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문선경(본회이사, 창천교회 권사)

"저희가 배부른 후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남은 것을 거두니 열 두 바구니에 찼더라."(요6:12-13)

요즈음 음식쓰레기가 환경문제로 대두되면서 이 말씀을 자주 생각해보게 된다. 그 때에는 아무 환경문제도 없었고, 음식쓰레기문제는 더욱 없었을 텐데! 그렇다면, 예수님께서는 일찍이 이 시대에 음식쓰레기가 환경문제가 될 것을 미리 아시고 이런 경고를 하신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말씀이 지금의 골치 아픈 음식쓰레기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 우리 음식문화는 어떠한가? 예수님 말씀처럼 "남은 조각을..."보다는 "남은 음식은 아낌없이 버려라" 하는 생활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전 20여명의 친구들이 모여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다. 식사는 뷔페로 차려져 있었다. 친구들이 식사를 막 시작하려니까 내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별안간 소리를 쳤다. "음식은 조금씩 먹을 만큼만 가져와. 음식쓰레기 남기면 안돼." 이 소리에 모두 시선이 이 친구에게 집중되었다. 이 친구는 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떨구며 그래도 음식쓰레기가 신경이 쓰였던지 "지금 음식쓰레기가 얼마나 문젠데..."라며 말끝을 흐리는 거였다. 그러나 결과는 친구의 '소리침'이 조금은 효과가 있는 듯 했지만 여전히 음식들을 먹다 남겨 아까운 음식들이 쓰레기통으로 갔다. 그러나 문제는 의식 있는 사람들과 환경단체들 식사모임 후까지도 음식쓰레기가 나와, 음식을 준비해준 사람들이 실망스러운 듯이 "여기서는 음식쓰레기가 안 나올 줄 알았는데..."하는 민망한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다. 아마 눈앞에 보이는 탐욕(음식)에서 보이지 않는 환경을 함께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쓰레기 줄이는 실천은 잘 못하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우리 음식문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저 음식은 푸짐하고 맛있게 실컷 먹고 남으면 버리면 그만이다라는 잘못된 음식문화, 이러한 음식문화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잔칫집이나 교회식당에서까지 하얀 밥, 먹음직스런 김치, 떡, 과일, 비싼 고기음식까지 쓰레기로 넘쳐나는 것을 흔히 보게된다. 이런 음식쓰레기가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8조원, 서울시 1년 예산과 맞먹는 돈이요, 굶어 죽어 가는 북한 동포가 4,5년은 아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양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돈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로 버려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몇해전(96년) 김포 쓰레기 매립지 주민들이 음식쓰레기 반입을 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음식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과 생활에 주는 피해와 고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음식쓰레기문제는, 우리에게 골칫거리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쓰레기의 30%는 음식물 쓰레기다. 이것은 수분이 70%가 넘어 쓰레기장에 버렸을 때 심한 악취가 나고, 쓰레기 국물(침출수)이 흘러나오고, 또 이 음식 찌꺼기에는 파리, 쥐 떼가 들끓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지역주민들은 고통을 이렇게 호소했다. "음식쓰레기 썩는 역한 냄새와 파리 떼 때문에 여름에도 창문을 못 열고 산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시궁창 냄새가 진동을 해 밥조차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또 "쓰레기 국물이 땅으로 스며 지하수도 먹을 수 없고 강으로 흘러 식수원까지 오염시키니,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 우리말이 실감이 나지 않으면 서울 사람들이 한달 만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쌓아 두면 우리 고통을 알 수 있을 것이다."란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음식쓰레기는 세균 오염문제 때문에 사료화나 음식의 소금기 때문에 퇴비화도 잘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쓰레기는 이도 저도 안되니 쓰레기 소각장에서 태우면 되겠거니 했는데 여기에는 더 문제가 많다고 한다. 왜냐하면, 음식쓰레기는 수분이 많아 결국은 기름으로 범벅을 해서 태워야 하는데 이때 맹독성 '다이옥신'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것은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귀지 만한 적은 양으로도 10만 명을 암으로 죽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11개 쓰레기 소각장 중 3개에서 기준치의 40배에서 20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다이옥신 재앙은 우리에게 이제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다이옥신을 마셔야 하고, 일부는 빗물과 함께 땅으로 스며들었다니 앞으로 농작물은 맘놓고 먹을 수 있는 걸까? 다이옥신 피해는 10∼20년 후에나 나타나기 시작한다는데 그때에 소각장 주변아이들부터 시름시름 앓다 죽어 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니 무서워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다.

이제 음식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명백해졌다. 음식쓰레기 줄이기 위한 구체적 실천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음식문화도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전의 우리 어머니의 생활에는 음식쓰레기를 버리는 밥이 없으므로 당연히 음식쓰레기란 말도 없었던 것 같다. 어째서일까? 그 당시 대체적으로 넉넉지 못한 식량 사정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음식문화가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첫째는 음식에 대한 '외경심'이다.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늘 하셨다. "음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하나님의 돌보심과 농부의 수고로움이 얼마인지 아니? 그러니 밥알 하나라도 허투루 버리면 하나님께 죄받는다. 그러니 일하지 않고는 어떻게 그냥 밥을 먹을 수 있겠니?"등 음식의 소중함과 '밥먹을 자격'을 일깨워 주셨었던 것 같다. 둘째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이었다. 우리 어머니는 떡, 범벅, 국수, 죽을 만들었을 때, 햇과일이나 푸성귀, 일찍 수확한 곡식을 거두었을 때, 귀한 특산물이나 명산물을 사오거나 선물이 들어왔을 때 이웃에게 나누어주며 "...이니 드셔 보시지요."하셨다. 나는 이런 음식들을 쟁반에, 소쿠리에 담아 이웃에 심부름했던 기억들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기쁠 때나 슬플 때도 꼭 음식을 함께 나눔으로 기쁨, 슬픔도 나누었던 기억들이 있다. 이렇게 예전에는 음식에 대한 '외경심'을 가져 소중하게 여겨 버리는 것이 없게 하면서도 이웃인 남에게는 후한 인심으로 적은 것도, 귀한 것도 꼭 나누어 먹었던 것이다. 이런 음식문화는 남긴 것을 버릴 수도 없었지만, 남을 것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우리 음식문화는 음식에 대한 외경심도 없고 그렇다고 남에게 나누어 줄 줄도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음식문화가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나는 집에서 살림을 하면서 음식쓰레기를 줄이려고 묘안을 짜본다. 음식 장만에 유난스레 안달을 떨고, 그래서 아예 음식을 적게 만들고, 그래도 남으면 어떻게 재사용, 재활용할 것인가 신경을 쓰지만 그래도 음식쓰레기가 나온다. 음식을 해둔 것을 잊어버려 못 먹고, 바빠서 외식을 하다보니 상해서 못 먹고, 손님을 치른 후 남아서 두고두고 먹다 결국 버리게될 때가 더러 있다. 이럴 때는 "음식쓰레기에 신경을 쓴다는 사람이 이 정도니"하는 자책도 하고, 또 '남이 알면 어쩌나'라던가 나중에 '하나님 앞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두려움도 갖게 된다. 그러는 한편 김치쪽 하나 안 버리고, 김칫국물까지도 버릴 수 없어 밥을 비벼 먹다가도 '나만 이까짓 것 한다고 무슨 환경이 좋아질까? 괜히 혼자서 '잘하는 척'하는 건 아닐까? 어떻게 음식쓰레기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하면서 전전긍긍해 보기도 한다.

나는 예수님 말씀인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남은 것을 거두니 열 두 바구니에 찼더라."를 생각해 본다. 여기 오늘의 음식쓰레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것 같다. 이 말씀에는 예수님의 음식에 대한 두 가지 뜻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음식에 대한 '외경심'(귀한것이니 버리지 말라)이요, 둘째는 '음식은 나누는 것'이다.(소년이 보리떡과 물고기를 내어놓았기에 5천명을 먹일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났다.)라는 사실이다. 그렇다. 예전의 우리 아버지들 삶의 지혜인 음식문화가 여기에 있었던 것 아닐까? 이것이 우리 자식들을 이 땅에서 살려내고 우리 금수강산을 지키고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니었을까? 오늘 다시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아닐까?

"음식쓰레기 때문에 이 땅이 죽어간다. 남은 것(음식)을 버리면 쓰레기(환경오염)가 된다. 그러나 이 남은 것을 잘 거두면 양식(환경 살림)이 된다. 이 양식을 굶어 죽어 가는 북한 동포들에게 한 광주리씩 나누어주면 그들의 귀한 목숨을 살려낼 수도 있고, 우리 모두가 이 땅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구원(방법)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