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 -1.

물의 상품화

경제 세계화의 뿌리는 약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제국들은 자연이 아시 아,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 저장해놓은 금, 은, 구리, 목재와 같은 귀중한 자원을 손에 쥐기 위해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허드슨스베이나 동인도회사와 같은 대형 무역회사가 오늘날 다국적기업이라 부르는 기업의 효시인 셈이다. 오늘날에는 경제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베를린장벽이 무너 지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냉전 종식과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적어도 상징적으로는 공산주 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이자 상반되는 두 경제체제가 대립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 미한다.

워싱턴에 이는 정책연구소 따르면, 다국적기업 중 상위 200위 권에 들어가는 기업은 그 규 모가 워낙 거대해, 이들의 연간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세계 191개 국가 중 182개 국가의 총 경제규모를 능가할 정도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기업인 엑슨모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22개의 국가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렸으며, 두 번째 기업인 월마트의 경제규모는 178개 국가 경제를 합한 수치보다 높았다. 제너럴모터스는 홍콩이나 덴마크의 경제규모보다도 컸으며, 포드자동차는 연간 매출 액이 노르웨이나 태국의 총수입보다 많았다. 로열더치셸의 연간 수입은 폴란드나 남아프리 카공화국의 연간 수입은 폴란드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간 수입보다 많으며, 브리티시퍼트 롤륨의 연간 수입은 사우디아라비아나 핀란드 또는 포르투갈의 연간 수입보다 많았다. 현재 세계 석유정제의 거의 대부분이 엑슨모빌과 브리티시퍼트로륨-아모코에 의해 이루어 진다. 미국의 4개 기업-인터내셔널페이퍼, 조지아-퍼시픽, 킴벌리-클라크, 와이어하우저-은 전 세계 임산물과 제지 생산을 장악했다.

한편 제너럴푸즈, 크라프트, 필즈베리, 필립모리스, 델몬트, 그리고 프록터&갬블과 같은 다른 식품업체들은 자사의 모든 사업 영역을 한데 통 합해, 세계시장을 무대로 마케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인 비방디와 수에즈는 세계 물 산업의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자동차로 불린다. 비방디와 수에즈는 2000년도에 『글로벌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서 각각 91위와 118위를 차지했다. 이들 두 기업이 물을 공급하는 인구는 현재 세계적으로 1억 이 넘는다. 이슬람의 전통적인 가르침에서, '샤리아', 즉 '길'이란 말은 원래 '물로 향하는 길'이자 궁극적 으로는 '목마름을 해결할 권리'를 의미하며, 이는 인간과 자연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물 외에도 자연과 삶 그 자체가 상품화되는 현상은 오늘날 기업이 이끄는 세계화의 주요 특 징이기도 하다.

몬산토나 노바티스와 같은 주요 생명공학 기어들은 스스로를 '생명과학' 산업이라 일컬으며, 종자와 유전자를 상품으로 개발해 유전자가 조작된 식품과 건강 관련 제품을 세계시장에 내 놓는다. 기업이 이윤을 남기려다 보니 물 서비스의 비용이 높아진다. 오늘날의 세계경제가 이토록 활발해진 데에는 투자가들 대부분이 투기꾼이나 도박꾼이 되어 버린 금융 카지노의 역할이 크다. '투기성 투자'가 '생산적 투자'를 밀어내고 세계경제의 중 추적 역할을 하는 꼴이다. 세계적 카지노를 통해 하루 평균 약 2조 달러가 전 세계를 돌고 도는데, 이는 대부분이 투기성 투자자금이다. 물 역시 물의 가격을 놓고 투기를 벌이는 선물시장이 생길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 투기성 투자자들과 기업들은 물이 모자라는 도시에 방대한 양의 물을 팔기 위해 농촌지역에 서 수리권을 통째로 사들이는 중인데,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 특히 활발히 일어난다.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니아 주지사가 "물은 금보다 귀하다"고 말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 세계에 물과 전력을 공급하는 거대한 파이프를 설치하기 위해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제 너럴일렉트릭은 물과 전력 사업에 사용할 수 십억 달러의 세계전력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 계은행과 국제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와 손을 잡았다고 『가디언 위클리』가 보도했다. 1950년에 3천800억 달러였던 전 세계 교역량이 1997년 5조8천600억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채 반세기가 지나지 않아 15배가 증가한 것이다. 수출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탓에 지구 곳곳의 생태계가 짓밟히고 있으며, 그로 인한 상처는 더욱 깊어만 간다. 수출 제일주의로 인한 자원 고갈이 심각한 곳은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들로, 보츠와나는 자국에서 캐내는 다이아몬드를 전량 수출하며, 부룬디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커피의 99%, 코스 타리카는 바나나의 93%, 부르키나파소는 면화의 83%, 말라위는 담배의 71%, 말레이시아는 목재의 50%, 그리고 아이슬란드는 어획량의 50%를 수출하는 실정이다.

'유럽 물 네트워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 실현되면, 앞으로 10년 안에 알프스에서 흘러 내려 오는 물이 오스트리아 빈의 저수지가 아니라, 스페인이나 그리스로 흘러들지도 모른다. 현재 거래되는 생수는 연간 약 220억 달러로 추정되며, 빠르게 성장하면서도 규제를 덜 받는 분 야로 손꼽힌다. 세계 무역의 강자가 되려는 중국은 터널을 이용해 양쯔강의 물길을 베이징으로 돌리는 10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고사를 시작했다. 정부는 시민이 아닌 기업의 보호를 최우선 과제 삼는다. 경제 세계화가 추구하는 세상은 기업이 주도하는 무역·금융·투자가 지배하는 세상이며, 여기서 이익을 얻는 자들은 경제 세계화를 선전해 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가 될 뿐이 다.

"우리는 지금 '경제 전쟁' 속에 살아간다. 새로운 '적'은 사람과 대자연이며, 새로운 점령 대 상은 (민주사회에서 '공동으로 소유'하며 이윤 추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공동재산'이다.

-2. 세계 물 제왕

세계 최대 규모의 물 기업인 수에즈와 비방디가 참여했다. 여러 해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 프로젝트는 물 관리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혀왔다. 부에노 스아이레스의 펌프와 수도관이 워낙 낡아서 1993년에는 이 지역에 물 위기가 닥치기도 했 다. 그러다가 수에즈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구성되어 30년 계약을 따냈고, 이 컨소시엄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물 공급체계를 현대화하고 간소 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뿌리는, 이윤에 대한 고려 없이 정부가 책임지고 공 급해야 할 서비스를 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간 기업이 공급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윤 극 대화는 대개 소비 촉진에서 나오기 때문에, 물 공급하는 민간기업은 결코 소비를 줄이려 하 지 않을 것이다.

『포춘』은 2000년 5월 세계 물 산업에 관한 특집기사를 실으면서 이렇게 단언했다. "20세 기에 석유가 우리에게 약속해주었던 것을 21세기에는 물이 대신 할 것이다. 국가의 부를 결 정하는 귀중한 생필품이 그것이다." 1998년, 세계은행은 전 세계 물 교역량이 조만간 8천억 달러에 이르고, 2001년이 되면 무려 1조 달러까지 뛰어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속도라면 물 사업은 앞으로 수조 달러에 이르는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도시에서 민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투자 전략가들은 세계 물 산업을 '다음 세기 최 고의 투자부분'으로 겨냥하고 전략을 짜내기 시작했다. 세계 물 산업은 10개의 기업이 점령하다시피 3개의 범주 또는 층으로 구분된다.

우선 첫 번 째 층은 세계에서 가자 큰 공룡기업인 비방디유니버설과 수에즈로 구성되는데, 수에즈는 세 계 130개 국가에서, 그리고 비방디는 90개가 넘는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중이다. 두 번째 층 에는 부이그, 템스웨터, 벡텔, 유나이티드유틸리티스, 엔론아주릭스가 이에 속한다. 세 번째 층은 영국 기업은 서번트렌트, 앵글리안워터, 그리고 전에는 요크셔워터로 알려졌던 켈다그 룹이다. 네 번째 기업은 미국의 아메리칸워터크스컴퍼니로, 최근 아주릭스를 사들임으로써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물 기업으로서 이들의 전문분야는 대개 4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상하수도 서비스, 둘째는 하수처리, 셋째는 물과 관련된 건축이나 토목공사, 그리고 넷째는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는 등의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다. 수에즈는 수에즈운하 건설이라는 19세기의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았던 기업이다. 수에즈는 크게 4가지 핵심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전개했다. 물, 에너지, 통신, 그리고 폐수 처리 서 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연간 총수입은 대부분이 에너지, 물 그리고 폐수처리 분야에서 나온 다. 환경 서비스 부분 세계 1위인 비방디인바이런먼트는 물, 에너지, 폐기물 관리, 그리고 운송 서비스의 4개 분야로 나뉜다. 복합기업인 비방디의 두 번째로 큰 수입원은 물 업체로, 유명 한 제네라데조와 U.S.필터가 이에 속한다. 비방디유니버설의 시장 전략은 전 세계의 물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물 사업허가권을 따내는 일을 기본으로 한다.

아시아, 중동, 동유럽,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등이 모두 장기계약을 따낸 곳이다. 엔론의 에너지 인터넷마케팅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자리잡았으며, 인터 넷상의 에너지 서비스 거래 실적은 경쟁사의 천연가스와 전력 거래량보다 2배나 많았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엔론의 총수입은 가히 기록적이다. 1999년과 2000년 사이에만 총수입 은 401억 달러에서 1천8억 달럴, 무려 15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력 판매량은 2배 증가했고, 천연가스 판매량은 3배 증가했다. 이는 주로 캘리포니아에 불어닥친 에너지 위기 의 덕을 본 결과로, 엔론은 이때부터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확실히 굳히게 되었다. 엔론의 직원 가운데 떠오르는 스타였던 레베카 마크가 아주릭스의 사장이자 최고경영자로 추대되었다. "세계의 물이 모두 민영화되는 날까지 결코 쉬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래, 마크 는 아주릭스를 도시 수돗물 공급 관리, 수돗물 처리시설 건립, 폐수 할당체계 개발, 그리고 폐수 정화 시 부산물 처리 등의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다양한 공익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 RWE가 세계 물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템 스워터를 인수했다는 소식이다. RWE는 현재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전력회사이자 대규모 폐기물 처리업체이다. 최근에는 에너지, 물, 폐기물 처리, 전기통신과 같은 다양한 공공서비 스를 전 세계 도시에 공급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자체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1995년에는 상하이에 물 처리시설을 설립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중국 최초의 외국인 기업이 된 템스는 2001년에는 상하이의 수돗물 공급체계를 국영기업인 푸동상수도와 공동으로 관리 한다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한편 태국에서는 두 곳의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기로 하고 2억4천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2001년 당시로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계약이었다. 2000년 SAUR은 동북아프리카 국가의 말리에서도 또 하나의 계약을 따내, 이 나라의 물을 관리하는 주요 기업이 되었다. SAUR은 아프리카에서 상아해안, 세네갈, 기니, 중앙 아프리 카공하국, 모잠비크,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하국에 물가 전력을 공급해오던 터였다. 한편 폴란 드에서는 비방디를 제치고 루다실롱스카시의 상하수도 시설을 25년 ED안 현대화하고 관리 한다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계속되는 물 민영화로 미래에는 물 공급이 중단되거나 불공정하게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민영화가 제시하는 미래의 모습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민영화는 그 자체로서 기업과 그 기업을 상대하는 지역 정부 사이에 엄청난 힘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물 사업허가권을 내줌으로써 정부에 집중되었던 힘이 민간기업으로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 결과 정부의 힘은 대폭 축소되어, 수질과 관련된 최고한의 규제나 간섭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되고 만다. 뿐만아니라 요금을 계속 인상하면서도 수질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에 대해서조차 정부가 효과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게 된다. 민영화는 본래 물 분배의 효용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기업의 이윤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민영화는 소비를 끊임없이 조장하는 등, 자원 보전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민영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국민이 선출한 정부 관리보다 더욱 책임 있고 투명한 경영을 할 것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 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익과 상관없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한다거 나 물을 공정하게 분배한다거나 하는 것이 결코 기업의 주된 목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 다.

-3. 임박한 물 카르텔

1999년 1월, 캐나다 일간지 『내셔널 포스트』의 논설위원인 테렌스 코코런은 2010년이 되 면 물 분야에서도 석유수출국기구와 같은 조직이 탄생할 것이며, 캐나다가 이 조직의 중심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음으로써, 국제 비즈니스 인사들과 정부 관리들 사이에 한 바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캐나다를 포함해 물이 풍부한 국가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한데 모여 "세계 물 가르텔을 형성해 가격을 올리자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6년 세계은행에서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연구하는 한 수선연구가는, 어떤 방법으로든 지 간에, "물은 오늘날의 석유처럼 전 세계를 이동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앞으 로 5년 안에 많은 사람들이 물을 국제적인 상품으로 인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물은 이제 저절로 주어지는 무한한 일용품이 아니라 힘들여 얻어야 할 한정된 양의 필수품 이 되었다. 알래스카, 캐나다, 노르웨이, 브라질, 러시아, 오스트리아, 말레이시아는 호수, 강, 빙하와 같 은 형태로 많은 양의 물이 저장되어 있다.

반면 물이 부복한 국가나 지역은 중동, 아시아, 캘리포니아, 멕시코, 싱가포르, 북아프리카, 그리고 거의 모든 대륙의 많은 국가와 지역이 여 기에 포함된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한다 해도 방대한 수출량을 모두 충당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부 국가에서는 염분을 제거한 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물은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공정 과정에서의 연료 소모도 엄청나다. 따라서 대규모 탈영사업은 에너지가 풍부한 몇몇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이 과정에서 수로 변경으로 가뜩이나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온난 화까지 부채질할 염려가 있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에서 빈으로 샘물을 수송하기 위해 첨단 수도간을 설치 한 바 있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물을 스페인과 그 리스까지 수송하는 대형 수도관이 건설될 예정이다.

터키에서도 대형 수도관을 이용해 다량의 물을 시장으로 나르는 방안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추진중이다. 터키의 마나브가트 강에서 키프로스, 몰타, 리비아, 이스라엘, 그리스, 이집트 시 장으로 물을 수송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2000년 여름에 터키와 매년 490억 규모의 물 구매에 관한 협상을 시작했다. 터키의 기업들은 수도관을 통해 다량의 물을 중유럽의 물 이 부족한 지역에 파는 주요 수출기업으로 발돋움할 채비를 갖춘 샘이다. 영국의 기업들이 수도관과 대형 선박으로 스코틀랜드의 물을 다량 수출할 가능성을 탐색 중 이다. 캐나다의 물 전문가인 리처드 바킹은 이 선박들이 기름을 싣고 떠났다가 올 때는 물을 싣고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알래스카는 세계 최초로 물을 상업적으로 수출하도록 허용한 곳이다.

알래스카 이클루트나 에서 하루 동안 수출 가능한 물의 양은 1억1천300만ℓ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본사를 둔 글로벌 H2O는 연간 690억ℓ에 달하는 빙하수를 중국으로 수출하기로 싯 카 시와 30년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으로 수출된 물은 중국의 자유무역지대에서 값싼 노동 력이 대량으로 투입되어 병에 담겨진다. 싯카에서 중국 각지의 시장으로 물을 소송하기 위 해 글로벌H2O는 텍사스 휴스턴에 대형 선박을 갖춘 미국 기업 시그넷해운과 '전략적 제휴' 를 맺었다. 시그넷 선박은 한 척당 3천억만의 물을 실어 나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H2O 는 싱가포르와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존스법'에 따라 글로벌 H2O나 월드워터는 빙하수를 실어 나를 수 없는 형편이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항구에서 다른 미국 항구로 물건을 선적할 때에는 미국선원이 승선한 미국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 선박을 이용해 알래스카의 물을 중국 이나 중동으로 공급할 수는 있어도 로스앤젤레스나 샌디에이고로는 수송할 수 없는 실정이 다. 1998년 봄, 캐나다의 수출 회사인 노바그룹은 대형 선박을 이용해 슈피리어호의 물을 아시 아로 수백만 리터씩 수송하는 계획을 온타리오 정부에게 건의했고, 정부는 이를 허가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물을 수송하는 사례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스의 론 강 에서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로 물을 수송할 약 257㎞의 대운하를 건설할 계획이라는 최근의 발표가 바로 그것이다. 벡텔은 최근에 물 민영화 사업에 적극 뛰어든 대표적 기업으로, 미국의 토목건설 대기업이 다. 중국은 거대한 양쯔 강의 물을 베이징으로 돌려 산업적, 사업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 규모 싼샤 댐 건설을 추진 중이다. 공사가 완성되면 양쯔 강 중류의 물을 이곳으로 끌어들 이 다음 다시 높은 사악지대나 새로 건설될 1천230㎞의 운하를 거쳐 베이징으로 흘려보낼 예정이다.

캐나다 기업 메두사에 따르면, 첨단 기술로 생산한 물주머니 하나에는 대형 선박 5척 분량 에 해당하는 물을 담을 수 있으며, 비용은 기존의 비용의 1.25%에 지나지 않는다. 물주머니 기술의 효율성만 검증된다면 40만㎥의 물을 싣는 대형 선박은 더 이상 경제성이 없다. 즉, 50만㎥에서 300만㎥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물주머니를 개발하는 것이다.(1㎥에는 908ℓ의 물 이 들어간다.) 아쿠아리스는 1997년부터 물주머니 기술을 이용해 그리스에 물을 수출해왔다. 아쿠아리스는 지중해로 물을 나르는 물주머니 외에도, 단거리 수송용으로 200만ℓ의 물주머니도 사용한다. 노르웨이의 노르딕워터서플라이는 폴리에스테르 소재에, 안팎을 중합체 혼합물로 코팅 처리 에 바닷물과 자외선에 잘 견디는 물주머니를 개발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테리스프래그는 물주머니를 이용한 또 다른 운송방법을 고안해냈 다. 기자처럼 줄지어 물을 수송하는 방법을 개발해냈고, 이로써 한 번에 (약 1만7천㎥ 용량 의) 작은 물주머니를 최대 50개까지 끌 수 있게 되었다.

물주머니를 이용해 다량의 물을 수송하는 방법은 대형 선박을 이용하는 방법보다 훨씬 깨끗 하고 안전하다. 꾸준히 각광받아오고 있는 물 수출 방식 중 하나는 물을 병에 담는 방식이다(생수). 이는 세 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규제도 가장 덜 받는 방식이기도 하다. 1970년대에 세계 전역에서 거래된 생수의 양은 연간 10억ℓ였다. 1980년대에 와서 이 수치는 25억ℓ로 급격 히 늘어났고, 1980년대 말 전 세계에서 소비한 생수는 75ℓ에 이르렀다. 2000년도에는 무려 840억ℓ나 팔려나갔다. 특히 이 가운데 4분의 1이 무역을 통해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 소비 되었다. 생수 브랜드로는 페어리, 에비앙, 나야, 폴란드 스프링, 클리얼리캐나디안, 라크루아, 퓨얼리 알래스칸,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많은 수가 있다. 네슬레는 페리에, 비텔, 산펠레그린를 포 함해 무려 68개의 브랜드를 가진 세계 최대의 생수업체이다. 네슬레는 이들 국가에서 '네슬레퓨어라이프'라는 이름으로, 미네랄이 첨가된 정제된 수돗물 을 싼값에 공급한다.

네슬레퓨어라이프는 '기초 건강'이라는 기치 아래 판촉활동을 벌인 결 과, 파키스탄과 브라질에서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펩시는 현재 아쿠아피나를 개발해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으며, 코카콜라는 국제적 브랜드인 봉아쿠아를 계속 생산하는 동시에 '다사니'라는 이름으로 북아메리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영양소 면에서 생수가 수돗물보다 나을 게 없다고 발표했다. "생수에는 칼슘, 마그네슘, 플루오르와 같은 미네랄이 소량 함유될 수도 있으나, 이와 같은 성분은 대 부분의 수돗물에도 이미 함유된 성분이다." 생수업체는 매년 150만 톤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플라스틱 병을 만들고 처분하는 가정에 서 대기 중에 유독한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또한 생수의 4분의 1은 해외시장에 수출되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운송연료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기 때문에, 생수 운송은 결국 지구 온난화에도 한몫을 하는 셈이다.

생수업체들은 대개 소위 사적 소유권에 따라 자신들이 퍼낸 물에 대해 그 어떤 사용료도 지 불하지 않는다. 물은 공공의 재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정부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정 유업계나 벌목료를 지불하는 목재업계와는 달리, 생수업계는 캐나다의 어느 행정구역에서 물을 퍼내도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2000년도 코카콜라의 총수입은 204억5천800만 달러로 204억3천800만 달러를 기록한 펩시콜 라를 간발의 차이로 앞질렀으며,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서도 거대 음료업체는 각각 223 위 234위를 기록하며 막상막하의 순위를 기록했다. 이제 펩시콜라는 아쿠아피나, 코카콜라는 다사니를 내놓으면서 두 거대 음료업체는 생수시장에서도 대표적인 주자로 떠오르게 되었 다. 다른 생수업체와는 달리,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는 '샘물'보다는 '정제수'를 전문적을 취급한다. 시중에 나온 아쿠아피나와 다사니는 수돗물로 만들어진 정제수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는 지하수를 퍼올려 먼 곳으로 운송하기보다는, '역삼투압' 여가장치를 이용해 수돗물을 거른 다음 약간의 미네랄을 첨가해 정제수로 판매한다.

거대한 두 음료업체가 이러한 처리 과정 을 대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까닭은 세계 각지에 보틀링회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기업은 가 지역에서 보통 1ℓ당 1센트도 채 안 되는 값을 지불하고 물을 사용하며, 정제 과 정을 거쳐 병에 담은 뒤에는 1ℓ당 약1달러에 판매한다. 코카콜라가 이제까지 사용한 방법은, 본사와는 독립된 코카콜라 보틀링회사에 원액을 팔고 보틀링회사는 원액에 물을 타고 탄산가스를 첨가한 뒤에 시장에 파는 식이었다. 정제수의 물맛을 좋게 하자면 미네랄과 약간의 칼륨을 넣으면 그만이다. 결국 코카콜라는 이제까지 보틀링회사에게 원액을 팔았던 것처럼 이번에는 미네랄을 팔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가장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은 북아메리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카콜라의 총수입 가운데 4분의 3 이상이 해외 판매에서 발생한다. 전 세계 200여 국가에 서 구입할 수 있는 코카콜라는 대략 170억 상자에 이른다는 게 코카콜라 측의 설명이다.

2001년 1/4분기에 코카콜라의 음료수 시장은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북아메리카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몸의 수분을 재충전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물 8잔 정도를 마셔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 인데, 수분공급 면에서 탄산음료는 일반 물 보다 그 기능이 현저히 낮다. 전문가들은 청량음 료가 수분공급 효과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목마른 사람이 카페인이 들어간 탄산음료를 하루에 8잔 또는 그 이상 마실 경우 수분이 공급되기는커녕 오히려 흥분작용을 일으키기 쉽 다"고 경고한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잇는 연방 식품관리 당국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심각한 영양실조와 단 백질 부족에 시달리는 6세에서 14세 사이의 빈곤층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다량의 코카 콜라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큰 28개의 민물 호수는 세계 호수 수량의 85%를 차지하며, 여기에는 러시아 의 바이칼 호, 아프리카의 탕가니카 호, 미국-캐나다 국경지대의 슈피리어 호 등이 포함된 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계인 오대호는 지구상의 모든 호수 수량의 27%를 차지한다. 세계 적 규모의 거대한 강 25개를 뽑아보면, 아시아에 11개 , 북아메리카에 5개, 라틴아메리카에 4개, 아프리카에 3개, 그리고 유럽전역에 2개가 있다. 브라질이 민물의 수원을 가장 많이 보유했으며, 그 다음이 10.6%를 차지하는 구소련 국가들 이고, 5.7%의 중국과 5.7%의 캐나다가 그 뒤를 잇는다. 빙하수를 포함한다면 노르웨이, 오 스트리아, 미국과 같은 나라들이 위 목록에 추가될 것이다. 알래스카워터엑스포츠는 대형 선박을 이용한 수송에서는 일본의 NYK해운과, 물주머니를 이용한 수송에서는 노르웨이의 노르딕워터서플라이와 제휴를 맺었다.

-4. 세계적 유착의 고리

1980년대 초반부터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제3국가에게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적용하 면, 이를 이행한다면 자금지원과 함께 채무를 재조정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제 3세계 정부는 외채를 갚기 위해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에서부터 보건, 교육, 사회 서 비스 부문에 대한 정부 지출을 대량 삭감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매우 급진적인 정책들을 이 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한 구조조정 작업으로 지난 15년 간 이들 국가의 빈곤층은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퇴근 몇 년 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은 부채 상환을 재조 정해 주는 조건으로 다른 무엇보다도 무라 위생시설의 민영화를 내세웠다. 주요 기관이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은 세계 물 시장 구축에 필요한 자금 과 합법적 지위를 얻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관들이다. 국제적 물 기관 네트워크가 탄생하는 데 초석이 된 두 건의 회의가 1992년 개최되었다. 더 블린에서 열린 '물과 환경에 관한 국제회의'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가 그것이다.

세계 물 기업의 대표들은 기업의 전략상 이 3개 기구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에 즈의 임원들이 이곳 대거 포진해 있다. 저개발국가의 물 서비스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때는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적 차관 기관이 주요 자금원이 된다. 국제통화기금이 정부 관리의 중앙은행을 상대로 차관 을 제공하는 다국적 기관이라면, 세계은행은 주로 민간은행을 상대로 찻간을 제공하는 다국 적 기관이다. 세계은행은 250만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는 대가로 코차밤바의 물 서비스를 민영화하라고 볼 리비아 정부에게 지시했고, 이때 물 영업 허가권을 따낸 곳은 벡텔의 자회사였다. 그런가 하면 세계은행은 국제금융공사를 통해 주요 물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기도 한 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정작 수에즈가 투자한 금액은 3천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자 금은 국제금융공사와 다른 금융기관이 댔다. 한편 약 1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물 공급 관리 사업과 8억 달러에 이르는 가나의 물 서비스 개발 사업에서도 국제금융공사가 앞장서서 기업을 끌어들 였다. 2001년 3월, 중구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톈진에서 상하수도처리 개발 허가권을 따낸 비 방디는 이 은행에서 1억3천만 달러의 차관을 지원받았다. 아시아개발은행은 2001년 6월 태 국의 '사무트프라칸 하수관리 사업'에 2억3천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은행이 남반구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대형 댐 공사로 인해 이익을 얻는 곳은 북반구 쪽의 시장이 거의 고갈되면서 남반구 쪽으로 눈을 돌린 건축가 수력발전 분야의 기업, 설비 업체, 그리고 기술 상담업체 등이다.

◆저항

-1. 반격

미국 '물 보호 동맹' 대표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2000년 12월에 미국의 공장형 돼지 농장을 상대로 대규모 법정 투쟁에 들어갔다. 작은 공간 안에 많은 돼지를 사육하기 위해 이들 공장형 농가에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 안에 짚을 깔지 않음으로써 돼지 분뇨 를 처리하기 쉬운 액체로 상태로 만드는 방법이다. 지난 1백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야 4만 개의 대형 댐이 건설되었으며, 이로 인해 지구 전체 지표지수의 약 1% 가량이 범람하고 무려 6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댐 건설 반대운동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제는 미국 땅에 더 이상 댐을 건설할 곳이 없게 되자, 정부 관리들은 최근 댐을 허물어 강의 물길을 자연스럽게 터주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2. 입각점

물과 같이 더없이 소중한 자원은, 소비를 한없이 부추기고 시장을 끝없이 팽창시켜가는 가 공할 만한 이윤 추구의 논리에 따라 가공되고 분배되어서는 안 된다. 병에 담아 파는 생수 는 모두 유한한 자원이다. 물은 끊임없이 팽창하는 시장 수요를 충당할 만큼 무한정 공급 될 수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환경운동가들의 말대로, 물이 공동의 재산으로 간주되고 모든 개개인이 이를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면,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변화무쌍한 시장에 맡겨놓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공평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은 모든 자원을 캐내 판매할 수 잇는 형태로 만들어 금전적 부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간과한 중요한 사실은, 자원은 스스로 재충전해야만 한다는 점과, 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가정은 수천 년 간 지구의 생태계를 유지해온 자연스런 물 순 환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하천 유역에서 다량의 물을 빼낼 경우 결국에는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 한다. 가령 지하수면이 낮아지면 함몰이 일어나고 우물은 말라간다. 물을 이동시키는 데는 에너지 소모도 엄청나다. 탈염 기술에 의존하는 행위는 영혼을 파는 행위다. 탈염 기술은 세계가 처한 물 위기를 치 유할 만병통치약이 결코 아니다. 탈염에 드는 비용도 엄청나서, 적어도 당분간은 단지 부유 한 국가만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비용이 낮아진다고 해도, 이 기술 은 에너지나 무척 많이 소모된다.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주입해야만 하는 이 작업은, 세계 물 공급의 최대 적인 지구온난화를 더욱 부채질한다. 뿐만아니라 탈염 가정에서 치명적인 부산물이 방출된다. 탈염 과정을 거치는 바닷물 중 단 지 3부분 1만이 민물로 전환되는데, 나머지 3분의 2는 염분이 매우 높은 물이 되어, 고온에 서 다시 바다로 방출될 경우 해양오염의 주범이 왼다. 또한 얼마간의 바닷물을 탈염한다고 해도, 지하수에 점차 염분이 높아지는 문제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민물을 염분 이 높은 물로 바꿔놓은 현재의 잘못된 방식을 그만두는 쪽이 훨씬 손쉬운 일이다.

간단히 말해, 애초부터 기술을 엉뚱하게 잘못 사용한 게 오늘날의 사태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다. 물 수출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 수출은 애초에 '물 위기'를 유발했던 가장 근본적인 오류를 더욱 심화시킬 따름이라는 사실이다. 물 수요가 아무리 늘어나도 공급을 늘리면 문 제는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결해야만 한다는 그릇된 생각이다. 이런 사고방 식을 가지고 이제까지 전 세계 호수의 물을 빼내, 대수층을 고갈시켰으며, 수생태계를 파괴 했다. 세계적인 물 불평등의 뿌리에는 지구의 북반구 국가와 남반구 국가사이에 갈수록 벌어져 가 는 빈부격차가 자리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지속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물 소 비도 엄청난 농법을 장려하는 식량 생산과 수출정책을 강요해왔다. 제3세계 부채를 탕감해주고, 외국의 예산 보조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며, 투기성 자금거래 에 부과하는 토빈세 제도를 실시하여 물 기반시설 확충과 전반적인 물 서비스 개선의 재원 으로 사용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물에 가격을 매기는 문제는 상당히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다. 첫째, 물에 가격을 책정할 경우 물 분배에 관한 기존의 세계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뿐이 다. 극심한 물 부복에 시달리는 국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결국 물에 가격을 매김으로써 북반구와 남반구의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둘째, 현재의 무역협정이나 세계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정한 규정에서는 가격이 매겨진 물은 사적 상품으로 간주된다. 물이 민영화되어 공개시장에서 판매되면, 결국 살 능력이 있는 사 람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물에 가격을 책정한다고 해도 물을 절약하는 데 별다를 도움이 안 된다. 도시 중심지 에서 물이 소비되는 분포를 보면 65~70%가 산업용수로 사용되고, 20~25%가 기타 기관에서 사용되며, 나머지 10%가 가정용수로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물을 놓고 벌이는 공개입찰에서 과연 누가 환경과 미래를 생각해서 물 값을 지 불하겠는가? 물 관리가 민간업체의 손으로 넘어간다면 우리는 귀중한 하천과 원시상태의 호 수가 오용되고 파괴되는 사태를 막을 입법권조차 확보할 수 없다. 누구나 물을 사용할 수 잇도록 하기 위해서 정부는 물을 심하게 남용하는 대기업과 대규모 농업 관련 업체들이 더 이상 물을 낭비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는 데 초점 을 맞춰야 한다.

줄어드는 물을 보존하고 물 분쟁을 막기 위한 10대 원칙

1. 물은 지구와 모든 생물종에게 속하는 자원이다
2. 물은 가능한 그 자리에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3. 물은 항상 아껴 써야 한다
4. 오염된 물은 반드시 정화해야 한다
5. 물은 자연상태에서 가장 잘 보호될 수 있다
6. 물은 공공관리 대상으로, 정부의 모든 조직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
7. 깨끗한 물을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다 (물이 '공짜'라든가 누구나 물을 무한정 써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 인 물은 어느 정도 확보해주면서 물에 가격을 책정한다면 물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모든 사 람의 수리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8. 물 보존에 가장 앞장서는 사람은 지역 공동체와 시민들이다
9. 일반인들도 정부와 동등하게 물 보존에 참여해야 한다
10. 경제 세계화는 물을 지속적으로 보존하는 정책이 될 수 없다

-3. 나아갈 길

북아메리카 사람들은 해마다 약 50만ℓ의 물을 사용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세차를 하면 서 낭비하거나, 수도꼭지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그냥 흘려보낸다. 실제로 사람들이 1년 동안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은 적장 1만ℓ도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1994년부터 가정용 변기를 새로 설치할 때는 효용성은 높고 물은 적게 사용하는 제품을 설치하도록 법으로 규정해놓았다. 이로써 미국의 도시에서 하루에도 수 없이 내려보 내는 변기 물을 70%나 줄였다. 인구증가가 물 공급량보다 4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물 정화 사업을 지역의 사회문제 및 실업문제와 연결시킨 생물권 계획을 실험하는 대대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초기 유럽 사람들이 이 나라에 정착했을 때, 고국의 나무와 공원이 그리운 나머지 가는 곳 마다 나무를 심었다. 얼마 안가, 물을 적게 먹는 토종 나무들이 있던 자리에 물을 많이 먹는 소나무류와 유카리나무가 들어가소 강물은 마르기 시작했다.

끝으로 자연의 기본법칙 한 가지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자연적으로 공급되는 속도보 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지하수를 퍼올리는 일이 마냥 지속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자연의 법칙은 명백하다. 빼내는 양이 다시 채워지는 양보다 많을 수는 없다.

물을 보존하기 위한 10가지 단계

1. '생명수 헌법' 추진
2. 지역별 '물 관리 위원회' 설립
3. '전국 물 보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 전개
4. 물의 상업적 거래 반대
5. 댐 건설 반대운동 지원
6.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 대한 저항
7. 물 제왕에 대한 저항
8. 세계 평등 실현
9. '물 공동재산 선언문' 지지
10. '세계 물 협약' 지지

3. '전국 물 보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 전개

·지방자치단체의 물 서비스 부문이 민간부문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는 법을 제정 ·공업시설과 기업형 농가에 적용되는 수질기준 마련, 정부의 모든 관련기관은 엄격한 법규 정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 힘써, 농업시설의 양수작업, 살충제 사용, 유독성물질을 하천과 쓰레기 매립지로 방류하는 행위 등을 감시 ·태양열 에너지와 같은 대체자원을 개발하고, 댐이나 수로 변경 그리고 수력발전소와 같은 대형 공사를 대체할 물 친화적 기술 개발. ·양수작업을 제한하고, 환경기준을 마련하며,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높 은 세금을 부과하고, 해당 지역에 일자리를 만드는 생수업체에 물 사용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생수 규제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