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한 거룩한 밥상을 차립시다

                          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획실장

최근 들어 잘 먹고 사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이 몰고 온 이 열풍은 '건강'이 사람들에게 최고의 화두임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이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것이라면 머지 않아 나와 내 자손도 생명의 위협을 당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명에게 일어난 일은 얼마 안 가서 사람에게도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참되게 잘 먹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그것은 소박했던 우리의 전통식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70년대만 해도 고기는 일년에 한 두 번 그것도 소량이 고작이었고, 항상 제철에 난 제 땅의 것을 간단하게 요리해서 먹는 것이 기본이었지요. 봄에는 쑥 달래 냉이 등 산나물, 여름엔 상추 열무 오이 호박, 가을엔 토란 무 배추 같은 푸성귀, 겨울엔 말린 우거지 김치가 전부였지요. 이것이 창조질서에 순응하는 식생활 아닐까요? 결국 참되게 잘 먹는다는 건 제 땅에서 제철에 난 먹거리를 하나님께 감사하며 먹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밥상은 어떻습니까? 우리의 밥상은 하나님의 은혜와 세상의 정성이 담긴 것들로 채워지고 있습니까? 혹 환경호르몬과 각종 항생제 등이 고도로 농축된 육류로 밥상을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요? 생선도 다섯 마리 중 한 마리가 양식으로 길러지기에 호르몬제와 항생제로 길러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육류는 옛날 시골에서 한가하게 풀을 뜯어 먹던 가축에서 나온 것과는 다릅니다. 대규모 공장식 농장에서 식용 가축으로 길러지고, '이윤극대화'라는 자본주의의 논리 아래 농약-제초제-각종 성장호르몬으로 범벅이 된 사료를 먹고 자랍니다. 사료의 대부분은 유전자조작된 곡물들이지요. 게다가 전세계 13억 마리의 소가 내뿜는 메탄 및 탄산가스는 온실효과와 오존층 파괴를 일으키며, 과도한 방목은 전세계 목초지의 60% 이상을 파괴하여 매년 남한 만한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혹 육식 위주는 아니더라도, 농약 제초제가 뿌려진 수입농산물이나 유전자조작식품, 그리고 방부제, 발색제 등 각종 첨가물이 담긴 인스턴트식품 등으로 밥상을 채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어떤 먹거리가 언제 나는 것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찾고 있지는 않습니까? 철없이 유통되는 것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 것입니다. 비닐하우스 농법으로 얻은 과채류는 무농약이란 관점에서는 안전한 먹거리일지 몰라도 땅을 황폐화시키고 고투입농법이기에 자연의 질서 속에서는 결코 올바른 농산물이 아닙니다.

또는 현대병을 조장하는 다섯가지 식품인 흰쌀, 흰밀가루, 흰소금, 흰설탕, 흰조미료로 밥상을 채우진 않습니까? 쌀이나 밀의 경우 맛을 위해 하얗게 도정하는 과정에서 소중한 곡물이 낭비될 뿐 아니라, 하나님이 베풀어 준 영양분의 50∼90%를 상실하고 맙니다. 더욱이 특정 성분만 추출한 정제 소금, 흰설탕, 조미료 등이 몸에 들어가면 칼슘 등 각종 미네랄을 빼앗아 체외로 배출시켜 버립니다. 이러한 현실 때문인지 요즘 밥 한 그릇을 가벼이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넉넉함이 지나쳐 흥청망청 음식을 많이 만들고 남겨서 버리는 일이 집에서나 밖에서 일상사처럼 되어버린 현실에 죄의식까지 느끼게 됩니다.

지난해 가정과 식당 등에서 내버린 음식물쓰레기가 모두 404만8천톤으로, 굶주림에 시달리는 2천여 북한 주민의 주식량보다 많습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404억원입니다. 한 해 동안 총 15조원에 이르는 음식물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 나라에서 굶는 아이들이 전국적으로 16만명에 이르는 실정을 감안하면 음식을 경시하는 태도가 지나칩니다.

더구나 낭비된 음식물을 처리하는 데에 4천 억원 이상의 비용이 따로 들어 갑니다. 만약 우리가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인다면 연간 수 조원의 경제적 편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가축사료로 재활용하면 매년 18억 달러의 외화를 소비하는 사료용 곡물 수입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식량의 70%를 수입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아까운 '달러'로 밥상을 채우고나서 아무 생각없이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밥 그릇에 돈을 넣어놓고 "돈이라면 버리시겠습니까?" 하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사실 돈이라면 남겨도 좋습니다. 돈은 다른 사람이 쓸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남긴 밥은 아무도 먹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쌀 한 가마를 일년 동안 농사지어서 얻었다고 해서 한 톨이 하루 동안 생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톨도 일년 농사를 지어야 나오는 겁니다. 이런 생명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거여.
- 이현주, '밥먹는 자식에게' -

밥을 먹음은 하나님이 손수 지으신 농산물을 먹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밥에는 흙과 햇빛과 구름, 벌레, 비와 바람과 천둥, 눈과 서리, 농부의 땀방울,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먹는 자는, 하나님의 거룩을 범하고 하나님의 거룩한 성령이 깃들어 있는 자기의 몸은 물론 다른 생명들도 상하게 하기 마련입니다. 비록 소박한 음식일지라도 꼭꼭 씹어 먹음으로 음식의 그윽한 감칠 맛을 느끼고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은혜와 세상의 정성을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버려지는 음식물도 줄어들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생명의 밥상을 차릴 것을 권합니다. 그 출발은 제 땅에서 제철에 난 것들을 필요한 만큼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러한 밥상을 대할 때 우리는 음식을 다시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며, 나와 내 가족의 피와 살과 영혼이 살지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는 아름답게 되살아 날 것입니다. 2천년 전 주님께서는 다섯 덩이의 빵과 물고기 두 마리일지언정 축사하신 후 오천 명을 배부르게 먹이시고 나서 "남은 음식을 조금도 버리지 말고 다 모아들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들도 다음 수칙들을 지킴으로 예수님의 기적을 우리의 밥상에서 작은 기적으로 되살려 봅시다.

          생명밥상 수칙

        1. 식단을 짜서 필요한 만큼 구입합시다.
        2. 국내산, 유기농산물을 애용합시다.
        3.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을 삼갑시다
        4. 제철음식을 먹읍시다.
        5. 육식보다 곡식과 채소를 즐깁시다
        6. 간단한 채소는 손수 지어 먹읍시다(화분, 텃밭, 주말농장)
        7. 계획구매하며 오래보관하지 맙시다
        8. 식품의 유통기한 확인하고 남은 식품을 적어 놓읍시다.
        9. 먹을 만큼만 조리합시다.
        10. 먹을 만큼만 그릇에 담아냅시다.
        11. 반찬 수를 줄여 간소한 상을 차립시다
        12. 생명주심에 감사하며 천천히 먹읍시다
        13. 내몸과 이웃을 생각하며 소식합시다
        14. 밥 한톨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고 그릇을 깨끗이 비웁시다.
        15. 외식을 줄이고,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합시다.
        16. 손님을 초대할 경우는 참석인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검소한 식단을 준비합시다.
           남은 음식은 버리지 말고 봉투에 싸서 나눠줍시다.
        17. 채소 다듬은 것과 과일껍질 등은 말려서 퇴비로 씁시다.
        18. 음식물쓰레기는 따로 모아서 재활용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