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패스트푸드, 차라리 한끼를 굶기자
유미호/ 본회 기획실장

현대인들은 언뜻 보기에 음식의 풍요를 누리고 산다. 없어서 못 먹던 시대는 옛말이 되었고, 안 먹어거나 너무 먹어서 걱정인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음식의 양과 가짓 수가 늘어난 만큼 우리 음식의 질도 높아졌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햄버거와 피자, 라면, 소시지와 햄, 감자튀김, 프라이드치킨 ….

요즘 아이들이 즐겨 먹는 음식인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들을 보자. 최근 감자튀김에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미드가 다량 함유된 것이 확인됐고, 패스트푸드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 음식에 함유된 지방과 인공적으로 첨가된 화학물질은 비만과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 71년 일본에 맥도날드가 들어간 지 10년이 되었을 때 판매량은 2배가 되었고, 이를 따라 어린 아이들의 비만율도 2배나 증가했다. 또 이들 음식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이 거의 없다. 그래서 정크푸드(Junk Food), 쓰레기음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요즘 유치원생 10명중 1명이 빈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이 패스트푸드를 즐겨먹으면서 철분 성분이 다량 함유된 녹황색 야채의 섭취를 기피하는 데다 첨가된 인공조미료 등이 철분 흡수를 막아 빈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철분이 부족한 아이는 쉽게 흥분하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운동 및 지능 발달이 나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얼마전 우리나라의 한 환경단체가 장난감을 미끼로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는 맥도날드의 '해피밀'을 올해의 나쁜 광고상으로 뽑았다. 한편 뉴질랜드 정부는 어린이들을 겨냥한 햄버거, 청량음료 등의 패스트푸드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적절치 못한 식품과 음료로 수십억 달러가 낭비될 뿐 아니라 성인의 절반이 비만인데다 이제는 어린이들에게까지 비만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우리 몸을 해치는 것을 넘어 살아있는 생명들의 터전인 지구 환경을 파괴한다. 일례로 태평양 연안 미 북서부 지역의 대농장들은 프렌치 프라이를 위한 균일한 감자를 만들려고 막대한 양의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또 제품화되지 않은 엄청난 양의 감자가 가축사료나 비료로 사용되는데, 이는 심각한 지하수오염을 일으킨다. 또 포장종이의 생산에 따른 산림 황폐화, 폴리스티렌과 기타 포장재료에 의한 폐해, 대규모 육우 사육에 소요되는 막대한 물량의 사료, 먼 거리 이동에 의한 에너지 사용 등은 지구가 지탱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간 새들의 노래가 멎고, 병아리가 부화되지 않으며, 나무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우리 앞에 다가설 날도 멀지 않다. 그날엔 우리 아이들도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기 참으로 힘겨워질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 신중해지자. 선택할 때는 더욱 더 깐깐해지자. 아이들이 찾더라도 문제를 알리고 차라리 한 끼를 굶겨보자. 그리고 아이들 입맛에서 멀어지고 있는 자연식과 전통음식을 되살려보자. 깨끗하고 생산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재료를 구해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자. 그러면 아이들은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고 세상의 밥으로 오신 주님 앞에 겸손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책속의 삶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스코트 새비지 편저/ 김연수 역 / 나무심는사람)

'적게 소유하고 많이 존재하는' 삶. 이 책의 저자는 전원 플러그를 뽑는 대신
자연과 자신의 생명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삶의 방식을 택했다. 이들의 메시지는 낮고 조용하지만 동시에 사려깊다. 이 책은 '플레인(The Plain)'이라는 잡지에 실렸던 글들인데, '플레인'은 스스로를 러다이트(기계혐오자)라 부르기를 주저않는 사람과 그의 가족이 미국의 궁벽한 시골에서 타자를 쳐, 손으로 찍어내는 잡지다.

Tv나 인터넷에 소개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면서, 되도록 천천히, 그리고 조용한 방식으로 일하기 위해 컴퓨터 대신 사람의 손을 이용하고 있다.이를 취재했던 '뉴욕타임스' 기자가 신문사를 그만 두고, 시골의 농사꾼으로 변신한 이야기는 이 잡지를 통해 새로운 삶을 발견한 숱한 사람들에 관련된 일화 중 하나일 뿐이다. 겉보기엔 초라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현재 그 어떤 간행물이나 미디어도 갖지 못하는 정신적, 도덕적 권위를 누리고 있는 잡지 '플레인'. 이 잡지의 정신은 이 책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글은 모두가 경험 속에서 나온 것이기에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강하게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