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불 어 생 각

물의 해, 물의 날을 맞으며…
유미호 / 본회 기획실장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사람의 몸은 70%, 어류는 80%, 그밖에 물 속의 미생물은 약 95%가 물이다. 또 물은 모든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토양을 만드는 힘이 되어주며, 하늘과 땅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지구상의 기후를 좌우한다.

유엔은 지난 1992년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한 데 이어, 2003년 올해를 '깨끗한 물의 해(International Year of Fresh Water)'로 선포하였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사해(死海)의 수위가 10m 이상 내려가는 등 세계적으로 물 기근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매년 300만 명 이상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해 수인성 전염병으로 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상의 물은 대기와 강, 바다를 오가며 순환을 계속하는데 어째서 물기근을 걱정해야 할까? 이유인즉 기상이변으로 그 순환이 지구전체에 골고루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인구증가와 각종 개발, 환경오염으로 인한 식수원 오염도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유엔이 세계 각국의 물 부존량과 인구 일인당 물 소비량을 토대로 물기근 국가와 물부족 국가군을 분류한 데 따르면, 우리 나라는 물부족 국가에 속한다. 본래 이 땅은 금수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맑고 맛좋은 물을 풍성히 허락받았다. 축복받은 이 땅이 이렇게 된 것은 물을 쓰면서도 귀하고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 없이 너무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해왔기 때문이다. 9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388리터로 일본(357리터), 영국(323리터), 프랑스(281리터) 등 물 풍요국들의 물 소비수준을 앞지르고 있다. 결국 물의 낭비와 남용이 물 부족을 우려케 하고 수질오염을 유발시킨 것이며, 하나님께 받은 축복을 망가트린 것이다.

이를 더 안타깝게 하는 것은 정부가 이러한 소비 추세에 맞추고자 대량의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대형댐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부터 15년간 공업용수 재활용, 중수도체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16%의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물 사용량은 오히려 20%나 감소했다.

우리는 최고의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가장 원시적인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맑은 물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 가까운 데 좋은 물을 더럽혀놓고 먼 데 물을 사먹는 사람들. 이 모두가 자기 코앞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한치 앞도 못보는 어리석음의 결과다.

특히 기독인들과 교회는 물 오염을 비롯한 환경파괴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 물의 오염은 곧 그리스도의 지체인 우리의 몸을 더럽히는 행위이며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과 우리 민족을 극진히 사랑하사 이처럼 훌륭한 자연과 물을 지어주시고 우리에게 맡기신 청지기의 소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죄를 고백해야 한다. 이제라도 할 일을 하자. 물을 아껴쓰자. 양변기 물통에 물담은 쥬스병을 넣자. 세수한 물로 발 씻고 발 씻은 물로 걸레 빨고 그 물도 화단에 주는 수고를 아끼지 말자. 음식물을 하수구에 버리는 일은 이제 그만. 우리 교회 곁에 실개천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가꾸자. 공장들이 악성폐수를 그냥 흘려 보내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말자. 현대의 착한 사마리아인은 이같은 범죄행위에 대해 눈감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하나님이 주신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소중한 자원인 물을 살리는 길이며, 망가진 축복을 되찾는 길이다(기독교세계 2월호에 게재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