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물먹는 하마’ 역삼투압 방식 연
1100만t 그냥 버려져 우리나라 정수기 시장에서 보급률 1위인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는 물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온정수기’ 등도 심각한 물 낭비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규제개혁심의위원회를 통해 정수기의 구조를 개선하도록 각 업체에 시정 조처하기로 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환경부는 최근 규제개혁심의위원회에 “정수기 배출수 관을 개수대나 화장실로 직접 연결해, 각 가정에서 배출수를 생활용수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정수기 구조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규제개혁위는 23일 환경부의 제안대로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가 작성한 자료에도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는 1대당 하루 30ℓ, 연간 11t의 물을 버리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정수기가 전국적으로 100만대 가량 보급돼 있어, 연간 1100만t(생산원가 기준 55억원)의 수돗물이 그냥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역삼투압이란 물이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역삼투압 방식 정수기는 수돗물을 0.0001 미크론(머리카락의 100만분의 1) 크기의 구멍이 있는 막으로 통과시키면서 물에 녹아 있는 각종 물질을 걸러내는 정수기를 말한다. 이때 수도관에서 나온 물 중에서 역삼투막을 통과해 걸러져 나오는 양은 일부분이고, 막을 통과하지 않은 수돗물은 그냥 밖으로 배출된다. 이철재 서울환경연합 환경정책국장은 “역삼투압 정수기 사용으로 우리나라에서 연간 1700만t의 수돗물이 버려지고 있으며, 이는 과천시 연간 수돗물 생산량인 700만t의 두배를 넘는 양”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와 정수기 업체 관계자들도 “역삼투압 정수기에서 물 1ℓ를 얻는데 2~3ℓ의 물이 버려진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알칼리 성질의 물’을 만들어 준다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온정수기’도 알칼리수 10ℓ를 얻는데 물 3.3~6.7ℓ를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온정수기’는 의료용 제품이어서 ‘약사법’을 적용 받기 때문에, 이번 환경부의 구조 개선 대상에서 빠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온정수기가 시중에서 의료용이 아닌 일반 정수기처럼 팔리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한겨레 04/4/12 |