 21' 2002년 8월 13일자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