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의 의미

                            김경재 교수

        밥 한 그릇의 의미를 아는 자는 하나님을 안다.
        밥 한 그릇을 아무 깊은 뜻없이 먹는 자는
        하나님도 그렇게 아무 뜻없이 게걸스럽게 먹게 되어
        하나님의 거룩을 범하고 자기 생명을 상하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서  감사할 줄 모르고 옷깃을 여밀 줄 모르면
        지존자 하나님 앞에서도 감사할 줄 모르고 경외하는 마음을 익히지 못한다.
        예수님 말씀하시기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 하셨다.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다른 생명체를 먹음으로써만 존재한다.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자기보다 더 낮은 혹은
        더 높은 생명에게 밥이 되어 줌으로써 그 존재 의미를 완성한다.
        시베리아의 흰곰은 에스키모인의 늙은 어미를 먹고,
        에스키모인은 자기 어미를 먹은 그 흰곰을 잡아먹는다.

        이것은 생명의 준엄한 철칙이어서
        이에 앙탈하거나 저항하는 자는 스스로 생명줄에서 끊긴다.
        그러므로 밥 먹는 식탁은 하늘제사 드리는 제단,
        숟가락과 젓가락을 잡고 놀리는 내 몸짓은 야훼의 제단 앞에서
        소제와 번제물로 제물을 드리는 제사장의 몸짓.

        한 알의 알곡, 천지 기운 영글어 뭉친 정기,
        한 알의 과일과 한 잎의 푸성귀는
        천지조화 빚어 만든 광야의 기적,

        한 마리 생선과 육류 고기 한 점은
        바다와 대지의 생명 기(氣)를 몽땅 그려 놓은 것.
        그것들 속에 영글어 뭉친 정(精)은 기(氣)가 되고 기(氣)는
        영혼의 항아리 안에서 발효되어
        사상이 되고 기도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래서 밥 한 그릇을 먹음은
        하나님의 손수 지으신 농사양식을 먹음이요
        그래서 사랑의 몸으로 구현해 내자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시간은 하늘 제사드리는 시간이요,
        기쁨과 찬양의 시간이다.  

            (김경재, '그리스도인의 영성훈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