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 6

장(腸)
임낙경

음식을 삼킬 때는 침이 섞여 넘어가야 소화가 잘 된다. 음식을 오래 씹으라는 것은 침을 많이 섞어 먹으라는 것이다. 음식을 남기려면 숟가락 대기 전에 먼저 덜어 놓고 먹으라고 함은 침이 묻은 음식은 빨리 쉬기 때문이다. 침 중에도 군침은 일반 소화액보다 10배나 소화력이 강하다. 배고프면 군침이 도는데, 이때 음식을 먹으면 체하지 않고 소화가 잘 된다.

기분이 좋아야 군침이 돈다. 항상 기뻐하면 군침이 나고 병이 없다. 바보들이 군침을 많이 흘리는데, 죽을 먹다 보면 다 먹기도 전에 숟가락에 묻은 군침 때문에 죽이 물이 돼 버린다. 반대로 기분이 나쁘고, 당황하고, 성질 내고, 신경 쓰면 입에 침이 마른다고 한다. 이 때 음식을 먹으면 직통으로 체하게 돼 있다.

똑같은 침이지만 즐거울 때 나온 침은 독을 이기는 해독제의 역할도 한다. 벌레 물린 데에 침을 바르면 해독제 역할을 하지만, 성질날 때 나온 침은 오히려 독이 된다. 미워할 때 나온 침은 전염병을 옮기고 얼굴에 뱉으면 버짐이 생기지만, 사랑할 때 나온 침은 소독이 된다.

옛날에 종기나 상처가 병원 가도 낫지 않으면 입으로 빨아 줬다. 폐병 든 어머니가 입으로 음식을 씹었다가 아이에게 주어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면, 사랑하기 때문에 전염되지 않는다. 내가 폐결핵 환자들과 15년을 같이 살았어도 전염되지 않은 것은 사랑을 많이 받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입 벌리기 전에 침을 묻혀 상처난 곳이나 피부병에 바르면 좋다. 예수님은 침에다 진흙을 개어서 소경의 눈에 발라 눈을 뜨게도 했다.

그 다음 소화액으로 위산이 있다. 위에서는 위산이 나와 소화를 맡는다. 위산은 칼슘을 소화시킨다. 가시나 뼈를 녹이는 역할을 한다. 십이지장으로 가서는 쓸개가 쓸개 액을 뿜어서 마지막을 편하게 한다. 쓸개 액은 지방질을 소화시킨다. 지방질을 소화시키지 못하면 장이 맡아야 하는데, 장마저 맡지 못하면 배탈이 나게 되는 것이다. 우유나 고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것은 그 아이들이 쓸개 액이 부족해서다. 아무리 쫓아다니면서 먹여도, 먹고 나면 배가 아프기에 싫어하는 것이다.

쓸개 액이 지방질을 소화시키지 못하면 간이 맡아야 한다. 이렇게 해서 지방질이 간에 끼면 지방간이 된다. 수술을 해서 간에 낀 지방질을 걷어내도 쓸개 액이 부족하면 역시 다시 간에 붙게 된다. 닭을 여러 마리 잡았는데 한 마리가 간에 콩알 만한 지방덩이가 두 개 박혀 있다. 물론 간 전체가 기름을 머금고 몸에도 기름이 덩이져 있다. 이것을 지방간이라 하던가? 그리고도 분해를 못 시키면 콩팥이 맡아야 한다. 그래서 배가 나오면 콩팥 주위의 아랫배부터 부푼다.

비만인 사람이 늘 피곤한 것은 지방질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특히 지방간일 때 더 몸이 무겁고 피로를 자주 느낀다. 피로회복제로 먹는 쓸기담이나 우루사가 짐승의 쓸개인데, 간의 지방질을 분해해주기 때문에 피로가 잠시 풀린다. 지방질 분해에 좋은 음식으로 식초, 신김치, 생된장, 메밀 등이 있다.

쓸개 액은 달거나 신 음식으로는 만들 수 없고, 쓴 음식이 만들기 마련이다. 유대인들은 정월 14일부터 21일까지 보름 동안 쓴 나물을 먹는다. 쓴 나물을 뜯어먹어 왔던 우리 조상들의 섭생법도 그러하거니와, 모세가 출애굽할 때도 배탈이 날까 봐 국민들에게 무교병과 쓴 나물을 먹게 한 지혜도 대단하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해방절에 쓴 나물을 먹는다. 평소에 쓴 음식을 자주 먹으면, 쓸개 액이 많아 배탈도 안나거니와 장이 원활히 움직이니 변비에도 좋다. 배탈이 나면 설사약을 먹는데, 그 약이 쓰다. 설사약보다는 쓴 나물(쑥은 쉽게 구할 수 있고, 많이 먹어도 탈이 없음)이 좋고, 그보다는 짐승 쓸개가 더 좋다. 또 대장에는 대장균이 있어야 하는데, 유익균만이 아니라 유해균과 함께 있어야 한다. 대장, 소장이 편해야 전 부대가 편하다(임낙경의 '돌파리 잔소리'에서 옮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