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전망에서 성서읽기 15

에스겔

노영상 / 본회 집행위원, 장신대 교수

에스겔서 1장에 네 생물이 나타난다. 그것은 그룹으로 칭하여지는 것으로 일종의 천사를 의미한다. 그 네 생물의 얼굴은 사람, 사자, 독수리, 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사자는 야생동물을 대표하며, 독수리는 하늘을 나는 조류의 대표격이고, 황소는 가축의 대표라 할 수 있다. 에스겔서는 하나님 주변의 모습에서 동물들의 상징을 그려내고 있다. 동물들은 하나님의 영광과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며, 하나님의 영광에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까이 있는 존재들임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에스겔서는 자연친화적 그림을 통하여 시작되고 있다.

에스겔 47장은 새 예루살렘의 새 성전 모습을 묘사한다. 새 성전 묘사 중 중요한 부분은, 그 곳에서 생명의 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는 구절이다. 그 물이 흘러가는 모든 곳의 생물들이 다시 살게 되며, 죽은 바다가 다시 소생하게 되고, 강 양쪽으로는 과일나무들이 풍성한 수확을 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 강물은 성소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으로, 그 강물에 의해 맺혀진 과일들을 사람들이 먹고, 그 잎은 병을 고치는 약재로 쓰여질 것이라고 47장은 말한다.

에스겔서는 오늘의 인간들의 생명의 질이 물의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언급하는 것이다. 물이 죽으면 모든 생물들이 고통을 당하게 되며, 물이 다시 살아날 때 주변의 생명체들도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많은 나라들이 물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적은 수량으로 국민의 마른 목을 축이기 어렵게 된 나라들도 많다. 국민들이 더러운 강물을 먹으면서, 많은 질병에 걸려 괴로움을 당하는 곳들도 있다.

수자원의 관리는 국가의 국방이나 재정 경영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한 계절에 집중하여 비가 오는 나라에선, 알맞게 댐을 설치하여 물을 가두어 주고 나머지 계절들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 생각한다. 양질의 수돗물을 제공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문제와 직결된다. 강들의 오염을 막으며, 깨끗한 수원지를 개발하고, 물을 정확히 정수함과 동시 좋은 수도관을 통하여 양질의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공장폐수, 농가들에서 나오는 폐수, 일반 가정에서 방출되는 폐수 등에 의해 우리의 물은 생명체들이 살 수 없는 물로 변해가고 있다. 물을 살리는 것이 많은 생명체들을 살리는 길인 것이다.

에스겔서는 하나님의 심판의 모습을 생태학적인 재난을 통해 곳곳에서 설명하고 있다. 땅이 황무하게 되고, 기근과 굶주림이 생기며, 전염병이 창궐하고, 하나님의 분노가 땅에 쏟아져 사람과 짐승들이 피투성이가 될 것임을 말한다. 물론 하나님의 심판은 이러한 생태학적인 심판만이 있는 것은 아니며, 전쟁과 칼에 의한 심판도 포함되는 것임을 언급한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심판은 자연을 통해 드러나게 될 때가 많다. 홍수와 가뭄, 지진 등의 자연을 통한 재해들을 하나님의 심판의 손길이 숨어 있는 곳으로, 그런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는 우리 국가의 잘못과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다시 반성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에스겔서는 자연을 통한 하나님의 심판 모습을 묘사함과 동시에, 자연에 내리는 하나님의 축복에 대해서 설명한다. 34장 25절 이하에서 하나님은 해로운 짐승들이 물러갈 것이며, 산 사방에 복을 내려 줄 것이고, 때에 따라 비가 올 것이고, 들의 나무가 열매를 맺고 땅은 그 소산을 내어줄 것이며, 기름진 옥토가 될 것이고, 다시는 흉년으로 몰살되지 않을 것임을 이스라엘 백성들과 약속하고 계신다.

하나님의 심판이 자연을 통해 내리듯, 하나님의 축복도 자연을 통해 임하게 된다. 오늘 세계를 살펴보면 좋은 자연환경에서 사는 민족들이 있고,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사는 민족들도 있다.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사는 민족들이 그렇게 된 것은 그들의 죄악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오늘의 문제는 각 민족의 자체의 잘못에 있는 것이라기보다, 힘이 강한 나라들이 좋은 땅을 차지하고 자기만이 그 땅을 누리고 살려는 데에 있는 것이다. 오늘의 세계에 불합리한 많은 일들이 있지만, 국경을 정해 놓고 서로 이전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국제적인 모순 가운데 하나이다. 자연은 하나님께서 인류 모두에게 주신 선물로 한 민족이나 개인이 그것의 혜택을 독점하려 해서는 안 된다. 많은 자연혜택을 받는 나라들은 언제나 그렇지 못한 나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