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속의 식물 (15)


최영전

쑥이라 하면 우리는 우선 쑥떡을 떠올린다. 그리고, 봄에 돋아나는 새싹을 뜯어다가 '애탕국'을 끓여먹고 기운을 돋우는, 향기롭고 맛있는 봄나물로 인식되어져 있다.

쑥은 약 성분이 있어, 코피가 날 때에 말려 둔 약쑥을 비벼서 콧구멍을 막아 피를 멎게 할 수 있다. 또한, 뜸을 뜰 때, 모기를 쫓을 때 역시 쑥을 사용하곤 하였다.

그런데 성경에 쑥은 저주받은 식물로서, 고난과 징벌의 쓴잔을 상징하고 있어서, 성경을 읽을 때에 어리둥절하게 된다. 이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쓴맛이 나는 식물은 모두 독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러한 비유가 생겨나게 되었다.

쑥은 북반구의 건조지대에 약 250종이나 분포되어 있다. 그 중에는 우리가 즐겨 먹는 단쑥(식용)도 있고, 성경에 나오는 맛이 소태처럼 쓴 쑥도 있다. 우리 나라에는 성경에 나오는 쓴 쑥은 없다. 성경의 쑥은, 중동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쓴 쑥으로, 이 쑥이 맛이 어찌나 쓴지, 아무리 풀이 모자라 먹을 것이 없어도, 양이나 염소가 절대로 이 쑥만은 뜯어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쓴 쑥은 뱀이 아담과 하와를 유혹했던 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때, 뱀이 지나간 자리에서 돋아난 풀이라고 하여 저주받은 식물로 여겼다 한다.

성경에서는 쑥을 어떻게 표현했나 살펴보자. 예레미야 9:15에는 하나님의 법을 버리고 우상숭배로 바알을 좇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쑥을 먹이고, 독한 물을 마시우고…"로, '징벌의 도구'로 사용하여 '죽음이나 멸망'을 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신명기 29:18에서 우상숭배의 결과는 '독초와 쑥의 뿌리가 생긴다'고, 에레미야 애가 3:19에는 '내 고초와 재난, 곧 쑥과 담즙을 기억하소서'라 하여 '견딜 수 없는 고난'을 쓴 쑥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쓴 쑥의 결정적인 의미는, 요한계시록 8:10-11에서 찾을 수 있다. 최후 심판예고의 "셋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횃불같이 타는 큰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강들의 삼분의 일과 여러 물샘에 떨어지니 이 별 이름은 '쑥'이라 물들의 삼분의 일이 '쑥'이 되매 그 물들이 쓰게 됨을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더라"에서, '쑥'은 '쓴 쑥'으로서 러시아어로 '체르노빌'이라 한다고 하니,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사고를 예언한 것 같아서 믿는 자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구 소련 식물학자의 말에 의하면, 체르노빌이라는 쑥은 쓴 쑥 종류인데, '더 큰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에 오염된 강과 물, 식물들을 먹지 못한 것을 상기한다.

또한, '압산(Absinthe)'이라는 쓴 쑥은 세계에서 가장 알콜 도수가 높은(70도) '압산주'를 만드는 원료이기도 하다. 19세기말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대 유행을 했었으나, 프랑스는, 이 술이 처음에는 활동을 왕성하게 하나, 습관이 되면 감각을 마비시키고, 환각 등의 정신적 장애를 가져오는 세기말적인 음료라는 것을 깨닫고, 1915년에 법으로 제조를 금지시키기에 이르렀다.

압산주(쓴 쑥술)에서도 성경의 암시를 보게 된다. 죄악의 유혹은 처음은 달콤하나 나중에는 죽음이라는 멸망으로 끝나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도 같은 궤도를 달리고 있는지, 쑥이 시사하는 바에 숙연해진다. 쓴 쑥은 그 양이 적을 때에 강장해열재(强壯解熱劑)가 된다('성서속의 식물', 아카데미서적).

민들레이야기
토종 민들레와 서양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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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에 코끝이 따뜻해질 때쯤이면, 수줍은 노란 민들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도시 주변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민들레가 바로 '서양민들레'라고 한다. 흔하디 흔하던
'토종 민들레'가 수십년 전에 들어온 서양민들레에게 밀려나 이제는 희귀식물에 속할 정도이다.

서양민들레가 번창하는 것은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 받이를 해 주어야 씨를 맺는 우리 민들레와는 달리, 외래종은 자기 꽃으로 꽃가루 받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꽃받침을 보면 토종민들레와 서양 민들레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토종 민들레는 꽃받침이 꽃을 받치고 있는 반면, 서양 민들레는 꽃받침이 뒤로 젖혀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