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생각(선언문) 후손 앞에 떳떳한 생명윤리법 제정 촉구를 위한 시민선언 지난해 12월 말,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된 바 있었지만 '이브'라는 이름의 복제인간이 클로나이드 사의 기술진에 의해 출생했다고 세계가 떠들썩하다. 성경의 창세기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며 우주인과 과학기술을 맹종하는 신흥종교집단 '라엘리언 무브먼트'가 창업한 클로나이드 사는 아직도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세계 과학계는 이브의 복제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교세 확장을 위한 광신도집단의 황당한 '사기극'으로 일축할 수는 없다. 윤리적 고려가 상대적으로 약한 동물연구로 확보한 기술을 인간에게 함부로 적용하는 비윤리적 현실을 직면한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한국이 두 번째의 복제아기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의 하나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엄격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낙태가 거의 자유로운 마당에 인간의 복제를 방지할만한 어떠한 법과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윤리의식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한국에 이를 규제할 제도조차 없으니,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98년부터 시민·종교단체들은 생명공학의 비윤리성을 우려하며 생명윤리를 담보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제정을 촉구해왔고 다행스럽게 국회와 정부 당국은 최근 관련법안을 마련하려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생명윤리는 복제인간을 제한하는 데 그칠 수 없다. 연구결과 뿐 아니라 기획과정에서 윤리적 검토를 포함하여 사회적·경제적·환경적 파장을 두루 살펴야 한다. 따라서 책임 있는 국가들은 과학기술 수준을 선도할 수 있는 생명윤리 관련법에 복제인간 뿐 아니라 배아 관련 연구, 그리고 유전자 치료들과 같은 기술에 엄격한 윤리조항을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연구실적이 우수한 생명공학자와 의사가 과반수 참여하고 인문사회학자·종교계·시민단체가 포함된 위원회에서 오랜 논란 끝에 양보와 타협으로 과학기술부의 법안이 마련되었고 보건복지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시민단체가 납득할만한 법안이 준비되고 있었다. 그런데 동물로 얻은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해왔던 일부 생명공학자들이 집요하게 문제제기하면서 초기 법안은 후퇴를 거듭했고, 급기야 생명공학자와 타협한 법안에는 생명윤리가 실종되고 말았다. 생명윤리 의식이 약한 분위기에서 배아복제를 허용하라는 일부 생명공학자의 요구는 복제인간의 탄생을 예고할 뿐이다. 체세포 핵이식으로 복제한 배아를 해체하여 줄기세포를 만들면 불치병과 난치병을 치료할 세포조직과 장기를 만들 수 있고, 그로 야기될 부가가치는 한국을 부강하게 해 줄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아직 희망사항일 뿐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듯이 연구는 배아복제 이외의 방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부가가치를 위해 생명으로 잉태될 수 있는 배아를 창출하여 희생시키는 연구는 여성의 몸과 함께 생명을 대상으로 하기에, 즉 돈벌이를 위해 사람의 생명을 한낱 실험재료로 취급하는 비윤리적 행위인 것이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도입될 때에는 그 과학기술이 미칠 문제를 후손과 소비자의 처지에서 먼저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왕절개, 체외수정기술도 많은 논란을 거쳤고 그 논란은 사회적 윤리의식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윤리적 검토를 생략하고 가능성만 부각하여 기술부터 도입한 우리는 낙태뿐 아니라 제왕절개와 체외수정 분만비율이 유난히 높다. 생명공학자에 의해 "윤리가 필요 없다"고 강조하며 실시한 동물연구로 획득한 세계적 기술로 부가가치를 위해, 아직 불투명한 가능성만을 강조하며 인간의 배아까지 손대는 것이 허용된다면 장차 어떤 일이 발생할까. 배아라는 생명이 돈벌이를 위한 재료로 취급된다면 장차 후손의 생명가치는 어떻게 취급될까. 생명윤리는 생명을 재료로 연구하는 부처에서 담당해야 할 몫이 아니다. 생명윤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개발에 배려하는 생명공학 연구자의 몫일 수도 없다. 생명윤리는 관련 연구를 전공하는 학자, 그리고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고 거두는 여성, 생명을 그 자체의 가치로 바라보는 시민과 종교인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생명윤리관련법을 생명공학을 육성하는 정부나 국회, 그리고 생명공학자에 의해 주도되고 왜곡되는 현재 우리나라의 생명윤리 관련법 논의의 모순은 극복되어야 한다. 이에 4년 전부터 생명윤리 관련법의 제정을 촉구해온 시민·종교단체는 거듭되는 복제인간이 예고되는 현 상황을 직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인간복제를 엄격히 금지하는 제도는 한시바삐 정비해야 한다. 복제인간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한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어떠한 배아도 창출해서는 안되며, 법을 통해 엄격히 규제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법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며, 그에 따른 논의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차제에 시민·종교단체의 참여를 요구한다. 아무리 부가가치로 윤색해도 사람의 생명을 연구와 치료를 위한 재료로 취급할 수는 없다. 불치병과 난치병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먹을거리의 오염과 같은 불치병과 난치병의 발생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도 그 못지 않게 추진해야 한다. 차제에 생명윤리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성인줄기세포의 연구를 적극 권장하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비롯한 생명에 대한 윤리의식이 무너지면 건강한 내일은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생명공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생명윤리는 과학기술과 조화로워야 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윤리는 생명의 기반이다. 생명윤리의 기반 위에서 생명공학자를 비롯한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마음놓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후손의 건강한 생명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생명윤리법을 자식 키우는 시민의 처지에서 한시바삐 정비할 것을 거듭 당부한다. 2003년 1월 23일, 생명윤리법 공동캠페인단의 100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