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 8

맹장은 꼭 필요한 장기다
 임 낙 경

인체 조직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왜 인간이 백 년 밖에 못 사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 구약시대에 7, 8백 년씩 살았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체는 섬세하고 강하고 과학적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근래에는 맹장도 사마귀 떼어 내듯이 막 떼어 낸다. 서양에서는 출산과 동시에 맹장을 떼어 낸다고 하고, 우리도 맹장이 좀 아프다 하면 병원에서 쉽게 떼 준다. 연필 굵기보다 가늘고 5㎝도 안 되는 이 주머니는 백혈구 주머니다. 가령 신장이 안 좋은 사람이 자극이 강한 음식을 먹으면, 그것을 다 걸러 내야 하니 신장이 힘들어한다. 이 때 맹장에 있는 백혈구가 나와서 도와주는데 백혈구가 모자라면 맹장이 아파온다. 이것은 백혈구가 모자라거나 없다는 신호다. 이렇게 맹장이 시달리다가 염증이 생긴 것이 맹장염이다.

이 상태에서 오장을 생각지 않고 음식을 마구 먹어 맹장이 급히 망가지면 급성맹장염이라 하고, 꾸준히 강한 음식을 먹어 백혈구가 서서히 죽어 가면 만성맹장염이라 한다. 즉 맹장은 오장부대에 보충대 역할을 한다.

  손가락이 곪으면 겨드랑이에 가레덧이 나고 발가락을 다치면 오금에 가레덧이 난다. 백혈구 주머니에 보충병이 없다는 거다. 피가 깨끗해서 강한 사람은 손가락이 곪아도 겨드랑이 가레덧이 생기지 않는다. 염증이 늘 붙어 있는 사람은 환부에 약을 바를 것이 아니라 엽록소, 살아 있는 효소, 효모, 물을 많이 먹어 피를 튼튼하게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겠다.

오장이 건강한 사람은 맹장염에 걸리지 않는다. 어느 한 가지의 기능이 나빠진 후에 맹장에 병이 온다. 가끔씩 맹장이 아프면 오장 중에 나빠진 곳이 있다는 증거이다. 맹장이 없는 사람은 보충병이 없고 관측소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남 고흥의 어느 목사 사모님이 새벽에 전화를 했다. 맹장염이라고 했다. 빨리 오장 가운데 이상 있는 곳을 이야기하라고 하니, '저 장 튼튼해요' 한다. 전화 끊고 다시 연락하라니 조금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발바닥에 열이 많아 한약을 먹는데 한약에 부자가 많이 들어가 배탈이 3일간 났다는 것이다. 긴급 처방으로 녹두죽을 먹으라고 했다. 녹두는 해독제로 좋은데, 한가지 나쁜 점은 보약 성분도 중화시킨다. 한약이고 양약이고 녹두를 먹으면 약 효과가 없어진다. 녹두를 먹어 맹장 수술 위기는 면했으나 발바닥의 열은 못 고쳤다.

우리 집에 건강한 청년이 있었는데 갑자기 맹장이 아프다고 배를 움켜쥔다. 찬찬히 원인을 찾아보니 발병하기 전날 고추장을 듬뿍 넣은 비빔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맹장 아픈 거하고 비빔밥 먹는 것하고 무슨 관계냐 하면, 이 친구가 음식을 맵게 먹어 신장이 안 좋았는데 갑자기 자극성이 강한 음식이 한꺼번에 들어오니 위에 무리를 주게 되고 그래서 맹장주머니에 있는 백혈구가 나가서 도와 주어야 하는데 도와줄 병력이 모자라 맹장이 쪼이면서 아팠던 것이다. 이럴 때는 목욕을 하면서 땀을 빼고 물을 먹어 오줌으로 매운 성분을 빼내서 신장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한 사람은 아무 데도 이상이 없는데 맹장염이 걸린 것이다. 내가 보아도 아무 이상이 없고 건강하다. 너무 건강하다 보니 일할 때 배가 고플 정도로 일을 하고는 한 번에 밥을 서너 그릇씩 먹는 것이다. 위장에는 갑자기 많이 먹는 것도 병이 된다. 이 때도 맹장은 갑자기 역할을 하여서 맹장이 부은 것이다. 끄니를 잇는다는 것은 끊었다, 이었다 하는 것이 끄니이다. 이 사람은 끄니를 잘못 이었기 때문에 오장의 청지기인 맹장께서 노하셨던 것이다.

  70년대 전투경찰이 있었다. 이들은 끼어 들 곳이거나 아니거나 구별 않고 끼어 든다. 학생들과 학교장이 등록금 문제로 싸우면 이것은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할 일인데 전경들이 끼어 든다. 회사에서 종업원은 '임금 인상해라', 사장은 '안 된다'고 싸우면 전경이 바가지 쓰고 끼어 든다. 농민들이 쌀값 싸다고 '인상 시키라'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의사당으로 가려고 하면, 전경은 바가지 쓰고 끼어 든다. 어떻게 보면 고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밉기도 하다.

맹장 역시 마찬가지다. 맵게 먹어 콩팥이 고생하느냐, 내가 나서겠다. 한약 많이 먹어 배탈났느냐, 내가 붓겠다. 많이 먹어 부담되느냐, 내가 나누어 고생하련다. 체하여서 고생하시느냐, 내가 대신 고생하겠다. 전경은 끼어 들 곳이나 안 끼어 들 곳이나 끼어 드는데, 맹장은 그래도 오장 중 폐장, 간장, 심장은 제외하고 위, 장, 신장에 이상이 있을 시에만 고생을 먼저 부담하고 희생한다. 맹장을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음식을 순하게 먹고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돌파리 잔소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