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마당/ 생태학적 신학자들 - 21

「핵시대의 하느님」의 저자,

 카우프만(G. Kaufman)
이정배 / 부설연구소 소장, 감신대 교수

G. 카우프만은 근대의 이분법적 사유구조로 인해 생겨난 근본문제들, 특히 생태계의 파괴와 핵 위협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신학적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하버드대학교 신학부 교수이다. 물론 지금은 은퇴한 노학자이지만 그가 남긴 책들'The Theological Imagination(1981)', 'Theology for a Nuclear Age

(1985)', 'In Face of Mystery (1993)'은 이전에 소개한 여성생태신학자 셀리 멕페이그 등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어로 소개된 그의 책으로는 '신학방법론'이 있다.

카우프만은 우선적으로 오늘의 인류가 '핵'의 위협 속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핵이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반신학적임을 천명한다.

첫째, 핵은 창조주 하느님을 대적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노아 홍수 이래로 인류를 멸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핵은 하느님이 할 수 없는 일, 곧 전 인류 및 하나 밖에 없는 생명공간을 파멸로 이끌 만큼 전능한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지구가 유일한 생명공간인 것은 7개 층으로 쌓여 있는 오존층이 우주로부터의 방사선 물질을 막아 주기 때문인데, 하느님의 창조질서가 원천적으로 금하고 있는 방사능 물질을 인간이 만들어낸다고 하는 것은 창조주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 핵은 반 그리스도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믿는 바 예수그리스도는 이 땅의 약자들,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위하여 이땅에 오신 분이다. 그러나 핵을 만들기 위해서 부자나라들은 약소 국가들을 지속적으로 수탈할 수밖에 없고 한 국가 내에서도 약자, 어린이, 여성들에게 쓰여져야 할 예산이 핵 생산을 위해 지출됨으로 약자를 계속해서 약자로 머물게 하기 때문이다.

셋째, 핵은 그 자체로 성령의 역사와 반대된다. 성서 증언에 성령은 탄식하는 자를 위로하시고 삶에 용기를 주시는 분이다. 그러나 지구공간을 14번씩이나 파멸시킬 만한 핵을 보유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는 인류의 미래를 어둡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위로를 주시는 성령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핵은 그렇기에 그 유용성 문제를 떠나 악마적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핵 위기시대에서 카우프만은 '하느님 개념'이 이런 현실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재구성되어야할 것을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신학은 무엇보다 '하느님 개념'을 문제삼는 학문이다. 하느님이란 지금껏 인류 역사 속에서 인간 삶의 방향성을 지시해준 분으로써, 인간 삶의 근거와 준거들이 되는 신학의 핵심 담론이란 사실이다. 따라서 핵위기 시대에서 신( )이 여전히 인류의 생명역사적 진화과정의 절대적 의미가 되려면 신학은 다음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진리 신학은 오늘의 인간이 직면하는 현실세계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해야한다. 다시말해 신학은 신( )이 창조한 이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수많은 학문분야들의 지식에 무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리학, 생물학, 사회학 그리고 인류학 등 이 세계의 실상을 알려주는 무수한 지식의 도움없이 신학은 자신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독교 전통 속에서 지속적으로 힘을 행사해온 궁극적 실재로서의 하느님을 세계에 대한 제 학문들의 연구결과에 노출시켜 비판적 성찰을 해야 한다. 하느님을 문제삼는 신학은 하느님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세계에 대한 제 학문들의 논의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과정을 통하여 신학은 이 세계를 경험적, 현상학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신학적으로 파악하는 구성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바로 핵위기 시대 속에서 우리가 카우프만으로부터 배우는 바는 하느님 담론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고 세계 자체가 해명될 수 있는 사실이나, 이러한 신학적 연명 이면에는 인간 생명이 우주사적 맥락 속에 있다는 확신이 자리하고 있다.

종래의 신학이 하느님과 세계를 이원론적이며 비대칭적으로 이해하였다면 우리의 현실세계는 우주적 진화 및 인간원리(anthropic principle)를 말함으로써 비대칭적 이원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간이 자기 자신과 우주 생명을 파괴할 능력(핵)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우프만은 생태학적 질서와 일치되는 하느님 개념을 구성하고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야만 하느님이 여전히 지속적으로 인간과 우주의 삶을 정향시킬 수 있는 지탱가능한 상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