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①

  우리집 생명밥상운동

김병훈/나섬교회

지난 9월 중순 '우리집 생명밥상' 통장과 지침서를 받았다. 받아들고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키는 것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 가족은 쌀이나 음식물을 구입해서 먹는 일은 별로 없다. 고향이 섬마을에서 부모님이 손수 농사를 지으신 관계로 쌀과 김치며 각종 양념을 택배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아이들에게 쌀 한 톨에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정성이 깊이 담겨져 있으니까 감사히 먹고 남겨서는 안 된다고 교육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음식물을 남기거나 버리는 일은 거의 없다. 음식물 쓰레기는 과일을 먹지 않는 한 특별히 생기지는 않았다.

우리집 식생활 습관은 이렇다. 외식은 1년에 한두 번, 그리고 육류 섭취는 월 1회 정도, 반찬은 김치와 생선을 포함해 서너 가지, 아침에는 반 공기, 점식과 저녁에는 한 공기, 국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년 사시사철 늘 된장국이다. 우리 가족은 된장국을 끓여 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아이들이 다른 국이나 찌개를 찾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식후 설거지하는 데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 그렇지만 이번 기회에 평상시 생활 습관 중에서 반성할 만한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지키고 있는 것에 더 채찍질을 하여 살아보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했다. 5년 전의 일을 기억하면서.

지난 5년 전에 우리 가족은 두 군데로 나뉘어 살았다. 아내와 두 딸은 서해 먼바다 흑산도에서, 막내둥이 아들은 나와 광주에서 2년을 살았다. 그 때 나는 철저한 채식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두달 동안 한번도 버리지 않은 적이 있었다. 반찬은 큰 반찬통에서 작은 반찬통에 덜어다 먹고, 김치 국물은 비빔밥을 만들거나 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또 과일은 물에 담가 농약 성분을 뺀 다음 껍질째 깨끗이 먹음으로써 말이다. 그리고 밥솥은 먹을 밥을 다 그릇에 담고 남은 것은 밀폐용 그릇에 담아 두고 밥솥에는 물을 한 컵 정도 부어 밥솥을 덮어 불린 다음 깨끗이 먹어 치움으로써.

내가 아무리 그렇게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단체 생활 중에 반드시 배울 것은 있었다. 우리 교회에서 공동 식사 때에 밥상을 받아 감사히 먹고 마지막에는 자기 밥 접시와 국그릇을 식빵으로 깨끗이 씻어 먹은 것을 보고 우리 집에서도 실천해 보기로 했다. 물론 아이들이 밥알을 남기지는 않지만.

아침 시간, 아내가 출근을 하고 나는 아이들과 넷이서 밥상을 주님의 이름으로 감사히 받았다. 아내가 저녁에 사온 식빵을 빌미로 삼아 교회에서 공동식사 때 했던 일을 실천의 기회로 삼았다.

나와 아이들은 반공기의 밥을 담아 감사히 먹었다. 나는 밥그릇에 두 수저의 물을 이리저리 흔들어 불려 놓은 다음 된장국 그릇의 찌꺼기를 없애려고 내가 먼저 식빵으로 닦아 먹었다. 이것을 본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자기도 아빠처럼 한다고 깨끗이 닦아 먹으면서 참 맛있다고 했다. 아직 철부지 어린애라 아빠가 하는 일을 다 모방해보고 싶은 어린 생각으로 그랬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5,6학년인 두 딸은 머리가 커서 그런지 더러워 못 먹겠다고 했다. 그러면 교회에서 실천하는 생명밥상운동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은 된장국 그릇에 물을 담아 깨끗이 마시겠다고 했다. 그러면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자기들도 밥그릇의 물을 다시 된장국 그릇으로 옮겨 국그릇을 깨끗이 씻어 마셨다.

풍부의 시대를 넘어 과소비의 시대, 먹을 것이 넘쳐 다 버리고도 죄책감이란 조금도 없는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이러한 생명밥상운동을 잘 따라서 해 준 아이들이 참으로 고마웠다.

아이들은 이 운동에 참여하면서 자연에서 온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실천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는 것도.

얼마 전 5학년인 둘째 딸이 학교 근검절약 글쓰기에서 최우수상을 받아왔다. '하늘에서 준 소중한 선물'이란 제목으로 생명밥상운동을 전개하면서 물을 절약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와 세탁기 헹군물을 받아 재활용하는 우리 집 이야기를 썼던 것이 심사자의 눈에 들었던 모양이다.

수기②

문복임 / 송현샘교회

저는 송현샘교회에서 3년동안 부엌을 맡아온 사람입니다. 주로 공부방 아이들의 급식을 책임져 왔지요. 이번에 목사님으로부터 생명밥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고향 강화 산삼면 편모 2리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던 생각이 문득 떠올라 그 시절이 다시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몇 자 적습니다. 그 시절은 무나 배추를 흙에 묻은 채로 먹고 자랐지만 감기도 모르고 건강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먹고 사는데도 병원에 자주 가고, 이름모를 병으로 아프기도 하지요.

생활이 좋아지면서 가공식품이나 먹으니 몸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고, 집에서 정성껏 준비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외식을 자주 하니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집에서 한 밥은 고스란히 남게 되고, 하루가 지나면 버리게 되고, 그 버린 음식물 쓰레기는 너무 많아 아깝고, 옛날보다 공기까지 좋지 않으니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번에 한달동안 생명밥상통장에 매일매일 기록하면서 밥상을 차릴 때마다 교회 식구들 모두의 건강을 빌었습니다. 인공조미료도 없애고 새우, 멸치, 다시마를 분쇄기에 갈아 가루를 병에 넣었고, 조갯살은 조금씩 덜어 냉동실에 얼려서 국을 끓일 때 씁니다. 음식물 쓰레기분리는 오래 전부터 해왔고, 이번엔 먹을 만큼 접시에 음식을 담았기에 버리는 쓰레기양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접시의 모든 반찬을 다 먹어야 했기 때문에 편식을 하지 않게 되어 더 튼튼해질 것 같아 기쁩니다. 인공조미료보다 돈도 더 들고 수고스럽지만 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닙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제가 하는 일이 교회사람들, 공부방 아이들의 건강을 좀 더 책임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면서 좋은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